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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376화 (37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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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저번 의뢰도 그렇고, 어쩌다 보니 백준열이 하는 의뢰가 세르게이와 철수에게로 가고 있었다.

아직 철수에게서 의뢰 완수 했다고 전화 온 게 없으니, 그 일을 아직 완수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해서 백준열에게 둘러대서 얘기를 하고, 통화를 끝낸 김훈은 곧장 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어제 맡긴 일은 어떻게 됐지?”

김훈이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철수가 바로 대답을 했다.

-지금 막 끝냈습니다. 동영상 말고 장부의 양이 제법 많아서, 그거 챙기느라 시간이 좀 더 걸리고 있습니다.

“장부가 몇 권이나 되는 데?”

-100권이 넘습니다.

“뭐?”

백준열이 잘 챙겨 달라고 했으니 분명 쓸데가 많은 장부일 것이다. 김훈은 살짝 욕심이 났지만 이내 그 욕심을 털어냈다.

과한 욕심은 언제나 화를 부르는 법. 김훈은 그 장부를 가지고 위정자들에게 칼을 휘두르는, 백준열의 뒤에서 그냥 그가 던져주는 맛난 살코기만 냠냠 챙겨 먹으면 됐다.

“그것들 잘 챙겨서 내가 좀 있다 알려주는 약속 장소로 가져다 줘.”

-바로 말입니까?

“그게 너희들도 편하잖아?”

-그렇긴 하죠. 이것들 챙겨 다니는 거, 보통 일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철수와 통화를 끝낸 김훈. 그는 급하게 걸려 온 처리자의 전화를 받고 나서,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백준열이 바로 그의 전화를 받았다.

-어떻게 됐답니까?

김훈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백준열이 곧바로 결과부터 물어왔고, 김훈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그러자 백준열이 말했다.

-그럼 6시에 강남 XX타워빌딩 지하주차장 4층에서, 그 동영상 원본과 비리 장부들을 받기로 하죠.

“알겠습니다. 그 시간에 그들을 거기로 보내겠습니다.”

두 사람 다 딱히 더 할 말은 없었던 듯, 통화는 그렇게 어물쩍 끝이 났고, 김훈은 철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6시까지 강남 XX타워빌딩 지하주차장 4층에 가라고 말이다.

그 뒤 김훈은 아지트의 상황실에서 밀린 의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의뢰 한건을 맡아서 처리하러 직접 움직였다.

원래 아쉬운 놈이 먼저 우물을 파는 법. 의뢰비를 10배나 더 쳐주겠다는 데 그걸 안 맡을 김훈 대표가 아니었던 것.

* * *

철수 때문에 돈독이 제대로 오른 세르게이.

그는 김훈 대표의 의뢰 전화를 받자마자, 처리자 에이전트 아지트로 가서 상세 정보를 제공 받은 다음, 철수를 데리고 현장으로 움직였다.

“저기가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가 있는 건물이야.”

“그러니까 그 동영상과 비리 장부가, 저 회사 대표실 비밀 금고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네?”

“어. 하지만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 추진호 대표가, 그것들을 딴 곳에 숨겨 뒀을 가능성도 높다 네. 그 인간 워낙 의심과 조심성이 많아서.”

“그렇다면 일단 확인부터 해야겠군. 대표실 비밀 금고 안에 동영상과 비리 장부가 있는지 말이야.”

“그렇지.”

그렇게 두 사람은 위장을 하고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 안으로 잠입해 들어갔고, 어렵사리 거기 직원들이 전부 퇴근한 후, 대표실 안으로 침투 해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뭐야? 이거....”

“여긴 현금과 골드 바, 무기명수표와 양도성예금증서(CD), 무기명채권 밖에 없는데?”

“허탕 쳤군.”

그들이 찾는 게 대표실 비밀 금고 안에 없다는 사실에 실망한 두 사람은, 그길로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를 빠져 나왔고, 곧장 그곳 대표인 추진호가 현재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이미 추진호의 옷에 추적, 도청 장치를 넣어 둔 두 사람은 추진호가 있는 곳을 쉽게 찾아냈고, 그가 하는 얘기를 쭉 엿들었다. 하지만 추진호가 어디다가 MP4 다희의 동영상을 숨겨 뒀는지, 그 단서가 될 만한 얘기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그 다음 날, 여전히 추진호의 꽁무니를 쫓으며 도청 중이던 세르게이와 철수.

“어? 청평 별장 지하실에 있는 모양인데?”

철수가 드디어 추진호가 MP4 다희의 동영상을 어디 숨겨 뒀는지 알아냈다.

뭣 때문인지 몰라도 갑자기 다희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추진호가 길길이 날 뛰며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청평 별장 지하실에서 다희의 동영상 CD를 가져 오라고 한 말을 철수가 엿들은 것.

“저기 간다.”

두 사람은 추진호의 지시를 받고, 청평 별장으로 가는 추진호 운전기사의 뒤를 쫓았다.

그것도 모르고 태평하게 추진호의 청평 별장으로 간 운전기사.

그는 지니고 있던 열쇠로 별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지하실 문까지 열었다. 그때였다.

“헉!”

갑자기 나타난 외국인이 운전기사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고, 급소인 관자놀이에 주먹을 맞은 운전기사는 맞자마자 픽 쓰러졌다.

그러자 뒤 늦게 나타난 한국인이, 들고 있던 케이블 타이와 청 테이프로 운전기사의 사지를 묶고, 입을 청 테이프로 틀어막았다.

그 사이 지하실 안으로 들어간 외국인이 금고를 발견하고, 들고 있던 최첨단 장비를 사용 금고 문을 손쉽게 열었다.

* * *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이며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 추진호 대표의 청평 별장, 지하실 금고를 털고 있는 외국인과 한국인 조합의 정체는, 바로 세르게이와 철수였다.

“여기 맞네.”

“CD와 USB가 상당히 많은데?”

“허얼....장부는 더 많아. 열, 스물....백 권도 넘네. 이거 어떻게 들고 나가지?”

“답은 나왔네.”

“뭐?”

“네 입으로 얘기했잖아? 들고 나간다고.”

사람들은 책 무게를 우습게 여긴다. 하지만 이사 할 때면 깨닫게 된다. 건장한 성인 남자도 큰 책 스물 권 들기 쉽지 않다는 걸 말이다.

그러니까 세르게이와 철수가 장부만 옮기는 데만도 왕복 다섯 번을 해야 했다.

그 일을 막 끝냈을 때 철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김훈 대표. 안 받을 수 없는 전화였다. 그래서 철수가 그 전화를 받았더니, 김훈 대표가 이 의뢰가 어떻게 되어 가냐고 물어왔다.

철수는 의뢰를 막 완수 했다고 김훈 대표에게 얘기했고, 그랬더니 김훈 대표가 그 확보한 동영상과 장부를 어디로 가져 다 줄지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김훈 대표와 통화를 끝낸 철수가 그 얘기를 세르게이에게 하자, 세르게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 장물은 바로 처리하는 게 맞아.”

해서 두 사람은 청평 별장을 빠져 나와서 곧장 서울로 향했고, 이동 중에 김훈 대표로부터 철수가 문자를 받았다.

“강남 XX타워빌딩 지하주차장 4층에 6시까지 가라는 데?”

그 말에 시간을 확인한 세르게이. 그가 쿨 하게 말했다.

“안 막히면 그때까지 갈 수 있겠네.”

부우우웅!

그래놓고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은 세르게이였다. 신호위반까지는 안했지만 과속에는 몇 번 걸리지 않았을까 철수가 생각할 정도로, 세르게이는 도심에서 차를 빠르게 몰았다.

그 결과 5시 50분쯤에 목적지인 강남 XX타워빌딩 지하주차장 4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6시가 막 넘었을 때, 차 한 대가 비상깜빡이를 켠 채 그들 차로 다가왔다.

잠시 뒤, 그 차에서 내린 검은 정장남이 세르게이와 철수가 타고 있는 차로 다가왔고, 운전석 차창에 노크를 했다. 그러자 운전석의 세르게이가 차창을 내렸고, 그 밖의 검은 정장남이 말했다.

“동영상과 장부 가지러 왔습니다.”

“뒤 트렁크에 있어요.”

세르게이 대신 조수석의 철수가 그렇게 말하자, 세르게이가 운전석에서 뒤 트렁크 문을 열었다. 그러자 바로 뒤 트렁크 쪽으로 움직인 검은 정장남. 그가 트렁크 안을 확인하고는, 자신이 타고 온 차 쪽을 향해 외쳤다.

“야. 다 내려.”

그 소리에 차에 타고 있던 두 명의 검은 정장 남들이 더 내렸고, 뒤 트렁크에 있던 것들을 자신들이 타고 온 차 트렁크로 옮겨 실었다. 그 뒤 그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나서 세르게이가 철수에게 물었다.

“오늘 저녁에 뭐 먹지?”

그 물음에 철수가 바로 대답했다.

“갈비찜 어때?”

“좋지.”

두 사람은 그 길로 인근에 유명한 갈비찜 맛집을 검색해서 곧장 그쪽으로 움직였다.

* * *

MP4의 서울 콘서트는 성공리에 끝이 났다. 우려 했던 사고는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언니. 여기 좀....”

“사랑해요. 우희 누나!”

“우유빛깔 민수린! 너만 보여 유채린!”

무대 위에서 자신들 만의 매력을 전부 뽐낸 뒤, 무대 뒤로 대기실로 들어간 MP4멤버들.

그녀들은 물 먹은 솜처럼 몸이 축 쳐져 있었다. 하긴 3시간 넘게 무대 위에서 계속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 그걸 오전 오후로 나눠서 두 차례나 했으니, 지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노릇.

“다들 수고 했어. 내일 하루는 푹 쉬어도 좋아.”

MP4의 책임 매니저의 그 말이, 지쳐 늘어져 있던 MP4멤버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그때 멤버 중 막내 다희가 몸을 일으키더니 말했다.

“화장실에 좀....”

그렇게 대기실을 나선 다희는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고, 거기서 백준열 대표가 시킨 대로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 추진호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추 대표가 그녀 전화를 바로 받았다.

-어. 다희야. 어떻게 됐니?

“대표님께 물어 봤는데....”

-봤는데? 뭐래?

“그 전에 저한테 주실 게 있을 텐데요?”

-뭐? 아아. 동영상. 그거 챙겨 놨어. 다음에 만날 때 줄게. 그래서 백 대표가 뭐라던데?

구렁이 담 넘듯 또 다희에게 동영상을 줄 거처럼만 굴고, 백준열의 의중이 뭔지를 말하라는 추진호 대표. 하지만 이번에는 다희도 예전의 그녀가 아니었다.

“이거 봐봐. 또 이러시네. 사실대로 말해 봐요? 애초 저한테 동영상 원본, 돌려 줄 생각 없었죠?”

-뭐, 뭐라고?

“오늘 공연장에 저희 대표님 바쁜 일이 있어 못 오셨어요. 그러니까 대표님께 그걸 물어 보지도 못한 거죠.”

-뭐? 그, 그럼....

“추 대표님이 진짜로 그 동영상을 주려는지 아닌지, 확인해 보려고 제가 장난 좀 친 거예요. 보시다 시피 그 결론은 줄 생각이 없는 걸로 내려졌고. 이렇게 된 거, 저 그냥 저희 대표님한테 사실대로 얘기할래요. 내가 그 동안 추 대표님 지시를 받고 첩자 짓을 했다고.”

-너 미쳤어?

“어차피 이렇게 살 바에야, 그냥 추 대표님과 같이 죽을래요.”

-이런 미친년이....

“저를 미친년으로 만든 건, 추 대표님이시잖아요? 됐어요. 더 얘기하기도 싫어요.”

그렇게 버럭 소리 친 뒤 먼저 전화를 끊어 버린 다희. 그녀는 백준열이 시킨 대로 바로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 그리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속이 다 시원하네. 진즉 이럴 걸.”

그러면서 추진호 대표에게 여태 질질 끌려 온 자신의 과거가 그렇게 후회가 됐다.

그 뒤 화장실을 나온 다희가 홀가분한 얼굴로 대기실로 돌아오자, 그런 그녀를 보고 우희와 채린이 차례로 말했다.

“진짜 급했나 보네?”

“그러게.”

그런 그녀들을 보고 다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어. 진짜 시원해.”

그때 리더 민수린이 물었다.

“너 변비 있었어?”

“네. 징글징글한 변비가 있었는데....그 약 때문에 싹 해결 됐어요.”

여기서 다희가 말한 변비는,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 추진호 대표고, 약은 JYB엔터의 백준열 대표였다.

* * *

퇴근하기 전에 나는 반가운 소식 두 가지를 전해 들었다.

그 첫 번째는 김훈 대표로부터 다희의 동영상과 함께,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 추진호 대표가 그 동안 모아 놓은, 비리 장부를 획득했다는 소식이었고, 두 번째는 박대순 경찰청장으로부터, 춘천 동일파 조폭들을 일망타진 했다는 연락이었다.

그 중 김훈 대표 쪽에서 획득한 동영상과 장부는, 빨리 내 수중에 넣을 필요가 있었다. 해서 바로 문대식을 불렀다.

“문 팀장. 팀원들 강남 XX타워빌딩 지하주차장 4층으로 보내서....”

나는 내 경호팀원들로 하여금 동영상과 장부를 챙겨 오게 시키고, 또 박대순 경찰청장 집으로 사과박스 하나를 보내게 했다.

그 뒤 김효석 실장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았는데, 그때 김 실장이 오진주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듣고 좀 놀랐다. 하지만 강지영을 들먹이며 유연하게 넘어갔고, 김 실장이 원하는 대로 QH엔터 소속 직원들과, 연예인들의 영입에 관한 전권을 그에게 위임했다.

“오진주라....”

오진주 배우는 앞에서도 내가 언급 했듯이, 강지영과 같이 성상납을 했던 여배우로, 후에 ‘연예인의 성상납 사건’의 과거사 진상조사 때 용기 있게 증인으로 나서서, 강지영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노력했었다.

하지만 그 스캔들에 연루 된 권력자와 재벌에 의해 결국 묻히고 만다.

나는 당시 그런 오진주의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까지 했었다. 그런데 그런 오진주를 어쩌다 보니 내가 거두게 된 거다.

“상당히 올 곧은 여배우라고 알고 있는데....”

더 상세한 것은 그녀와 친한 강지영에게 물어 보면 알 일이었다.

마침 오늘 나와 같이 잘 여자는 MP4의 우희였고, 그녀는 아시다시피 오늘 서울 공연을 하느라 지금쯤 파김치가 되어 있을 것이다.

괜히 그런 그녀 집에 가서 우희를 괴롭힐 필요는 없었다. 해서 우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은 푹 쉬라고 말이다. 그랬더니 바로 답장이 날아왔다.

[고마워요♡♡♡♡♡]

그런데 고맙다는 말 뒤에 하트가 다섯 개나 붙었다. 무슨 의미인지 대충 알 거 같아서, 웃던 나는 이내 강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어디야?”

강지영은 내 충견이라 자연스럽게 말을 놓고 있었다.

-지금 쉐링턴 호텔 커피숍이에요. 지은이랑 같이 있어요.

나의 또 다른 충견 안지은도, 강지영과 같이 있다는 말에 내 입이 저절로 나불거렸다.

“둘 다 거기 있어. 지금 바로 갈 테니까.”

나는 바로 퇴근길에 올랐고, 대기 중인 차를 타고 쉐링턴 호텔로 곧장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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