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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앞서 두 명에 이어서, 네 명의 조폭들이 더 쓰러지고 나자, 남은 다섯 명의 조폭들은 완전 패닉 상태에 빠진 모습이었다. 그 중 한 명은 뒤로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있었고.
그런 그들을 보고 문대식이 무슨 생각을 했겠나? 이미 지하 2층에 내려갔던 그의 정예 경호팀원들이, 1층 안내 데스크 주위에 나타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문대식의 활약을 보고 끼어들지 않고, 그대로 계속 지켜보고 있는 상황. 그들이 자리까지 펴 주고 있는데, 여기서 가만있을 문대식이 아니었다.
“어이. 잔챙이 조폭들. 뭐 하냐? 안 덤비고? 빨리 드루 와!”
문대식이 아예 대 놓고 덤비라고 손짓을 해도, 놈들이 오히려 뒤로 뺀다. 기세에서 완전히 문대식에게 눌린 것이다. 그러니 문대식의 눈에 저것들은 조폭도 아닌 양아치들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파파파팟!
“으아아아!”
그래서 문대식이 먼저 움직였다. 사자가 달려들자 양떼의 양들이 기겁하며 흩어지듯, 남은 다섯 조폭들은 문대식을 보고 내 뺐다. 하지만 더럽게 운 없이 문대식이 찍은 한 놈의 조폭.
퍽!
녀석에게 문대식이 그냥 달려들어서, 몸통으로 박아버리자 녀석이 멀찍이 날아가서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느 새 몸을 틀면서 다른 조폭에게 달려 든 문대식.
그가 도망치는 다른 조폭의 무릎을 발로 찼다.
빠각!
“크아악!”
강한 충격과 함께 무릎 쪽 뼈가 어긋나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고, 자신의 다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다른 조폭.
이제 그 조폭에게도 관심이 없어진 문대식이, 또 다른 조폭을 향해 달려가고....
“으아아아. 오지 마. 저리가.”
아주 호들갑을 떨며 도망치는, 또 다른 조폭을 향해서 문대식은 자신의 허리띠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빼내서 냅다 던졌다.
빡!
“아아악!”
그게 정통으로 또 다른 조폭의 뒤통수를 때렸고, 그걸 맞은 녀석이 무슨 총이라도 맞은 거처럼 단말마와 함께, 나 죽는다고 쓰러져서 바닥을 뒹굴었다.
퍽!
그게 시끄러웠는지 그대로 뛰어가서, 축구공을 슈팅하듯 그 또 다른 조폭의 머리를 차버리는 문대식.
그 발차기에 맞고 기절한 그 또 다른 조폭이 조용해지자, 문대식이 이제 하나 남은 조폭에게로 걸어갔다.
원래 한 놈 더 있었는데, 독보적으로 비겁한 그 놈은, 벌써 JYB엔터 사옥 출입구 밖으로 나가고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제 한 명 남은 조폭을 향해 다가가는 문대식. 그때 혼자 남은 조폭이 호주머니에서 제법 재미있는 걸 꺼냈다.
“오, 오지 마. 오면 찌른다.”
날카로운 과도. 저딴 걸 왜 가지고 다니는지, 또 어떻게 호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 건지 모르지만, 어째든 문대식이 다가가자 그걸 마구 휘둘러대는 조폭 녀석. 하지만 문대식은 그 칼질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쉭!
실제로 그의 눈앞을 칼날이 거의 깻잎 한 장 차이로 스쳐 지나갔는데도, 문대식은 눈을 감지 않았다.
파앗!
그렇게 상대의 움직임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보던 문대식.
그가 마구잡이로 휘두르던 과도가 그의 얼굴 옆을 스쳐 지나가는 그 타이밍에 움직였고, 먼저 왼손으로 조폭의 과도 잡은 오른 손을 잡고, 이어서 그걸 떼어 내려 움직인 조폭의 왼손을, 자신의 오른 손으로 잡아챘다.
씨익!
그리곤 조폭을 마주보고 아주 기분 나쁘게 웃던 문대식.
뻐억!
우두둑!
그가 이마로 조폭의 안면을 그대로 박아버렸다. 코뼈가 아작 나는 소리와 함께 나 죽겠다고 소리를 지르는 조폭.
“크아아악....”
하지만 재차 이어진 문대식의 안면 박치기에 바로 기절해 버려 조용해진 조폭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자, 문대식은 녀석의 손에서 과도를 뺏은 뒤, 녀석이 쓰러지던 말든 내버려 두고는 안내 데스크 쪽으로 터덕터덕 걸어갔다.
툭!
그렇게 문대식은 자신이 뺏은 과도를, 무심히 안내 데스크 위에 던져 놓고, 그 안의 직원에게 말했다.
“버려요.”
그 말 후 멋지게 뒤돌아선 문대식이, 자신을 향해 존경의 눈빛과 함께 박수 치고 있는 다섯 정예 경호팀원들에게로 걸어가며 말했다.
“뒤처리 잘 해.”
“네.”
그때 안내 데스크 안의 직원이, 그런 그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봤다.
두 눈에 하트를 뿅뿅 날리며. 당연히 안내 데스크 안의 직원은 여자였다.
그것도 청순하고 섹시한 미인.
* * *
문대식은 조폭들 중 한 놈이, 미리 내 빼는 걸 보고도 그냥 뒀다.
그가 그렇게 한 건 정작 조폭들을 움직인 뒷배를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정확히는 서진그룹인데, 백준열의 말대로라면 이번 일은 서진그룹 밑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쉽게 말해서 잔챙이들이란 얘기고, 그 잔챙이들이 정리 되어야, 서진그룹이 본격적으로 나설 게 아닌가?
문대식과 백준열은 이미 서진그룹과 부딪칠 것을 불사하고 있었다.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지.
근데 문대식은 무슨 일을 처리할 때 질질 끄는 걸 제일 싫어했다.
그 성격 때문에, 문대식은 한시라도 빨리 서진그룹을 끌어내서 결판을 짓고 싶었다.
“지금쯤 연락이 갔겠지?”
이미 문대식이 제압한 조폭들은, 경호실에서 자신들이 누구며 누구 지시로 여기 왔는지 다 불었다.
이름이 성수길이라고 했던가? 춘천 동일파의 2인자라는 그 녀석은 제법 버텼지만, 밑에 녀석들이 알아서 술술 불어 대는데, 버텨 봐야 무슨 소용이겠나? 결국 성수길로 입을 열었다.
조폭들도 인간인데, 자유가 억압받는 게 좋겠나? 그게 무슨 소리냐면 문대식의 보고를 받고서, 백준열이 법무 팀의 변호사를 한 명 경호실로 보내주었다. 그런데 그 변호사가 걸물이었다.
“당신들 무단침입에 기물파손, 협박, 폭행, 거기다 칼부림까지....전과가 없다고 해도 최소 3년은 살아야 합니다. 물론 전과가 있다면 그게 또 최소 5년으로 늘겠죠?”
그들이 지은 죄에 대한 형량으로 조폭들을 협박했다. 그리곤 채찍에 이어서 바로 당근을 제시했고.
“근데 우리 대표님께서 또 아량이 원체 넓으셔서....댁들 감빵 보내봐야 뭐할 거냐며, 순순히 협조하는 자에 한해서,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 주시겠다지 뭡니까?”
법무 팀 변호사의 그 말에 조폭들이 다들 넘어가서 술술 다 불었던 것.
“대단하시네. 이름이 어떻게 된다고요?”
문대식은 조폭들을 유치원 아이 다루듯 하는, 법무 팀 변호사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최태욱 인데. 왜요?”
“나는 경호팀장 문대식이요.”
문대식이 웃으며 최태욱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최태욱은 그런 문대식의 손을 그냥 휙 쳐다보고는 뒤돌아서며 말했다.
“압니다.”
문대식은 잘 기억 못하고 있었지만, 최태욱은 백준열 대표를 만났을 때 문대식을 봤다.
그래서 이미 잘 아는 사이라 여기고 있었고. 근데 문대식이 처음 보는 사람처럼 손을 내미니 좀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가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 문대식도 생각이란 걸 좀 해 보라고 말이다.
“어?”
하지만 문대식은 단순하게 최태욱이 자신을 깠다고만 생각했다. 물론 그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좋게 보였다.
“야생마네. 야생마야.”
백준열 대표가 보내서 여기 왔다는 건, 그 만큼 백준열이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는 인물이란 얘긴데, 문대식은 최태욱이 백준열 밑에서 어떻게 커 나갈지 그게 벌써 궁금했다.
* * *
문대식이 놔 줘서 도망칠 수 있었는데, 그는 자신이 정말 운이 좋아서 도망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헉헉헉....어서 이 사실을 형님께 알려야 해.”
그래서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밖에 하고 있지 않았다. 바로 자신이 속한 조직, 그러니까 춘천 동일파의 보스인 구재명에게 연락해야 한다는....
호주머니 속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꺼낸 그는, 곧장 구재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저 동석인데요. 수길이 형님 밑에....네. 저어....서울 올라 온 수길이 형님과 조직원들이....”
그는 제법 상세히 성수길과 동일파 조직원들의 어제, 오늘 행적에 대해 구재명에게 얘기했다.
“....라서 어쩔 수 없이 그 아들놈을 잡으러 JYB엔터로 갔는데....네? 빨리 요점만 말하라고요? 네. 그 놈에게 수길이 형남과 조직원들이 다 당했습니다. 네? 저요? 저는 운 좋게 도망, 아니 빠져 나올 수 있어서, 이렇게 형님께 전화 드리고 있는....여보세요? 여보세요?”
구재명은 그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다. 성수길과 그 밑에 조직원들이 다 당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다.
“젠장. 나는 어쩌라고? 뭔 말을 해주고 끊어도 끊어야지....”
별수 없이 그는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춘천 가는 버스를 타고 춘천으로 돌아갔다.
“어? 다들 어디 갔지?”
하지만 그가 동일파 아지트에 도착했을 때, 그 아지트는 텅텅 비어 있었다.
그는 아는 조직원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다섯 시간 전인가? 조직에 비상이 걸렸단다. 그래서 동일파 조직원 45명이 전부 소집 되었고, 지금은 서울의 모처에서 대기 중이라고 했다. 그때였다.
“그 모처가 어딘지 알아 봐.”
그의 뒤에서 누가 그 말을 했고, 뒤 돌아보니 검은 정장 입은 남자 둘이, 그를 보고 실실 웃고 서 있었다.
퍽! 퍽! 퍼억!
“크아아아악!”
잠시 동일파 아지트 안에서 구타하는 소리와 비명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그 소리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흑흑흑....제발 그만 때려요. 뭐든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그는 비겁한 만큼 참을성도 없었다. 그래서 몇 대 맞지도 않았는데, 바지에 오줌까지 지리며 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그런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검은 정장 남 중 한명이 말했다.
“빨리 다시 전화해서, 너희 조직원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 내.”
“네. 네. 바로 전화하겠습니다.”
그는 자신이 아는 동일파 조직원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물론 들킬 위험을 고려해서, 앞에 전화 했던 조직원 말고 다른 조직원에게.
“그러니까 지금 있는 곳이 성수동 서울 숲에 있다고? 수도박물관 바로 뒤? 어. 알았어. 나? 지금 거기로 가야지. 어.”
그를 통해 춘천 동일파 조직원들이 지금 어디 있는 지 알아 낸 검은 정장남들. 그들 중 한 명이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 *
문대식은 자기 혼자 살겠다고 내뺀, 그 비겁한 조폭 녀석의 뒤를, 좀 늦었지만 다섯 정예 경호팀원 중 두 명으로 하여금 쫓게 했다.
“그 놈이 가봐야 어디 가겠어? 보나마나 춘천으로 돌아가겠지.”
그래서 두 정예 경호팀원을 근처 시외버스터미널로 보냈는데 거기 그놈이 있었다.
그 얘기를 전해들은 문대식. 그가 바로 두 정예 경호팀원에게 지시했다.
-그 놈 뒤를 계속 따라 가봐.
문대식이 두 정예 경호팀원들에게 그런 지시를 내린 건, 그러다 보면 적어도 춘천 동일파의 아지트라도 알아 낼 수 있을 테니까.
그랬는데 아지트는 물론이고, 뜻밖에 놈들이 떼거지로 서울로 올라 간 사실을 알게 됐다.
“수고 했어. 그 놈 데리고 서울로 와.”
문대식은 두 정예 경호팀원들 중 한 명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나서, 곧장 백준열에게 전화를 했다.
-또 뭐?
그러자 백준열이 살짝 짜증을 내며 그의 전화를 받았다. 아무래도 문대식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1층 로비서 혼자 날 뛴 게 불만인 모양이었다.
“대표님. 춘천 동일파 녀석들이 서울 올라 왔답니다. 지금 성수동 서울 숲에 모여 있다는데 제가 애들 데리고 가서....”
-잠깐! 문 팀장. 지금 너무 오버하고 있는 거 아냐?
“네?”
-아무리 상대가 지방 조폭들이라지만, 자칫 피를 볼 수도 있어. 괜찮겠어?
“아아....”
그제야 문대식은 자신이 지금 너무 흥분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자기는 JYB엔터 백준열 대표를 경호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경호팀원들을 이끌고 있는 팀장이었고. 그런 그가 이성을 잃고 조폭들을 치러 가겠다니, 자기 경호팀원들의 안전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말이다.
무엇보다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일은, 줄곧 지양해 왔는데 이제 와서 그 원칙을 깰 수는 없었다.
“죄송합니다. 그렇다면 이 일은 양태석에게....”
문대식은 춘천 조폭들 처리는 그 동안 조폭들 쪽 처리를 쭉 맡아 온 양태석에게 맡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뭐 하러 그래.
“네?”
-도둑이 어디 있는지 아는 데, 당연히 그놈들 잡을 경찰에게 연락해야지.
“그, 그게 무슨....”
-문 팀장은 걱정 마. 내가 다 알아서 처리 할 테니까.
뚜뚜뚜뚜뚜뚜....
그렇게 먼저 전화를 끊은 백준열 대표. 그가 뭘 어떻게 처리하나 그게 궁금해진 문대식은, 경호실에 있다가 쪼르르 대표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회사 안에서 백준열 대표가 뭘 하든 다 꿰고 있는, 김 비서에게 다가간 문대식이 그녀에게 슬쩍 물었다.
“대표님. 혹시 경찰에 전화하지 않았어요?”
“네. 좀 전까지 경찰과 통화 하셨어요.”
“뭐라고 하시던데요?”
문대식이 초롱초롱 눈빛을 빛내고 물었는데, 돌아온 김 비서의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그야 저도 모르죠. 단....”
하지만 사람 얘기는 끝까지 들어 봐야 아는 법.
“경찰청장과 직접 통화 하셨어요.”
“경, 경찰청장과요?”
경찰 수장과 백준열이 과연 무슨 얘기를 나눴겠나? 보나마나 지금 성수동 서울 숲에 있는 춘천 조폭들 얘기를 했겠지.
“하여튼 스케일이 다르다니까.”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은 문대식이 힐끗 대표실을 쳐다보다 이내 몸을 돌려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움직였다. 다시 경호실로 내려가려고 말이다.
“문 팀장님?”
그때 김 비서가 그를 불렀다.
“네?”
“대표님이 들어 오시라네요.”
아무래도 귀 밝은 백준열 대표가, 자신과 김 비서가 얘기하는 걸 들은 모양이었다.
‘괜히 왔네.’
보나마나 백준열이 그에게 폭풍 잔소리를 할 게 뻔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