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백준열 대표를 만나고 자신의 방으로 가면서, 김효석은 강기석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네. 본부장님.
“나 여기서 실장이야. 그러니까 실장님으로 불러.”
-네. 실장님.
“좀 전에 결정 났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줄 테니까 애들 데리고 넘어 와.”
-그 사이 말입니까?
“내가 말했잖아? 나 여기 3인자라고. 뭐 곧 2인자가 될 거 같지만. 좀 전에 대표 만나서 얘기했다.”
-와아. 실장님 완전 피셨네.
“그 동안 고생했잖아. 쥐구멍에도 볕들 날은 있는 법이니까. 그래서 어딘데?”
-지금 운전 중입니다. 애들 데리고 미용실 가는 중이고요.
“스케줄 있었어?”
-네. SVS 가요 순위프로그램인 ‘인기차트 100’이라고 아시려나 모르겠네요.
“허어. 장난해? 그 프로그램 만드는데 나도 일조 했다고. 거기 예능 국장이 나랑 친하니까 필요하면 얘기해.”
-국장 빽이라....그 정도면 나쁘진 않네요. 그럼 말 나온 김에 부탁 좀 할게요.
“뭔데?”
-거기 PD중에....
강기석의 얘기를 쭉 듣고 난 김효석. 그가 말했다.
“알았어. 별일이네. SVS 예능 PD들, 그 정도로 깐깐하진 않았는데. 뭐 지금 바로 방 국장에게 전해 해 놓을 게.”
-고맙습니다.
“스케줄 잘 소화하고 애들 데리고 바로 이쪽으로 와.”
법적 대응에 들어가면 한 동안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JYB엔터에서 강기석과 해피 걸스 멤버들을 챙겨 주겠다는 소리였다.
-네. 그럴게요. 고맙습니다. 실장님.
그걸 알기에 강기석이 김효석에게 고맙다고 한 것이고. 그렇게 강기석과 통화를 끝내자 마자 김효석은 SVS 예능국장인 방구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게 누구야? JYB엔터의 새로운 실세이신, 김효석 실장님이 아니신가?
역시 연예계의 입소문은 강력하면서도 빨랐다.
“알면 바로 연락 했어야지. 방구야.”
이름 때문에 김효석은 방구영 국장을 방구라고 장난삼아 부르곤 했었다. 물론 방구영이 국장이 되기 전까지.
-허얼. 이제 잘나간다고 아주 막나가네? 지상파 방송국 예능국장이 빡치면 어떻게 되는지 한 번 보여 줘?
“이게 빡 칠일이냐? 작작 좀 해라. 그놈에 갑질. 지겹다.”
-한턱 쏴야지?
“그래. 쏴야지. 이번 주는 어렵고. 다음 주 어때?”
-다음 주는 내가 바쁜데?
“그럼 그 다음 주?”
-콜! 근데 그것 때문에 네가 나한테 전화를 했을 리는 없고. 뭔데?
“하여튼 눈치 하나는 귀신이라니까. 부탁 좀 하자.”
-JYB엔터에서 무슨 부탁? 거긴 해달라면 PD들이 알아서 다 해 줄텐데.
“우리 쪽 일이 아니니까 부탁하지. 오늘 ‘인기차트 100’에 출연 할 예정인 해피 걸스라고 있어.”
-해피 걸스? 그래서?
“거기 PD가 상당히 깐깐하다네. 해피 걸스 매니저하고, 그 애들 우리가 데려 올 애들이거든. 그러니까 살살 좀 하라고 해.”
-그래? 그렇다면 얘기가 좀 다르지. 알았어. 그쪽은 건드리지 말라고 지시할게.
“고마워.”
-저번처럼 삼겹살 집 데리고 가면 죽는다.
“걱정 마. 최소가 한우 구이집일 테니까.”
-좋네. 그때 보자.
습관 때문인지 몰라도 방구영이 먼저 전화를 끊을 때까지 기다리는 김효석. 그는 SVS 예능국장과 통화 후 강기석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인터폰으로 비서를 연결한 다음, 오늘 그가 처리해야 할 결재 서류들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강기석은 오전, 오후 나눠서 2시간 씩, JYB엔터 부대표인 박인호의 일을 절반가량 맡아서 대신 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느낌 상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는, 박인호 부대표의 일을 자신이 전부 맡아서 처리해야 할, 가능성이 커보였다. 그랬기에 아까 강기석에게도 곧 여기 2인자가 될 거 같다고 말한 것이고.
“자아. 빨리 보자.”
어째든 점심시간 전에는 그 앞에 쌓인 결재서류를 처리해야 했다. 그래야 마음 편하게 점심을 먹을 테니까. 김효석은 집중해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 * *
SVS 가요 순위프로그램인 ‘인기차트 100’의 원래 메인 PD는, 유석재가 맡기로 하고 7년차 PD인 나재희가 그를 서포터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근데 유석재가 그 프로를 맡기 전에 사고를 쳐 버렸다.
연예기획사로부터 뇌물을 받아먹은 게 걸린 것. 다행히 내부 감사에서 걸렸기에 쉬쉬하며 넘어갔지만, 괘씸죄가 적용 되어서 메인 PD자라에서 공동 PD로 추락한 유석재.
문제는 당연히 선배인 유석재가 메인 PD 노릇을 하는 게 맞는데, 나재희가 거기에 반기를 들어 버렸다.
그래서 현재 ‘인기차트 100’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작가며 방송 관계자들도 유 PD파와 나 PD파로 나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요? 해피 걸스 정확히 언제 오는데요?”
“아니.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오고 있다고. 그쪽 매니저하고 연락 됐다니까.”
“그러니까 그게 정확히 몇 신지 얘기하라고요.”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렇게 궁금하면 나 PD가 해피 걸스 매니저한테 전화해 보던지.”
유석재는 자기보다 한참 후배인 나재희가, 자기를 잡고 꼬치꼬치 캐묻고 있는 지금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급이 좀 늦어서 그렇지. 유석재도 내년에는 연차로 자동 차장 직위에 오를 예정이었다.
지금은 차장 대우로 나재희와 직위는 같았다. 그래서 직위로 나재희를 누를 수도 없었다. 하지만 내년이면 얘기가 다르다.
“젠장....”
원래대로 자신이 메인 PD가 됐다면 애당초 나재희가 그에게 기어오르지도 못했다.
근데 그놈에 봉투 하나 잘못 받아서 이게 무슨 꼴인지....자신이 한심해진 유석재는 담배 한 대 피우러 녹화장을 빠져 나갔다. 그런 유석재를 한심하게 쳐다보던 나재희가 FD를 보고 말했다.
“보아하니 해피 걸스 매니저한테 또 돈 받은 모양이네.”
“어쩔까요?”
“전화 해 봐. 뭐라고 하는 지 들어 보게.”
“네.”
FD는 곧장 해피 걸스 매니저인 이광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소식이 두절 된 이광현이 그 전화를 받을 리 없었다.
“안 받는데요?”
“뭐야? 그러니까 유석재 아니면 전화 안 받아도 된다는 거지?”
나재희의 눈빛이 싹 돌변했다. FD는 나재희한테 찍히면 어떻게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해피 걸스가 나재희에게 제대로 찍힌 거 같았다.
나재희로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같은 공동PD인데 해피 걸스의 매니저가 유석재의 전화는 받아놓고, 자기 쪽에서 전화를 거니까 안 받다니 말이다.
“해피 걸스 오면 나한테 얘기 해.”
아무래도 오늘 한 따까리 해야 할 모양이었다. 굳은 얼굴의 나재희가 녹화 현장 안쪽 방송실로 들어가는 걸 보고 FD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해피 걸스, 오늘 좆 됐네.”
그러게 왜 전화를 안 받냐는 말이다. FD는 해피 걸스 매니저의 불행에 명복을 빌고는, 밀린 자기 일 하러 녹화 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 * *
유석재는 방송국 내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옥상에서 연거푸 담배를 피웠다.
“뭔 일 있어?”
그런 그를 보고 방송국 입사 동기인 교양국 PD가 물었다.
“하아. C발 진짜 좆같아서 여기 더 못 다니겠다.”
“왜?”
“밑에서는 개기고 소속사 놈은 협박하고....”
밑에 개기는 거야, 나재희가 보통 또라이가 아니란 건 방송국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고.
“협박? 너 또 먹었냐?”
“먹긴 뭘 먹어. 전에 얘기지.”
“그러게 작작 좀 해 처먹을 것이지.”
“에이. C. 너도 그때 좋다고 따라왔잖아?”
“얘, 얘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나야 그때 모르고 따라간 거잖아. 알았으면 안 갔어.”
“그래 놓고 거기 호스티스 젖탱이와 엉덩이는 네가 제일 많이 만졌잖아?”
유석재의 말에 동기인 교양국 PD 기겁해서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너 이 새끼 말조심 안 해? 뒈질래?”
“그러니까 나를 너무 나쁜 놈으로 몰아 붙이지 말라고. 씨발. 나만 먹었냐?”
“하여튼 좀 잘해 주려고 해도 정이 안가요. 너 임마 앞으로 나 아는 척도 하지 마.”
토라진 동기인 교양국 PD가 피던 담배를 재떨이에 던져 버리고, 휑하니 옥상을 내려가 버리고 혼자 남은 유석재. 그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하필 그때 강기석 그 새끼에게 딱 걸려서....”
강기석이 유석재를 협박한 ‘헤라’는 강남의 유명 룸빵이었다. 거기서 모 연예기획사 대표로부터 접대를 받던 중, 강기석이 찍은 사진 때문에 유석재는 강기석 앞에서 꼼짝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러니까 강기석에게 제대로 호구 잡힌 셈이다.
“그것만 안 걸렸어도....”
방송국 내사에서 하필 강기석이 뇌물 받아 먹은 게 걸리면서, 유석재는 더 꼼짝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안 그래도 회사에 찍혔는데 강기석이, 그 ‘헤라’ 룸빵 사진을 회사에 뿌려 봐라.
“그날로 잘리는 거지.”
SVS방송국 대표가 그랬다고 한다. 앞으로 뇌물과 접대 같은 거 받는 PD나 임원 적발되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라고 말이다.
이미 원 스트라이크 상태인 유석재로서는, 그 사진을 대표가 보는 그날이, 그가 방송국을 나가는 날이 될 게 확실했다.
“설마 방송 펑크를 내진 않겠지.”
유석재는 피던 담배를 마저 피우고 다시 녹화 현장으로 내려갔다. 어째든 여기가 그의 직장인데 밥값은 해야 하니까. 거기다가 해피 걸스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나재희가 지랄하는 걸 무슨 수를 쓰던 그가 막아야 했다. 그로인해서 강기석이 꼭지 돌면 유석재도 좆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 * *
해피 걸스의 강남 단골 미용실. 그곳에 원래 매니저인 이광현 팀장이 아닌 강기석이 해피 걸스 멤버들을 데리고 나타나자, 거기 실장이 직접 나와서 강기석에게 먼저 아는 척을 했다.
“강 팀장. 드디어 돌아왔네. 반가워.”
“저도 반갑습니다. 실장님.”
“그 동안 이광현 팀장 때문에, 해피 걸스와도 모른 척 했어. 미안.”
“아닙니다. 광현이가 무례하게 굴었죠? 죄송합니다.”
“그걸 왜 강 팀장이 사과해. 사과는 그 새끼가 해야지. 그럼 그 새끼는 어떻게 됐는데? 난 그 새끼 다시는 안 봤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같은 회사 직원인데 미용실의 실장은 이광현을 계속 그 새끼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 만큼 미용 실장이 이광현과는 완전히 사이가 틀어져 버린 거 같았다.
그러니까 미용 실장이 이광현은 몰라도, 강기석과 해피 걸스는 다시 볼 일 없다는 소리다. 그 말을 지금 굳이 미용 실장에게 할 필요는 없었다.
“근데 애 하나가 안 보이네?”
“사정이 있어서 오늘 빠졌어요.”
수빈을 그가 내 쫓았다는 사실도, 강기석이 굳이 여기 미용 실장에게 할 필요 없었다.
“빨리 좀 가능하죠?”
마침 미용실 반이 비어 있었다. 보통 여자 아이돌 메이커업과 헤어 손질의 경우, 한 시간은 걸린다고 봐야 했다. 멤버들이 한 번에 다 받지 못하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가능할 거 같았다.
“30분 안으로 다가요.”
“30분? 에이. 그건 안 되지.”
“대신 4명인데 5명이 메이커업과 헤어 손질 받은 걸로 장부 적을 게요.”
“5명?”
그 말에 혹한 미용 실장. 그 한 명의 메이커업, 헤어 손질 비를 그녀가 챙길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알았어. 해보지 뭐. 가영아! 미나하고 용수 데리고 와. 그리고 박 과장도 한명 맡고.”
그렇게 미용 실장의 설치자, 해피 걸스 멤버들의 메이커업과 헤어 손질이 30분 만에 끝이 났다.
“여기....”
강기석은 미용 실장이 내미는 장부에 5명이 메이커업과 헤어 손질을 받은 걸로 적었다.
‘이것도 오늘로 끝이네.’
JYB엔터 같은 대형 기획사는 메이커업 아티스트와 헤어 디자이너를 직원으로 고용한다고 들었다. 때문에 미용실 갈 필요 없이 회사에서 메이크업과 헤어 손질을 받고, 바로 스케줄을 소화하러 갈 수 있었다.
그러니까 해피 걸스 멤버들도, 더는 뜨내기처럼 회사에서 지정해 주는 미용실을 찾아서,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됐다.
‘가만....그러고 보니 애들에게는 물어 보지도 않았네.’
강기석이 아는 한 해피 걸스 멤버들 중 JYB엔터로 옮기는 거에 대해서 반대할 녀석은 없었다. 단지 해피 걸스라는 걸그룹을 버리고, JYB엔터에서 새롭게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이 문제였지만, 이미 인지도를 갖추고 있는 아이들인 만큼, JYB엔터에서도 빠른 시간 내에 그녀들을 무대에 설수 있게, 걸그룹을 만들어 줄 거라 강기석은 확신했다.
무엇보다 거기 자칭 3인자로 불리는 김효석 실장이 있지 않은가? 그 김 실장이 해피걸스 멤버들을, 해피 걸스 보다 더 좋고 인기 많은 걸그룹 멤버들로 만들어 줄 거라고, 강기석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강기석은 SVS방송국으로 가는 도중 해피 걸스 멤버들에게 물어 라도 볼 생각이었다. 너희들 JYB엔터로 옮겨 가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말이다. 하지만 강기석은 그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미용실을 나서다가, 해피 걸스의 매니저인 이광현과 코디를 만나는 통에 말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이광현과 코디는 해피 걸스가 아닌, 다른 아이돌을 인솔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보이그룹이었는데 강기석도 안면이 많았다.
“핸썸 가이즈에요. 6인조 보이그룹이고 NW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올해 데뷔 3년차에요.”
“아아....”
강기석도 아는 보이그룹이었다. 재작년에 데뷔 했는데 데뷔와 동시에 확 뜨지는 못했다.
하지만 작년에 히트곡이 하나 나오면서 대박까지는 아니고, 중박 정도는 친 보이그룹이었다.
‘그러고 보니....’
현장에서 이광현이 유독 NW엔터테인먼트 매니저와 친하게 지내던 게 생각났다.
아무래도 QH엔터가 망할 거 같으니까, 이광현이 잽싸게 NW엔터테인먼트로 이직을 선택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갈 때 가더라도 인사는 하고, 또 인수인계는 해주고 가야 맞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