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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연예기획사 홍보를 위한 광고 및 홍보물에 무상 출연할 의무가 있었고, 기획사 혹은 계열사가 주관하는 행사에도 횟수에 상관없이, 무상 출연해야 한다는 조항도 적발됐었다.
또 연예인은 기획사의 허락 없이 연예활동을 중지하거나 은퇴할 수 없고, 소속 기획사와 계약을 해지하면 같은 업종이나 유사한 연예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심지어 기획사는 연예인의 사전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계약당사자의 지위를 양도할 수도 있었다.
공정위는 당시 실태조사 대상인 230개 전속 계약서에서, 모두 1개 이상의 불공정계약 조항이 적발해 냈는데, 30곳이 넘는 연예기획사가 그 조사대상 업체에 해당 됐다.
그들 중 22곳은 불공정조항에 대해 자진 시정키로 했고, 8곳은 공정위가 제정한 연예인 전속계약 표준약관을 도입하기로 약속했다.
-그때 QH엔터도 조사대상 업체 중 한 곳이었는데, 서면 계약서를 운영하지 않고 있었고, 당시 표준약관이 보급되면, 도입 여부를 검토할 의사가 있다고 공정위에 통보했었거든요. 하지만....
“QH엔터에서는 그걸 지키지 않았군요?”
-공정위가 표준약관을 제정, 보급한 상태임에도 말이죠. 이는 괘씸죄에 해당되니 공정위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특히 올해 초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이 ‘기존 전속계약 중 분쟁의 소지가 있는 조항을 손질하고, 기획사가 원하면 연예인이 무조건 응해야 한다거나 사소한 규정 위반이라도 과도한 위약금을 물리는 불공정한 조항들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경한 발언을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러니까 이 건들은 법정으로 갈 것도 없습니다.
“공정위에 신고만 해도 끝날 일이란 말이네요?”
-네. 공정위에 이미 알렸습니다. 아마 내일 QH엔터 발칵 뒤집어 질 겁니다.
“좋은 소식이군요.”
안 그래도 홍대복 대표의 실종으로 난리 난 QH엔터였다. 근데 거기에 소속 연예인의 불공정 계약 문제로, 공정위가 그곳을 들쑤셔 놓는다면....
‘주가는 주가대로 폭락하고, 회사 내부 분위기는 더 흉흉해 질 것이고....’
그때 김효석의 머릿속에 떠 오른 것은 황 차장, 황치열이었다.
이번 기회에 QH엔터의 대표 자리를 노리고 있는 그가, 과연 내일 터질 공정위라는 폭탄이 터졌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벌써부터 재미있어 지는 김효석이었다.
-지금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고마워요.”
김효석은 최태욱 변호사가 직접 해피걸스 멤버들과, 오진주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그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삐이이익!
그때 그의 비서의 인터폰이 울렸다.
-실장님. 강기석 팀장님 오셨습니다.
마침 신분 세탁을 끝낸 강기석도 그의 품으로 돌아왔다.
“들여보내요.”
-네.
잠시 후, 강기석을 비롯해서 해피걸스와 오진주가, 김효석 실장실의 접객 소파를 꽉 채우고 앉았다. 그런 그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김효석이 말했다.
“생각 같아서는 회식이라도 하고 싶은데, 오진주는 내일 촬영 때문에, 해피걸스 같은 경우는 당장 숙소를 옮겨야 하니, 어쩔 수 없이 회식은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오진주. 너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지금 네가 사는 곳이 안 좋아서 옮기라는 게 아니니까. 다 너의 안전을 위해서 보안이 철저한 회사 오피스텔로 옮기라는 거지.”
“네. 좀 더 생각해 볼게요.”
당연히 김효석이 말한 회사 오피스텔이란 백준열 소유의 오피스텔 건물을 말했다.
백준열이 QH엔터에서 JYB엔터로 옮겨 올 연예인들을 위해서, 그의 소유 오피스텔 건물의 공실을 기꺼이 내주기로 한 것이다.
“자아. 받아.”
김효석이 강기석에게 불쑥 명함 통을 건넸다.
“이, 이건....”
그 명함 통 안에는 QH엔터가 아닌, JYB엔터 매니저 파트 3팀장 강기석이라는 이름의 명함이 들어 있었다.
* * *
차량도 바로 지원이 된다고 했는데, 강기석이 그 차는 내일부터 쓰겠다며 거절을 했다.
왜냐하면 지금 강기석이 쓰고 있는 차는, QH엔터에서 렌트해 준 승합차였다.
그러니까 그 차를 렌트 한 회사에 반납해야 했다.
강기석은 어차피 반납해야 하니, 그 차로 오진주는 그녀의 집에, 해피걸스는 새로 쓸 숙소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
이미 빠른 이사 서비스를 통해서 해피걸스가 지금 쓰고 있는 숙소에서는, 해피걸스 멤버들의 짐이 정리되고 있었다.
숙소 정리야 강기석이 이사 서비스에, 현관문을 여는 비밀번호만 알려 주면 끝이었다.
나머지는 이사 서비스에서 알아서, 해피걸스 멤버들의 짐을 챙겨서 새로운 숙소로 가져 오면 됐다.
“네? 벌써 끝났다고요? 알았습니다. 짐 옮길 주소 알려드릴게요.”
그 짐이란 게 얼마 되지도 않아서 이사 서비스 직원들이 숙소에 들어 간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다 챙겼다는 연락이 왔다.
강기석은 바로 해피걸스 멤버들이 새롭게 쓰게 될, 강남의 노른자위라는 테헤란로의 오피스텔 건물의 주소를, 이사 서비스 직원에게 알려주었다.
“진주야. 나는 너도 얘들 있을 오피스텔로 왔으면 좋겠다.”
“그래요. 언니. 우리 같이 살아요.”
오늘 같이 좀 붙어 있었다고, 해피걸스 멤버들과 오진주가 많이 가까워 진 모양이었다.
매니저인 강기석에 해피걸스 멤버들까지 나서자, 안 그래도 귀가 얇은 오진주가 많이 흔들리는 거 같았다.
오진주가 지금 사는 곳은 교통이 많이 불편했다. 거기다 건물도 많이 노후화 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진주가 거기에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건, 그곳에 정이 들어서다. 하지만 매니저의 입장에서 자기 연예인이, 좀 더 좋은 시설에서 편안하고 또 안전하게 사는 게 좋았다.
무엇보다 오진주가 이번 주말 드라마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을 때, 그녀의 안전이 가장 걱정 됐다. 하지만 지금 해피걸스가 옮겨 갈 오피스텔로 오진주가 옮겨 올 경우, 그 걱정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진다.
왜냐하면 그곳 오피스텔 건물의 보안은 철저하기로, 이미 서울 바닥에 쫘악 하니 소문이 나 있었으니까.
“알았어요. 오늘 집 주인에게 얘기 할게요.”
“잘 생각했어. 그럼 이사는?”
“내일 들어가는 단편드라마 촬영은 끝내고 해도 해야죠.”
“그래. 그럼. 가자.”
강기석은 오진주를 설득한 것에 만족해하며, 해피걸스와 오진주를 데리고 JYB엔터 사옥을 나섰다. 그리곤 지상 주차장에 대 놓은 차에, 그들을 싣고 먼저 오진주의 집으로 향했다.
“내일 7시까지 올게.”
“네. 오빠.”
내일 오전에 야외 촬영이 잡혀 있는 관계로 9시까지는 촬영 장소에 가야 했다.
그렇게 먼저 오진주를 그녀 집 앞에서 내려주고, 강기석은 다음 목적지인 테헤란로에 위치해 있는, 요즘 가장 핫 하다는 오피스텔 건물로 향했다.
* * *
“우와아아....”
“오, 오빠. 우리 진짜 여기서 사는 거야?”
“진짜 높다.”
백준열 소유의 오피스텔 건물은 무려 40층이 넘는 마천루 오피스텔이었다.
거기에 보안시설이 정말 잘 갖춰져 있었다. 보통은 키Key만 있으면 보안시설이 갖춰져 있어도, 얼마든지 드나들 수 있었다.
입주민의 편의를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백준열 소유의 오피스텔은 아니었다.
키Key로는 오피스텔 출입구 문만 열수 있었다. 그 다음 하나 더 설치 된 보안문의 경우, 그 문을 열려면 반드시 입주민의 지문이 필요했다.
그래서 강기석과 해피걸스 멤버들도, 관리사무실에 가서 자신의 지문을 인식시켜야만 했다. 거기다가 출입문과 지하 주차장의 엘리베이터 앞에 경비원이 상시 대기 중이었다.
“이러니 보안 철저하다는 말이 나올 밖에.”
이사 서비스에서 여기 다 와 간다는 전화를 받은 강기석은, 해피걸스 멤버들과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왔다.”
잠시 후 이사 서비스에서 짐을 싣고 왔는데, 그 짐이란 게 사실 얼마 되지도 않았다.
해피걸스 멤버들의 옷이나 신발, 그리고 팬들에게 받은 선물들이 다였다.
어차피 옷장과 가전제품들은 숙소에 딸려 있었던 것들이니까 가져 올 수 없었고.
강기석은 먼저 이사 서비스의 짐들을, 해피걸스 멤버들이 쓸 오피스텔 방으로 옮기게 했다.
백준열은 해피걸스에 20평 오피스텔 2개를 내 주었다. 그러니까 해피걸스 멤버 두 명이 오피스텔 방 하나를 쓰면 됐다.
거기에 강기석이 쓸 수 있게 14평의 오피스텔 방도 따로 내 주었다. 물론 오진주를 위해서도 해피걸스 멤버들이 쓰는 오피스텔 방 근처로다가 방을 잡아 주었고.
강기석은 이사 서비스가 짐을 풀 동안, 해피걸스 멤버들과 오피스텔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 뒤 이사 서비스로부터 이삿짐을 다 풀었다는 얘기를 듣고, 드디어 오피스텔 방으로 들어간 해피걸스 멤버들.
“와아....완전 깨끗해.”
“허얼. 이 전망 어쩔 거야?”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오피스텔 방 안에는 최신 가전제품들이 다 갖춰져 있었다.
당연히 시설 면에서도 그녀들의 이전 숙소에 비교할 바가 아니었고. 특히 그녀들이 쓰는 오피스텔 방의 층수가 30층이 넘다보니 전망이 장난 아니었다.
“마음에 들어?”
“완전 좋아요.”
“언니. 여기 뜨거운 물이 콸콸 나와.”
제이나는 이제 마음껏 씻을 수 있어 좋다며 좋아했는데, 그걸 보고 있던 강기석의 마음이 애잔해졌다.
그때 오진주와 특히 많이 친해 진 해피걸스의 리더 예나가, 그 새를 못 참고 오진주에게 전화를 한 거 같았다.
“진주 언니. 여기 진짜 끝내줘. 언니도 빨리 와요.”
그걸 보고 피식 거리며 웃던 강기석. 그는 이사가 잘 됐는지 오피스텔 방 2곳을 옮겨가며, 꼼꼼히 확인을 하고는 자기 방이 있는 15층으로 내려갔다.
“와아....”
그리고 오늘부터 자신이 쓰게 될, 자신만의 공간인 오피스텔 방을 보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곳에는 해피걸스 멤버들의 오피스텔 방과 달리, 데스크 탑과 태블릿PC가 구비 되어 있었고, 그가 입을 정장 두 벌과 구두 두 켤레도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정장 상의의 포켓에 흰 봉투가 하나 꽂혀 있었다.
“뭐지?”
의이해 하며 그 봉투를 열어 본 강기석. 봉투 안에는 수표 세 장과 편지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백만 원짜리?”
수표는 백만 원 권으로 세 장이니 모두 3백만 원이었다. 이게 무슨 돈이지 생각하며 강기석은 접혀져 있는 편지지를 펼쳐봤다. 그랬더니....
[강기석 팀장님. 저희 JYB엔터의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합니다. 맡으신 연예인들과 기분 좋게 소고기 구워 드시고, 힘내서 더 열심히 일해 주십시오. JYB엔터 대표 백준열]
“아아....”
강기석의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그리곤 눈시울이 붉힌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옮긴 회사는....좀 괜찮은 거 같네.”
그 말 후 수표를 챙긴 강기석이 자기 방을 나와서, 다시 해피걸스 멤버들이 있는 위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그리곤 해피걸스 멤버들을 다 불러내서 말했다.
“대표님이 너희들 소고기 사 먹이란다. 가자.”
“소고기요?”
“와아아! 고기다. 고기.”
밥 먹어도 돌아서면 배고플 나이의 해피걸스 멤버들. 그녀들은 강기석의 소고기란 말에 신이 나서 난리였고, 그런 그녀들을 데리고 소고기 구이 점으로 간 강기석은, 해피걸스 멤버들과 허리띠를 풀고 제대로 소고기 파티를 즐겼다. 원래 오늘 밤에 해피걸스 멤버들과 하려던 파티를 기어코 하게 된 것이다.
* * *
“으으으....죽겠다.”
벌써 사흘 째 계속해서 술을 마시고 있는 황치열. 이제 속이 쓰리다 못해서 아프기까지 했다. 근데 오늘 또 술 약속이 잡혀 있었다.
“오늘 만날 대주주가 진짜 중요합니다. 그분만 잡으면 실장님이 QH엔터 대표가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술 깨는 약을 오늘 만 세 번째 먹고 있는 자신에게, 같은 소리를 사흘 째 계속 해 대고 있는 박 부장을 황치열이 흘겨봤다. 그제도, 어제도 박 부장은 황치열이 만날 대주주가 중요하다고 했었다.
그래서 진짜 열심히 그 대주주 비위 맞춰 주면서 접대를 했다. 그런데 그 두 대주주에게 돌아 온 대답은 뜨뜻미지근했다.
주주총회가 열리면 그때 생각해 보겠다니? 대체 이틀 동안 자신이 뭘 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술 퍼 마실 때 그들은 분명 황치열에게 약속을 했다. 주주총회 때 자신을 대표로 밀어 주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술에서 깨고 나면 딴 소리를 했다.
“으으으....박 부장. 내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그런데....오늘은 자네가 좀 나서 주면 안 될까?”
그 말에 박 부장이 칼 같이 거절하며 말했다.
“그건 아니죠. 제가 대표 될 것도 아닌데.”
“뭐, 뭐?”
황치열이 기가 찬 얼굴로 박 부장을 쳐다봤다. 하지만 박 부장은 그런 황치열의 눈길을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려 버리면서 회피했다. 그런 박 부장을 보면서 황치열은 속이 더 아팠다.
‘내가 미쳤지. 저런 놈 말을 듣고....’
그러니까 황치열을 부채질해서, 그를 QH엔터의 대표로 만들어 주겠다고 자처하고 나선, QH엔터의 매니저 사업부 부장인 박두식.
그는 작년에 홍대복 대표가 매니저들이 빠졌다며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였다.
국내 메이저 연예기획사 중 한 곳인 PLT엔터테인먼트에서 매니저 팀장을 맡았던 박두식은, 처음에는 매니저들을 휘어잡으면서 눈에 띠는 실적을 거뒀다. 이에 고무 된 홍대복이 박두식을 극찬했고, 그를 영입하기 잘했다고 떠들었다.
하지만 가지도 너무 휘면 부러지는 법. 박두식의 강압에 못 이긴 매니저들이 줄줄이 그만 두면서, 매니저 사업부가 휘청 거리자 그에 대한 홍대복 대표의 총애도 같이 휘청댔다.
그래서 올해 안에 잘릴 거라는 소리가 많았던 박두식은, 홍대복 대표가 실종 되자 바로 황치열에게 접근해서 그를 부추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