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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361화 (36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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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임윤지에게는 굳이 돌려 말하거나, 의도를 숨길 필요가 없었다. 그랬다면 임윤지가 그녀를 따르지도 않았을 거다.

“너 내 동생 알지?”

-아아. 그 개새....아니다. JYB엔터 대표이신 백준열 말이죠?

“그냥 개새끼라고 해도 돼. 막말로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날까.”

-헤헤. 그래도 언니 동생인데 어떻게 그렇게 불러요. 그냥 백 대표라고 할게요.

“그래. 부르는 거야 네 마음대로 하고. 내 동생하고 좀 만나 주면 안 될까?”

-무슨 일 있어요?

“그 놈한테 약점 잡혔거든.”

-네에? 언니가요? 언니가 백 대표 약점 잡은 게 아니라?

의외라는 듯 목소리 톤을 살짝 높이는 임윤지.

“그러게. 내가 녀석 약점을 잡아도 모자랄 판인데....일이 좀 꼬였네.”

-몇 번이나 만나 주면 되는 데요?

임윤지의 그 말에 서지연은 좋아서, 핸드폰을 들지 않은 손으로 어퍼컷 날렸다.

“한 세 네 번 정도 만나 주면 될 거 같아. 그 안에 그 약점은 없애버릴 수 있을 테니까.”

-좋아요. 언니 부탁인데 그 정도 못 들어주겠어요.

보통 이렇게까지 상대가 말하면 서지연이 고맙다고 말을 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서지연을 그러지 않았고, 그러지 않은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바로 서지연의 입을 통해서.

-그럼 이번 시즌 삼명 호텔 광고에도, 제가 메인 모델인거죠?

“그럼. 당연하지.”

이제 삼명 호텔 대표도 아니면서 서지연은 뻔뻔하게도 넙죽 대답을 했다.

그녀가 그런 건 백준열을 만나서 얘기만 잘 되면, 그녀가 도로 삼명 호텔을 맡을 테니 문제 될 게 없었다.

만약 실패 한다고 해도, 어차피 미국으로 가 버리면 임윤지를 다시 볼 일도 없는데, 책임 질 것도 없었고.

-좋아요. 백 대표. 언제 만날지 날짜 정해서 연락 주세요.

“아아. 좀 있다가 내가 너 한데 또 전화할지 몰라. 그녀석이 네 얘기를 해도 안 믿을 가능성이 높거든.”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언니 전화 오면 받을 게요.

“한 시간 안에 전화 할 거야. 그 뒤로는 바쁘면 안 받아도 돼.”

-그럴게요.

그렇게 임윤지와 통화를 끝낸 서지연. 그녀는 만족해하며 웃었고, 그런 그녀의 눈에 JYB엔터 사옥이 보였다.

“지연아. 넌 할 수 있어.”

그녀는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었고 잠시 후, JYB엔터 건물 입구 앞에서 내려서는, 당당하게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내릴 때 같이 따라 내린 경호팀원 세 명이 그녀 뒤를 따랐고, 운전하던 경호팀원은 차를 주차 시키러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 * *

JYB엔터 사옥 1층 로비로 들어선 서지연. 그녀는 안내데스크로 향했고 거기서 자신이 누군지 밝혔다. 공식적인 방문이었다면 사실 이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기에 서지연은 평소 한 적이 없는 이런 수고를 해야만 했다.

“나 삼명 호텔 백지연 대표인데.”“네?”

당연히 안내데스크 안의 직원이 당황해 할 때, 그녀가 이어서 말했다.

“여기 대표 누나라고.”

“네. 네.”

“뭐해? 방문자 출입증 주지 않고?”

JYB엔터도 사원증이 없으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보안 시스템을 강화 시켰다.

“아네. 여기....”

안내데스크의 직원이 그녀가 말한 방문자 출입증을 건넬 때, 그녀 뒤에 나타난 경호팀원들. 그들을 보고 서지연이 귀찮아하며 말했다.

“저들 것도 줘.”

안내데스크의 직원은 경호팀원 세 명의 방문 출입증까지 건넸다.

원래 안내데스크에서는 외 부인이 오면 방문 목적이 뭔지 알아보고,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방문자 츨입증을 건네주었다.

하지만 지금 안내데스크의 직원은 그런 절차를 다 생략하고, 서지연과 그녀의 경호팀원들에게 방문자 츨입증을 내줬다. 그 직원이 그렇게 한 건, 서지연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 있었기 때문.

명품 알아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안내데스크의 직원 눈에, 서지연은 삼명 호텔 대표이자, JYB엔터 대표의 누나가 확실했다. 그런데 무슨 신분증을 확인한단 말인가?

안내데스크에서 방문자 출입증을 받은 뒤, 서지연은 곧장 JYB엔터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실이 있는 층을 눌렀다.

잠시 뒤, 대표실이 있는 층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내린 서지연과 경호팀원들.

“저기 있네.”

서지연은 곧장 대표실로 향했고, 그런 그녀를 알아본 대표실의 비서가 달려 나와 인사를 했다.

“준열이 안에 있지?”

비서 인사 받으러 여기 온 서지연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말 후, 바로 백준열이 있는 대표실로 향했고 대표실 문을 열었다. 그때 그녀 뒤쪽에서 백준열의 비서가, 뒤늦게 인터폰을 누르고 뭐라고 떠들었다.

그러던 말든 문을 활짝 열어젖힌 서지연. 그런 그녀 눈에 대표실 책상에 앉아 있다가, 인터폰에서 난 소리를 듣고 그녀를 쳐다보는 백준열의 얼굴이, 그녀가 봐도 그리 반기는 얼굴은 아니었다.

“뭔데?”

당연히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도 친절과는 거리가 멀었다.

* * *

나는 김효석 실장을 만나고 나서, QH엔터 주식 매수에 쓸 50억의 자금을, 블랙 머니를 통해서 JYB엔터의 법인 통장에 입금 시켰다.

막 그 일을 끝내고 김 비서에게 얘기해서 김효석 실장에게 그 말을 전하라고 시키려는데, 누가 노크도 없이 벌컥 대표실 문을 열었다.

삐이이익!

뒤늦게 김 비서의 인터폰이 울리며 그녀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삼명 호텔 백지연 대표님께서....

나는 백지연이란 듣자마자 짜증부터 치밀었다. 아니 뻐꾸기가 왜 여기 온단 말인가?

내가 알기로 그녀와 백 회장의 전처는, 지금 삼청동 저택에 감금 되어 있었다.

근데 감금 되어 있어야 할 두 사람 중 하나가, 왜 하필 지금 내 방으로 기어들어 오냐는 말이다.

당연히 내 입에서 좋은 말이 튀어 나올 리 없었고, 그런 내 말에 백지연은 오히려 피식 웃으며, 내 쪽으로 쭉 걸어와서는 자기가 알아서 접객용 소파에 앉았다. 그리곤 날 쳐다보며 말했다.

“와서 앉아 봐. 할 말이 있어.”

“무슨 할말? 나는 그쪽과 할 말 없는데?”

백지연은 더는 삼명家의 일원이 아니다. 따라서 급이 맞지 않으니, 나는 그녀와 사실 할 말이 없다. 물론 그녀야 내게 할 말이 많겠지. 공주에서 하루아침에 평민이 되어 버렸으니까.

“내 말 들어주면 임윤지 만나게 해줄게.”

“임윤지?”

당연히 나는 임윤지를 안다. 그녀는 지금도 탑 스타고, 10년 뒤에도 여전히 탑 스타였으니까. 하지만 백준열이 아는 임윤지는, 내가 아는 임윤지와 많이 달랐다. 그 말은 임윤지에 대한 백준열의 기억이 생각났다는 소리다.

놀랍게도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그는 임윤지라면 결혼해도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백준열이 임윤지를 꽤나 매력적인 여자로 여기고 있었다는 소리.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지.

‘임윤지가 예쁘고 몸매도 빼어나긴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거든.’

임윤지는 주먹만한 얼굴에 몸에 비율은 좋았다. 하지만 키가 160센티 밖에 되지 않았다. 서구적인 빵빵한 몸매를 좋아하는 내 취향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그러니까 귀엽고 깜찍한데 꾸미면 또 섹시함도 가지고 있는....백준열은 그런 다양한 매력을 가진 임윤지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 백지연이 임윤지 얘기를 꺼내자, 내 가슴이 이렇게 콩닥거리지.

“왜? 그 사이 여자 취향이 바뀌었나? 임윤지 싫어?”

“누가 싫데? 근데 그쪽이 임윤지를 어떻게 알아?”

“그것 까지 네가 알 건 없고. 그래서 어쩔 거야? 내 얘기 들어 줄 거야 말거야?”

나는 딱히 백지연이 하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무슨 소릴 늘어놓든, 그건 그녀에게나 덕이 될 소리지, 나하고는 별 상관없는 일일 테니까.

‘하지만 들어주는 거야 못할 거 없지.’

어차피 그녀가 뭐라고 해도 내가 거절해 버리면 끝날 일이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들어주고 대신 그녀가 제안한 대로, 임윤지를 한 번 만나 보기로 했다.

“좋아. 얘기 해.”

내가 자기 얘기를 들어 주겠다고 하자, 백지연의 얼굴에 희색이 만연해졌다. 그러다 이내 얼굴색을 싹 바꾸더니 내게 말했다.

“여긴 손님 왔는데 어째 냉수 한잔 내오지 않아?”

백지연의 그 말에 나는 김 비서를 불러서 얼음 물 한잔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런 나를 백지연이 째려 봤지만, 나는 그런 그녀를 생 까고 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 그녀를, 재벌 3세이자 한 회사의 대표인 내가 이렇게 만나 주는 것만 해도, 그녀에게는 분수에 넘치는 일이긴 했다.

* * *

백지연은 김 비서가 가져 다 준 얼음물을, 반 컵 정도 마시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나 미국에 가는 거 너도 알지?”

“어.”

내가 영혼 없이 대답하자 백지연이 욱해서 뭐라고 하려다가, 이내 자기 주제 파악을 한 듯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마저 하던 말을 이어 나갔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삼명 호텔에 몸 담은 지 어언 6년 째. 그 동안 나는 삼명 호텔과....”

백지연은 자신이 지금의 삼명 호텔을 다 키운 것처럼, 10분 넘게 자기 자랑을 해댔다. 물론 나는 그 얘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쓸데없는 얘기나 들어주고 있을 정도로, 나는 한가한 사람은 아니다.

“작작하고 본론에 들어가지?”

내가 귀를 후비며 그녀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말하자, 그녀가 또 날 째려봤다. 기분 상했는지 말이다. 그런 그녀에게 내가 뼈 있는 소리를 해주었다.

“나니까 참는 거야. 그런 눈빛으로 큰형과 작은형 쳐다봤다간....넌 죽어.”

내 그 말에 백지연이 움찔하며 황급히 나를 보던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내 말대로 그 동안 백준경과 백준호가 자기 여동생이니까 참았지, 아니었으면 백지연은 벌써 쥐도 새도 모르게 실종 처리 됐다. 당연히 험한 꼴 당한 뒤.

“정확히 내게 뭘 얘기하고 싶은 건데? 그걸 얘기 해.”

나는 그녀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아주 자리까지 펴 주었다.

그런데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면....

‘그냥 쫓아 내 버릴 밖에....’

임윤지야 안 만나도 그만이었다. 다행히 나는 임윤지와 만날 운명인 모양이었다.

그녀가 그제야 내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삼명 호텔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 그러니까 네가 아버지, 아니 백승렬 회장님께 얘기해서 호텔을 달라고 해. 그럼 그 호텔은 내가 맡아서 잘 키워 나갈 테니까.”

그러니까 백지연이 나를 찾아 온 이유는, 삼명 호텔을 자신이 계속 경영해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녀가 한 말 중에 아주 커다란 오류가 있었다.

그건 바로 내가 백승렬 회장에게 호텔을 달라고 하면, 백승렬 회장이 ‘그래. 여기 있다.’하고 순순히 호텔을 내게 내 줄 리 없다는 점. 거기다가 나는 삼명그룹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미쳤다고 삼명 호텔을 백승렬 회장에게 달라고 하겠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아버지가 나한테 호텔을 왜 넘겨?”

내가 기가 차하며 말하자, 백지연이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네가 달라면 넘기셔. 확실해.”

근데 또 백지연이 이렇게 확신에 차서 말하니, 또 그럴 거 같기도 했다.

요즘 백승렬 회장이 내게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무슨 부탁이든 다 들어 주는 게 영....

“호텔부터 시작해서 백 회장님의 계열사들 지분 차근차근 넘겨받아. 그 다음 삼명에서 분리 독립해 나와서 네 그룹을 만들어도 되잖아?”

백지연이 제대로 나의 욕망을 부채질 했다. 그러고 보니 백지연은 백준열에 대해 제대로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오로지 머릿속에 돈과 여자에만 관심 있는 백준열을....

‘아아. 그래서....’

백지연이 왜 임윤지 얘기를 꺼냈는지 이제야 알 거 같았다. 그게 아니면 내가 자기 얘기를 들어 주지 않을 거라 여긴 모양이었다.

당연히 나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드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물론 그녀는 내가 백준열인 줄 알고, 그녀의 제안을 받아드릴 거라 확신하고 있는 거 같았다.

“생각 해 볼게.”

“뭐?”

그렇다고 대 놓고 NO라고 하는 건 하수나 하는 짓이다. 그랬다간 임윤지 만나는 것도 바로 물 건너가는 거고.

“무슨 생각을 해? 그냥 백 회장 만나서 호텔 달라고 하면 끝인데?”

답답하다는 듯 말하는 백지연을 보고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게 끝이야?”

“뭐?”

“아버지가 너 해외로 내 보내기로 했는데, 그런 너를 삼명 호텔에 데려다 놔 봐. 아버지가 뭐라 실까?”

백지연은 호텔에 묻어가려던 자신의 꼼수를, 내가 바로 간파하자 꽤나 놀란 듯 말까지 더듬었다.

“그, 그거야....네가 잘 말해야지.”

그 말에 내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자, 그걸 거절의 뜻으로 받아 드린 듯 눈치 빠른 백지연이 말했다.

“알았어. 생각 해봐. 충분히 생각해 보고 다음 주 월요일까지 얘기 해줘. 너도 알겠지만 이대로라면, 나 다음 주에 미국으로 가야 해. 그러니까 적어도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얘기해 줘야해. 그럴 수 있지?”

“어어. 뭐....”

“그래서 임윤지는 언제 만날래?”

임윤지라는 말에 내 눈빛이 반짝 빛나자, 그걸 보고 긴장한 백지연의 얼굴이 그나마 풀려 보였다.

“내일 저녁에 만날 수 있어?”

“너도 알겠지만 윤지 늦게까지 못 있어.”

백지연에게 그 말을 듣고 보니, 이전 삶의 내 기억에 임윤지가 모 잡지와 한 기사 내용이 생각났다.

법조계에서도 알아주는 집안인 임윤지의 본가는. 결혼 하지 않은 자식에 대해서 통금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임윤지가 촬영할 때 애를 많이 먹었고. 그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았다.

임윤지는 백준열이 죽은 그해에 전도유망한 변호사와 결혼을 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작품에 출연, 당대 탑 스타로서의 자리를 굳히게 되고.

‘가만....그 변호사 이름이....맙소사!’

임윤지가 결혼하는 그 변호사는 다름 아닌, 지금 내 고문변호사인 소시오 패스 이주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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