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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동일파 2인자며 구재명의 오른팔인 성수길이, 애들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 갈 때만 해도, 구재명은 그 일에 별 신경도 쓰지 않았다.
늘 그렇듯이 성수길이 알아서 잘 처리하고, 그에게 결과 보고를 해 올 테니 말이다.
한데 서울에 간 성수길 밑에 조직원이, 떡하니 그에게 전화를 해 와서는, 그 문제의 환자 아들에게, 성수길을 비롯해서 조직원 10명이 다 당했다고 연락을 해 왔다.
“성수길이....이 병신새끼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오른팔이 딸랑 경호원 하나를 잡지 못하다니....
“애들 다 모아.”
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매형에게 전화가 걸려왔었다. 그 환자 어떻게 됐냐고 말이다.
그래서 애들 서울 올라갔으니 ,오늘 내일 사이 처리 될 거니 걱정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한데 이런 일이 벌어져 버렸으니....
“기어코 내가 움직이게 만드네.”
그렇게 40명도 넘은 조직원들을 관광버스와 승합차에 나눠 태운 후 서울로 향한 구재명.
서울에 아는 조폭 두목이 있어서, 그곳 나와바리와 인접한 곳에다가 애들 좀 모아놓고 있어도, 별 말 안 나올 곳을 찾았더니 거기가, 바로 서울 숲이라는 공원이었다.
구재명은 마치 그곳에 야유회라도 온 것처럼 조직원들을 모아 놓고, 아까 그에게 전화를 걸었던, 성수길과 같이 먼저 서울로 올라왔었던, 그 조직원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 녀석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해서 잠깐 헤매던 구재명은 성수길이 서울에서 고용했던 흥신소를 알아냈고, 거기를 통해서 그 환자 아들의 이름이 문대식이며, 현재 JYB엔터에서 경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좋아. 이제 그 JYB엔터로 가서, 그 문대식이란 놈을 잡아 족치자고.”
그렇게 구재명이 조직원들과 JYB엔터로 갈려고 했는데 그때 경찰이, 아니 경찰특공대가 그들을 급습을 해왔다.
조폭들이야 일반인을 상대로나 두려운 존재들이지, 경찰특공대에게는 맛있는 먹잇감에 불과했다.
속수무책으로 조직원들이 경찰특공대에 제압 되고 수갑 채워지는 걸 보고, 구재명의 본능이 말해주었다.
빨리 튀라고. 여기 있다간 좆 된다고 말이다.
해서 구재명은 밑에 조직원들이 경찰특공대에게 얻어터지던, 두들겨 맞던 상관하지 않고 뒤돌아서 달아났다.
그들이 공원에서도 최대한 드러나지 않으려고, 수도 박물관 뒤로 숨어 있었는데 그곳을 우회해서 쳐들어오는 경찰특공대를 보고, 구재명은 공원 어디로 달아나도 놈들에게 잡힐 거 같았다.
해서 아예 숲과 인접한 아파트 단지로 달아났다. 하지만 그곳 길목에서도 경찰특공대가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구재명은 몸을 틀어 내빼려 했지만, 지금껏 뛰느라 지친 그와 달리, 편안하게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경찰특공대의 추격을 뿌리치지는 못했다.
아니 얼마 도망치지도 못하고, 바로 잡혀서 두들겨 맞은 다음 두 손에 수갑이 채워졌다.
“하아....”
자신의 수하들 앞에서 쪽팔리게 수갑 찬 모습을 보이고 만 구재명. 그는 특별히 경찰특공대 대장의 차에 같이 타고, 서울경찰청으로 후송이 되었다.
“강력계장이 직접 저놈 조사 해.”
경찰특공대 대장인 윤 총경이 구재명을 강력범죄수사대에 넘기며 말했다. 그리곤 곧장 서울경찰청장실로 올라가서 직접 보고를 했다.
“청장님. 말씀하신대로 조폭들 일망타진했습니다.”
“잘했어.”
서울경찰청장인 김대성은 윤 총경을 칭찬하면서, 경찰특공대에 회식하라며 특별히 격려비를 주었다. 그렇게 윤 총경을 내보낸 뒤, 김대성은 곧장 경찰청장인 박대순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어?
그러자 그의 전화를 기다린 듯 박대순이 바로 물어왔다.
“다 잡았습니다.”
-좋았어. 언론에 슬쩍 알릴 테니까 대처 잘하고.
경찰이 성과를 냈으니, 당연히 전국에 국민들이 다 알게 떠들썩하게 떠벌려야지.
“이런 일 어디 하루 이틀 합니까? 제가 잘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래. 김 청장이 어련히 잘 알아서 할까. 미안. 내가 괜한 노파심이 들어서 그래.
“아닙니다. 청장님께서야 그러실 수 있죠. 제주경찰청에 배도철 치안감 때문에 더 그러실 겁니다.”
-그 새끼 얘기는 하지도 마. 그 놈 때문에 제주경찰청에 유만식을 그대로 유임한 걸 생각하면....
“그래도 한 번 더 기회를 주신 건 잘하신 일입니다. 왜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 아닙니까?”
-그걸 아니까 배도철을 제주경찰청에 계속 뒀지. 일단 두고 보자고. 내가 시킨 일이 있는데, 그걸 잘해 내면 서울로 불러올리던지 할 테니까.
“고맙습니다. 청장님.”
-크음. 처남 관리 좀 잘 해.
그랬다. 서울경찰청장인 김대성의 아내의 남동생이, 바로 배도철 제주경찰청 경찰 차장이었던 것.
박대순 경찰청장이 배도철 경찰차장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도 다 김대성 때문이었다.
김대성은 박대순 청장과 통화 후, 바로 처남인 배도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매형.
“좀 전에 박 청장님과 얘기 해 봤는데, 박 청장님이 너한테 시킨 일 있다며?”
-네? 청장님이 시킨 일이라....아아. 서울에서 내려 온 뺀질이 녀석 갈구는 거 말이군요. 그거야 일도 아닙니다.
“또, 또. 자신을 과신하는 그 버릇 아직 못 고쳤구나? 그러다 그 모양 그 꼴이 된 거 벌써 잊었어?”
-하아. 잊긴요. 지금도 아픈데....이번에는 방심하지 않고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청장님이 네가 그 일 잘 해결하면 서울로 부르시겠다고 하시니까, 서울 와서 점수 좀 땄다가, 다음 인사 때 제주경찰청장 자리를 노려보자.”
서울경찰청장인 김대성은 자신의 처남인 배도철의 꿈이, 경찰청장은 어렵고 지방청장이라도 되어 보는 거란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하지만 다른 지방청의 청장 자리는 티오가 많아서 어렵고, 제주청이 유일하게 배도철이 노려 볼만한 곳임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서울경찰청장으로서 그가 추천을 한다면, 그만큼 배도철이 제주경찰청장이 될 가능성은 높아 질 테고 말이다.
-고마워요. 매형. 저 이번에는 확실하게 해서, 제주경찰청장 자리만큼은 꼭 앉아보고 말 겁니다.
이제 나이도 많은 처남이었다.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고, 그 기회를 자신의 처남이 꼭 잡기를 바라며, 김대성은 배도철과 통화를 끝냈다.
* * *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제주경찰청 형사과장 정재욱을 갈구기 시작한 배도철 경찰차장.
“새끼가 제법 버티네?”
하지만 이제 시작이었다. 배도철은 한 달? 아니 보름이면 정재욱을 사표 쓰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사람 갈구는 데 있어서 제주경찰청에서 그보다 고수는 없었으니까.
그런 그의 투지를 활활 불 타 오르게 만들 일이 바로 좀 전에 일어났다.
그건 이번에 서울경찰청장이 된, 배도철의 매형인 김대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박대순 청장이 그렇게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니. 이거 쉽게 볼 게 아닐지도 모르겠는데?”
배도철은 매형의 조언을 떠올리며 좀 더 집요하고, 악착같이 정재욱을 괴롭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두려했던 갈구는 짓을 더 하러 형사과로 움직였다.
“여기 왜 이렇게 조용해? 형사과장 어디 갔어?”
조사 받는 범죄자들로 앉을 자리도 부족한 수사과에 비해서, 한산하기만 한 형사과에서 배도철이 난리를 쳤다. 그러자 형사과장인 정재욱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차장님....”
“너 뭐하는 놈이야. 어제도 내가 그렇게 얘기했잖아? 내 말이 좆같아?”
“아, 아닙니다.”
평소와 억양부터가 다른 경찰차장. 거기다 말의 수위가 상당히 높았다. 정재욱으로서는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었다.
“형사들 어디 갔는지 다 파악하고 있는 거지?”
“네?”
“아냐?”
형사과 형사가 몇 명인데 그들을 다 파악하고 있단 말인가? 하지만 아니라고 하면 가만 안 둘 기세의 경찰차장을 보고, 정재욱의 입에서 차마 아니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충은 파악을....”
“그럼 형사들 다 불러들여.”
“네?”
“어차피 어디 짱 박혀서 다방레지들 허벅지나 더듬고 있을 거 아냐? 그러니 다 불러내서 내일 체육대회 할 체육관 청소라도 시켜야지 안 되겠어.”
체육관 청소하라고 형사들 부르면 그 형사들이 형사과장인 정재욱을 가만 두지 않을 거다.
제주경찰청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정재욱은, 아직 형사과 형사들을 다 장악하지 못했다.
하긴 아직 못 만나 본 형사과 형사가 절반이 넘었다. 스케줄 근무 특성상 적어도 형사과 형사들과 일대 일 면담을 하려면, 두 달 정도 시간은 필요했다. 하지만 경찰차장은 여기 온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정재욱을 달달 볶았다.
“내일 아침에 가서 확인 할 거야. 청소 깨끗하게 해.”
그렇게 경찰차장이 형사과를 나가고, 정재욱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하아아....”
아무래도 지금 형사과에 있는 형사들과 자기만으로 체육관 청소를....
“과장님. 저는 선친 제삿날이라서....”
“저는 선을 봐야 해서....”
“콜록콜록....감기가 심해서....”
하지만 형사과에 남아 있는 형사들도 범인은 빨리 못 잡아도, 눈치는 빨랐다.
그렇게 그들마저 쏘옥 빠져 나가버리고 졸지에 혼자 남은 정재욱. 그는 혼자가 그 넓은 체육관을 다 청소해야 하는 지경에 처했다.
그렇지만 정재욱이 누구던가? 그는 심부름센터에 연락을 해, 사람을 불러서 체육관 청소를 시켰다. 어차피 이런 식의 육체적으로 해결 할 문제는, 사람을 불러서 돈으로 해결하면 됐다. 정재욱에게 있어 진짜 문제는 경찰차장이 주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였다.
“주말까지 어떻게 기다리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떡하든 서울로 가야 했다. 서울에 가서 박대순 청장을 설득시키든지, 아니면 다른 빽을 동원해서 당장 제주경찰청의 경찰차장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아니면 한 달, 아니 그 다음 주까지 정재욱은 제주경찰청에서 버틸 자신이 없었다.
* * *
다음 날 아침. 정재욱은 출근하자마자 경찰차장실로 불려갔다.
똑똑똑!
“들어와.”
노크 후 정재욱이 차장실 안으로 들어서자....
휙!
보고서 파일이 정재욱의 얼굴로 날아왔다. 다행히 정재욱이 고개를 돌려 피했지만 자칫 얼굴에 정통으로 맞을 뻔 했다.
정재욱은 놀란 얼굴로 보고서 파일을 자신에게 던진 경찰차장을 쳐다봤다. 그랬던지 얼굴이 시뻘게진 경찰차장이 그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너 이 새끼. 체육관 청소 누구 시켜서 했어?”
“네? 그, 그게....”
누가 했던 체육관 청소만 깨끗하게 하면 되지 않나? 하지만 경찰차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내가 형사과 형사들 불러서 청소 하라고 했어? 안 했어?”
“했습니다.”
그 사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ㅁ 정재욱과 한 걸음 거리까지 다가선 경찰차장.
“그런데 형사들과 청소 했어? 안 했어?”
“안했습니다.”
팍!
“아아악!”
경찰차장에게 죠인트 까인 정재욱. 그가 허리를 굽혀 맞은 정강이를 손으로 만지며 아파할 때 경찰차장이 말했다.
“왜 안했어? 내 말이 좆같아서?”
“아, 아닙니다.”
“근데 왜 안했는데?”
정재욱은 그로부터 30분 뒤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너덜너덜 해진 상태로 경찰차장실을 나왔다. 하지만 그가 돌아가고 채 30분도 되지 않아서 경찰차장이 다시 정재욱을 불렀다. 그리고 정재욱은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경찰차장이 요구한 자료를 찾아서 보고서를 계속 써야했다. 하지만....
“야 이 닭대가리야? 이것도 보고서라고 썼어?”
바로 빠꾸 먹고 거기다 다른 일까지 더 얹어서, 오늘 퇴근 전까지 가져 오라는 경찰차장.
“C발....”
정재욱은 성질 같아서 경찰차장 얼굴에다가 사표를 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금껏 살아 온 그의 인생을 버리는 것과 같았다. 왜냐하면 그의 삶의 대부분이 경찰이 되기 위해서, 또 경찰로 성공하기 위해서 살아왔으니까.
“주말까지만 참자.”
주말이 돼서 서울로 가면, 어떡하든 미쳐 날 뛰는 경찰차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경찰차장의 갈구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퇴근 전까지 죽어라 작성해서 가져 간 보고서와 차장이 시킨 일은 또 보기 좋게 빠꾸 먹었다. 그리고....
“내일 아침까지 두 개 다 해서 가져 와.”
결국 퇴근을 포기한 정재욱. 그는 여태 경찰 생활하면서 한 번도 해 본적 없는 야근이란 걸 해야만 했다.
죽어라 그 일을 하고 나서 퇴근하려니 12시가 훌쩍 넘었다. 그가 사는 오피스텔에 가서 씻고 나자 1시였고. 뭘 더 생각하고 자실 것도 없었다.
너무 피곤해서 침대에 쓰러지자 그대로 잠들어 버린 정재욱은, 다음날 아침에 매정하게 울리는 알람시계를 저주하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피곤해 죽겠네.”
그렇게 축 쳐진 몸으로 겨우 출근했더니 안 불러도 알아서 갈 건데, 오늘 따라 일찍 출근한 경찰차장이 그를 불러서 난리가 난 상태였다.
“에휴....”
정재욱은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영 매가리 없이 경찰차장실로 향했다. 어제 늦게까지 야근해서 작성한 보고서를 들고서. 하지만....
“야 이 XX아. 너는 그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지? 아니다. 못 치려고 달고 다니나 보다. 완전 쇠대가리인 거 보면 말이야.”
또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가슴을 후벼 파는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고 해 대던 경찰차장. 그랬던 그가 정재욱이 건넨 보고서를 옆으로 슬쩍 치우며 말했다.
“너한테 이 일을 맡긴 내가 잘못이지. 하아....혹시 이번에 우리 제주경찰청에 사이버수사대 신설 할 거란 얘기는 들어 봤지?”
“네. 듣기는 했습니다만....”
서울에 사이버수사국이 있었다. 각종 컴퓨터, 웹, 사이버 관련 범죄의 수사를 담당하는 국가수사본부의 조직이 말이다.
근데 제주경찰청에 그걸 굳이 본떠서 사이버수사대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사실 제주에 사이버 관련 지능 범죄가 일어나 봐야 얼마나 많이 일어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