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03화 (40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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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조명국도 남해시에서는 나름 유지 측에 속했다. 실제 남해 출신 국회의원을 비롯해서 지검 지청장과 경찰서장과도 친분이 있었고. 그런데....

“아니. 내 아들인데 왜 불구속 수사를 못해 주겠다는 겁니까?”

조명국은 당연히 자신이 가면, 경찰서에서 아들을 빼내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평소 알고 지냈던 지검의 지청장과 경찰서장도 무슨 일인지 그를 모른 척 했고 말이다. 안 되겠다 싶어서 리조트 법무팀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뭐, 뭐라고? 공과 사는 구분해?”

법무팀장이 리조트 법무팀은 총괄 지배인 아들 뒤치다꺼리하려고 있는 곳이 아니라고 하며, 자신과 관계에 확실하게 선을 긋는 게 아닌가?

순간 조명국은 직감했다. 리조트 내에서 자신을 향해 뭔가 안 좋은 일이 진행 되고 있다는 걸 말이다.

“안 되겠다.”

조명국은 불길한 느낌에, 아들은 경찰서에 두고 리조트로 달려갔다. 그랬더니....

“총괄 지배인님. 대표님께서 찾으십니다.”

호텔 입구에서 보안 요원들이 기다렸다가 그를 데리고 곧장 대표실로 향했고. 대표실에 굳은 얼굴로 그를 기다리고 있던 베네치아 리조트의 대표가 조명국을 보고는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쯧....자식 간수 좀 잘 할 것이지.”

“백준열 대표가 연락한 모양이군요?”

“그래. 근데 나 말고 회장님한테도 연락 했어.”

“네? 아아....”

베네치아 리조트의 대표가 회장님을 거론하자, 조명국은 질끈 두 눈을 감아버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리조트의 실질적인 주인인 회장님까지 백준열 대표가 전화를 했다면, 여기서 그의 커리어는 끝났다고 보면 됐다.

“....억울한가?”

“네. 좀....”

사실 아들 녀석만 아니었다면 이곳에서 몇 년 더 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지?”

“네. 중이 떠나야죠. 절이 떠날 수 있나요.”

이제 완전히 자포자기한 듯 조명국이 처연하게 말하자, 베네치아 리조트 대표가 살짝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진우 녀석 말인데. 빨리 군대 보내.”

“네?”

“업계에서는 떠도는 소문 중에, 백준열 대표의 눈 밖에 난 자들이, 심심찮게 실종처리가 되고 있는 모양이더라고.”

“그, 그 말씀은?”

“재벌이잖은가? 조심해야지. 그래서 아까 백 대표에게 전화가 왔을 때 넌지시 얘기했어. 진우가 곧 군대 들어간다고. 그리고 자네가 그 동안 이 리조트를 위해서 얼마나 헌신했는지도.”

“고, 고맙습니다. 대표님.”

베네치아 리조트의 대표가 백준열 대표에게 자신에 대해 좋게 얘기해 준 건, 분명히 플러스 요인이 되어 줄 터였다. 또 아들이 군대 간다니까, 백준열이 혹시 억하심정에 아들을 없애 버리려던 마음먹었어도, 그 마음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었고.

왜 남자들은 다 알지 않나? 그 나이에 군대 들어가는 게 죽기만큼 싫다는 걸 말이다.

“내말 명심해. 생떼 같은 아들 잃고 싶지 않거든.”

“당장 해병대에 지원시키겠습니다.”

“그러던지. 그럼 백 대표도 화를 좀 더 풀겠네.”

그렇게 대표실을 나온 조명국은 내친김에 사표를 제출하고, 다시 남해 경찰서로 향했다.

* * *

처음에는 많이 화가 났다. 그만큼 내 새 요트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니까.

‘죽여 버리겠어.’

내 요트에서 그 짓거리를 해 놓고, 날 요트 도둑으로까지 내 몬 저들을, 나는 도저히 그냥 넘어가진 못할 거 같았다.

그래서 우선 경찰을 불렀고, 그 과정에서 살짝 손을 검경에 손을 썼다. 내가 그렇게 한 이유는 한 쌍의 바퀴벌레 커플들 중 남자 새끼의 아버지가 뭐라도 되는 양반인 듯해서다.

“우리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좋을 거 없을 텐데?”

“맞아요. 우리 자기 아빠가 누군줄 알고이래요?”

“하아....그래 누군데? 누구기에 남의 요트에서 그 짓거리를 해도 된다고, 자식 놈에게 가르쳤는지 어디 그 면상 좀 보자.”

“뭐, 뭐라고! 너 이 새끼 우리 아버지 지금 디스 한 거야?”

그래도 자기 아버지라고 편드는 거 봐라. 그때 그 새끼 옆에서, 그 새끼 팔짱을 낀 체 너무도 당당하게 장래 시아버지가 누군지 밝히는 여자.

“우리 자기 아빠는 베네치아 리조트 총괄 지배인님이세요.”

“뭐? 누구라고?”

“여기 남해시에서 가장 큰 리조트 총괄 지배인님이라고요. 흥!”

여자는 이제 너 어쩔 거냐며 오만한 얼굴로 날 쳐다봤다. 베네치아 리조트 회장도 나한테 쩔쩔 매는 데 거기 대표도 아닌 총괄 지배인은, 내게는 거기 리조트 신입사원이나 총괄지배인이나 똑같이 연봉 주는 고용인일 뿐이었다.

“검경에 괜히 손썼네.”

마침 그때 경찰들이 왔고 나는 귀찮다는 듯 바퀴 벌레 한 쌍을, 빨리 경찰서로 데려가라고 했다. 꼴도 보시 싫어서 말이다.

그 뒤 리조트로 돌아갔더니 거기서 그 새끼 아버지인 베네치아 호텔의 총괄 지배인을 만났다.

근데 그 인간도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되어 있었다. 그게 나를 또 화나게 만들었고 나는 바로 리조트 측에 조치를 취했다.

그리곤 씩씩 거리며 유혜라가 있는 VVIP룸으로 들어갔더니, 그녀가 그런 날보고 한 마디 했다.

“뭣 때문에 또 화가 났어요?”

“아니. 이것들이....”

나는 선착장에서의 일을 유혜라에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유혜라도 내 얘기를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해도 너무 했네. 그래서 그 커플을 경찰에 넘겼다고요?”

“어. 근데 더 기가 찬 건....”

이어서 그 커플의 아버지가 누군지 얘기했고, 내가 거기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까지 말한 뒤 유혜라가 쳐다봤다.

이때 내가 원한 건 그녀의 칭찬이었다. 그리고 그걸로 부족하니 더 혼내주라는 말까지....한데 아니었다. 그녀는 나를 보고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대표님. 혹시 분노조절장애 있으세요?”

“뭐, 뭐라고?”

분노조절장애란 건 내가 지금 내가 감정조절이 안 되는 상태란 건데....

‘가만....’

그러고 보니 나는 그 바퀴 벌레 한 쌍을 요트에서 보고부터 감정이 폭발해서, 지금까지 그 화가 누그러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까 화를 참지 못하고 공격적 말이나 행동을 보이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미친....내가 진짜 왜 이러지?’

나도 몰랐지만 사실 나, 그러니까 백준열은 분노조절장애를 안고 살아 온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분노를 표출 할 때에는 조금 만족감을 느꼈다. 하지만 유혜라의 말을 듣고 나서 찾아오는 후회 및 허무함 등으로 인하여 내 컨디션은 엉망이 됐다.

내 생각에 내 분노조절장애 정도는 아직까지 그리 심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걸 그대로 내버려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 무엇보다 이게 뇌의 기질적인 원인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내가 분노조절장애 치료. 그러니까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면....’

아마 난리가 날 거다. 한 회사의 CEO가 정신과적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주가가 폭락할 일이다. 거기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도 가만있지 않을 테고.

특히 내 정적들에게는 이보다 더 멋진 선물도 없겠지.

‘병원에서 치료 받는 건 안 돼. 그러니까....’

내 스스로 치료를 해야 하고, 나에게는 그 치료가 가능한 견신 시스템의 「개알약」아이템이 있었다.

물론 아직은 외상과 일부 내상, 즉 염증 치료까지 가능하지만 업그레이드 시키면 뇌의 기질적 치료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때 「개알약」아이템 하니 태석규가 생각났다. 「개알약」아이템을 처음 써보고 그때 내가 뀐 방구에 태석규가 기절까지 했었다.

‘아아. 맞다. 태석규. 오늘 내가 잘랐지.’

태석규의 쓰임, 즉 용도는 그의 비자금을 내가 챙길 때까지였다. 근데 녀석이 오늘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연락을 오늘 오전에 받고, 나는 전에 내가 인사부에 얘기한데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즉 그를 해고 시키라고 했다.

하지만 태석규와 나 사이의 관계는, 내가 그를 회사에서 자른 걸로 끝날 사이가 아니었다.

나는 속으로 견신 시스템에게 말했다. 충견으로 삼은 태석규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고 싶다고 말이다. 그러자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울려왔다.

-충견이었던 태석규와 당신의 관계가 단절 되었습니다.

그러자 생각보다 수월하게 견신 시스템이 나와 태석규의 관계를 단박에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그건 뜻밖의 결과로 이어졌다.

-처음 충견과의 관계를 끊으셨습니다.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 위로 차 견신이 당신이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에 한해 업그레이드 이용권을 지급하십니다. 업그레이드 이용권을 지금 바로 쓰시겠습니까?[Y/N]

“뭐라고!”

나는 흥분해서 나도 모르게 외쳤고, 그런 나를 유혜라가 두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빤히 쳐다봤다.

* * *

원래 견신 시스템은 첫 미션과 퀘스트 완수 때 보상을 해줬었다. 그러니까 내가 처음 충견과의 관계를 끊은 것에 대해서도 나름의 보상을 해 주는 거 같은데, 이때 견신이 내가 뭘 원하는 지를 눈치 채고 그걸 들어 준 거 같았다.

‘역시 나에게 있어서 당신만이 유일한 신이십니다.’

세상에 결과적으로 인간들이 만들어 낸 많은 신들이 있다. 하지만 내게는 다들 그림에 떡들이다. 하지만 오로지 견신만이 나를 챙겨 준다. 그러니 내게 신은 견신뿐인 거다.

“대, 대표님. 괜찮으세요? 어디 불편하시면 지금이라도 병원으로....”

‘아아. 맞다.’

지금 나는 혼자 있는 게 아니지 참. 당연히 지금 보이는 내 모습이 유혜라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거다.

“아냐. 그냥 피곤해서 그래.”

“혹시 제가 말한 거 때문에 언짢아서 그러시는 거면 제가 사과 할게요. 미안해요.”

유혜라는 자기가 날 보고 분노조절장애 운운 한 거 때문에, 내가 갑자기 이상해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 얘기를 듣고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 말이 아예 틀린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그녀 때문인 건 절대 아니었다.

“정말 피곤해서 그래. 좀 쉬면 좋아질 거니까 걱정 마.”

나는 일단 유혜라를 진정 시킨 뒤 쉬겠다며 VVIP룸의 비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유혜라는 그런 나를 안타까운, 아주 대 놓고 연민의 눈으로 쳐다봤다. 그걸 보고 나는 다시 한 번 유혜라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데려 온 거지만....’

백준열로 빙의 한 뒤로 나 자신을 이렇게 좋아해 주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때문에 나는 오늘 유혜라와 제대로 된 요트 선상 데이트를 즐길 것이고, 오늘 밤에는 므흣한....

‘흐흐흐흐....’

생각만으로 벌써 흥분이 됐다. 뭐 그렇다고 내 자지까지 반응할 정도는 아니고.

그러려면 지금 내 상황을 빨리 정리하고 유혜라를 데리고 선착장으로 가야 했다. 해서 나는 빈방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견신 시스템에게 말했다.

“예스. 업그레이드 이용권을 쓰겠어.”

그러자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바로 머릿속에 울려왔다.

-어떤 아이템을 업그레이드 하실 건가요?

나는 견신 시스템의 그 물음에 곧장 대답을 했다.

“「개알약」아이템을 업그레이드 해 줘.”

그러자 견신 시스템이 즉각 반응하며 말했다.

-현재 당신이 보유하고 있는 「개 알약」 아이템은 일반 아이템이고, 1업그레이드 되어 있는 상탭니다. 또한 1일 3회에 걸쳐 외상 치료가 가능하며, 내상 중 일부 즉 체내 염증 치료를 1일 한 번에 한해 한정적으로 치료가 가능한 상태입니다. 이를 업그레이드 할 시 2업그레이드가 되면서 1일 외상 가능 치료가 5회로 늘어나며, 내상은 간단한 기질질환 치료가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그 치료는 여전히 1일 1회로 한정 됩니다.

그 설명 후 견신 시스템이 내 눈앞에 바뀐 내 상태창을 띄워 주었다.

[이름: 백준열(Lv7)]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2Up), 「개좆」(1Up)], 「개목걸이」(1Up), 「개코」(1Up), 「개방울」(1Up), 「개 알약」(일,2Up-1일 5회, 외상과 일부 내상(체내 염증, 기질질환 1일 1회) 한정), 「개불알」(0UP)

[보유 스킬: 「말하는 개」(일,1Up), 「충견」(일,2Up), 「개 끗발」(역,1Up), 「개호구」(역,1Up), 「만능 오프너」(일,0Up-방문, 차문 한정), 「개멋져」(일,1Up), 「개 짖는 소리」(일,0Up)

[인벤토리: 개톤백(In)

[특성: 개(4차UP진행 중)]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친화력이 뛰어납니다.*

[개지수: 50]

나는 보유 아이템 항목에서 내가 좀 전 업그레이드 시킨 「개 알약」 아이템을 살폈다. 그랬더니 견신 시스템이 설명한 대로 였고, 다른 건 더 살필 필요도 없었기에 나는 내 눈앞에 뜬 상태창을 바로 지웠다.

그리곤 견신이 내게 준 분노조절장애의 기질질환 치료에 바로 들어갔다.

‘설마 이번에도 저번처럼 방구를 뀌는 건 아니겠지?’

속으로 살짝 의구심이 들었지만 나는 하루에 한 번 쓸 수 있다는 내상 치료를 선택했다. 그러자 이번에도 역시 견신 시스템이 유의 사항을 전해왔다.

-최초 체내 기질질환 치료를 위해 「개 알약」아이템을 쓰게 될 시, 치료가 되는 과정에서 생성 되는 약간의 통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약간의 통증?”

내 입에서 그 말이 나오고 나서, 내 머리와 아랫배에 서서히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으으윽!”

절로 한 손은 머리로, 다른 손은 아랫배로 갔고, 통증은 10여분 가까이 지속 됐다. 하지만 그 뒤 통증이 싹 사라지면서, 내 머리는 한결 맑아졌고 아랫배에서는....

“헉!”

급 신호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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