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392화 (39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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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내가 에이트 정명훈의 노래 ‘하나뿐인 사랑’에 대해 잠깐 생각하고 있는 그 사이, 두 여자 끼리 빠른 대화가 이어졌고....

“2945번이요.”

“알았어. 2, 9, 4, 5....”

안지은이 ‘하나뿐인 사랑’의 코드 번호를 불렀고, 그걸 강지영이 입력했다. 근데 리모컨의 예약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시작 버튼을 눌렀다.

“앗! 실수!”

강지영이 귀엽게 외치며 힐끗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런 강지영을 황당하게 쳐다봤고.

안지영이 그런 강지영과 나를 보고 히히 거리며 내게 마이크를 건넸다.

“여기....”

그때 노래방 기기에서 ‘하나뿐인 사랑’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

나는 어리둥절해 하며 일단 안지영이 건넨 마이크를 받았다.

“와아....”

“오빠...오빠....오빠....”

짝짝짝짝짝짝....

두 여자가 나에게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 한껏 기대 어린 시선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거 어쩌나?’

나는 곧 저 두 여자를 크게 실망 시킬 수밖에 없는....

‘가만....’

그때 내 머릿속을 강타하고 지나간 것은 바로 얼마 전, 그러니까 견신 시스템의 돌발 미션 말고, 내가 하나 더 완수했었던 미션이었다. 바로 뮤지컬 스타 채설아의 원혼이 내게 한 의뢰 말이다.

그녀를 죽게 만든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 추병진에 대한 복수를, 내가 해주므로 해서 그녀가 가진 재능을 나는 획득 할 수 있었다.

‘그 재능이 바로....’

보컬트레이너도 사랑하게 만든다는 채설아의 최애 재능.

‘엔젤릭 보이스!’

채설아의 재능을 내 걸로 만들었는데, 정작 바빠서 그걸 확인하고 자실 시간이 없었다. 근데 지금 그걸 테스트 해 볼 찬스를 이렇게 맞은 것이다.

‘해보자.’

내가 그 생각을 하고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5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 사이 전주가 끝나고 나는 바로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갔다.

“아침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내 목소리가 맞나 싶은 너무나도 감미로운 목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당연히 두 여자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졌고, 얼마나 놀랐던지 둘 다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미친....’

정작 그런 노래를 부르는 나도 속으로 놀라긴 마찬가지. 하지만 이 노래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저음부야 내 목으로도 이렇게 무리 없이 진행이 되고 있었지만, 역시 문제는 고음 부분이었다.

“나를 돌아 봐. 너를 보낸 뒤 나는 눈물로 하루를 다 보내. 그러니 이제 그만 돌아 와. 나의 품으로~”

예전의 나였어도 억지로 악을 써야만 부를 수 있는 극악한 고음 부분. 당연히 음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올라가지 않는 음을 억지로 부르다 보면 목에 상당한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뭐, 뭐야?’

그 극악한 고음부분이 전혀 음 이탈로 이어지지 않고 깔끔하게 올라갔다.

‘미쳤네.’

고음 부분을 잘 넘기고 감성 파트에서도, 나는 완벽에 가깝게 노래를 불렀다.

“아아....”

“멋있어.”

두 여자는 이미 내 노래, 아니 내게 푹 빠져서 두 눈에서 하트를 뿅뿅하게 쏴 대고 있었다.

* * *

내가 에이트 정명훈의 ‘하나뿐인 사랑’의 마지막 소절을 부르고 나자, 곧바로 두 여자가 난리법석을 떨었다.

“우와아아....”

“진짜 잘 부른다. 대표님 짱!”

짝짝짝짝짝짝....

백준열인 이 몸은 노래를 부르고 나서 이런 열렬한 반응은 처음인지라, 어리둥절해서 마이크를 안지은에게 넘겼다. 근데 그게 또 두 여자들에게는 멋있게 보인 모양이었다.

“와아. 쿨 한 거 보소.”

“역시 대표님. 왜 연예 기획사 대표님인지, 이제야 잘 알겠네요. 멋져요.”

노래를 잘 부르면서도 그걸 전혀 티내지 않고, 또 이런 환호도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 드릴 정도로, 두 여자들은 나를 노래 초 고수로 여기는 듯 했다.

“자. 그럼 나부터 불러 볼까?”

“그럴래요? 여기....”

안지은이 강지영에게 들고 있던 마이크를 넘기며 이어 말했다.

“가볍게 목 푸는 곡 맞죠?”

“음. 시작 좀 눌러 줄래?”

“네.”

근데 나한테 노래시킬 때와 달리 둘은 무턱대고 노래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냥 노래 부르는 걸 두고 둘의 죽이 척척 맞는다고 해야 하나?

안지은이 리모컨을 들고, 앞서 둘이 선곡해 둔 곡 중 한 곡의 시작 버튼을 눌렀다.

♩♫♪♬♩~ ♫♪♩♫♬....

그러자 전주가 흘러나왔고, 그 전주에 맞춰서 강지영이 가볍게 몸에 리듬을 탔다. 그리고 전주가 끝나고 노래가 시작 되자, 강지영의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가, 반주에 맞춰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으음....”

강지영은 목을 푼다더니 벌스부터 이미 감정이 실려 나오고 있었다. 누가 연기자 아니랄까봐 말이다. 그러다 후렴구에서 폭발적인 고음과 함께, 자신의 숨겨 온 노래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와아아아....언니 진짜 최고에요.”

그런 그녀에게 안지은이 호들갑을 떨어대며, 엄지를 추켜세울 때 나도 흡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우리 둘의 반응에 간주 동안 강지영이 좋아서 활짝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도 잠시, 다시 노래에 집중하면서 강지영은 폭발적인 고음과 함께, 단순히 음만 올라가는 게 아닌 흐느끼는 감성까지 오롯이 선보이며, 나와 안지은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짝짝짝짝짝짝....

강지영이 노래를 끝내자 나와 안지은이 열화와 같은 박수세례를 그녀에게 보냈다.

“우와, 우와. 언니. 노래 왜 이렇게 잘해요? 가수해도 되겠어요.”

그러면서 나를 힐끗 쳐다보는 안지은. 말은 안했지만 안지은이 내게 묻고 있었다.

왜 이런 강지영을 가수로 키우지 않냐고.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노래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가수를 하려면 노래를 잘하는 건만 가지고는 안 되고, 특출 나게 잘해야 했다. 거기다가 목소리 톤도 중요했고.

흔한 목소리는 제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대중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그래서 개성적인 목소리 톤을 가져야 했고, 거기에 더해서 끼가 있어야 했다.

연예인의 끼를 갖추지 못한 가수는 롱런 할 수 없었다. 고로 제아무리 노래를 잘 부르고 목소리 톤이 좋아도, 끼가 없으면 연예 기획사에서 그 사람을 픽업하지 않았다.

그 끼 중에는 외모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강지영은 그렇게 봤을 때 갖출 건 다 갖췄다. 단지 연예인으로서의 끼가, 가수보다는 배우에 더 적합하다는 게 문제지만.

즉 강지영은 가수보다는, 배우에 어울리는 연예인이었다. 고로 나는 안지은의 그런 눈길을 가볍게 무시해 버렸다.

* * *

강지영은 자신을 극찬한 안지은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말했다.

“가수는 아무나 하나? 그리고 나도 처음엔 걸그룹 할 생각이었어. 그래서 모 연예기획사의 연습생으로 이 바닥에 발을 들였고.”

“어머. 그랬어요? 어쩐지. 노래 실력이 프로페셔널 하다 싶더니. 근데 왜 노래가 아닌 연기를 하게 된 건데요?”

안지은이 자연스럽게 강지영에게서 마이크를 넘겨받아서 노래기기 쪽으로 다가서면서도, 정작 시선을 강지영을 향한 체 물었다. 그러자 강지영이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최종 걸그룹 데뷔조에서 탈락했어. 그때 날 탈락 시킨 실장님이 그러시더라고. 너는 끼가 없다고 말이다. 감성은 좋은데 너무 과하다나? 그 감성을 연기에 쏟아보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 주셔서....그 길로 연기를 시작했지.”

“아아. 그랬구나.”

강지영에게서 궁금증이 해소되자, 안지은은 바로 시선을 노래방 기기 쪽으로 돌렸고, 리모컨이 아닌 자신이 직접 노래방 기계의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강지영이 선곡한 곡의 전주가 흘러 나왔다. 근데....

♩♫♬♩~♫♪♬♩~ ♫♪♩♫....

“되돌린 이별?”

목 풀기용 노래라더니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앞서 강지영이 하도 노래를 잘 부르다보니, 안지은도 경쟁심이 생긴 거 같았다.

“지은아. 이 노래 너무 높은 곡 아냐?”

강지영도 그걸 느낀 듯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는데, 안지은은 괜찮다며 웃음으로 그녀 걱정을 일축했다. 그러자 강지영이 리모컨을 잡으며 말했다.

“키 좀 낮출까?”

“아니. 괜찮아. 원키로 갈게요.”

그 말 후 전주가 끝나면서 안지은이 마이크로 입을 가져갔다. 그리고 안정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다.

지금 안지은이 부르는 ‘되돌린 이별’은 20년 전 폭발적인 고음과 시원한 가창력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아우르는 독보적인 레전드 디바, 임정미의 2집 타이틀곡이었다.

댄스곡이라 우습게 볼 수 있지만, 절대 만만한 곡이 아니었다. 특히 후렴구 부분은 엄청난 고음을 요구하고 있었다.

임정미는 청량감 넘치는 보컬이 특징인 여가수로, 댄스 가수의 이미지가 크지만 가창력은 최고 수준이라는 평을 받았다.

백준열도 임정미의 곡이, 어지간히 노래 잘 부른다 하는 여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편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후렴의 고음 파트가 시작 될 때 걱정을 좀 했었다. 하지만....

“나에게 남겨진 사랑은, 이제 전부 다 가져 가 버려~~”

안지은 안정적으로 고음을 소화해 내며 노래를 불렀고, 그제야 백준열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은아. 최고! 짱! 짱!”

그 사이 강지영이 몸을 일으켜서 안지은을 향해 양손 엄지를 추켜세워 보였다.

안지은은 빠른 템포의 댄스곡을 부르면서도, 한 번도 플랫을 내지 않고 목소리 변화도 없이 깔끔하게 완창을 해냈다.

* * *

강지영에 이어서 안지은까지 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 불렀다. 거기다 앞서 나도 노래를 잘 불렀다보니, 노래방의 분위기는 초반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그때 막 노래를 끝낸 안지은이 가쁜 숨을 고르며 강지영과 내게 말했다.

“지영 언니랑 대표님이랑 듀엣곡 하나 같이 부르세요. ‘우리 사랑해.’ 어때요?”

“아니. 그 곡은....”

나는 가만있었는데 강지영이 기겁하며, 내 눈치를 보며 안지은을 향해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안지은은 이미 그 노래 코드를 노래기기에 입력하고 있었다.

안지은이 선곡한 듀엣곡 ‘우리 사랑해.’는 MP4의 리더이자 메인보컬인 민수린이, 솔로 남자가수 박인범과 같이 불러 히트 친 노래였다.

근데 노래 가사가 문제였다. 그러니까 남자가 여자를 절절히 사랑해서 매달린 끝에, 여자가 결국 그 남자의 사랑에 감동 받아서 연인이 된다는 내용인데, 비록 노래지만 내가 강지영에게 절절 메야 한다는 얘기.

그래서 강지영이 내 눈치를 본 것이고. 하지만 실제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노래지 않나? 그 정도는 나도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었다.

“자아. 그럼 마이크들 잡으시고....”

안지은이 반 강제적으로 나와 강지영에게 마이크를 하나 씩 쥐어주고는, 우리 둘의 듀엣곡을 제대로 감상하겠다는 듯, 한쪽으로 물러나며 리모컨으로 선곡한 노래의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노래가 시작 되었는데 ‘우리 사랑해.’는 전주와 동시에 노래를 불러야 했다. 해서 나는 노래 시작과 동시에 1절, 남자 파트의 노래를 불렀다.

“너를 처음 본 순간 나는 가슴이 너무 뛰어서....”

나는 이번에도 진짜 내 목소리가 맞나 쉽게 너무도 쉽고 깔끔하게 노래 1절을 끝냈다. 그러자 강지영이 2절을 이어 부르기 시작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네가 싫은데. 그 싫은 이유를 내가 왜 너에게 말해야하는지....”

근데 가만 듣다보니 강지영의 목소리가 제법 유니크 한 편이었다.

진짜 음이 깔끔하게 올라가면서 끈적끈적한 감성이 느껴 진달까? 하지만 노래를 다 부른 뒤, 강지영은 나와 부른 이 듀엣곡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너무 못 불렀죠. 죄송해요.”

괜히 나한테 사과를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괜찮았다.

끝에 화음 들어가는 파트에서 좀 어색하긴 했지만, 그거야 처음 부르는데 당연히 생길 수 있는 미스였고.

“우리 이곡 말고 다른 곡 불러요.”

그러면서 다른 노래를 찾으며, 정작 나와 듀엣곡 한 곡을 더 부르겠다고 설치는 강지영. 그런 그녀를 보고 안지은의 태클이 바로 들어왔다.

“언니. 나도 대표님과 듀엣곡 부르고 싶어요.”

“어?”

그제야 안지은이 자신을 쏘아보고 있는 걸 발견한 강지영이 무안해 하며 말했다.

“미, 미안. 불러. 나는 네가 대표님과 듀엣곡 부르고 나면 부르면 되니까.”

그러면서 나를 안지은에게 떠넘기는 강지영. 근데 내가 무슨 물건도 아니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안지은과 ‘해석 해 본 남녀’라는 남녀 듀엣곡을 불렀다.

그 다음 다시 강지영에게 떠넘겨져서 역시 ‘잔소리 작작해’란 남녀 듀엣곡을 불러야 했다.

그 뒤로 우리 셋은 번갈아 가며 계속 노래를 불렀고, 새벽 2시가 넘어가서 목이 슬슬 잠겨 오기 시작하자, 그제야 두 여자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체 눈치를 보자 내가 말했다.

“이제 자러 갈까?”

“네. 더 부르고 싶기는 한데, 저 내일 볼일이 있어서.”

“저도 내일 스케줄이 있어 이만 자야겠어요.”

해서 우리는 노래방을 나와서 객실 방으로 향했다.

“어?”

근데 거기서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다. 바로 선택의 문제가 말이다.

왜냐하면 두 여자들이 당연하다는 듯, 각자 자신들이 몸을 씻었던 방으로 들어간 것.

노래 부를 때도 나를 두고서, 두 여자들의 신경전이 약간 아니었는데, 여기서 내가 한 여자의 방에 같이 따라 들어가면, 내 선택을 받지 못한 다른 방의 여자가 얼마나 열이 받겠는가?

“어쩐다?”

나는 두 방을 번갈아 쳐다보다 결국 다른 방, 즉 두 여자들이 나와 빠구리 후 씻을 때, 내가 씻은 다른 비어 있는 방에서, 나 혼자 자기로 그냥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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