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372화 (37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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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내일 찍을 대본에 수정할 것이 있어서, 작가 실에 있었던 단편드라마 ‘사랑해도 될까요?’를 집필한 작가 양미경.

그녀는 오늘 촬영 중인 야외 촬영이 거의 끝나갈 시간에 걸려 온, 남PD의 전화가 그다지 반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 뭘 뜯어 고치라고 하려고....”

그냥 받지 말까 하다가, 그랬다가는 남PD가 또 그 생 지랄을 떨게 뻔한 지라 받지 않을 수도 없었다.

“김 작가님은 왜 남PD 같은 작자를 소개시켜 줘서....”

짜증 가득한 얼굴로 양미경은 남PD의 전화를 받았다.

“네. PD님. 오늘 밖에 촬영이라 힘드셨죠?”

그래도 나름 야외 촬영 하느라 고생중이라고 좋게 말했는데, 돌아오는 남PD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살벌했다.

-야외 촬영이 그럼 다 힘들지 쉽겠어요?

‘이 새끼 왜 벌써 생 지랄이래?’

뭔가 초장부터 느낌이 쎄하자, 양미경도 절로 긴장이 됐다.

-양 작가님. 오진주씨 말인데....

남PD에게서 오진주 얘기가 나오자, 양미경은 당연히 남PD가 현장에서 오진주와 그 매니저를 닦달해서, 그 단역 계약을 체결했을 거라고 봤다.

“오진주씨가 왜요? 계약은 하셨을 테고. 혹시 연기가 마음에 안 드신 거면....”

-아뇨. 연기는 좋습니다. 근데 양 작가님이 그러셨잖습니까? 오진주씨 QH엔터 소속이라고?

“그랬죠. 저도 김미주 작가님에게 들은 거긴 한데....왜요?”

-오늘 알고 보니 오진주씨가 JYB엔터 소속 이더라고요.

“네? 그, 그럴 리가? 오진주씨 같은 무명 배우가 어떻게 JYB엔터 소속 일수 있어요?”

JYB엔터는 처음 설립 때부터 명품 기획사를 지향하고 만들어진 곳이었다. 그곳 대표가 재벌 3세이기도 했고. 때문에 무명 배우는 아예 받지를 않았다.

-그걸 지금 저한테 물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아무튼 그 때문에 오진주씨와 업UP된 배우 출연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근데 그 얘기를 왜 저에게 하시는....설, 설마....아니죠?”

눈치 9단인 양 작가가 바로 남PD의 속셈을 간파했다.

-그러면 어쩝니까? 제작비는 한정적이고. 촬영 환경 개선을 위해 돈은 미리 당겨 써버렸고. 줄일 수 있는 건 인건빈데.

“아무리 그래도 작가료를 깎다니요?”

-그러니까 왜 오진주씨가 QH엔터 소속이라고, 저와 조연출에게 얘기하신 건데요?

양미경은 남PD가 오진주의 소속사 가지고 자꾸 걸고넘어지니, 뭐라 더 할 말이 없었다.

이건 작정하고 그녀의 작가료 깎으려고 전화한 거니, 그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양미경은 오진주가 더 받아 가게 된 출연료를, 자신의 작가료로 메워 주는 데 동의하고 말았다.

“개새끼....”

통화를 끝내자마자 양미경의 입에서 쌍욕이 바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하여튼 그년은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돼. 이딴 새끼나 소개 시켜주고.”

어떻게 보면 자신의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는 김미주 작가를 대 놓고 헐뜯던 양미경.

그녀는 당장이라도 김미주 작가에게 전화해서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녀야 잘못 들었다고, 미안하다고 하면 끝인 걸 말이다.

“하아아....”

깊은 한숨과 함께 양미경은 참을 인忍을 열 번 넘게 중얼거리며, 하던 대본 교정 작업을 마저 해 나갔다.

* * *

문대식으로부터 춘천 동일파 조폭들이 떼거지로 서울로 올라와서, 현재 성수도 서울 숲에 모여 있다는 얘기를 들은 나는, 바로 현 경찰청장인 박대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청장님. 접니다. 백준열.”

-오오. 백 대표. 바쁜 양반이 이 시간에 어쩐 일인가?

오늘 국회 인사 청문회가 있었다. 보아하니 박 청장이 별 문제 없이 그 인사 청문회를 통과한 모양이었다.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살갑게 내 전화를 받았을 테니 말이다.

“얘기 들었습니다. 청문회 잘 통과하셨다고.”

-허허허허. 이게 다 백 대표 덕분이요. 한데 진짜 무슨 일이요? 내가 지금 좀 바빠서....

이래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을 때가 다르다는 말이 나오는 거겠지. 그거야 나도 마찬가지니 박 청장을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었다.

“네. 그럼 간단히 용건만 말하겠습니다. 지금 춘천의 한 조폭 조직이, 저를 노리고 서울에 와 있다는 정보를 입수 했습니다.”

원래는 문대식을 노리고 온 놈들이지만, 사람 말이 ‘아’ 다르고 ‘어’다르다고, 여기서 내 경호팀장을 춘천 조폭 조직이 노리고 있다면, 아무래도 경찰에서 받아드리는 약발이 다르겠지?

-뭐라고요? 감히 조폭 따위가 백 대표를 노려?

일단 약발은 바로 먹힌 거 같자, 나는마저 하던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 성수동 서울 숲에 모여 있다는 데....지금이 그들을 일망타진할 절호의 기회인 거 같아서 청장님께 전화 드린 겁니다.”

-잘하셨소. 제가 그 놈들 싹 잡아 들여서, 확실하게 처벌토록 하겠소이다.

확신에 찬 박 청장의 대답에 나도 만족해하며 그와 통화를 끝냈다. 아마도 이게 웬 횡재냐 싶을 거다.

청장 취임하자마자 대박 건수를 올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원래 경찰에서 민생치안 하면 가장 신경 쓰는 게 조폭들이었다.

왜냐하면 나라에 분위기가 흉흉하면, 제일 먼저 때려잡는 게 조폭들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조폭들이 알아서 나 잡아 주쇼 하고, 일부러 서울까지 올라와서 설쳐 주니 박 청장 입장에서는, 베리 땡큐한 일 일수밖에 없었다.

“이거 생각보다 빨리 서진 김명진 회장을 만나겠는 걸?”

이번 일로 서진의료재단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고, 그 여파가 서진그룹에 미칠 테니, 김명진 회장이 나설 거야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었다.

결국 서진그룹에서 이 일을 파기 시작하면, 그 배후에 내가 있다는 건 바로 드러나게 되어 있었다.

“김 회장이 좀 놀라겠군.”

다른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그 상대가 나라는 걸 알게 되면 김 회장도 똥줄 좀 탈거다.

* * *

국회 인사 청문회 문제로 정신없었던 박대순 청장. 하지만....

“우리 박 청장님. 위장전입 한 번도 없이....비교적 깨끗하게 사셨네. 앞으로 이 나라를 위해서 큰 일 하십시오.”

“아이고. 고맙습니다.”

여당 국회의원이야 그렇다 쳐도, 야당 쪽 국회의원들까지 신임 경찰청장에게, 아주 대 놓고 친절하게 굴었다.

박대순 청장 앞에 있었던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와는 완전 다른 분위기.

이번에 내정 된 법무부 장관 역시, 고위공직자 국회 청문회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인 위장전입 문제의 벽을 쉽게 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불법인 데다 대부분 주소 이전을 통한 이익 실현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뤄진 게 뻔히 보였는데,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주소 이전을 통한 이익을 얻으려고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위장전입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이뤄지는데, 첫째는 현재 거주지보다 더 좋은 지역의 학교에 자식을 입학시키기 위함이고, 둘째는 부동산을 취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 또 아파트 청약 과정에서 위장전입이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는 선거법상의 요건 충족을 위함인데, 이 외에 부동산 투기나 탈세 등을 위해 위장전입이 이뤄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주소 이전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밝힌 것은, 바로 이런 목적이 없었다는 의미인데, 글쎄다.

‘물론 목적과 관계없이 위장전입은 불법이다. 주민등록법은 이사를 한 뒤 14일 이내에 실거주지에 맞춰서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어기면 위장전입이 되니까. 벌칙을 규정한 주민등록법 제37조에 따르면 위장전입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단 말이지.’

당연히 법무부 장관 내정 자가 그걸 모를 리 없다. 문제는 고위공직자들 중에 아직도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성이 없는 위장전입은, 불법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뭐 늘 그렇듯 법무부 장관 내정자도 앞선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대부분 불법적인 목적이 있었음에도, 사과 정도로 지나갔다. 그러니 여, 야간에 언성이 높아졌고.

그렇지만 경찰청장 내정자인 박대순을 두고 여, 야 의원들은 마치 쉬어가는 인사청문회이냔, 별말 없이 넘어갔고 덕분에 긴장했던 박대순도, 그제야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경찰청으로 가자.”

그렇게 생각보다 한 시간은 빨리 자신의 인사청문회를 끝낸 박대순이, 국회의사당에서 경찰청으로 이동하고 있을 때였다.

“응?”

그의 개인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는데 확인하니 백준열 대표였다.

인사 청문회도 이제 끝났고 딱히 백준열에게 잘 보여야 할 것도 없어진 박대순.

그는 백준열의 전화를 받을까 말까, 잠깐 고민했다. 만약 어제였다면 재깍 받았을 전화였다. 그 생각이 들자 뻘쭘해진 박대순은 백준열의 전화를 일단 받았다. 그랬더니 백준열이 흥부의 박 씨 하나를 그에게 물어다 주었다.

“하하하하. 백 대표와 나는 생각보다 상성이 잘 맞는단 말이야.”

바로 말하자면 백준열이 여러모로 그에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가 경찰청장이 된 것도,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백준열 덕분이었다. 그런데 청장이 되고나자마자 이런 대박 사건을 그에게 안겨주다니....

“아아.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박대순은 즉시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김 청장. 나야. 특공대 지금 출동 가능하지?”

대한민국 경찰청 소속의 대테러부대, 일명 SWAT라고 불리는 경찰 특수부대를 갑자기 쓰겠다는 경찰청장. 그런 그에게 박대순이 직접 내정한, 서울경찰청장이 무슨 말을 더 하겠나?

-네. 언제든 출동 가능합니다.

“그럼 지금 즉시 성수동 서울 숲으로 보내.”

-네. 근데 무슨 일로....

“아아. 거기에 춘천 동일파라는 조폭들이 모여 있을 거야. 놈들 다 잡아 들여.”

-조, 조폭이요?

“그래. 그 놈들이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주요 인사를 해치려고, 은밀히 서울로 올라왔다는 첩보야. 한 놈도 놓쳐선 안 돼. 알겠나?

-네. 청장님.

그렇게 서울경찰청장과 통화 후, 박대순은 흐뭇하게 웃으며 경찰청으로 향했다. 어째든 그가 직접 지시를 내렸으니, 그 결과는 듣고 퇴근해도 할 생각이었다.

* * *

박대순 신임 경찰청장은 경찰청 차장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청 수사 본부장이었던 김대성을 서울경찰청장에 임명했다.

당연히 경찰청 차장은 전 경찰청장 쪽 사람이니 지방으로 전보 조치했고, 그 조치와 동시에 차장은 관행에 따라 사표를 냈다. 박대순은 그 사표를 바로 수리했고, 기다렸다는 듯 차장 인사도 단행했고.

김대성 서울경찰청장은, 당연히 박대순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로, 박대순이 내린 지시를 최우선적으로 처리했다.

“윤 총경. 나야. 지금 즉시 경찰특공대를 성수동 서울 숲으로 투입시켜서, 거기 있는 춘천 동일파 조폭들을 일망타진하도록 하게.”

-네. 청장님.

군 특수부대 및 기타 정예 부대들을, 전역한 지원자들 중 가려 뽑은 게 바로 경찰특공대다. 단연 인적 자원 면에서 우수하고 그 실력도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그들이지만 총격사건, 테러사건이 거의 없다시피 한 한국에서는, 주로 주요행사 경호경비 및 각종 인질극 제압 등의 진압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실정. 그런 그들을 서울경찰청장에 취임하자마자 출동 시킨다는 게, 김대성도 짜릿하고 뭔가 큰일을 하고 있다는 성취감도 들었다.

무엇보다 그 대상이 민생의 최대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조폭들이라고 하지 않은가?

그때 서울경찰청장의 명을 받은 경찰특공대 대장인 윤병수 총경은, 자신이 직접 경찰특공대를 인솔해서 성수동 서울 숲으로 움직였다.

“한 놈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청장님 지시다. 퇴로부터 완벽히 차단하고 놈들을 진압해 나간다.”

경찰특공대의 출현에 서울의 복잡한 도로가 뻥 뚫렸다. 그들은 신속하게 성수동 방면으로 움직였고, 곧 서울 숲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들의 대장인 윤 총경의 지시에 따라서, 서울 숲 주위 통로들부터 점거하고, 본격적으로 조폭들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

처처처처척!

“1조는 저쪽....2조는 수도박물관을 돌아서 들어가서....”

윤 총경이 직접 경찰특공대를 진두지휘하면서, 빠르게 조폭들이 모여 있는 곳을 압박해 들어갔다.

“경, 경찰이다!”

그리고 몇 분 뒤 조폭들이 경찰특공대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경찰특공대의 포위망에 걸려 든 상황.

“다 체포 해! 저항하면 강경 진압해도 좋다.”

윤 총경의 명령이 떨어지자, 경찰특공대가 신속하게 춘천 동일파 조폭들을 때려잡기 시작했다.

퍽! 퍽!

“아아악!”

“두 손 머리 위로....그대로 바닥에 엎드린다.”

경찰특공대는 그들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조폭들은, 가차 없이 폭력을 행사했다.

“C발. 우리한테 왜 이러는....아악!”

“우리가 뭘 잘못 했다고....크아악!”

그런 강경한 경찰특공대 앞에 춘천 동일파 조폭들이 나름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경찰특공대는 오로지 자신들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조폭들을 무자비하게 제압할 뿐이었다.

“저기 동일파 조폭 두목이 도망간다.”

“잡아!”

춘천 동일파 조폭 두목 구재명은 혼자 살아보겠다고 도망을 쳤지만, 이미 서울 숲의 모든 통로를 점거하고 있던 경찰특공대였다. 그야말로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에 손오공이었다.

“허억!”

수도 박물관을 돌아서 인근 아파트 단지 쪽으로 죽어라 내빼던 구재명.

하지만 그 아파트 단지로 가는 통로에 매복하고 있던 경찰 특공대 두 명이 그 앞에 나타나자, 기겁하며 놀라 급하게 몸을 돌렸지만, 경찰 특공대가 잽싸게 그를 덮쳐 사정없이 그를 두들겼다.

퍽! 퍼억!

“으아아악!”

경찰 특공대원 한 명이 구재명에게 수갑을 채우는 동안, 다른 한 명이 즉시 무전기로 보고를 했다.

“알파! 여기는 양키다. 동일파 두목을 잡았다.”

-치익! 수고했다. 양키. 이쪽으로 데려 오도록.

그렇게 경찰 특공대가 투입됨과 동시에 빠른 검거가 이뤄졌고, 채 10여분도 되지 않아, 동일파 조폭 두목 구재명까지 검거 되면서, 서울 숲에 모여 있던 춘천 동일파 조직원들이, 전원 경찰에 일망타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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