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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399화 (39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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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유혜라와 같이 차를 타고 막 서울을 벗어났을 즈음, 내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박대순 경찰청장이었다.

오늘 같은 주말에 박 청장이 내게 직접 전화할 일은, 그 일 뿐이라서 나는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청장님.”

-백 대표. 주말 잘 보내고 있소?

“네. 저야 뭐....청장님도 이번 주 고생 많으셨던 걸로 아는 데, 잘 쉬고 계십니까?”

-허허허허. 안 그래도 집에서 꼼짝 않고 푹 쉬고 있소만.

박 청장이 주말에 골프나 치자고 지금 전화 했을 리는 없었다. 나는 확신을 가지고 그에게 물었다.

“혹시 제주도에 간 정재욱 경무관 일로 전화 하신 거 아닙니까?”

내가 대 놓고 묻자 박 청장이 더 크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허. 맞소. 역시 센스가 있어. 정재욱 과장이 드디어 옷을 벗었다는 반가운 소식이오.

“그러네요. 정말 반가운 소식이군요.”

이로서 정재욱 때문에 차은석 부문장이 해코지 당할 일은 사라졌다. 하지만 자칫 궁지로 내몰린 쥐는 고양이도 무는 법.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해서 나는 박 청장과 통화가 끝나면, 바로 김훈 대표에게 전화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저께 준 선물은 잘 받았소.

사과 박스 보낸 거에 이런 식으로 반응할 청장은 아니고, 아마도 춘천 동일파 조직원들을 소탕한 걸 두고 그러는 거 같았다.

“아닙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경찰에서 해결 했을 일 아닙니까?”

-그렇기는 하지요. 우리 경찰이 일 하나는 확실하게 잘 하니까.

자기가 경찰 수장이랍시고 경찰 얼굴에 스스로 금칠을 해댔다. 하지만 그도 곧 알게 될 거다. 그 동일파 조직원들의 최종 배후에 누가 있는 지 말이다.

‘서진그룹이 똬리 틀고 있는 걸 알고도 내게 고마워할지는 잘 모르겠군.’

만약 박 청장이 서진그룹과 줄이 닿아 있다면, 나로서도 귀찮아질 일이긴 했다. 아무래도 경찰이 서진그룹 편만 들면 나도 가만있을 수는 없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속으로 박대순 청장이 서진그룹과는 가급적 엮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와는 일상적인 얘기를 좀 더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대로 곧장 김훈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와아....”

그런데 전화 신호는 가도 김훈 대표가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진짜 바쁜 모양이네.”

김훈 대표가 내가 건 전화인줄 알면서도 받지 않고 있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나는 좀 있다가 다시 걸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때 내 옆의 유혜라가 말했다.

“어디에 건 전환데요?”

“에이전시 대표한테 할 말이 좀 있어서.”

나는 사실대로 유혜라에게 말했다.

“에이전시? 어떤 곳이요?”

유혜라가 갑자기 디테일하게 물어오자, 나는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백준열이 기억하는 유혜라는 그의 일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저 자기 일과 백준열의 사랑에만 관심이 있었지.

“인력 쪽과 관련 된 에이전시야. 왜? 갑자기 사업에 관심이라도 생겼어?”

“네. 좀 생겼어요.”

“뭐?”

유혜라의 의외의 대답에 내가 놀라 할 때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당신이 하는 일이 궁금하더라고요. 뭔 일을 하기에 매번 바쁠까? 그래서 좀 알아보고 물어 보다보니, 연예기획사 일이 눈에 좀 들어오던데. 매니지먼트 쪽도 마찬가지고요.”

“오오. 그래? 그럼 그쪽으로 공부를 더 해 보는 건 어때?”

“공부요?”

“어. 대학원에 전문경영인 과정이 있거든. 대학이야 네가 정하면, 거기서야 열렬히 환영할 테고.”

탑 스타 유혜라가 가겠다는 데 그걸 거절할 대학은 없었다. 내가 알기로 유혜라는 서울권의 제법 괜찮은 대학을 나왔다. 전공도 무역과로 경영 쪽과 연관이 있었고.

“그래 볼까나?”

유혜라가 내 말에 관심을 보이자, 나는 그러라며 그녀에게 바람을 넣었다.

어차피 유혜라야 1년에 한 편 정도 드라마나 영화를 찍으면서, 자기 인지도만 계속 유지해 나가도, 소속사 입장에서는 그걸로 충분했다.

그녀가 한해 CF로 벌어들이는 돈 만으로도 꽤 짭짤했으니까. 그렇게 그녀와 대학원 얘기로 잠시 얘기를 나누다 보니 휴게소가 나왔다.

“대표님 휴게소인데 어쩔까요?”

운전석의 경호팀원이 물어왔고, 내 대신 유혜라가 대답을 했다.

“들렀다가 가요.”

“네.”

잠시 후 휴게소 주차장에 차가 멈춰 서자, 유혜라가 차문을 열며 말했다.

“같이 가요.”

“어어. 그래.”

당연히 유혜라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봐 모자에 선글라스, 마스크를 썼다. 그런 그녀 옆에 내가 서자 그녀가 날 보고 말했다.

“멋진 경호원이네요.”

“뭐?”

그 말을 하고 휑하니 앞서 걸어가는 유혜라.

“같이 가.”

내가 뛰어서 유혜라 옆을 따라가자, 우르르 우리 주위로 몰려 온 경호팀원들이 우리를 에워쌌다. 그러자 유혜라가 갑자기 쓰고 있던 모자며 선글라스, 마스크를 벗으며 말했다.

“이 정도의 경호면 나 좀 드러내도 괜찮죠?”

그 물음에 내가 스윽 옆을 보니, 경호팀장인 문대식이 험악하게 인상을 쓰고 있었다.

“어? 유혜라다.”

“뭐? 어디? 와아! 진짜 유혜라잖아?”

그때부터 사람들이 개떼처럼 밀려왔고, 우리는 휴게소 안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다시 차로 돌아와야 했다.

그 정도로 유혜라는 자신이 왜 탑 스타인지를 휴게소에서 증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죽어 난 건 경호팀원들이었다.

“미, 미안해요.”

차로 돌아오자 유혜라가 나를 보고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 사과는 내가 아닌 내 경호팀원들에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나는 운전석의 경호팀원에게 무전기를 달라고 해서, 그 무전기를 받아 유혜라에게 건네며 말했다.

“사과는 내 경호팀원들에게 직접 해.”

그래서 유혜라가 무전기로 내 경호팀원들에게 직접 사과하는 해프닝을 벌이고 나서, 우리는 그 휴게소를 나와서 고속도로로 쭉 달렸고, 30분 쯤 뒤 다른 휴게소에서 이번에는 유혜라가 꽁꽁 자신을 숨긴 채, 휴게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저는 우동하고 핫바랑 알감자요.”

혹시 몰라 유혜라는 한쪽 구석 자리에 앉혀 놓고 나와 경호팀원이 휴게소 음식을 챙겼는데....

“저기 유혜라다.”

문제는 앞서 휴게소에서 유혜라를 본 사람이 여기 휴게소에 또 들어오면서, 유혜라를 알아 본 것이다.

“유혜라라고?”

“어디? 어디?”

사람들이 또 다시 구름처럼 몰려왔다. 그걸 보고 유혜라가 허탈하게 웃으며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아아....”

결국 우리는 또 차로 대피를 해야 했다. 하지만 주문한 음식들이 다 나온 터라, 그걸 포장해서 차로 가져 올 수 있었다.

“냠냠냠....후루룹....쩝쩝쩝....”

그래서 유혜라는 휴게소에서 그렇게 먹고 싶었다는 핫바와 알감자, 그리고 뜨끈하고 쫄깃한 우동을 같이 먹을 수 있었다.

* * *

유혜라는 식단 조절 같은 건 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자기가 시킨 거 다 먹고, 내가 먹고 있던 떡볶이와 소떡소떡, 타코야끼를 뺏어 먹었다.

“우웅....잠 온다.”

그렇게 먹었으니 잠이 올 밖에. 나는 내 옆에서 이내 새근새근 잠든 유혜라에게, 내 어깨를 베개로 내주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진동으로 해 둔 내 핸드폰이 울려서 바로 확인하니 XX병원장이었다.

XX병원은 문대식의 부친 문천식의 문제도 있고, 또 오늘 서진 병원에서 옮기게 한 MP4 다희의 할머니도 있어 전화를 안 받을 수 없었다.

“네. 여보세요?”

-백 대표님. 저 이 원장입니다.

“네. 원장님.”

-오늘 서진병원에서 트랜스퍼 한 윤말숙 환자 때문에 전화 드렸습니다.

“MP4멤버 우희 조모님 말씀이시죠?”

-네. 제가 걸그룹은 잘 몰라서....아무튼 그분 상태가 그다지 좋은 거 같지는 않으셔서....제 생각에는 재수술이 불가피 할 거 같습니다.

“재수술이요? 그 말씀은 어제 수술이 뭐가 잘못 됐다는 거로군요?”

-....

내 말에 침묵하는 XX병원장.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라고 의사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다른 의사들이 떠벌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해서 XX병원장도 서진병원에서 어제 우희의 조모를 수술한 의사 편을 들고 있는 거고. 그 의사의 잘못이라 꼬집어 말하지 않고, 이렇게 재수술 운운하는 건, 그냥 서진병원에서 수술이 잘못 됐다는 얘기다.

“그 재수술 지금 바로 해야 합니까?”

-아뇨. 수술은 월요일에 하고, 주말 동안은 어제한 수술의 경과를 좀 더 지켜볼까 합니다.

하긴 수술한지 아직 24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또 수술을 한다는 건 나이 많은 우희 조모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환자 가족들에게는 재수술 얘기 했습니까?”

-아니요. 이제 해야지요.

“우희는 제가 특별히 아끼는 아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네. 대표님. 각별히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XX병원장도 같은 남자니, 내가 말한 특별히 아끼는 아이의 말을 알아들었을 거다. 월요일 재수술도, 주말 동안 캐어하는 것도 병원장이 신경 써 주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클 터.

그렇게 XX병원장과 통화 후 나도 슬슬 졸음이 몰려왔다.

“아아아함....”

하품을 하고나서 창밖을 보다 스르르 눈이 감겼고, 그대로 좀 존 거 같았는데 벌써 대전을 지나고 있었다.

“일어났어요?”

그 사이 자고 일어난 유혜라가 생생한 얼굴로 날 보고 웃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그녀 입에 뽀뽀를 해 버렸다.

쪽!

“어머. 미쳤어. 진짜.”

예쁘게 눈을 흘기는 유혜라. 내가 대 놓고 그녀를 덮치려 하자 그녀가 운전석 눈치를 보며, 두 손으로 내 가슴을 떠밀며 말했다.

“그만 좀 하고 다음 휴게소에서 점심이나 먹어요.”

“점심? 아까 먹은 거 아닌가?”

내 그 말에 유혜라가 그게 무슨 소리냐며 눈을 부릅떴다. 사실 나는 아까 휴게소에서 먹은 게 아직 다 소화가 안 됐다. 그런데 유혜라는 아닌 모양이었다.

“아까 먹은 건 간식이고 이제 먹을 건 점심, 그러니까 끼니, 즉 밥이죠. 그리고 경호원들도 밥은 먹여가며 일 시켜야죠.”

유혜라의 그 말에 흐뭇하게 백미러로 뒤를 보고 있던 운전석의 경호팀원과 내 눈이 딱 마주쳤다. 그러자 움찔하며 시선을 다시 정면에 두는 운전석의 경호팀원. 그 경호팀원에게 유혜라가 물었다.

“식사하기 좋은 휴게소가 어디에요?”

그러자 운전석의 경호팀원이 바로 대답했다.

“덕유산 휴게소의 돈가스와 한우 버거가 죽여주죠.”

“음. 한식은 없어요?”

“있습니다. 우렁냉이 된장찌개와 시골 순두부찌개가 저는 맛있더라고요.”

“우렁냉이 된장찌개요?”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게 꼭 한 번 먹어봐야 할 된장찌갭니다.”

유혜라는 경호팀원이 자신 있게 추천하자 그 음식이 솔깃해진 거 같았다.

“그래요? 그럼 거기로 가요.”

“네.”

어째 이 차에서 최고 상전이 바뀐 거 같았다. 경호팀원이 대표인 나보다 유혜라의 말을 더 잘 따르는 게 말이다.

‘이거 봐. 당신 월급 내가 주거든.’

내가 째려보자 백미러로 힐끗 거리던 운전석의 경호팀원이 움찔하더니, 다시는 백미러를 통해 뒤를 보지 않았다. 그 경호팀원은 목적지인 무주 덕유산 휴게소까지, 오로지 정면만 보고 운전만 했다.

* * *

지이이잉! 지이이잉!

덕유산 휴게소에서 차가 멈춰 섰을 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아까부터 내 전화를 생까고 있던 김훈 대표였다.

“먼저 가. 나 전화 좀 받고 갈 테니까.”

어차피 나 아니어도 경호팀원들에게 인기 많은 유혜라다.

“그래요. 그럼....”

내가 삐진 거 아는지 모르는지 유혜라는 호호거리며 경호팀원들에게 둘러싸인 체 휴게소 건물로 향했다. 그 사이 나는 김훈 대표에게 전화를 받았다.

“네에.”

기분 좋지 않다는 걸 팍팍 티내며 무덤덤하게 말이다.

-전화가 좀 늦었지요? 죄송합니다.

“와아. 우리 김 대표님. 배가 많이 불렀네요. 이제 내 전화도 생 까고.”

-생 까다니요? 제가 어떻게....중요한 일이 좀 있어서 거기 집중하느라 대표님 전화 온 것도 몰랐습니다.

“중요한 일이요?”

-네. 실은....

원래는 내 일 때문에 김훈 대표에게 전화를 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된 게 김훈 대표의 사정을 내가 들어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김 대표가 지금 사업을 더 키울 생각으로, 동종업계의 에이전시 하나를 합병하려는데, 거기 장로랍시고 얹혀 있는 작자들이, 보통내기들이 아니란 소리네요?”

-그렇습니다. 해서 대표님께서 나서 주셨으면 합니다만.

“그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요?”

-지금 막 알아냈습니다. 전화상 얘기하기는 좀 그렇고. 간략하게 요약해서 문자 메시지로 보내드릴까요?

“그러던 지요. 아아. 그리고 제주도 간 정재욱 경무관이 사표 내고 서울로 온 모양입니다. 그에게 사람 좀 붙여보세요.”

-네. 그러겠습니다.

“그리고 저번에 나한테 김 대표님 거치지 않고, 바로 일해 줄 사람들 소개해 준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나는 저번 김훈 대표가 내게 전담 처리자를 붙여 주겠다고 한 걸 기억하고는, 그걸 물었는데 김훈 대표가 바로 사과부터 해 왔다.

-이런....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바빠서 깜빡했습니다. 그러면 이번 일을 그들에게 맡기고, 그들로 하여금 대표님께 직접 보고하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좋죠.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나도 이렇게 매번 김훈 대표를 거쳐야만 일처리가 되는 게 번거롭기는 했었다.

그래서 김훈 대표가 자기 에이전시 처리자와 다이렉트로 나를 연결해 주기를 기다렸건만, 요즘 워낙 바쁜 몸이신 김훈 대표님께서 그걸 깜빡하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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