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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안 그래도 욕심 많은 황치열은, 박두식이 대표 자리 앉혀 준다는 그 꼬임에 해까닥 넘어가 버렸다. 하지만 박두식이 자신에게 진심이 아니란 걸 알게 된 황치열. 그는 옹졸하고 편협한데다가 은혜도 모르는 자였다.
누군가 도움을 받아서 성공해도, 그 성공은 다 자기 때문에 거둔 결과로 여기는 황치열이, 박두식의 본심을 알게 되었는데 그걸 좋게 볼 리 없었다.
‘두고 보자. 내가 대표만 되면....’
이미 황치열은 호랑이 등에 올라 탄 상태였다. 대표가 되지 못하면 QH엔터에 더 붙어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대표가 될 가능성은 높았다.
왜냐하면 홍대복 대표의 부재 시, QH엔터를 이끌어 나갈 역량을 지닌 사람은, 지금의 QH엔터에서는 그 밖에 없었으니까.
황치열은 자신이 대표가 되면, 제일 먼저 눈앞에 박두식부터 잘라 버리기로 작심했다. 그것도 모르고 박두식이 멋쩍은 얼굴로 황치열에게 말했다.
“그럼 그 대주주와 약속 시간을 한 시간 뒤로 미룰까요?”
“미쳤어? 그러다 열 받은 그 대주주가 약속 취소하면 박 부장이 책임 질 거야?”
“그건 아니죠.”
“그렇겠지. 어차피 박 부장이 대표가 될 것도 아니니까?”
“....”
박두식은 자기 말에 제대로 삐친 황치열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새끼가 속이 좁아터져서는....저래가지고 무슨 대표를 하겠다고....QH엔터는 틀렸어. 딴 일자리 알아봐야겠네.“
황치열을 대표로 만들고, 그 뒤에서 그를 조종해서 뭘 좀 해 먹으려던 박두식. 하지만 QH엔터의 연이은 주가 폭락에, 오늘은 누군가가 시중에 나와 있는 QH엔터 주식을 빠르게 사 모으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들은 박두식은, 막상 황치열의 싹수까지 노란 것에 좌절하며, 이쯤에서 황치열과 손절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황치열이야 대주주를 만나던 말던 내버려 두고, 자기 책상에 사직서를 올려놓은 박두식.
“사요나라다.”
그길로 QH엔터를 빠져 나간 박두식은 곧바로 퇴근을 했고, 그때 그의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대주주를 만나러 가면서, 박두식에게 전화를 해 대던 황치열.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별수 없이 대주주와 만나기로 한 강남의 유명 룸빵으로 간 황치열은, 오늘도 열심히 대주주에게 술 접대를 했다. 안 그래도 안 좋은 속에 술을 들이 부어대니....
“으으윽!”
털썩!
결국 쓰러져 버렸고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간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날이 환하게 밝아 있었다.
“여, 여긴....”
“병원이에요. 무슨 술을 위장에 빵구 나도록 마셨어요?”
그때 병실 안으로 황치열의 아내가 들어왔다. 보아하니 병원에서 그의 가족을 부른 모양이었다. 근데 당연히 보여야 할 회사 사람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여보. 회사에서 온 사람 없어?”
그러자 그의 아내도 뭐가 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게. 왜 당신 회사에서 아무도 당신 문병하러 오지 않는 걸까? 내가 아까 분명히 회사에 전화 했는데. 당신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말이야.”
그러면서 슬쩍 황치열을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 혹시 나 몰래 회사 관두고 그런 거 아니지?”
“무슨 헛소리야. 내가 이렇게 된 것도 다 회사 일 때문인데.”
황치열이 발끈하자, 그제야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는 아내. 근데 아내 말을 듣고 보니 이상하긴 했다. 회사의 실세에다가 이제 곧 대표가 될지 모르는 자신이 아니던가? 근데 아내가 아까 회사에 알렸다는 데, 여태 개미 새끼 한 마리보이지 않고 있었다.
“내 핸드폰 좀....”
“여기....”
황치열이 핸드폰을 찾자 아내가 병실 베드 옆에 캐비닛에서 그의 핸드폰을 꺼내 주었다.
“뭐야?”
그런데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그에게 걸려 온 전화가 한 통도 없었다.
혹시 핸드폰이 꺼져 있었는지 아내에게 물으니 아니란다. 내내 켜져 있었고 아내가 충전까지 시켰는데, 그 동안에도 전화나 문자는 한통도 오지 않았다고.
“그, 그럴 리가....”
QH엔터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자신이었다. 그런데 어젯밤부터 점심시간도 훌쩍 지난 지금까지 핸드폰이 이렇게 조용할 수 없었다. 황치열은 일단 박두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어제 초저녁부터 전화를 받지 않았던 박두식은 여전히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황치열은 곧장 QH엔터 본사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야. 황 실장.”
사람들은 아직 그를 황 차장이라고 불렀는데, 황치열은 QH엔터 홍대복 대표가 실종되기 전에 실장으로 진급을 했다. 단지 홍대복 대표가 그 진급 결재서류에 사인을 안했다 뿐이지.
-네. 실장님.
그래서 QH엔터 직원들은 황치열 앞에서는 그를 실장으로 불렀고, 없을 때는 차장으로 불렀다.
“박두식 부장 무슨 일 있어? 왜 내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박 부장님. 어제 사직서 내시고, 오늘 출근 안 하셨는데요?
“뭐? 박 부장이 사표를 써?”
-네. 그리고 실장님 짐은 어떻게 할까요? 가지러 오실 건가요? 아니면 택배로 짐으로 보내드릴까요?
“무슨 소리야? 여기서 내 짐 얘기가 왜 나와?”
-네? 설마 모르시고 계신 거예요?
“뭘?”
-차장님 퇴사 처리 됐는데.
“뭐, 뭐라고? 내가 퇴사?”
-네. 오늘 오전에 긴급임시주주총회가 열렸고, 그 자리에서 새로운 대표님이 선임 되셨는데....그 대표님이 오늘 회사 오셔서, 박두식 부장님 사표 수리하시고, 거기에 실장님 퇴사 시키셨어요.
그 말에 발끈한 황치열.
“누, 누구 마음대로 날 퇴사 시켜!”
-공금 횡령하신 걸로 아는데. 안 그래도 대표님이 검찰에 실장님 신고하신다고 하셨어요.
“검, 검찰에 날 신고한다고?”
-네. 저는 그렇게 들었어요. 보아하니 오실 처지는 못 되시는 거 같고. 제가 그냥 실장님 짐들 집으로 택배 부칠게요. 더 하실 말 없으시면 전화 끊을게요. 저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그, 그래.”
뚜뚜뚜뚜뚜뚜....
황치열이 그 말을 하자마자 QH엔터 직원은 그의 전화를 바로 끊어 버렸다. 그때였다. 그의 근처에 있던 아내가, 황치열이 통화하는 걸 듣고는 기겁해서 말했다.
“여, 여보. 퇴사라니? 검찰에 신고라니? 그게 다 무슨 소리야?”
“그, 그게....”
그가 공금 횡령한 건 맞았다. 홍대복 대표가 있을 때도 했었고. 그런데 홍대복 대표가 실종 되자 아주 대 놓고 회사 돈을 썼다. 박
두식이 그랬다. 지금 쓰는 돈은 어차피 황치열이 대표가 되면, 대표 활동비와 경비 처리해 버리면 된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에게 그런 소릴 지껄였던, 박두식은 어제 사표 내고 회사에 나오지도 않았단다.
새로 선임된 대표는 그런 그를 공금 횡령으로 검찰에 신고하겠다고 하고. 황치열은 박두식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박두식은 여전히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안 돼. 나 이렇게 끝낼 수 없어.”
QH엔터 대표 자리가 코앞에 있었다. 근데 자신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황치열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박두식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대주주들을 만나서 그들 비위 맞추며 술을 마셨을 뿐이었다. 근데 그가 쓰러지고 깨어보니, 긴급임시주주총회가 열렸고 그 자리에서 새 대표가 선임 되었단다.
“아, 아니야. 대표는 내가 되어야 해.”
황치열은 도저히 억울해서 못 참겠는지, 그제 자신이 접대했던 QH엔터의 대주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죽이 잘 맞았던 두 사람은 형, 동생 사이로 지내기로 했다. 물론 술에 취해서 한 소리라 신빙성은 없었다.
-어어. 아우님. 어쩐 일이야?
다행히 상대는 황치열과 한 약속을 잊지 않고 있었다.
“네. 형님. 잘 지내시죠?”
-그럼. 어제는 좀 힘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아. 아우님은?
“저야 아직 젊은데요. 팔팔합니다.”
-허허허허. 그 젊음이 부러워. 그래 내 안부 물으려고 전화한 건 아닐 테고, 할 말이 뭔데?
“형님. 오늘 QH엔터 긴급임시주주총회가 열렸다는 데 어떻게 된 일인가 해서요?”
-그래? 그거라면 나도 이제 잘 모르지.
“네? QH엔터의 대주주인 형님이 모르시면 누가 압니까?”
-대주주가 아니니까 모르지.
“그, 그게 무슨....”
-나 어제 QH엔터 지분 삭 넘겼어.
“네에?”
-폭락 중인 주식을 현재가로 사준다는 데 당연히 팔아야지.
“아아....”
황치열은 이제야 감이 왔다. 그러니까 누군가 몰래 QH엔터의 주식을 사 모은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황치열은 대주주들을 포섭해서, 그들의 지지를 받아 대표 자리에 앉으려고 한 것이고.
하지만 황치열이 제 아무리 뛰고 날아도, 어차피 주식을 가지고 있는 자를 이길 수 없었다.
한마디로 그가 헛짓거리를 하는 동안에, 그 돈 있는 자가 주식을 사모아서 QH엔터 대표 자리에 먼저 꿰차고 앉아 버린 것이다.
“하아....”
결국 돈 없는 황치열이는 위에 빵구만 난 채, QH엔터에서 잘린 거고. 거기다가 공금 횡령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게 생겼다.
지금은 술 마시면 절대 안 되지만, 술이 그 어느 때보다 당기는 황치열이었다.
* * *
어젯밤에 소고기 파티 후, 새로운 숙소로 돌아가면서 강기석이 해피걸스 멤버들에게 말했다.
“내일은 10시까지 푹 들 자라.”
그 말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 해피걸스 멤버들.
“진짜요?”
“오빠. 그래도 돼요?”
“어. 그래도 돼. 김 실장님에게 말해 봤는데, 점심 먹고 1시까지 회사로 오면 된데.”
“이야호!”
“지금 몇 시야?”
“10시 30분!”
“뭐야. 그럼 숙소 가서 바로 자면 11시간을 잘 수 있는 거네?”
“맙소사. 11시간이라니....”
걸그룹 활동을 시작하면 제일 모자라는 게 잠이었다. 각종 행사에 동원 되다보면 차에서 쪽잠 자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내일 오전 10시까지 숙소에서 내리 잘 수 있다니, 해피걸스 멤버들이 좋아하며 방방 뛸 수밖에 없었다.
“후후후후....”
그 모습들이 생각나자 자기도 모르게 웃게 되는 강기석. 하지만 그는 해피걸스 멤버들과 달리 자신은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다. 그가 맡고 있는 또 다른 연예인인, 오진주를 픽업해서 오늘 있을 야외 촬영장까지 가야 했으니까.
씻고 옷 싹 갈아입고 나서 시간을 확인하니 6시였다. 강기석은 어제 저녁에 반납하지 못한 렌터카를 렌터카회사에 넘기고, 6시 30분에 그 렌터카회사 앞에서 JYB엔터에서 그에게 제공 된 차를 받기로 했다.
강기석은 자기 오피스텔 방에서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 다음, 거기 주차 되어 있던 렌터카를 몰고 렌터카회사로 갔다. 그리고 렌터카를 무사히 반납하고 렌터카회사를 나오자,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네. 여보세요?”
-강기석 팀장님 되십니까?
“그런데요?”
-안녕하세요. 저는 매니저 2팀에 채석규 대립니다.
“아네. 안녕하세요.”
-지금 말씀하신 렌터카 회사에 다 와갑니다만.
“저는 지금 렌터카 회사 입구에 서 있습니다.”
-아네. 보이네요.
잠시 후 시커먼 스타크래프트벤 한 대가 강기석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운전석에서 채석규 대리가 내렸고, 강기석에게 스타크래프트벤을 넘긴 후, 자신은 미리 연락 해 둔 콜택시를 타고 떠났다. 당연히 그 택시비는 회사 경비처리가 된단다.
“이야. 확실히 급이 다르네.”
강기석도 스타크래프트벤을 몰아보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 벤은 연식이 오래 된 중고였는데, 지금 자신이 몰고 있는 스타크래프트벤은 따끈따끈한 새 차였다. 뛴 킬로수가 4천Km가 조금 넘은.
강기석은 쭉쭉 잘 나가는 스타크래프트벤을 몰고 오진주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오진주 집 앞에 도착하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오빠.
전화 걸자마자 재깍 그의 전화를 받는 오진주. 보나마나 새벽 같이 일어나서 준비 다 해놓고, 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은 게 확실했다.
“집 앞이야. 나와.”
강기석이 그 말하고 나서 채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양 손에 짐을 챙겨들고 집 밖으로 나오는 오진주.
그런 그녀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마 강기석의 차를 찾는 모양인데....
지이이이잉!
스타크래프트벤의 운전석 유리창이 열리면서, 그 안에 있던 강기석이 고개를 밖으로 내밀었다.
“진주야. 여기....타!”
강기석은 오진주가 그를 보고 어리둥절해 하며, 스타크래프트벤 쪽으로 다가오자, 그제야 운전석 문을 열고 내렸다.
“뭔 짐이야?”
강기석이 오진주가 양손에 들고 있는 짐을 보고 묻자, 그녀가 그 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하나는 내 옷과 화장품 세트고, 다른 하나는 도시락.”
“도시락?”
“어. 오빠랑 먹으려고 김밥하고, 과일 좀 쌌어.”
“뭐 하러 그랬어? 그 시간에 더 잘 것이지.”
“괜찮아요.”
강기석은 손을 내밀어서 오진주의 양손에 짐을 자신이 대신 받았다.
“어서 타.”
강기석은 오진주가 타게 스타크레프트벤의 뒷문을 열어 주었다.
“와아....”
오진주는 신기해하며 그 벤에 탑승했고, 강기석은 오진주에게 받은 짐을 스타크래프트벤의 짐칸에 넣었다. 그때 오진주가 말했다.
“김밥은 먹게 이리로 가져 와요.”
“어.”
강기석은 오진주가 시킨 대로 도시락 가방은 챙겨서 운전석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운전석에 타자, 도시락 가방을 뒤쪽에 앉아 있던 오진주에게 넘기고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때 오진주가 도시락 가방을 열고, 그 안에서 김밥이 든 도시락 통을 꺼냈다. 그리고 뚜껑을 열자 김밥 냄새가 스타크래프트벤 안에 풀풀 풍겼다. 그러자 오진주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강기석에게 말했다.
“오빠. 차에 냄새 배는 거 아닌 가 몰라.”
그런 그녀에게 강기석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그런 걱정 하지 않아도 돼. 이 차는 내 앞으로 나온 차니까.”
“오빠 앞으로 나온 차?”
“어. 한마디로 이 차에 탈 연예인은, 앞으로 해피걸스와 너 뿐이란 얘기야.”
QH엔터에도 스타크래프트벤은 있었다. 하지만 그 차는 특별할 때만 이용이 가능했다.
그러니까 일종에 회사 공용차란 얘기. 하지만 JYB엔터에서는 달랐다.
연예인이 아닌 그 매니저에게 스타크래프트벤이 지급 되었다.
그래서 JYB엔터에서 쓰는 스타크래프트벤의 수가, 서울에 있는 연예기획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벤 수를 합친 거 보다 많다는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