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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362화 (36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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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백지연은 나와 대화 할 때 수시로 임윤지라는 카드로, 대화의 본질을 흐리는 물 타기를 시도했다.

자신이 그걸 적절히 잘 활용하고 있다고 믿는 거 같은 데, 사실은 내가 맞춰 주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나는 이전 삶에서 임윤지의 찐팬은 아니었다. 단지 언론에 노출 된 만큼의 그녀를 알고 있었을 뿐. 한마디로 연출 된 그녀의 삶만 알고 있단 소리다.

그런 그녀는 좋은 집안에서 반듯하게 잘 커서, 법조계 집안답게 변호사 남편 만나서 자기하고 싶은 연기하면서 행복하게 잘 사는 연예인? 그 남편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적이 있을 거로 예상 되는, 억수로 운 좋은 남자?

그런데 내가 부러워했던 임윤지의 남편인 변호사가, 알고 보니 소시오 패스 이주혁이었다니....

그런 미친놈과 결혼해서 임윤지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렇다는 건....

‘임윤지도 보통 미친년이 아니란 얘기지.’

뭐 직접 만나 보면 알게 되겠지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임윤지와 진짜 임윤지가 왠지 많이 다를 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니까. 그럼 윤지에게는 내일 7시에 삼명 호텔 라운지 레스토랑에서 만난다고 얘기 해 놓을 게.”

내가 잠깐 딴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백지연은 빠르게 나와 임윤지의 만남을, 그러니까 만날 장소와 시간을 자기 임의대로 정해 놓고 있었다.

누가 삼명 호텔 대표 백지연이 아니랄까 봐. 아아. 이제는 전 대표지만.

그때였다. 내 머릿속에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에 울려왔다.

-백지연이 서지연이 되면서 혈연에서 벗어나 이제 충견이 될 자격이 생겼습니다. 서지연은 한국에서 몇 안 되는 최고의 호텔리어입니다. 그런 그녀를 당신의 충견으로 삼고, 국내 브랜드의 호텔 체인을 만들어 보세요. 이를 완수 시 개지수 +50의 보상이 지급됩니다.

나는 백지연이 서지연이 된 사실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뭐야? 견신 시스템이 이제 내 사업까지 관여 해?’

아니 그러지 말란 법은 없었다. 하지만 여태 견신 시스템은 내 일신상과 관련해서 주로 미션을 내왔다.

한데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것과는 거리가 먼, 사업 쪽을 관여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지?’

그런 내 생각을 읽은 듯 견신 시스템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놨는데, 그 요지는 견신 시스템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일체 관여할 생각은 없단다. 단지 내가 서지연을 충견으로 삼아서 호텔 체인을 론칭 한다면 크게 성공할 것이고, 그에 대한 보상을 넉넉히 지급하겠다는 의도라나?

‘호텔 체인이라....’

거기다가 서지연에게 그 호텔 체인을 맡기면, 크게 성공할 거란 견신 시스템의 확언이 살짝 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한국에서는 연일 한 다국적 호텔 그룹을 두들기고 있지 않은가?

바로 임페리얼 호텔 얘기다.

‘그 임페리얼 호텔을 삼명 호텔이 인수합병 한다면....’

단숨에 호텔 체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호텔 망을 형성 할 수 있었다.

“....라서 그만 가 봐야 할 거 같아. 연락 기다릴게.”

그 사이 또 백지연, 아니 서지연이 또 자기 멋대로 우리 만남의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내가 웃으며 말했다.

“일요일에 임윤지 만나보고 나서 연락할게. 서지연.”

내 그 말에 그때까지 웃고 있던 서지연의 얼굴에 잔 경련이 일었다.

그러니까 일요일 밤에 임윤지를 만나서 그녀가 어떤 식으로 나오는가에 따라서, 내 결정도 바뀔 수 있다는 걸 서지연에게 은근슬쩍 압박한 것이다.

거기다 네 주제를 알라는 뜻에서 그녀가 백지연이 아닌 서지연이란 것도 일깨워 주었고.

“그, 그래.”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파르르 몸을 떨면서 나를 보고 억지로 웃고 있는, 서지연을 보면서 나도 따라 웃으며 생각했다.

‘좀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자.’

서지연을 내 충견으로 만드는 건 그리 급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견신 시스템의 미션을 수용하는 쪽으로 내 마음이 많이 기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 미션을 완수 시, 개지수를 무려 50포인트나 획득할 수 있다니 말이다.

* * *

서진의료재단의 이사장 김명수.

평소처럼 10시 넘어 느긋하게 출근해서, 결재할 서류 몇 개에 일필휘지로 사인을 한 뒤, 골프채 들고 자신의 방 한쪽에서 퍼팅 연습 중인 그에게, 인터폰이 울리고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삐이이익!

-이 사장님. 보건복지부 제 2차관님께서 전화하셨습니다.

“뭐? 정 차관이?”

김명수는 들고 있던 골프채를 대충 옆 벽에 세워 놓고, 쪼르르 자기 자리로 가서 앉으며 비서에게 말했다.

“전화 연결 해.”

-네.

바로 전화벨이 울리고 김명수는 그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정 차관님. 오랜 만입니다. 네. 하하하하.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사업적으로 바빠서. 곧 자리 한 번 마련하겠습니다. 네. 그런데 어쩐 일로....네에? 아아. 그, 그런 일이....일단 감사는 막아주십시오. 사흘, 아니 이틀이면 됩니다. 네. 심려 끼쳐 죄송합니다. 그럼요. 그때는 장관님도 모시고 오십시오. 제가 정 차관님 체면 확실히 세워 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보건복지부 제 2차관과 통화를 끝내고, 전화를 끊는 김명수의 얼굴은 이미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이 병신 새끼들이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했기에, 복지부에서 재단으로 감사 나오겠다고 지랄이야.”

김명수는 곧장 인터폰을 눌렀다.

-네. 이사장님.

“강원도 XX요양원 원장 연결해. 당장.”

잠시 후, 이사장실 안에서 고성이 일었다.

“....거 몰라? 너 그 대가리 뭐 하러 달고 다녀? 장식이야? 생각이란 거 좀 하고 살아라. 당장 그 환자 찾아내. 찾아내서 무슨 수를 쓰던 회유해서, 이번 일 없던 일로 만들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이번 일 똑바로 처리 못하면, 네가 내 손에 죽는다.”

살벌하게 상대를 몰아붙이고 나서 ‘쾅’하고 전화기를 내려놓으면서, 김명수가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병신 새끼.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알려줘야 하니....”

그때 비서의 인터폰이 울렸다.

삐이이익!

-이 사장님. 명성 건설 박 사장님과 골프 회동 가실 시간입니다.

“알았어.”

김명수는 골프 칠 생각에, 좀 전 그를 왕 짜증나게 했던 기분 나쁜 일은, 머릿속에서 싹 지웠다.

뭐 어차피 XX요양원 원장이 그 일을 잘 처리 할 테니까.

그 원장의 처남이 춘천에서도 알아주는 조폭조직 두목이었다.

조폭들의 일처리 방식이야 뻔했지만 또 확실했다. 그걸 알기에 김명수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골프 치러 나설 수 있었다.

* * *

욕먹어서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엿 같은 경우가, 바로 평소 자신이 경멸하는 자로부터 듣는 욕이다.

“C발 새끼가, 누구보고 병신 새끼래. 하아....내 머리가 뭐 장식이냐고? 생각은 너나 하고 살아라. 형 때문에 그 자리에 앉은 주제에....”

강원도 XX요양원장은, 김명수 서진의료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실컷 욕을 얻어먹고 나자 입맛이 싹 사라졌다.

그래서 좀 전까지 맛있게 마시고 있던 쌍화차가 이제는 고삼차 같이 썼다.

잠시 후 요양원장이 부른 자들이 원장실 안으로 우르르 들어왔다.

바로 문대식이 부친인 문천식을 서울 요양원으로 모시고 갈 때, 문천식을 도로 XX요양원으로 데려 오려고, 요양원장이 보냈던 자들이었는데, 그들 꼴이 말이 아니었다.

머리며 팔 다리에 붕대를 감았고, 또 다들 얼굴이 시커먼 멍과 함께 퉁퉁 부어 있었다.

“꼴좋다. 어떻게 한 놈한테 당하냐?”

“죄, 죄송합니다.”

요양원장은 그들을 한심하게 쳐다보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동네 양아치들이 별수 있나....”

요양원장은 준비 해 둔 듯, 봉투 하나를 꺼내서 좀 전에 그의 말에 죄송하다고 말한 녀석에게, 그 봉투를 건네며 말했다.

“자아. 치료비하고 며칠 푹 쉬어.”

“고, 고맙습니다.”

일도 똑 바로 처리하지 못한 것들이 돈은 또 잘 챙겼다.

“나가 봐.”

그래도 돈 받았다고 히히 거리며 나가는 양아치들을 보면서, 요양원장은 ‘쯧쯧’거리며 혀를 찼다. 그들이 자기 방을 전부 다 나가고 나자, 요양원장은 자기 핸드폰으로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어. 처남. 나야. 급하게 처리해 줘야 할 일이 생겼어. 그것들? 하아. 말도 마라. 서울에서 경호원 한다는 환자 아들 하나 못 처리해서....”

좀 전 나간 양아치들에 대한 불만을, 춘천 조폭 두목인 자신의 처남에게 늘어놓은 요양원장.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그 양아치들을 그에게 소개 해 준 게 바로 그의 처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놓고 소개비까지 두둑이 챙겼는데, 그런 놈들이 제 밥값도 못했다니 처남의 면이 서지 않았다.

또 요양원장이 맡기려는 이번 일에도, 수고비 명목으로 돈 달라는 얘기를, 그의 처남은 그에게 차마 꺼내지 못했다.

“흐흐흐흐. 돈 굳었다.”

요양원장으로서는 손 안대고 코푼 격이었다. 어째든 조폭들이 나설 테니 이번 일은 게임 끝이었다.

요양원장도 김명수처럼 걱정 없이 골프채를 꺼내서 닦으며, 이따 나갈 필드에서 멋지게 티샷을 날리는 자신을 상상하며 실실 웃었다.

* * *

와장창창!

자신의 매형과 통화 후, 화가 난 춘천 동일파 두목 구재명은 눈앞의 크리스탈 재떨이를 집어 던졌다.

근데 그게 하필 장식장 유리를 박살내고 그 안에 있었던, 구재명이 춘천 시장으로부터 받은 모범 기업인 상패를 두 동강 내 놨다. 구재명이 자기가 태어나서 처음 받아 본 상이라며 꽤나 아꼈던 물건이었는데 말이다.

“에이. C발. 진짜 오늘 되는 일이 없네.”

그때 동일파 2인자며 구재명의 오른팔인 성수길이, 그 동강 난 상패를 붙여보며 말했다.

“접착제로 붙이면 붙을 거 같습니다. 어이. 이거 붙여 와.”

성수길이 밑에 조폭을 불러서 상패를 넘길 때, 구재명이 그를 보고 말했다.

“수길아. XX요양원에 소개 시켜 준 애들 말이야. 빠릿빠릿한 놈들 아니었어?”

“괜찮은 녀석들입니다. 내년쯤에 우리 조직원으로 받아 드릴 생각이었고요.”

“그런 녀석들이 한 녀석에게 당했다네? 서울에서 경호원 한다는 놈에게.”

“방심 했겠죠. 싸움 좀 하는 녀석은 다구리 쳐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 때문에 귀찮아졌어. 네가 애들 데리고 서울 출장 좀 갔다 와야겠다. 그 환자 도로 데려오고, 그 경호원 한다는 환자 아들은, 다시는 까불지 못하게 손 봐 줘. 아아. 그 전에 합의서 받는 거 잊지 말고.”

“네. 형님.”

성수길은 구재명이 그의 매형과 전화 통화 할 때,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이번 일을 그가 맡아서 처리하게 될 것을 말이다.

당연히 구재명은 그 환자가 서울 어디 있는지 알려 주지 않았다. 해서 구재명은 그 환자부터 찾아야 했다.

근데 하루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그 환자의 있는 곳이, 알아내는 데만 사흘이 걸렸다.

그로인해 이번 일을 맡긴 흥신소에 들어간 돈이 천만 원을 훌쩍 넘겼다.

그 만큼 흥신소에서도 사람을 많이 풀었단 소리였다. 이 사실을 알면 짠돌이 구재명이 보나마나....

“또 지랄을 떨겠네.”

어째든 어렵게 환자가 있는 서울의 XX병원을 알아낸 성수길은, 밑에 애들 10명을 데리고 서울로 향했다. 하지만 XX병원까지는 들어갔지만 그곳 병원의 부속동인, 요양병동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요양병동에 들어가려면 철저한 신분 검증을 거쳐야 했으니까. 그래서 성수길은 일부러 시비를 일으켰다.

힘으로 뚫고 들어갈 수 있으면 그렇게 해서라도, 요양병동 안으로 들어가서 문천식이란 환자를 데려 나오려고 말이다.

그런데 소란이 일자마자 순식간에 20명도 넘는 건장한 보안요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을 보고 성수길은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힘으로는 도저히 뚫고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젠장....”

결국 성수길은 문천식의 아들인, 문대식부터 잡기로 했다. 문대식을 족쳐서 그로 하여금 아버지를 요양병동 밖으로 데리고 나오게 한 다음, 문천식을 강원도 XX요양원으로 도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문대식이 사는 집 앞에서, 문대식이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문대식이 퇴근하면 곧바로 아버지가 있는 요양병동으로 간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거기서 자고 아침에도 거기서 출근한다는 걸 말이다.

덕분에 하루를 허탕 친 성수길은, 다음 날 그 사실을 알고는 아예 문대식이 일하고 있다는 JYB엔터를 찾아갔다.

“와아....”

“무슨 연예기획사가 이렇게 크데요?”

성수길과 춘천 동일파 조폭들이 알고 있던, 구멍가게 수준의 연예기획사와 JYB엔터는 차원이 달랐다.

촌놈들이, 그것도 조폭인 게 뻔해 보이는 자들이, 10명 넘게 우르르 몰려다니니 티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안실에서 경호팀장인 문대식에게 수상한 자들이 회사 안에 들어왔다는 보고가 들어갔는데, 이 촌놈들이 어이없게도 안내 데스크에서 떡하니 문대식을 찾았다.

“문대식....이요?”

안내 데스크의 직원도 문대식은 알았다. 백준열 대표를 늘 따라 다니는, 경호팀장인 문대식을 모르는 JYB엔터의 직원은 없었으니까.

“누구시라고요?”

“문대식이 외 사촌형입니다.”

성수길은 떡하니 자신의 신분증을 안내 데스크 직원에게 제시하며,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그러니까 성수길은 문대식을 불러 낸 다음, 그를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데려가서 손 좀 봐 준 다음, 그를 데리고 XX병원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야 말로 조폭다운 단순무식한 방법이었는데, 이게 또 잘 먹혔다.

단지 그 상대가 JYB엔터의 그냥 경호원이 아니라, 경호 팀장이라는 사실을 성수길이 몰랐다는 게, 그와 그를 따라 온 춘천 동일파 조폭들에게는 불운이라면 불운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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