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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378화 (37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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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나는 일반 집과 다른 호텔만의 특징을 잊고 있었다.

그건 집에는 방의 수가 정해져 있지만, 호텔은 내가 돈을 쓰기에 따라서, 내가 쓸 수 있는 방의 개수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는 점.

‘그러니까 강지영과 안지은하고 즐기는 방 따로, 다희와 노는 방 따로, 우희랑 떡치는 방 따로 잡으면 그만이란 얘기지. 흐흐흐흐.’

그 잡은 객실 방으로 이 몸만 옮겨 간다면 말이다. 나는 골치 아픈 문제를 그렇게 호텔 빈 방을 더 잡는 걸로 해결하고, 히히거리고 있었다. 그때 문대식이 내게로 다가와서 말했다.

“대표님. 추병진이....30분 전 쯤에 죽었답니다.”

“뭐?”

나는 놀라는 척 연기를 했다. 그 연기를 잘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일단 추병진이 어떻게 죽었는지가 궁금했다.

“추락사 했답니다. 정확히는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가 있는 건물 옥상에서 투신했는데, 경찰의 초동수사 결과 타살의 정황은 전혀 없어서....지금으로서는 자살로 추정하고 있답니다.”

“으음....”

추병진이 자살했다는 말에, 나는 바로 침음 성을 흘렸다.

왜냐하면 그 놈은 자살할 놈이 아니었으니까. 겁 많고 돈 많은 놈이었다.

그런 놈이 자살을 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때 문대식이 더 할 말이 있어보였다.

그래서 그를 쳐다보자 그가 이어서 말을 했다.

“그 보다 한 시간쯤 전에....추병진의 부친 되는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 추진호 대표가 청평 별장에 들렀다가, 서울로 오는 도중 차가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서....죽었답니다.”뭐, 뭐라고!“

이번에는 나도 진짜 놀랐다. 추병진이야 견신 시스템이 죽었다고 하니까, 죽은 사실을 알고 있어서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추진호 대표가 죽었다는 말은, 전혀 예상치 못하던 바라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경찰에서는 추병진이 부친의 급사 소식에 충격을 받고,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닌가하는....”

“좋군.”

“네?”

“아냐. 두 사람 장례식장에 근조화환 보내. JYB엔터 대표 이름으로....심심한 조의를 표한다고 하고.”

“네.”

지금 내가 그 두 사람을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건 그것 밖에 없었다.

그 두 인간이 워낙 쓰레기 짓을 많이 한 터라, 직접 문상을 갈 생각은 없었다.

인과응보라고, 그들은 그들이 지은 죄값, 즉 천벌을 받고 일찌감치 죽은 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 두 부자의 죽음을 별거 아닌 일로 치부해 버렸다.

“아아. 맞다.”

그리고 나는 곧장 JYB엔터의 법무 팀 최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당연히 최 변호사는 내 전화를 재깍 받았다.

그런 그에게 나는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 추진호 대표와, 그 아들 추병진의 죽음을 얘기한 후, 그에게 따로 지시를 내렸다.

“그 장례식장에 가서, 유족 중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상속 받을 유력한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우리가 주식을 사고 싶다고 미리 말해 놔요. 장례식 끝나고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기 전에 팔라고 약도 좀 쳐 놓고 말입니다. 네. 네. 그렇죠. 으음....그건 좀 더 두고 보기로 하고, 일단 내가 시킨대로만 해 놓으세요.”

안 그래도 각종 악재로 인해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 주식은 폭락 중이었다.

한데 그 대표와 대표의 뒤를 이어 회사를 물려받을 후계자가 같은 날 죽어 버렸으니....

내 말대로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가 하루아침에 망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전혀 없었다.

그런 곳의 주식을 법정 상속 받은 유족이, 다 망해가는 회사를 일으켜 세워 볼 거라고, 경영권을 행사 하겠다고 설칠 가능성은....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얘기다.

나는 그 유족이 100% 주식을 내게 팔 거라 확신했다. 그나마 수십억의 돈이라도 손에 쥐고 싶다면 말이다.

* * *

추병진은 병원에서 나와서 이태원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꼼짝 않고 칩거하고 있었다.

“하아....답답해 죽겠네.”

그는 벌써 나가서 친구들이랑 술 퍼 마시고, 계집질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부친인 추진호가 그를 그냥 두지 않을 거다.

한 번만 더 미친 짓하면, 그때는 정신병원에 쳐 넣겠다는 부친의 말은 절대 장난이 아니었다.

특히 이번에 부친의 그 비밀스런 조직과 인연을 끊어 놓은 게 결정적이었다. 그 일로 추진호에게 어찌나 두들겨 맞았던지. 아직도 턱과 이빨이 얼얼했다. 평소에는 뺨만 때리던 양반이, 이번에는 대 놓고 아들 얼굴에 주먹질까지 해 댄 것이다. 그 만큼 제대로 화가 난 추진호였고, 찔리는 게 있다 보니 추병진은 갑갑해서 미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집 안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추병진의 핸드폰이 울렸고, 누군지 확인한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보는 전화번호인데 어째 전화번호가 끝자리가 0112였다. 불길한 느낌과 함께 추병진은 일단 그 전화를 받았다. 그랬더니....

“네? 아, 아버지가요? 타고 있던 차와 낭떠러지에 추락....헉!”

추병진은 진심으로 놀랐다. 그래서 들고 있던 핸드폰도 덜덜 떨었고.

하지만 통화를 끝내고 몇 차례 크게 심호흡을 하던 추병진.

“크크크크크....하하하하하....”

그가 미친놈처럼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러다 신이 난 얼굴로 외쳤다.

“이제 자유다. 내 세상이다.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다.”

아무래도 추병진에게는 부친인 추진호의 죽음이 주는 슬픔보다는 그의 사후, 아들인 그가 물려받게 될 재산과 자유가 더 중요했던 모양이었다.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안 그래도 경찰에서 하나 뿐인 아들인 그에게, 추진호의 죽음을 확인해 달라고 하니 일단 거기부터 가야 했다.

그 다음 보는 눈도 있으니, 부친에 대한 장례식을 거창하게 잘 치러야 하겠지.

추병진은 검은 정장을 차려 입으면서, 머릿속으로 그가 뭘 해야 할지를 계속 생각했다. 그때 그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확인하니 그가 며칠 전에 고용했던 흥신소였다.

“네.”

-사장님. 말씀하신 조직의 실체를 드디어 알아냈습니다.

“그래요? 잘 됐네.”

사실 추병진은 부친이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그 비밀스런 조직이 궁금했다.

그래서 그 조직에 대해 캐보기로 하고 흥신소를 고용했다.

그 조직에 대해 알아보고 부친의 말처럼 쓸 만한 곳이면, 그가 나서서 다시 인연을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자신의 일련의 행동들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몰랐다. 너무나도 순진하달까?

한마디로 추진호 대표의 아들 추병진은, 너무도 철이 없었다. 그게 어떤 끔찍한 결과를 가져 올지 전혀 모른 체 말이다.

-그래서 그 조직에 대해 말씀 드릴까 하는데 시간 되십니까? 이왕이면 지금 바로 말씀 드렸으면 하는데.

“당장은 좀 그런데....”

-왜요?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 그래서 지금 경찰서 가봐야 해서.”

-그 경찰서가 어딘데요?

“경기 가평경찰서.”

-그럼 거기 가시는 길에 잠깐 회사에 들르시죠. 회사도 지금 난리가 났을 텐데. 그 후계자이신 전무님께서, 이럴 때 나서셔서 흔들리는 회사의 중심을 잡아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추병진은 오늘 따라 묘하게 흥신소 사람의 말이, 전부 다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래. 뭐 그러자고. 어차피 경찰서 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건데.”

-네. 그럼 저는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 대표실에서 전무님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어어. 그래.”

부친이 죽었으니 이제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의 대표실이, 곧 그의 방이었다.

* * *

“룰루루루....”

추병진은 신이 나서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차를 몰았다. 그런데 그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 즉 상복이다.

상복 입고 차에 신난 음악 틀어 놓고, 그걸 따라 부르면서 운전하는 그를, 지나가던 차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건 당연한 일.

그렇지만 추병진은 그런 주위 시선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아마 사람들은 두 시간 전에 추병진의 부친이 돌아가신 걸 알았다면, 다들 그를 미친놈이라고 욕 했을 것이다.

“전, 전무님!”

추병진이 상복 차림으로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에 나타나자, 과연 동요하고 있던 직원들이 다들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그게 추병진의 눈에는 그들이 자신을 우러러 보는 거처럼 느껴졌다.

‘그래. 여기 오길 잘했어.’

추병진은 자신을 여기로 부른 그 흥신소 직원이 기특하게 여겨졌다. 그러면서 그 흥신소 직원이 그 흥신소에 두기에 아까운 인재란 생각이 들었고, 그가 빨리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곧장 대표실로 향한 그는 대표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정말 멀쩡하게 잘 생긴 자기 또래의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전무님. 저는 HD흥신소 차 부장이라고 합니다.”

“어어. 그래요. 앉아요.”

“저 실례가 안 된다면 여긴 좀 답답해서. 나가서....”

흥신소 차 부장이 담배 피는 손짓을 했다. 안 그래도 추병진도 담배가 피우고 싶었던 차라, 두 사람은 흡연을 위해서 대표실을 나섰다.

사실 대표실에서 담배를 피워도 됐다. 하지만 돌아가신 추진호 대표는 누가 자기 방에서 담배 피우는 걸 지독히 싫어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추병진은 대표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싶지 않았다. 해서 추병진은 흡연 장이 있는 1층으로 내려가려 했는데, 그때 흥신소 차부장이 말했다.

“그냥 탁 트이고 시원한 옥상으로 가시죠?”

“그럴까?”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잡아타고 옥상으로 올라간 두 사람.

칙!

흥신소 차 부장이 공손하게 추병진의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그리고 자기 담배에 불은 붙인 뒤, 두 사람은 주위가 확 트인 건물 옥상에서 끽연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렇게 추병진이 맛있게 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우고, 재떨이에 남은 담배를 비벼 끌 때였다. 흥신소 차부장이 말했다.

“어떻게 마지막 담배 맛있게 태우셨습니까?”

“뭐?”

그게 무슨 소리냐며 추병진이 그를 쳐다보자, 흥신소 차 부장의 생글거리며 웃고 있던 얼굴이 갑자기 싸늘하게 변했다. 순간 그 얼굴을 본 추병진은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 * *

서울에는 3곳의 처리자 에이전시가 나름 규모가 컸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곳은 단연 최현일의 에이전시였고, 그 다음이 김훈 에이전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게 신비에 가려져 있는 곳, 사람들은 그곳을 그냥 단순하게 신비 에이전시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신비한 곳이니 신비 에지전시란 거다.

그 신비 에이전시의 규모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회원제로 운영 되었고, 그 회원의 수가 20명을 넘지 않았다. 그래서 신비 에이전시의 규모를 크게 보지 않았는데, 대신 일 처리 능력만큼은 확실해서, 회원들의 만족도가 엄청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한데 최근 20명의 회원 중 한 명이, 강제 탈퇴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알려지기로 그 회원의 멍청한 아들이 실수를 저질러서 그렇게 되었다는데, 그로인해 비게 된 한 자리 회원 자리를 두고, 신비 에이전시에 접촉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 때문에 신비 에이전시의 수뇌부가 골치 아파 하는 와중에, 흥신소 한 곳이 그들 조직을 파고 있다는 첩보가 그들에게 전해졌다. 그러자 분노한 신비 에이전시의 대표.

“당장 잡아 와.”

그래서 신비 에이전시의 처리자들이 움직였고, 그곳 흥신소 사장이 인천의 한 연안부두 선착장에 붙잡혀 왔다.

그는 사방에서 비추는 자동차 헤드라이터 제대로 눈을 뜨지 못했다. 그런 그 앞에 시커먼 인영이 한 명 나타나서 말을 했다.

“누가 시켰나?”

“뭘 말입니까?”

“너희가 요즘 열심히 찾고 있는 그 신비 에이전시 말이다.”

“헉! 혹시 거기서 나오신....”

“닥쳐! 넌 누가 우리를 캐라고 시켰는지, 그것 만 말하면 돼.”

“그, 그게....”

흥신소도 의뢰인이 누군지 지켜야 할....

차칵! 척!

그때 그 검은 인영이 흥신소 사장 머리에 장전한 권총을 갖다 댔다.

“허억! 말, 말하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누구야?”

그러자 흥신소 사장이 바로 배후를 불었다.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의 추병진 전무입니다.”

“뭐? 또 그 새끼야?”

잠시 기가 차 하던 검은 인영. 그가 흥신소 사장 머리에 갖다 대고 있던 권총을 치웠다.

“휴우....”

그제야 안도해 하던 흥신소 사장. 하지만 그는 검은 인영이 권총에다가 뭔가 끼우고 있는 걸 보고 기겁했다.

피슝!

그때 소음기를 권총에 다 끼운 검은 인영이, 흥신소 사장의 가슴에다가 권총을 쐈다.

“컥!”

단말마와 함께 자신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두 눈을 부릅 뜬 체 모로 쓰러지는 흥신소 사장. 그런 그에게서 몸을 돌리며 검은 인영이 말했다.

“시신 잘 처리 해.”

그 말 후 검은 인영은 사방에 켜져 있던 자동차 헤드라이터 중 한 차에 탔고, 그 차가 후진해서 방향을 틀어 움직이자, 나머지 3대의 차들도 그 차를 따라 줄줄이 움직였다.

잠시 후 그 차들이 선착장에서 사라지고 나자, 랜턴을 든 자들이 죽은 흥신소 사장의 시신을 비추며 다가와서는, 그 시신을 가져 온 포대에 넣어서 들고, 선착장 근처에 대 둔 통통배에 실었다. 그때 통통배에 같이 탔던 자들 중 한 명이 그 배에서 내리며 말했다.

“저번처럼 시체 떠다니는 일 없게 잘 처리 해.”

“네. 그래서 드럼통 하나 실었으니 걱정 마십시오.”

보아하니 시신을 드럼통에 넣어서 바다에 버릴 모양이었다.

“드럼통 뚜껑 열리면 시체 또 기어 나올 수 있으니까, 아예 공구리 쳐 넣고 버려.”

“에이. 귀찮은데....드럼통을 용접 해버리면 안 될까요?”

“그래 봐야 바닷물에 금방 부식 돼. 시키면 시키는 대로 좀 해라. 어?”

“알았어요. 무의도에 시멘트와 모래, 자갈 있으니까, 거기서 공구리 쳐 넣고 연평도 인근 해에다가 버릴게요.”

“그래.”

그제야 만족스런 말을 들은 듯 배에서 내린 자가 뒤돌아서 선착장 쪽으로 갔고, 거기 대기 중인 SUV차를 타고 떠나자, 그제야 통통배에 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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