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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스윽!
꼴린다고 해야 하나? 환갑이 다 되어 가는 나이임에도, 중년으로 보일 정도로 자기 관리를 잘해 온 추진호.
거기다 요즘 들어 정력 좋은 한약을 계속 먹고 있어서, 그 약빨 때문인지 몰라도 다희와 한 번하고도, 또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녀에게 다가가자, 다희가 자기 보지를 다 닦은 화장지를, 근처 휴지통에 던지면서 발끈했다.
“작작 좀 해요. 나 피곤해 죽겠다니까!”
실제 두 눈이 붉게 충혈 되어 자신을 쏘아보는 다희의 눈빛에, 추진호가 다 움찔했다.
“그, 그래. 안할게.”
바로 꼬리를 마는 추진호. 하지만 그가 여기로 다희를 부른 건, 그녀와 빠구리 한 번 하려고 부른 건 아니었다.
“너 요새 회사 안 들어갔지?”
“들어 갈 새가 어디 있어요? 콘서트 연습하고 신곡 작업도 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너희 회사 대표에 대해서 들은 얘기도 없겠네?”
“매니저나 코디 언니를 통해서 듣기는 하는데. 왜요?”
그나마 추진호가 자기네 회사 대표 얘기를 하자, 갑자기 흥미를 보이는 다희.
그 전까지 추진호를 꼴도 보기 싫어하던 다희였다. 그런 다희를 자빠트리고 빠구리까지 한 ,추진호가 더 대단하긴 했지만.
“너 말이야. 내일, 아니다. 내일은 서울 콘서트가 있으니 안 되겠고. 모레 너희 회사 들어가서 대표 좀 만나 봐. 만나서 뭐 좀 알아 내.”
“뭘 또 알아내요? 저번에도 말했잖아요. 저 더 이상 스파이 노릇 못한다고.”
“이번이 마지막이야.”
“저번에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잖아요? 이제는 진짜 안 해요. 아니 못해요.”
“좋아. 그렇다면 네가 이번 일만 해주면, 너 그 동영상 원본 줄게.”
추진호의 동영상 원본이란 말에 다희가 움찔했다. 다희가 관심을 보이자 그제야 추진호가 실실 웃으며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진짜죠?”
“그렇다니까. 네가 백준열 대표 만나서, 우리 회사에 대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만 알아 봐줘. 그럼 바로 그 동영상 원본 너한테 넘길게.”
“좋아요. 어차피 내일 공연 끝나면, 대표님이 수고했다고 위로 차, 공연장에 오실 거니까, 그때 물어 볼게요.”
추진호의 입장에서야 모레 알 일을 내일 알 수 있다면 더 좋았다.
그래서 실실 웃고 있는데, 그 사이 옷을 챙겨 입고 있던 다희가 그런 그를 보고 말했다.
“이번에도 말만 해 놓고 약속 안 지키면, 저 가만 안 있어요.”
“어?”
“알아 봐 달란 거 알아봐서 알려주고 나면, 또 온갖 핑계 다 돼가면서 동영상 원본 안 넘기려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요?”
추진호은 다희의 그 말에 속으로 뜨끔했다. 그녀 말처럼 그러려고 했으니까. 그가 미쳤다고 다희를 놔 준단 말인가? 그 동영상 원본을 다희에게 준다는 건, 곧 그녀와 모든 인연이 끊긴다는 얘긴데, 그는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아니. 그, 그럴 리가....”
“웃기지 말아요. 대표님한테 당한 게 어디 한 두 번이어야지. 해서 말인데 이번에는 동영상 원본 먼저 주시지 않으면, 대표님에게서 알아 낸 거, 알려 주지 않을 생각이니까, 그런 줄 아세요.”
그 말 후 옷을 다 챙겨 입은 다희가 휑하니 그 방, 객실을 나갔다. 추진호는 제대로 뒤통수 맞은 듯, 그런 그녀를 멍하니 쳐다만 봤다.
* * *
자정이 훌쩍 넘어서 자기 집에 도착한 다희. 추진호와는 조금도 더 같이 있고 싶지 않아서, 호텔에서 씻지도 않고 나온 다희는, 호텔 밖에 대기 중인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몸부터 씻었다.
“우리 대표님과 비교하면 좆도 아닌 게....”
샤워하면서 다희는 저번에 백준열 대표와 한 빠꾸리가 생각났다.
그때 보여준 백 대표의 자지는....거대한 장어였다. 그에 비한다면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의 자지는 미꾸라지에 불과했다.
그래선지 오늘 그녀 위에 올라탄 추진호의 좆 질에 짜증밖에 나지 않았던 다희.
그녀는 다 씻고 나서 가운 한 장 걸치고, 침대에 앉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추진호와 만난 사실을 대표님에게 알려야 하나?”
이미 다희는 몸과 마음을 전부 백준열 대표에게 빼앗긴 상태. 그에게 어떤 것도 숨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 전화 드리자.”
결심이 선 다희가 이미 새벽 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임에도,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다희야.
근데 또 백준열이 그녀 전화를 바로 받았다. 통화 연결 음이 채 한 번 울리기도 전에 말이다.
“대표님. 저 오늘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 추진호 대표 만났어요.”
-언제? 어디서?
“9시 10분쯤 전화 와서 만난 건 10시쯤이고, 만난 장소는 하얏트 호텔이요.”
-그 인간이 또 네 몸을 요구했어?
“그렇죠. 뭐.”
저번 백준열과 빠구리 후 다희는 자신의 모든 비밀을 그에게 다 얘기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에게 만큼은 티끌 하나 숨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선지 그녀는 백준열에게 할 말 못할 말 다 지껄였다.
“꼴에 두 번 하려기에 화를 냈어요. 지 혼자 좋다고 헐떡거리더니, 기분만 잡쳤어요. 짜증나게.”
-그래서? 그게 끝이야?
“아뇨. 저보고 또 회사에 뭐 좀 알아보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뭔데?
“대표님이요. 글쎄 그 인간이 저보고 대표님이, 자기 회사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라지 뭐예요?”
-나에 대해? 푸하하하하....
백준열은 다희의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나 내일 바빠서 너희 콘서트 현장 못 가. 그러니까 내가 콘서트 끝나고 나서, 적당한 시간에 추진호에게 전화해서 이렇게 말해. 백준열 대표에게 물어 보니 그가.....
백준열은 추진호에게 어떻게 얘기 할지 다희에게 상세히 설명을 했고, 그녀 입으로 추진호에게 어떤 식으로 얘기하는 지까지, 세세히 다 들어 보고 나서 그녀에게 말했다.
-좋아. 그렇게 말하면 돼. 그리고 추진호 대표가 가지고 있다는 네 그 동영상 말인데, 혹시 추진호에게 못 받아도 열 내지 마. 내가 찾아 줄 테니까.
“대표님이요?”
추진호 대표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었다. 하지만 백준열의 말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 다희였다.
* * *
유혜라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고 막 잠이 드려는 데, 걸려 온 전화.
나는 그 전화를 잠결에 확인했다. 그런데 전화를 건 상대가 내 여자 충견 중 한 명이자, MP4멤버 중 한 명인 다희였다.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소파에서 상체를 일으키며 그녀 전화를 받았다.
그랬더니 그녀를 우리 회사 첩자로 심은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 추진호 대표가 벌써 위기감을 느끼고, 다희를 시켜서 내 의중을 파악하려 들었다.
“이미 늦었다.”
시중에 풀려 있는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의 주식은, 블랙 머니의 박 비서가 알아서 다 끌어 모으고 있었고, 대주주들의 경우는 다음 주쯤 되면, 내게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 주식을 못 팔아서 안달들이 날 것이다.
거기다가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의 대주주 중 한 명인, 라이언이 내게 10%의 주식까지 넘긴 상태니....
나는 다희에게 내일 추진호에게 어떤 식으로 얘기할지 알려 주고 나서, 그녀와 통화를 끝냈다.
“넌 좆 됐어. 추진호.”
추진호와 추병진 부자는 망하는 순간, 그들이 삶도 쫑나게 될 것이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그들에게 채무가 있는 자들이 그들을 가만 두지 않을 테니까. 평소 인복이라도 쌓아 뒀다면, 어떻게 동정심에 목숨이라도 부지 시켜줬을 텐데....
“원한이나 잔뜩 쌓았겠지.”
그들에 대한 연민 따위의 감정은 사치에 불과했다. 추씨 부자 때문에 흥분한 마음을 진정 시키고, 다시 거실 소파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그러자 좀 전에 밀려왔다가 쫓겨난 그 수마가 다시 나를 덮쳐왔고, 나는 무방비 상태로 기다렸다가 그대로 까무룩 잠이 들었다.
“으으으....”
잠이 깨어 눈을 살짝 떠보니 벌써 날이 밝았다. 나는 바로 시간부터 확인했다.
그랬더니 아침 7시 50분. 내 기상 시간보다 또 10분 일찍 깨었다. 어제 10분 일찍 움직이면서 한결 출근하기 수월했던 것 때문일까?
10분 더 자자는 생각보다 일어나자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반쯤 감은 눈으로 거실 소파에서 상체를 일으켜서 앉았다.
“으아아아아함!”
그리곤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나서, 몸을 일으켜서 곧장 욕실로 향했다.
안방에 자고 있는 임연수 안 깨우게, 거실 욕실에서 씻고 나서, 옷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최대한 소리나지 않게 옷장에서 내 옷을 꺼내서, 다시 거실로 나온 나는 옷을 챙겨 입고 임연수의 집을 나섰다. 그리고 막 엘리베이터를 타는 데, 문대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
-접니다. 지금 올라....
“내려가는 중이야.”
-네. 그럼 밑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리자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일단 대기 중에 차부터 탔다. 그러자 문대식이 내 옆 자리에 동승했고, 차가 출발하자 그에게 물었다.
“몸은 어때? 검사는 싹 다 받았지?”
“네. 검사 다 받았고, 괜찮다고 합니다.”
“잘 됐네. 정민지는?”
“정민지 팀원도 아무 문제없답니다.”
“병원 실려 간 다른 팀원들은?”
“중상까지는 아니고, 머리 수술 한 녀석 빼고는 다 괜찮습니다.”
“머리 수술?”
“수술 잘 돼서 오전 중으로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길 거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문대식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울화가 치밀었다. 감히 내 경호팀원을 뇌수술까지 받게 하다니 말이다.
그래서 그 괴물 녀석은 없애버리는 게 낫겠다 싶어서, 김훈 대표에게 전화를 하려고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자 그 핸드폰을 문대식이 내 손에서 뺏어가며 말했다.
“하지 마십시오.”
“뭘 하지 마? 빨리 핸드폰 내 놔.”
“지금 김훈 대표에게 전화해서 그 괴물 녀석 없애 버릴 생각이시지 않습니까?”
“....”
나는 내 생각을 들키자 말문이 막혔다. 그런 내게 문대식이 이어서 말했다.
“그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침에 알아보니 그 괴물 녀석 갑자기 새벽에 심정지가 와서 사망했다니까.”
“뭐?”
전기충격기로 지지고 알루미늄 배트로 두들겨도 끄떡없던 그 괴물 녀석이 심정지가 와?
말도 안 되는 문대식의 말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문대식이 그 병원 관계자와 통화하는 걸 듣고, 그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데 가족이 와서 확인만 하고 가버렸다고요? 네. 그러면 저희 쪽에서 장례를 치르도록 하죠. 그깟 장례비 얼마나 나온다고. 걱정 마시고 장례 식장 제일 작은 곳으로 하나 잡아주세요.”
사고도 작작 쳤어야지. 신석기란 미성년자 괴물 녀석은, 가족들까지 두 손 두 발 다 든 문제아 중에 문제아였다.
그래서 녀석의 죽음을 전해들은 가족들 중, 그를 위해 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장례를 치르지 않으려고, 녀석의 시신을 병원 측에 기증하려 했단다.
그걸 알게 된 문대식이, 괴물 녀석의 장례만큼은 자신이 치러 주겠다고 나선 것이고.
나는 문대식이 병원 측과 장례 얘기를 다하고 나서, 통화를 끝내자마자 바로 그에게 물었다.
“어쩌려고?”
“어쩌긴 뭘 어쩝니까? 옆에서 들으신 대로, 녀석 장례 치르고 화장해서 유골을 화장터에 뿌려야죠.”
“그걸 왜 문 팀장이 하냐고.”
“제가 아니라 우리가 하는 거죠.”
“우리?”
“네. 저랑 대표님이요.”
나는 이게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냐며 문대식을 쳐다봤다. 그랬더니 문대식이 당연하다는 듯 날 보고 말했다.
“그 녀석 죽은 병원 측과 잘 아시죠?”
“알지.”
“그렇다면 대표님께서 거기 나타나면, 그 병원에서 알아서 장례 싹 치러 주겠네요?”
“뭐?”
그러니까 지금 문대식은 그 병원 VVIP고객인 나를 이용해 먹겠다는 얘기였다.
내가 기가 차 하자 문대식이 웃으며 말했다.
“좋은 일 하신다고 생각하시고 시간 빼 주십시오.”
“몰라. 시간 나면 갈 거고, 아니면 못가니까 그런 줄 알아.”
보나마나 문대식은 내 스케줄 상 이동 중에, 그 병원 장례식장으로 날 데리고 갈 거다.
나야 문대식이 약속 시간에 맞춰서, 나만 약속 장소에 데려다 주면 됐기에, 그 사이 시간 내서 거기 가는 거야, 그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
문대식이 그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팀원들까지 다치게 하고, 자칫 죽음으로도 내 몰 뻔했던 신석기란 괴물의 장례를, 왜 챙기는지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그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식으로 선행을 하려는 것까지 막을 생각은 없었다.
왜 좋은 일을 많이 하면 화가 복으로 바뀐다고 하지 않던가?
나야 견신 시스템과 견신이 있으니, 알아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잘 살 테지만 문대식은 달랐다.
“부디 좋은 일 많이 해서 천국에 가라.”
내 그 말에 문대식이 뜬금없다는 듯 말했다.
“천국은 무슨, 지옥에나 안 갔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문대식. 너는 적어도 지옥에는 안 갈 테니 걱정 마.’
문대식처럼 법을 어기지 않고 사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에 비해 나를 비롯해서 내 주위에 사람들은, 특히 사람 죽이는 걸 밥 먹듯 하는 그들은, 다들 지옥행이 특급열차 티켓을 손에 쥐고 살아가고 있지 않나 싶다. 그때 문대식이 날 보고 물었다.
“어제 술 마셨으니까, 북어해장국을 잘하는 그레이스 호텔로 갈까요? 아니면 아예 뼈 해장국 집으로 갈까요?”
어제 유혜라와 갔었던 씨푸드 음식점 때문인지 몰라도, 시원한 해장국 보다 얼큰하고 기름진 해장국이 당겼다.
“뼈 해장국 집으로 가자.”
“네. 저 앞에서 유턴 해.”
내 말에 문대식이 곧바로 운전석에 지시를 내렸고, 우리를 태운 차는 10여분 뒤, 유명 뼈다귀 해장국 체인점 중 한 곳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