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379화 (37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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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자신들의 조직의 뒤를 캐던 흥신소의 배후에,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의 추병진 전무가 있음을 알게 된 신비 에이전시. 그들은 긴급 수뇌부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 자가 우리 조직을 얼마나 하찮게 여겼으면, 아들놈에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는데도, 수수방관한 거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추진호 전 회원에게 얘기 해 봐야 돌아 올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가 겨우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려고, 그 자에게 먼저 연락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만.”

신비 에이전시 수뇌부 중 그 누구도 추진호를 편들어 주는 자가 없었다. 이러니 결론이 좋을 리 없었다.

“그럼 만장일치로, 전 회원 추진호와 그 아들 추병진을 같이 제거하는 안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그 뒤 바로 신비 에이전시에서 두 명의 처리자들에게 의뢰를 맡겼다. 한 명은 추진호를, 다른 한 명은 추병진을 오늘 중으로 제거하는 걸로 말이다.

그렇게 신비 에이전시 소속 처리자들이 움직였고, 먼저 추진호가 청평 별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덤프트럭을 피하다가, 낭떠러지로 추락해서 죽었다.

당연히 그 덤프트럭에 신비 에이전시 소속 처리자가 타고 있었다.

그 다음 추병진을 제거하기 위해서,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를 찾아 온 신비 에이전시 소속 처리자.

그가 이제는 고인이 되어 버린 추진호 대표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얼마 안 지나 추병진이 거기 나타났다.

말로 상대를 현혹하는 게, 사람 죽이는 거 다음의 장기인 처리자.

그가 감언이설로 추병진 전무를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거기서 추병진과 같이 담배 한 대를 피운 뒤, 그는 본색을 드러냈다.

“차, 차 부장. 왜, 왜 이래?”

“눈 딱 감고 열 만 세면됩니다.”

“뭐, 뭘 어쩌려고? 허억!”

추병진은 자신을 가볍게 들어서 옥상 난간으로 움직이는, 아직까지 신비 에이전시 소속 처리자를, 그가 고용한 흥신소 직원으로 알고 있었다.

“아, 안 돼. 이, 이러지 마.”

추병진도 지금 흥신소 차 부장이 뭘 하려는 지 정도는 눈치 챘다.

“자아. 눈 감으세요.”

“제, 제발. 내가 10억, 아니 100억 줄게.”

“눈 감아!”

“싫어. 하지 마. 안 돼. 으아아악!”

추병진이 자기가 시킨 대로 하지 않자, 처리자는 그냥 바로 그를 옥상 난간 밖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추병진이 추락해서 핏물이 사방으로 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난간에서 쭉 내밀고 있던 머리를 도로 원위치 시켰다.

그는 한 번 더 주위를 꼼꼼히 살피며, 자신의 흔적을 남긴 게 없는지 확인한 후에 옥상을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까지 쭉 내려간 처리자는, 거기 대 놓은 자기 차를 타고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가 있는 건물 밖으로 유유히 빠져 나갔다.

* * *

춘천 동일파 조직원들이 모 기업의 대표를 노리고 상경했다가, 경찰에 의해 일망타진 된 사건은, 바로 그날 밤 저녁 뉴스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다.

“어머머. 이게 무슨 일이래?”

그 뉴스를 제일 먼저 본 사람은 바로 춘천 동일파 두목인 구재명의 누나 구은희였다.

그녀는 XX요양원 원장의 아내이기도 했다.

자기 동생이 서울에 조직원들을 데리고 올라갔다가, 경찰에 의해 잡혀 철창 행 신세가 된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황급히 자신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그러자 한참 전화 연결 음이 이어지고, 남편인 XX요양원 원장이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 전화를 받았다. 평소라면 그런 불친절한 남편에게 한소리 쏘아 붙였을 텐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여보. 어디에요?”

-오늘 골프 회동 있다고 아침에 말했잖아? 뭔데 전화했어?

“큰, 큰일 났어요. 재명이가....”

-처남이 뭐?

“서울에서 경찰에 잡혔데요.”

-뭐라고?

깜짝 놀란 XX요양원 원장, 그런 그에게 아내인 구은희가, 뉴스에서 보고 들은 걸 자세하게 얘기를 하자, 그걸 듣고 난 XX요양원 원장이 다급히 말했다.

-지금 어디 전화 좀 걸어야 하니까. 끊어.

뚜뚜뚜뚜뚜뚜....

그 말 후 남편이 먼저 전화를 끊어버리자, 구은희가 어처구니 없어하며 말했다.

“이 인간이....하여튼 재명이 못 빼내기만 해 봐라.”

구은희에게는 하나 뿐인 남동생이었다. 그 동생이 감옥 들어가면, 돌아가신 부모님 제사는 누가 모신단 말인가? 또 올케랑 조카들은 어쩌고. 그래서 구은희는 30여분 쯤 있다가, 다시 남편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 여보.”

-은희야. 내 서재에 컴퓨터하고 책상 서랍에 보면 핸드폰 있어. 그거 다 포맷해 버려.

“뭐, 뭘 하라고?”

-포맷! 포맷 몰라?

“어.”

집에서 살림만 해 온 구은희였다. 포맷하란 말도 못 알아먹었는데, 컴퓨터와 핸드폰을 포맷하라니?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어? 누가 왔나 보네?”

그 소리를 들은 듯 남편인 XX요양원 원장이 외쳤다.

-은희야. 절대 문 열지 마.

하지만 그들 부부의 아들이 이미 문을 열어 버린 상황. 경찰이 왔다니 준법정신이 투철한 초등학교 다니는 막내아들이, 바로 문을 열어 준 것.

“경찰입니다. 이건 압수수색 영장이고요.”

잠시 후 경찰들이 XX요양원 원장의 서재로 들어가서, 컴퓨터 본체와 책상 서랍 속에서 핸드폰을 챙겨서 나오는 걸 보고, 구은희는 그 사실을 남편인 XX요양원 원장에게 알렸다.

-다. 끝났다.

그러자 절망한 듯 그렇게 말한 XX요양원 원장.

뚜뚜뚜뚜뚜뚜....

“여보! 여보!”

그렇게 아내와의 통화를 끝으로 XX요양원 원장은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고,

다음 날 아침에 원장실에서 벽걸이에 목을 메고 죽어 있는 것을, XX요양원 직원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 * *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고 나서 XX요양원 원장은, 김명수 서진의료재단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남인 구재명이 잡혀 들어간 이상, 그 역시 무사할 수 없게 되었으니, 살려 달라고 김명수에게 전화를 건 거다. 그랬더니....

-배 원장. 그런 건 당신이 다 안고 들어가야지.

“뭐, 뭐라고요?”

-그러라고 당신 그 자리 앉혀 놓은 거잖아? 형님한테 얘기해서 서진그룹 법무 팀의 도움을 받으면 짧으면 1년, 길어 봐야 3년만 살고 나오면 돼.

그러니까 모든 걸 XX요양원 원장인 그가 획책한 걸로 하고, 감옥에 들어가서 죗값을 치루고 나오란 얘기였다. 하지만 의대를 나오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험한 일 한 번 해 본적 없이 귀하게 살아 온 자신이었다.

감옥에 들어가서 1년이 아니라 하루도 살 수 없을 거 같은 XX요양원 원장.

“이사장님. 그러지 마시고 저 좀 살려 주십시오. 이사장님 말씀대로 서진그룹에 얘기하면 이정도 사건은 무마 시킬 수 있지 않습니까?”

-나도 그래줬으면 좋겠는데....좀 전에 서진그룹에 전화해서 물어 봤거든. 그랬더니 그룹 차원에서 나서기에 이미 늦었데. 전국적으로 알려져 버려서 이거 잘못 건드렸다,가 서진그룹이 국민들 눈 밖에 날 수 있다며 어렵다고 하더라고. 미안해. 배 원장.

“미, 미안하면 답니까? 분명히 말씀 드리는데. 저 잡혀 들어가면 다 불 겁니다. 그러니까 안 잡혀 들어가게 만드십시오.”

-배 원장!

“아아. 난 몰라. 끊습니다.”

XX요양원 원장은 그렇게 먼저 김명수 서진의료재단 이사장과의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김명수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래 놔야 바짝 똥줄이 타서, 제 형에게 얘기하겠지. 나 검경에 잡혀 가면 안 된다고 말이야.”

XX요양원 원장은 좀 전에 김명수가 한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서진그룹에 얘기 했다는 그 말을 말이다.

서진 그룹 같은 대기업에서 나서는 데, 자기 하나 못 빼낸다는 게 어디 말이 되는 소리던가?

XX요양원 원장이 보기에 김명수가, 자기 형인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에게 욕 안 얻어먹으려고, XX요양원 원장인 그를 희생양으로 삼아서 이번 일을 묻으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김명수가 김명진 회장에게 욕 좀 얻어먹으면, 얼마든지 자신을 빼내 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서진의료재단 김명수와 통화 후, XX요양원 원장은 더는 골프 칠 기분이 아니라서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골프장을 나왔다.

그때 XX경찰서에 아는 경찰 고위직에 있는 후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뭐? 서울에서 지시가 떨어져?”

-네. 어떻게 손을 썼는지 압수수색 영장까지 발부 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우리 집으로 경찰들이 가고 있단 거잖아?”

-네. 그러니까 꼭 숨기거나 없애야 할 거, 빨리 처리 하시라고 이렇게 전화 드린 겁니다.

“고맙다. 희철아.”

-뭘요. 우리가 남입니까.

그렇게 경찰 후배와 통화 후 XX요양원 원장은 집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을 아내가 못 알아들었다. 해서 그는 아내에게 자신의 컴퓨터 본체와 핸드폰을, 집밖에 숨기라고 말하려 했는데, 그 새 경찰이 집에 와 버렸다. 후배 전화 받은 지, 채 5분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개새끼....”

후배고 지랄이고 다 소용 없었다. 알려주려거든 빨리 좀 알려 줄 것이지. 보아하니 경찰 후배랍시고 그냥 체면치레 차, 그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XX요양원 원장은 아내에게 문 열어 주지 말라고 다급히 말했다. 하지만 경찰을 동경하던 막내아들이 문을 열어줘 버리는 바람에 경찰이 집 안으로 들어왔고, 서재에서 컴퓨터 본채와 핸드폰을 챙겨 갔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XX요양원 원장은 절망했다.

그가 진술하지 않아도 그 안에 있는 내용만으로도, 자기는 물론 서진의료재단 김명수와 서진그룹이 줄줄이 사탕으로 엮여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안 되겠다.”

집으로 가려던 XX요양원 원장은 XX요양원으로 향했다. 집에 있는 컴퓨터와 핸드폰의 내용을 뒷받침할, 주요 증거들을 없애기 위해서 말이다.

* * *

XX요양원 원장의 생각대로 김명수는 자기 형에게 한 소리 듣기가 싫었다. 그래서 이번 일을 그 선에서 조용히 처리해 보려 했는데, XX요양원 원장이 배 째라 식으로 나오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서진그룹 비서실장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그리고 그에게 상세한 내용을 얘기하자, 잠깐 기다려 보라더니, 곧 김명진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명수야. 너 이번 일 그룹까지 엮어 들어가면, 나도 막아 줄 수 없다.

“그럴 일 없습니다. 꼬리 자르기만 잘 하면요.”

-꼬리를 자르자고?

“네. XX요양원 배 원장. 그 놈한테 전부 다 덮어씌우고 해결 보자고요.”

-으음....

“그룹에서는 검경과 언론만 신경 쓰면 됩니다.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

-어떻게 하려고?

“이럴 때 쓰라고 거기 회원 된 거 아닙니까?”

-너 설마?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입니다. 형님께서는 내일 아침에 뉴스에 배 원장 얘기 나오면, 검경에 빨리 손을 써주십시오.”

-하아....알았다.

김명진 회장이라고 해도 별 뾰쪽한 수가 있을 리 없었다. 서진그룹이 대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건, 요양원 같은 의료사각지대에서, 부당하게 의료비를 청구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 사실이 들통 난다면 서진그룹에 미칠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 할 것이니, 서진그룹 입장에서는 이번 일을 철저히 틀어막아야 했다.

그렇게 김명진 회장과 통화 후, 김명수는 자신의 핸드폰의 전화번호부에서 연락처 하나를 찾았다.

“여기 있다.”

그가 지금 전화하려는 곳은 김명수가 일 년에 한 번, 전화할까 말까 한 곳이었다.

거기는 그에게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전화하면 해결 해 주는 곳이었는데, 대신 그 비용이 워낙 비싸서, 김명수도 함부로 이용할 수 없는 곳이었다.

“돈 좀 깨지게 생겼네.”

김명수는 씁쓸하게 웃으며 찾아 낸, 그 연락처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전화가 연결 되었고 잠시 후 누군가 그 전화를 받았다. 음성 변조가 된 목소리로 말이다.

-코드 11번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김명수는 여기 회원이 되고 나서 10번도 넘게 의뢰를 했었다. 그래서 여기를 어떻게, 어떤 식으로 이용해야 하는 지 잘 알았다.

“강원도 XX요양원. 배성근 원장을....자살 한 걸로 해서....없애 주시오.”

그 말을 하고 나서 3-4초 뒤였다.

-의뢰 받았습니다. 의뢰비 산정에 들어갑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쪽에서 그렇게 말하고 다시 2-3분의 시간이 지났을까?

-의뢰비는....7억입니다. 아시겠지만 한 번 맡은 의뢰는 무를 수 없습니다. 또한 지금으로부터 한 시간 뒤까지, 의뢰비 7억을 지불 하지 않는다면, 룰에 따라 당신의 코드를 삭제 처리 할 수밖에 없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잘 알았소. 지금 즉시 7억을 그쪽으로 보내도록 하겠소.”

-입금과 동시에 맡은 바 의뢰를 수행합니다.

그 말 후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뚜뚜뚜뚜뚜뚜....

그렇게 통화를 끝낸 김명수의 핸드폰으로, 그쪽에서 비밀 계좌 번호를 보내왔다.

띠로링!

김명수는 바로 자신의 계좌에서 7억을 그쪽 비밀 계좌로 쐈다. 그리고 3시간 쯤 뒤였다.

김명수의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 하나가 날아왔다.

[의뢰 완수했습니다. 저희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연락이야 매일 하고 싶었다. 김명수가 없애버렸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이야 하루에 몇 명씩은 되니까. 하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나 함부로 죽이지 않았다.

누군가를 죽이려면 반드시 그쪽에서 책정한 목숨 값을 지불해야만 했다.

즉 돈이 없으면 김명수가 제아무리 죽이고 싶어도, 그 사람을 죽일 수 없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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