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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거야 당연히 알지. 하아. 명성제약 샀어야 했는데....”
“근데....오늘은 주원화학이 오를 그렇게 오를 거란 정보가....”
“뭐?”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 차 리콜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분석이, 주가를 끌어올릴 거라네요. 전 거래일 보다 2만 원 정도 오를 거라는 전망이....”
“잠, 잠깐만....금명훈. 너 그런 정보를 어디서 얻었어?”
“네? 아아. 그게....제가 아는 사람 중에 투자 전문가가 있는데 그 분이 제게 살짝 소스를....”
“그 사람 나도 좀 만나자.”
은 팀장이 급 관심을 보이며 말하자, 금명훈이 살짝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그 분이 워낙 부끄러움을 많이 타셔서....”
살짝 빼는 듯한 금명훈의 모습에, 은 팀장이 다급히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명훈씨. 나 이번에 만회 못하면 집에서 쫓겨 나. 집사람이 눈치 깐 거 같단 말이지. 나 이대로 집에서 쫓겨나는 꼴 보고 싶어?”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인데? 지가 멋대로 투자해서 홀라당 날려 먹어 놓고서는....’
금명훈은 그 말을 은 팀장 앞에서 내 뱉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투자 실패는 자기가 해 놓고, 그 스트레스를 밑에 사람들에게 온전히 풀어 대던 은 팀장이었다.
그러니 그 밑에 처리자들이, 그 동안 은 팀장에게 얼마나 짜증이 났겠나? 그건 금명훈도 마찬가지였고. 진짜 어떨 때는 은 팀장의 개지랄에 그를 죽이고 싶었다.
그런 살의와 분노가 쌓이다 보니, 금명훈도 눈앞의 은병세 팀장을 김훈 대표에게 팔아먹는 데 대한 일말의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하아....이러면 저도 그 분께 욕먹는데....”
“명훈씨. 제발....”
“좋습니다. 대신 지금 바로 그 분 만나러 가야 합니다.”
“뭐? 지금 당장?”
“왜요? 안 되면 안 가셔도 됩니다.”
“아니. 가야지. 가는데 일단 급한 일은 좀 해 놓고....”
“30분 뒤에 갈 건데, 그때까지 힘드시면 안 따라 오셔도 됩니다.”
“30분? 힘들기는 뭘. 그 정도면 충분해.”
은 팀장의 다급했던 얼굴이 금세 편해졌다. 그걸 보고 금명훈은 속으로 생각했다.
‘충분하겠지. 어차피 당신 일들, 밑에 처리자들에게 다 떠넘길 거잖아?’
자기 때문에 동료 처리자들이 힘들어지게 생겼지만, 어차피 신비 에이전시 소속 동료로서 보는 건 오늘까지였다.
‘합병 되면 그때는....’
그 동료들이 아마도 그의 밑에 들어 올 공산이 컸다.
신비 에이전시가 김훈 에이전시에 합병 되면, 그가 팀장이 되고 지도부의 일원이 될 테니 말이다.
“그러면 30분 뒤에 아지트 맞은 편 주차장에서 봐요.”
“그래. 그러자고.”
드디어 주식으로 잃은 돈을 만회할 수 있게 됐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팀장실로 들어가는 은병세를 잠시 지켜보던 금명훈. 그도 출근해서 바로 처리해야 할 일을 떠올리고는. 분주히 자기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30분 뒤 먼저 아지트를 빠져 나온 금명훈. 그가 주차장에서 차를 빼내서 막 나오는 데, 주차장으로 뛰어오는 은병세 팀장을 발견했다.
빵! 빵!
“팀장님!”
가볍게 경적을 울리며 차를 은 팀장 쪽으로 가져가 대는 금명훈.
“어. 명훈씨.”
은병세는 주위를 살핀 뒤 금명훈의 차에 잽싸게 탑승했다.
“미안. 장로 중 한 명이 거지같은 의뢰를 해 와서....”
장로라는 말에 금명훈의 눈이 반짝 거렸다. 하지만 금명훈은 장로에 대해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왜냐하면 신비 에이전시에서 ‘장로’라는 말은 일종의 금기어였으니까.
즉 지도부가 아닌 일반 처리자는 장로에 대해, 그 어떤 것도 궁금해 하면 안 됐다. 만약 여기서 금명훈이 은병세 팀장에게 ‘장로’라는 말을 꺼냈다면, 금명훈은 바로 견책을 받아 시말서를 써야 했을 거다. 그러니까 이 자리에서 은병세 팀장에게 바로 책잡히는 일이 벌어졌을 거란 소리다.
‘새끼가 여전하네.’
이런 식으로 부하의 약점을 잡아서, 자기 편한 대로 이용해 먹는 게 은병세 팀장이 흔히 써 먹는 용인술이었고, 금명훈은 거기 걸려들지 않았다.
“우리가 만날 그 분은 말 많은 걸 딱 싫어하십니다. 그러니까 그 분 앞에서는 불필요한 말씀은 삼가주시고....”
오히려 그 분을 거론하면서 금명훈이 은병세 팀장과의 대화 주도권을 끝까지 자기가 가져가자, 은병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금명훈이 그가 유도한 대로 말실수도 하지 않고, 마치 자기가 상관인 거처럼 구니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그래서 급격히 말이 없어진 은병세를 힐끗 백미러를 통해 살핀 금명훈은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돈 밝히다가 결국 돈 때문에 죽게 생겼네.’
살짝 안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서 그가 말한 대로 은병세는 결혼해서 가정이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가정이 풍비박산 난지는 오래였다. 지금 은병세는 이혼조정기간이었고, 다음 달이면 법적으로 이혼남이 될 예정이었다.
그 사실을 은병세 밑에 처리자들은 다들 알고 있었는데, 정작 그 사실을 은병세는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금명훈에게 집사람 운운하며 아쉬운 소릴 늘어놓은 거지.
“저깁니다.”
금명훈은 김훈 대표에게 약속 한 대로 신비 에이전시의 지도부에 있는, 은병세를 약속 장소인 XXX으로 데려 오는 데 성공했다.
* * *
먼저 XXX에 와 있었던 김훈 대표와 두 처리자들.
유원지인 XXX은 주말 아침에 의외로 사람들이 적었다. 그래도 유원지에 일하는 사람들이 분주히 주위를 오가는 상황.
“저기 옵니다.”
두 처리자 중 한 명이 손짓으로 가리키는 방향에서, 과연 두 남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너희 둘은 원 위치해.”
“네.”
김훈의 지시에 두 처리자들이 근처에 몸을 숨겼다. 그 사이 김훈이 앉아 있는 벤치 쪽으로 다가오는 두 남자들.
“대표님!”
금명훈은 아주 대 놓고 김훈을 향해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그 모습이 워낙 자연스러워서 은병세도 금명훈과 김훈 사이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고.
“안녕하십니까?”
은병세가 눈치껏 먼저 김훈을 향해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김훈이 이게 뭐냐며 금명훈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금명훈이 잽싸게 은병세를 김훈에게 소개했다.
“이쪽은 제 상관이신 은병세 팀장님이십니다.”
“아아. 반갑습니다. 금명훈씨를 통해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아이고. 명훈씨가 저를 어떻게 말했으려나? 부디 좋게 말했으면 좋겠는데....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 더 잘해 줄 걸 그랬습니다. 하하하하.”
은병세가 살짝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금명훈을 보고 가식적으로 웃었는데, 그러면서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라며 곁눈짓을 했다. 그걸 보고 금명훈이 김훈에게 말했다.
“대표님. 오늘 상한가 칠 주가 정보 말인데요. 저희 팀장님께도 살짝 좀 알려 주시면 안 될까요?”
한데 금명훈이 상한가란 말을 꺼내기 무섭게 김훈의 얼굴이 바로 굳었다.
“크음. 그건 좀....”
그러면서 난색을 표하는 김훈. 그런 그에게 은병세가 다급히 말했다.
“절대 딴 데 말하지 않겠습니다. 제발 좀 알려 주십시오. 3종목, 아니 2종목이라도 좋습니다.”
정말 급해 보이는 은병세. 하지만 김훈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안 된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 금명훈이 말했다.
“대표님. 제가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 후 금명훈이 머리를 숙이자, 김훈이 곤란해 하더니 이내 긴 한숨과 함께 말했다.
“하아아....좋아요.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네?”
김훈의 마지막이란 말에 깜짝 놀라는 금명훈. 당연히 그런 금명훈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은병세.
“전에도 제가 말했는데....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 말입니다. 한데 명훈씨가 이렇게 다른 사람을 데리고 와서 부탁까지 하며, 저를 곤란하게 하시니....정말 유감스럽지만 명훈씨와 인연은 여기까지로 합시다.”
“그, 그런....”
“은병세 팀장님이라고 하셨던가요?”
“네? 네.”
“명훈씨의 부탁이니 얘기 해드리도록 하지요. 오늘 상한가를 칠 종목은....”
김훈은 블랙머니 박 비서가 알려 준 대로 오늘 떡상할 것으로 예상 되는 주식 정보를 은병세에게 얘기했다.
은병세도 하루도 빠짐없이 주식 시장을 살펴 오던 터라, 김훈이 얘기하는 주식 정보가 진짜라는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네. 이런 정보를 계속 받을 수 있다면....’
바로 돈 방석에 앉는 건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 금명훈이 처한 상황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그가 갈라 버린 상황이었다.
그걸 깨달은 금명훈이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김훈이 몸을 일으키며 금명훈에게 손을 내밀었다.
“건강하시고 주식은 그만하십시오. 거긴 명훈씨랑은 어울리지 않는 곳이니까.”
김훈의 진심어린 충고에 금명훈은 씁쓸하게 웃으며,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 * *
금명훈과 악수 후 너무도 자연스럽게 김훈은, 그 옆에 있던 은병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때 은병세는 금명훈이 알려준 종목의 회사 이름을 머릿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혹시 까먹을까 싶어서 말이다.
“행운을 빕니다.”
“네. 고맙습니다.”
은병세는 김훈이 내민 손을 아무 의심도 없이 덥석 잡았다.
앞서 금명훈이 손을 잡은 데다가, 호의적인 김훈의 모습에 그 손을 안 잡을 수가 없었다. 그때 은병세의 손바닥이 따끔거렸다.
“엇!”
‘아차’싶었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다. 은병세는 몸이 뻣뻣하게 굳어오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마치 그걸 기다렸다는 듯 금명훈이 은병세를 갑자기 끌어안았다.
이때 몸이 마비되어 꼼짝달싹 할 수 없었던 은병세는, 금명훈에게 자연스럽게 안겼고 그 사이 숨어 있던 두 처리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했구나.’
은병세는 그제야 자신이 위험에 완벽하게 노출되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쿡!
누가 은병세의 목에 주사바늘을 꽂았고 그는 바로 의식을 잃었다.
“됐다.”
내부자인 금명훈의 도움으로 신비 에이전시의 지도부 처리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김훈.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지금부터였다. 은병세 팀장의 몸에 심어져 있는, 아주 민감한 고사양의 칩을 제거해야 했다. 그러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그들이 해 온 일이 말짱 도루묵이 되어 버릴지 몰랐다.
우선은 은병세 팀장 몸에 심어져 있다는, 그 칩이 그가 의식을 잃음과 동시에, 경고 신호를 신비 에이전시 쪽으로 보내는 것부터 차단시켜야 했다.
그때 은병세를 끌어안고 있던 금명훈이, 은병세의 정장 상의 안 주머니에서 그의 핸드폰을 꺼냈는데, 그 사이 두 처리자 중 한 명이 전파차단기를 꺼내서 작동시켰다.
위이이이잉! 우우웅! 위이이잉!
김훈을 비롯한 금명훈과 두 처리자들이 모두 긴장한 체, 좀 전 금명훈이 꺼낸 은병세의 핸드폰을 쳐다봤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 그 핸드폰에 아무 반응이 없었다. 만약 전파차단기가 은병세의 몸에 심어져 있던 칩이 작동을 막지 못했다면, 지금쯤 확인 차 신비 에이전시 측에서 전화가 걸려왔어야 했다.
하지만 은병세의 핸드폰은 잠잠했고, 그 말은 김훈 에이전시에서 수억 주고 구입한 최첨단 전파차단기가, 제 몫을 해 줬다는 소리였다.
“휴우우. 성공한 거 같네요.”
금명훈이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그렇게 말하자, 김훈이 즉각 두 처리자들에게 지시했다.
“차로 데려 가.”
“네.”
주위에 보는 사람이 있었지만 응급 상황이라며 금명훈이 지금 병원으로 데려 갈 거라고 둘러대자, 그 사람들은 바로 이쪽 일에 관심을 껐다.
그렇게 별 일 없이 무사히 은병세를 차로 데려 가는 데 성공한 김훈. 그는 차 안에서 금속 감지기로 은병세의 몸 어디에 칩이 심겨져 있는지 찾았다.
삐삐삐삐삐....
“뭐, 뭐야?”
근데 은병세의 칩은 금명훈과는 옆구리나 허벅지가 아닌, 엉덩이에 심겨져 있었다. 즉 은병세를 바지와 팬티를 남자들인 그들이 벗겨야 한다는 얘기. 당연히 대표인 김훈은 빠지고 남은 세 사람이 서로 가위 바위 보를 했다.
“아아....”
결국 지고 만 금명훈. 그가 투덜거리며 은병세의 바지와 팬티를 벗겼다.
“내가 은 팀장 팬티까지 벗길 줄 몰랐네.”
바지가 그렇다 쳐도 팬티 벗길 때 금명훈의 입에서 절로 쌍욕이 튀어나왔다.
* * *
“으으으....”
금명훈이 은병세의 하체로부터 벗겨 낸 팬티를 들고 질색팔색하고 있을 때, 어느 새 고무 장갑을 낀 김훈이 그 팬티를 낚아채서는 비닐봉지 속에 넣으며 말했다.
“빨리 칩 제거 해. 시간 없어.”
전파차단기가 얼마나 오래 동안, 은병세의 몸에 심어져 있는 칩이 작동하는 걸 막아 줄지 알 수 없는 상황.
이럴 때는 가급적 빨리 몸 안에 침을 꺼내는 게 상책이었다. 그걸 알기에 금명훈은 은병세의 몸을 뒤집었고, 두 처리자들이 은병세의 엉덩이 어디에 정확히 칩이 박혀 있는지, 그 위치를 찾아내서 칼로 그 부위를 그었다.
금명훈 때와는 달리 크게 X자로 엉덩이를 칼로 그은 두 처리자 중 한 명이, 절개 부위를 열어서 그 안에 있던 칩을 꺼냈다.
틱! 틱! 틱! 틱!
그 뒤 다른 처리자가 들고 있던 의료용 스템플러로 X자 그은 절개 부위를 대충 찍었다. 그 다음 김훈을 빤히 쳐다봤고, 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꼼꼼하게 말했다.
“지혈 좀 더 확실히 해. 소독도 좀 신경 써서하고. 환부 거즈 잘 덮어 아지트로 옮기라고. 알았어?”
“네.”
그 말 후 김훈은 차에서 내렸고, 금명훈도 같이 따라 내렸다.
둘은 말없이 그 차 옆에 있던 차로 옮겨갔고, 당연한 듯 금명훈이 운전석에, 김훈은 상석인 뒷좌석에 탔다. 김훈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서 옆 차에 두 처리자 중 한 명에서 전화를 걸었다.
“먼저 갈 테니까, 내가 시킨 대로 조치 잘 취한 뒤에 오라고. 알았지? 그래.”
그렇게 통화를 끝낸 김훈이 운전석의 금명훈에게 말했다.
“출발 해!”
“네.”
이제 막 신비 에이전시에서 김훈 에이전시로 그 소속을 옮긴 금명훈이, 대답과 동시에 차에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