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377화 (37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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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 추진호 대표. 그는 어제 MP4멤버 다희에게, 백준열 대표가 도대체 자신과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에 대해 무슨 꿍꿍인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그리고 MP4의 서울 콘서트가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희에게서 전화가 걸려오자, 재깍 그 전화를 받았다.

그리곤 그녀에게 어떻게 됐는지 물었는데 다희가 미쳤는지 같이 죽자고 달려들었다.

그때 너무 놀라서 다희가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 끊는 걸, 그냥 두고만 봤는데 생각해 보니 열 받았다.

“이게 진짜....”

추진호는 곧장 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다희는 전화를 꺼 놓았고, 결국 그녀와 통화를 하지 못했다.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추진호는 다희가 말만 그렇게 했지, 백준열 대표에게 자신과의 관계를 털어 놓지 못할 거라고 봤다. 왜냐하면 지금 그녀가 누리고 있는, 그 탑 스타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해서 추진호는 이번 기회에 다희가 다시는 그에게 기어오르지 못하게 단단히 혼쭐을 내 줄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자신이 쥐고 있는 다희의 목줄, 즉 동영상 원본이 필요했다. 그래서 추진호는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다희의 동영상 원본을 보관해 둔, 자기 소유의 청평 별장으로 보냈다.

“김 기사. 청평에 가서 다희 동영상 CD 좀 가져 와.”

“네. 대표님.”

추진호의 운전기사는 20년을 함께 해 온 같은 동네에서 같이 자란 이웃 동생이었다.

동생이 없는 추진호에게는 친 동생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랬기에 그에게 이런 중요한 심부름도 시킬 수 있는 거고 말이다.

김 기사를 청평 별장으로 보내 놓고 나서, 추진호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신문 기자와 잡지사 기자에게 연락을 했다.

“어어. 박 기자. 특종 하나 있는데....”

특종이란 말 한마디로, 더 이상 구질구질한 설명은 생략해도 됐다. 두 기자 모두 오늘 저녁에 시간을 내겠다고 했다.

“일단 맛 뵈기로 한 방 터트리는 거지. 일종의 선전 포고처럼 말이야.”

추진호는 MP4의 멤버 중 한 명의 섹스 동영상이, 유포되기 직전에 JYB엔터에서 그걸 막았다는 기사를, 오늘 만나는 기사들로 하여금, 내일 특종으로 터트리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리고 JYB엔터 측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그쪽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서, 적절한 대응을 해 나갈 생각이었다.

“큭큭큭큭. 어디 어떻게 나오나 두고 보자고.”

만약 그 기사를 낸 신문과 잡지에 JYB엔터가 강경한 반응을 보인다면, 그때 추진호는 다희의 동영상을 인터넷상에 퍼트려 버려서, JYB엔터의 이미지에 제대로 똥물을 끼얹어 줄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고 JYB엔터에서 그 기사를 낸 신문과 잡지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그때는 추진호도 굳이 다희의 동영상을 퍼트릴 생각은 없었다.

대신 그렇게 되면 대중들에게 JYB엔터가 의심을 받게 되겠지. 기사에 난 것처럼 다희의 동영상을 막기 위해서, 언론의 입을 틀어막았다고 말이다.

추진호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물론 다희라는 카드를 버리는 게 많이 아깝기는 했다. 하지만 그 카드를 버리게 만든 게 다희 본인이었다. 평양감사 자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고, 다희가 추진호의 그늘을 벗어나고 싶다니 어쩌겠나?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게 해줘야지 말이다.

* * *

추진호는 두 기자와 통화 후 밀린 일을 처리했다. 그러다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아까 보낸 김 기사에게서 여태 소식이 없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김 기사에게 바로 전화를 했는데....

“안 받네.”

뭔가 느낌이 이상했던 추진호는 경찰에 신고를 하려다가 말았다. 왜냐하면 그곳 청평 별장에는 추진호가 불법으로 숨겨 놓은 게 제법 있어서 말이다.

괜히 경찰 불렀다가 더 일을 키우는 수가 생길 지도 몰랐다. 해서 어쩔 수 없이 추진호가 직접 청평 별장으로 달려갔다.

“우우웁.,..”

그랬더니 청평 별장의 지하실로 계단에, 김 기사가 사지가 묶이고 입에 청 테이프를 붙인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뭐, 뭐야?”

놀란 추진호가 김 기사를 풀어주고, 입에 붙은 청 테이프를 뜯어내자, 김 기사가 다급히 말했다.

“대표님. 놈들이 지하실 안에 동영상들과 장부를 다 챙겨 갔습니다.”

“뭐, 뭐라고?”

기겁한 추진호는 김 기사를 지나쳐 지하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 활짝 열려져 있는 금고를 보고 완전 넋이 나가버렸다.

“이런 개좆같은....주인이 아니면 절대 못 연다더니....”

금고 제작 업자가 그랬다. 이 금고는 한 번 잠기면 주인이 비밀번호로 열지 않으면 못 연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 금고 문이 저렇게 활짝 열려 있어도 되는 건가?

문제는 저 금고 안에 꽉 차 있던 CD와 USB, 그리고 장부들이었다. 특히 장부는 추진호가 10년 넘게 금품을 살포해서 맺어 온, 정관계의 인맥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게 없다면 추진호의 사업에 중차대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떤 놈들이....”

추진호는 당장 경찰을 불러서 그 놈들을 잡아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랬다간 금고 안에 뭐가 있었는지 밝혀야 하는데....그것도 어렵고, 또 경찰이 그 놈들을 잡아도 문제였다. 그 놈들이 빼간 동영상과 장부가 경찰 손에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추진호는 꽤 오랫동안 감빵에 들어가 있어야 할 터였다.

“그럴 수는 없지.”

추진호는 차라리 죽었지 감옥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이럴 때 또 그들이 아쉬운 추진호였다.

추병진만 아니었어도, 추진호는 돈이 얼마가 들던 그들을 고용해서, 놈들이 빼간 동영상과 장부를 도로 찾았을 거다. 하지만 이제 그들과의 인연은 끊어져 버렸으니....

“에휴....아들 놈 때문에 진짜 회사 망하게 생겼네.”

추진호는 아들 원망만 실컷 하다가 결국 청평 별장을 나왔다. 당연히 운전은 김 기사가 맡았고. 운전 중 김 기사는 계속 뒷좌석의 추진호 눈치를 봤다.

어쩔 수 없었다지만 어째든 그가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드니까, 괜히 추진호에게 미안해 진 것이다.

“어어....”

그때 추진호가 앞으로 보고 소리쳤고, 김 기사가 정면을 봤을 때, 커다란 덤프트럭이 중앙선을 넘어서 그들을 덮쳐오고 있었다. 김 기사는 황급히 핸들을 꺾었다.

“안 돼!”

가드레일은 설치되어 있었지만 부실해 보였고, 추진호를 태운 탄탄한 벤츠 승용차는 그 가드레일을 뚫고 낭떠러지로 추락했다.

부우우웅!

그때 추진호의 벤츠 승용차를 그렇게 만든 덤프트럭은, 다시 자기 차선으로 돌아와서 유유히 사라졌다.

* * *

나의 충견들인 강지영과 안지은이 함께 있다는 쉐링턴 호텔로 가는 중, 나는 다희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어. 공연 잘 했어?”

-네. 그리고 대표님이 시킨 대로 아까 추진호 대표에게 전화도 했어요.

“뭐래?”

-제 말을 듣고 많이 놀란 거 같았어요. 그 뒤로 핸드폰을 꺼놔서 뭘 어쩌고 있는지는 모르고요.

“아. 맞다. 네 동영상 원본 찾았다.”

-....

“여보세요?”

-흑흑흑흑....대표님. 정말 고마워요. 저 그 동영상 때문에....흑흑흑흑....

다희는 진짜 서글프게 울었다. 그 울음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그 동안 그 동영상 때문에 그녀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여실히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를 위로해 주고 싶어졌다.

“어디야?”

-....훌쩍....집이요.

“나 지금 쉐링턴 호텔로 가는데 거기 올래?”

-지, 지금요?

“아니. 너도 준비 같은 거 해야지. 천천히 와.”

‘그래야 그 동안 내가 강지영과 안지은과 즐기지. 그 다음은 너고 말이야.’

그런 내 속내를 다희가 알 리 없었다. 그녀는 나와 호텔에서 만난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벌써 흥분한 거 같았다.

-그럴게요. 준비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 그 동안 저녁 식사 먼저 하셔도 돼요.

“그럴까? 그럼 너도 뭐 좀 먹으면서 와. 아니면 여기 와서 먹어도 되고.”

-먹는 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러던지. 그럼 호텔에 도착하면 전화 해.”

-네.

그렇게 다희와 통화를 끝내자마자, 이번에는 우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게 무슨 일이래?”

내가 우희 전화를 못 받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우희의 전화를 바로 받았다.

“어어. 우희.”

그랬더니 우희가 대뜸 하는 말이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대표님. 저 지금 집인데 여기 와 주시면 안 될까요?

“그, 그게....안 피곤해?”

-피곤하긴 한데 대표님이 보고 싶어서요.

보고 싶단다. MP4의 우희가 말이다. 이러면 안 갈 수도 없고. 하지만 우희 하나 보러 가자고 이미 만나기로 약속한 여자 셋을 바람 맞힐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우희에게 말했다.

“미안. 너 쉬어야 하니까, 나는 다른 약속을 잡았지.”

여기까지만 말하면 당연히 우희가 오해하기 딱 좋다.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서 호텔에서 그 짓을 하는 걸로 바로 생각할 테니까. 그래서 이어서 말했다.

“너만 괜찮으면 여기와도 되는데?”

-내가 거기 가도 된다고요?

“어어. 어때? 그 녀석들이 영광이지. MP4의 우희와 한잔 하는 건데.”

이러면 우희는 내가 남자 친구들과 호텔에서 술 한 잔 하는 줄 알거다. 당연히 피곤한 그녀가 굳이 여기 와서 술까지 마실 일은 없다. 그랬는데....

-알았어요. 갈게요.

“뭐?”

-준비하고 거기 가려면 얼추 2시간을 걸릴 거예요.

‘두 시간이라....’

두 시간에 세 여자와 그걸 하는 건 가능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세 여자를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쩌지....’

내가 고민할 때 우희가 확인 사살에 들어갔다.

-그럼 2시간 뒤에 봐요. 최대한 예쁘게 하고 갈게요. 오빠 친구들 다 나 한데 반해 버리게.

“어어. 그래.”

어쩌다보니 일이 많이 꼬여버렸다. 그때 옆에서 내 전화를 전부 듣고 있었던 문대식이 한심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런 그에게 내가 쓴 소리를 내뱉었다.

“그래도 없는 놈 보다는 나아.”

내 그 말에 문대식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리곤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아 진짜! 나 여친 있다니까 그러네!”

“그래. 있지. 니 마음 속 깊은 곳에....”

보통 이 정도 들쑤셔 놓으면, 진짜 더러워서라도 그 여친을 내게 소개해 주겠다고 할 만한데, 문대식은 결국 그 소리는 하지 않았다. 녀석도 아는 것이다. 그랬다간 내가 반드시 문대식으로 하여금 그 여친을 내 앞에 데려오게 만들고 말 거란 걸 말이다. 그러니까....

‘문대식에게 여친은....없는 거지.’

나는 문대식이 이대로 모태솔로로 늙는 걸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자기 자식도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는 데, 생판 남인 문대식을 내가 무슨 수로 여친이 생기게 만들어 주겠나?

내 걱정이 문대식 쪽으로 옮겨 간 사이, 목적지인 쉐링턴 호텔 모습이 차창 너머로 보이기 시작했다.

* * *

나를 태운 차가 쉐링턴 호텔 입구 앞에 멈춰 섰다. 그러자 앞 차에서 내린 경호팀원들이 내 차로 왔고, 그 중 한 명이 차 문을 열었다. 그래서 막 차에서 내릴 때였다.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울려왔다.

-원혼 채설아의 원한이 풀렸습니다. 채설아가 당신에게 고마워하며, 보컬트레이너도 사랑하게 만든다는 그녀의 최애 재능, 엔젤릭 보이스를 당신은 선사하고, 지금 막 하늘로 승천을 하였습니다.

갑작스런 견신 시스템의 말에 나는 잠시 차에서 내린 체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내 옆에 다가 선 문대식이 말했다.

“대표님. 어디 안 좋으십니까?”

“어?”

“몸이 불편하시면 주치의를 부를까요?”

나는 문대식의 주치의란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아냐. 괜찮아. 갑자기 생각 난 게 있어서. 문 팀장. 지금 경찰 쪽에 연락해서 혹시 추병진이 죽었는지 좀 알아 봐.”

“네?”

내 말에 문대식이 황당해 하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도 막상 그렇게 말하고 나니, 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는지 깨달았다.

“아아. 미안. 내 느낌에 추병진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 거 같단 말이지. 그래서 그러니까 문 팀장이 경찰 쪽으로 잘 아니까, 그쪽에 슬쩍 좀 물어 봐 줘.”

“네. 뭐 오늘 사망자 중에, 추병진이 있는 지 정도야 알아 볼 수 있습니다만....”

문대식이 의심스런 눈으로 날 쳐다봤다. 마치 네가 추병진을 죽이라고 해 놓고, 지금 이러는 거 아니냐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나는 백준열이 그래왔듯이, 주위의 그런 눈길에 하도 단련이 되어서, 문대식의 그런 눈빛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빨리 좀 알아 봐.”

그렇게 말하고 호텔 안으로 들어간 나는, 쉐링턴 호텔 로비의 흰색 대리석 바닥을 밟고 쭉 걸어서 프런트 데스크(Front Desk) 앞까지 갔다.

“어서 오십시오. 백 대표님.”

프런트 직원이 바로 나를 알아봤다. 하긴 며칠 전에 여기서 벌어진 일도 있었으니, 호텔 측에서 나에 대해 더 신경을 쓰게 만든 모양이었다.

“내 방 있지요?”

“물론입니다.”

대답과 동시에 프런트 직원이 쉐링턴 호텔 VVIP룸, 즉 로얄스위트룸 전자키를 내게 건넸다.

그 키를 챙긴 나는 강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커피숍이야?”

-네.

“지금 바로...."

나는 내가 묵을 로얄스위트룸의 방 번호를 강지영에게 알려주고는, 안지은을 데리고 거기로 오라고 했다.

저녁이야 룸서비스로 얼마든지 시켜서, 호텔 방 안에서 먹을 수 있으니까.

“아아....”

그때 여자 문제로 골치 아팠던 내게 그걸 풀 해법이 떠올랐다. 나는 내게 로얄스위트룸 전자키를 건넨 프런트 데스크 안의 호텔 직원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방 두 개를 더 잡고 싶은데?”

“네?”

나는 그 호텔 직원에게서 호텔 방 전자키 두 개를 더 받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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