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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400화 (4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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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의식을 잃었던 은병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에 보인 것은 팀장인 그의 밑에 처리자 금명훈과, 그에게 주식 정보를 주고 있다는 그분이었다.

은병세도 원래는 처리자였다. 지금은 팀장으로 처리자 에이전시의 지도부에 속해 있었고. 한 회사를 놓고 본다면 임원급 인사였다.

비록 돈을 너무 밝혀서 문제지만, 그의 실력은 신비 에이전시에서 팀장을 맡아도 될 정도로 빼어났다.

“너 이 새끼....”

그런 그에게 있어 금명훈의 배신은 그를 충분히 빡 치게 만들 만 한 일이었다.

그래서 바로 금명훈부터 응징하려 몸을 움직이려던 은병세.

“어?”

하지만 그의 몸은 그가 생각한 대로 전혀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제야 자신의 상황부터 파악하려고 자기 몸 상태부터 확인에 들어가는 은병세.

“뭐, 뭐야?”

그런데 그의 몸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보였다. 사지가 묶인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는 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올린 채, 편안한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정작 그의 몸은 그의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러니 더 당황스러워진 은병세가 금명훈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너 이 새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

하지만 금명훈은 계속 무표정하게 은병세만 쳐다보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회사에서 날 찾아 나서면, 너희는 다 죽어.”

그 말에 금명훈이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금명훈은 침묵했고, 그 옆에 금명훈에게 주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그분이 대신 말했다.

“네 몸에 심어져 있는 그 칩 때문에?”

“뭐? 그, 그걸 어떻게....금명훈. 너 이 새끼....”

자신을 이렇게 납치하는데 동조한 금명훈이다. 그런 놈이 신비 에이전시의 내부 정보를 유출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 하지만 금명훈이 아는 내부 정보는 한정적이었다.

반면 지도부인 은병세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신비 에이전시에서 이럴 경우 어떤 식으로 나올지, 그 매뉴얼을 그는 훤히 꿰고 있었으니까.

“날 납치한지 얼마나 됐지?”

그래서 물었다. 그러자 금명훈이 순순히 대답을 해주었다.

“2시간 지났습니다.”

“2시간?”

금명훈의 대답에 은병세는 눈살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두 시간이나 지났는데, 회사, 그러니까 신비 에이전시에서 나온 집행부와 처리자들이, 아직 이들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말이다.

“혹시 여기 서울 외곽인가?”

그제야 금명훈이 자기 몸과 상대가 아닌 그가 지금 있는 공간을 살폈다.

그런 은병세에게 이번에도 금명훈이 순순히 여기가 어딘지 말해 주었다.

“이곳은 서초구에 위치한, 한 상가 건물의 비어 있는 사무실입니다만.”

“뭐?”

서초구라면 신비 에이전시 아지트가 있는 곳이었다.

즉 한 시간이면 신비 에이전시의 집행부와 처리자들이 이곳에 와서 배신자 금명훈과 그의 동조자들을 다 제압하고 남을 시간이었다.

그걸 알기에 은병세는 진심으로 놀라며 동공까지 흔들렸다.

* * *

은병세를 김훈 에이전시에서 쓰고 있는 아지트 중 한 곳의 비어 있는 사무실로 옮긴 뒤, 금명훈은 쭉 그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으으으으....”

은병세는 정신을 잃은 지 거의 두 시간 만에 정신을 차렸다.

그 사이 금명훈은 김훈 대표를 불렀다. 안 그래도 가까운 근처 사무실에서 에이전시의 일을 보고 있었던 김훈은, 금명훈의 연락을 받자마자 이리로 왔고, 잠시 뒤 깨어난 은병세와 대화를 나눴다.

일단 은병세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잘 몰랐고, 그걸 알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물론 눈치 빠른 은병세는 자신이 제대로 납치가 됐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아니. 어떻게....”

그런 그의 눈앞에 김훈이 은병세의 몸에 심어져 있었던 칩을 보여 주며 말했다.

“이걸 너무 믿었나 보군.”

“헉!”

그래도 지도부 처리자답게 은병세는 자신의 몸에 심어져 있던 칩을 한눈에 알아봤다.

자기 몸에서 저 칩이 제거 되었다는 건....

“너, 너희들 누구야?”

저 칩은 금명훈 같은 일반 처리자의 몸에 심은 칩과는 달랐다. 한번 심어지면 몸속에서 제거 하는 거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칩이었다.

누군가 칩을 제거하려 한다면, 그 칩에서 경고 신호를 최우선 적으로 신비 에이전시의 집행부로 보낸다.

그 다음 칩에 삽입 되어 있는 극독에 의해 칩이 심어져 있는 사람은 즉사해 버린다.

그걸 알기에 은병세는 자신이 정신을 차렸을 때, 아직 살아 있는 걸 보고 저들이 자신의 몸에 심어져 있는 칩을 건드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저들은 그의 몸에 심어져 있던 건드려선 안 될 그 칩을, 무슨 수를 썼는지 그의 몸에서 빼내는 데 성공했다.

그 말은 저들이 보통 내기들은 아니라는 거고, 그만큼 그가 처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거다.

왜 신비 에이전시에서 그런 칩을 그의 몸에 심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겠는가?

그건 지도부의 처리자가 그만큼 그들 조직에 대해 아는 게 많아서다.

즉 여기서 은병세가 신비 에이전시에 대해 아는 걸 죄 분다면....

‘신비 에이전시는....망한다.’

그 생각에 은병세의 몸에 갑자기 소름이 싹 돋았다. 그런 은병세에게 김훈이 말했다.

“내가 누군지 소개하지. 나는....”

김훈은 자기가 누군지 밝혔고, 은병세는 그 말을 듣고 나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신이 김훈 에이전시의 김훈 대표라고? 지,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그때였다. 금명훈이 나서며 말했다.

“팀장님. 이분은 그 김훈 대표님이 맞습니다. 제가 왜 이러고 있는지 딱 보면 아시잖습니까?”

금명훈의 말이 결정적이었다. 은병세는 잠시 금명훈과 김훈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때 김훈이 어딘가 전화를 걸었고 채 5분도 되지 않아, 그들이 있는 사무실로 10명도 넘는 처리자들이 나타났다.

처리자는 처리자를 바로 알아본다. 은병세는 거기다가 팀장을 맡고 있었다.

전화 한 통에 10명도 넘는 처리자를, 그것도 채 5분도 되지 않아 부를 수 있는 존재는 에이전시 대표뿐이었다.

김훈이 자신을 증명하자, 그제야 은병세도 그가 김훈 대표가 맞다는 걸 인정하며 말했다.

“좋습니다. 김 대표님. 내게 원하는 게 뭡니까?”

“뭘 거 같나?”

이미 신비 에이전시의 자잘한 정보는 금명훈을 통해 알고 있을 김훈 대표였다. 그는 신비 에이전시의 내부 진짜 정보를 은병세에게 원하고 있었다.

“두 가지를 준비해 주십시오.”

“뭔데?”

“스위스 행 비행기 표. 최소 비즈니스 급이어야 합니다. 또 5백만 달러를 저의 스위스 계좌로 입금시켜 주십시오.”

은병세의 말에 김훈이 흔쾌히 말했다.

“좋아. 내일 스위스 행 비행기 표에 5백만 달러는 지금 입금시켜 주지. 계좌 불러.”

그런 쿨한 김훈의 반응에 은병세도 그에게 믿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김훈은 은병세의 전신 마취 된 몸부터 정상으로 만들어 주었다.

“마셔.”

“네.”

그리고 훈훈한 분위기에서 김훈과 얘기하며 그가 권한 차를 마셨고 이내 의식을 잃었다.

그때 김훈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려왔다.

“자백제 하나에 만 달러면 사는 데 5백만 달러는 무슨....”

김훈의 말을 다 듣지는 못했지만, 은병세는 적어도 자기가 의도한 대로 상황이 전개 되지 않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 뒤 자백제에 취한 은병세가 신비 에이전시의 내부 정보를 술술 털어 놨다.

김훈이 바로 자백제를 쓰면 될 것을, 굳이 은병세에게 자신이 누군지 밝히고, 그와 얘기를 나누고 그의 요구를 다 들어 줄 거처럼 군것은, 그를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였다.

자백제라고 만능은 아니었다.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서 자백제는 크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심신이 안정 된 상태에서 자백제는 그 효과가 극대화 되었다.

그걸 아는 김훈은 번거롭지만 그런 연기를 했고, 그로인해 수월하게 은병세로부터 필요한 신비 에이전시의 내부 정보를 캐낼 수 있었다.

신비 에이전시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던 김훈은, 은병세를 잡고 세 시간 넘게 취조를 했다.

“휴우....”

그렇게 신비 에이전시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다 알아 내고 난 김훈이, 이제 좀 쉴까 하고 자기가 임시로 대표 일을 보고 있던, 이곳 상가 건물에 마련 된 대표실에 들어갔을 때, 그의 눈에 책상 위에 올려 져 있는 그의 핸드폰이 보였다.

“이런....”

그러니까 그가 금명훈의 전화를 받고 나간 시간부터 따지면, 네 시간도 넘게 김훈 대표는 자신의 개인 폰을 자기 몸에 소지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곧장 핸드폰을 살핀 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다른 전화야 그가 사정을 얘기하면 상대도 이해를 해 줄 곳들이었다. 하지만 한 곳....

“하필....”

안 그래도 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데, 그런 그가 자신에게 전화를 세통이나 걸었다. 그러니까 김훈이 백준열의 연락을 세 번이나 깐 것이다.

* * *

김훈은 점심시간임에도 바로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그의 생각대로 백준열이 화가 나 있었다. 그런 그에게 빠른 화제 전환으로 신경을 딴 쪽으로 돌리는 데 성공한 김훈은, 백준열에게 신비 에이전시의 합병에 대해 바로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그 합병에 있어서 가장 걸림돌이 될, 신비 에이전시의 세 명의 장로들에 대한 얘기도 꺼냈다.

그러자 백준열이 그들이 누군지 관심을 보였고, 김훈은 그들에 대한 정보를 간략히 정리해서 문자 메시지로 보내 주겠다고 했다.

그때 백준열이 자신이 김훈 대표를 찾은 이유를 밝히면서, 전에 김훈이 말한 전담 처리자를 언급했다.

사실 자기 입으로 얘기했지만, 김훈으로서는 백준열에게 전담 처리자를 붙이는 게 회의적이었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백준열과 자신의 관계가 멀어 질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전담 처리가가 백준열에게 붙으면, 일주일에 세 네 번, 많을 때는 매일 연락을 하던 백준열과 연락이 딱 끊어지게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에이전시에 일이 많아지면서, 김훈이 백준열에게 소홀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오늘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고 말이다. 그렇다면 백준열이란 VVIP고객을 잃는 거 보다, 전담 처리자를 붙이는 게 더 나았다.

그런 결론이 내려지자 김훈은 좀 더 적극적으로 백준열과 통화를 하면서, 그에게 전담 처리자로 하여금 백준열이 시킨 일을 하게 하면서, 동시에 그에게 직접 보고 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전담 처리자가 먼저 백준열에게 연락을 취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소리였다.

그 말에 백준열이 흡족해 하며 그러라고 했고, 김훈은 백준열과 통화를 끝내자마자, 백준열의 전담 처리자로 이미 내정해 둔, 세르게이와 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물론 그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철수였다.

“세르게이는?”

-옆에 있습니다.

“좋아. 그럼 일 좀 하자.”

-네. 무슨 일입니까?

“의뢰를 맡기기 전에 먼저 할 말이 있다.”

김훈은 세르게이와 철수가 앞으로 전담 처리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전담 처리자요?

“그래. 일종의 단골손님 정도로 보면 돼. 그쪽에서 철수 네게 다이렉트로 의뢰를 넣을 거야. 그럼 그 의뢰를 맡아서 처리해 주면 되고.”

-아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보고 체계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역시 머리 쓰는 건 세르게이보다 철수가 나았다.

“내게 보고 할 거 없어. 바로 그쪽에 알려. 그러니까 그쪽에 수시로 상황 보고를 해야 한다는 얘기야.”

-아아. 그러니까 그 단골손님과는 직접적으로 소통을 하란 얘기로군요?

“그렇지. 하지만 그쪽에서 접촉하자고 하면....”

-그때는 대표님께 먼저 연락드리고요?

눈치 하나는 역시 빠른 철수였다.

“맞아. 백 대표가 그 정도 예의는 지킬 테지만, 사람 일이란 게 혹시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너희가 뭘 해야 하는지 그 의뢰 내용을....”

김훈은 세르게이와 철수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의뢰를 쭉 얘기했고, 철수는 그 말을 메모하는지 수시로 확인을 했다. 그렇게 그들이 맡을 의뢰에 대한 얘기를 끝낸 뒤, 김훈은 철수에게 백준열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었다.

“일단 너희가 살펴야 할 정재욱이란 자를 찾고 나서 바로 백 대표에게 전화를 하라고. 그러면 백 대표가 무슨 말을 할 거야. 별 말 없으면 계속 정재욱을 감시하면 될 거고. 그러다 이상한 점이 있으면 바로 백 대표에게 연락하고. 아마 내 생각대로라면 백 대표는 정재욱을 제거 할거야. 그러니 그에 대한 준비는 항상 해 두고 있어야겠지?”

-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시작해.”

김훈은 그렇게 백준열의 의뢰, 즉 제주도에서 서울로 돌아온 정재욱에 대한 감시를 세르게이와 철수에게 맡기고는,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으면서 백준열에게 보낼 문자 메시지를 정리했다.

“그러니까 첫 번째가 여당의 3선 국회의원인 유석명이고, 두 번째는 한라건설의 채병무 대표, 마지막 세 번째가 문성일보 사주인 홍익태.”

김훈은 신비 에이전시 지도부 처리자인 은병세를 통해 어렵게 알아낸, 그곳 장로 3명의 신상을 간략히 정리한 다음, 백준열에게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

똑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고 김훈이 방밖을 향해 말했다.

“들어 와.”

그러자 금명훈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김훈이 바로 묻자 긴장한 건지 표정이 많이 굳어 있는 금명훈이 그를 보고 바로 대답했다.

“은병세 말인데....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그야 뻔한 거 아닌가? 알아낼 거 다 알아낸 적장을 굳이 살려 줘야 할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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