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345화 (34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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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털썩!

정민지가 휘두른 알루미늄 배트에 얼굴과 머리를 수차례 가격 당한 신석기.

털썩!

그가 다시 쓰러져서는 축하니 몸을 늘어트리자, 놀란 문대식이 녀석의 목에 경동맥을 짚어보고는 안도하며 말했다.

“하아. 죽진 않았어.”

그러면서 질렸다는 듯 쓰러진 신석기를 보고 혀를 내두르는 문대식. 그 사이 백준열은 어딘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네. 서장님. 저 백준열입니다. 네. 아이고. 제가 한 게 뭐 있다고. 뭐 어째든 곧 경찰청에서 좋은 소식 전해질 겁니다. 네. 저기 서장님. 여기 삼성동 하늘채 아파튼데요. 저희 여배우를 스토킹하는 놈을 잡았는데 그 과정에서....”

백준열은 딱 봐도 강남경찰서장과 통화 중이었다. 아마도 서장을 잘 구슬려서 이일을 축소, 은폐하려는 모양이었다. 하긴 이런 일에 연예기획사 대표가 연루 되어서 좋을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강남경찰서장과 통화 후 백준열이 문대식과 정민지에게 말했다.

“곧 구급차가 올 거야. 다친 팀원들 상태 파악해서 위급한 팀원부터 먼저 실어보네.”

“네.”

그러니까 강남경찰서장에게 전화하기 전에, 백준열은 먼저 119 구급대 부터 부른 것이다. 잠시 후 나타난 구급대.

“이쪽부터....”

구급대원들이 나타났을 때, 문대식과 정민지가 다친 경호팀원들 중 가장 위중한 경호팀원을 지목했고, 구급대원들은 그 경호팀원을 스트레쳐카에 싣고 인근 병원 응급실로 떠났다.

그 뒤 구급차들이 계속 이어서 왔고, 차례로 다친 경호팀원들을 싣고 갔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거구의 신석기가 수갑이 채워 진 채, 스트레쳐카에 실려서 형사와 함께 구급차에 타는 걸 보고, 백준열이 문대식과 정민지에게 물었다.

“두 사람 정말 괜찮아?”

“네. 코뼈가 좀 얼얼하긴 하지만 부러지진 않았습니다.”

“저도 팀장님이 어깨 잘 맞춰 주셔서 괜찮아요.”

“그래도 모르니까 둘 다 XX병원에 가 봐. 내가 그쪽에 연락해 둘 테니까.”

그렇게 둘을 끝까지 챙겨 준 백준열은 약속 시간에 늦겠다며 움직였고, 그런 그에게 문대식이 말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아냐. 문 팀장은 정민지와 같이 병원이나 가.”

신석기 집에서는 신속한 현장자사와 감식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그곳에 있는 경찰관계자들 중 백준열을 귀찮게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문대식과 정민지가 딱 봐도 경찰의 수사에서 백준열은 철저히 배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경찰들에게 없는 취급 받던 백준열이, 약속 때문에 떠나고 남은 문대식과 정민지.

그들은 경찰에 간단한 현장 진술 후에, 백준열이 말한 XX병원으로 갔다.

거기서 온갖 정밀 검사를 다 받은 두 사람은, 자정이 다 되어서야 몸에 아무 문제없다는 결과를, 병원 측에서 전해 듣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 * *

문대식은 백준열이 갑자기 달리자 황당했지만, 체력적으로 경호팀원들보다 열세인 백준열을 쫓는 건 일도 아니었기에 그냥 뒀다.

그렇게 백준열이 달려 간 곳은....삼성동 하늘채 아파트 103동 1001호였다.

근데 문대식이 거기 도착해 보니, 그 집 안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 싸움을 그의 경호팀원들이 하고 있었고, 그 집 안에 거구의 젊은 남자가, 문대식이 보는 앞에서 경호팀원 한 명을 거실 창으로 집어 던졌다.

그걸 보고서 문대식은 같이 움직이던 경호팀원과, 열려 있는 현관문을 통과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문대식이 그렇게 한 건 그가 경호해야 할 대상인 백준열이, 안전하게 집 밖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문대식은 미쳐 날 뛰는 신석기의 시선 밖에서, 거기 있던 경호팀원 진동철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진동철은 만약을 대비해서 경호팀원 3명 당 한 명이 가지고 다니는, 스턴건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걸 아는 문대식이 그걸 사용해서, 저 놈을 제압하라고 일종의 지시를 내린 것.

진동철은 동료 경호팀원의 도움을 받아,서 생각보다 쉽게 신석기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녀석의 옆구리에다가 스턴건을 갖다 댔다. 그랬는데....

신석기가 스턴건의 전기충격에 데미지를 입은 듯 입에서 짐승 울부짖는 괴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녀석은 놀랍게 그 전기충격을 버텨내고는, 그의 옆구리에 스턴건을 갖다 댄 진동철을 잡아채서는 화장실로 냅다 던져 버렸다.

진동철은 그대로 날아가서 화장실 문을 부수고 그 안에 나동그라졌고, 부상이 큰 듯 그 안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걸 보고 문대식은 깨달았다. 신석기 저 놈 괴물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괴물을 이기기 위해서 이쪽에서 무기를 써야만 저 놈을 잡을 수 있다는 것도.

하지만 지금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은, 저 괴물 같은 놈을 잡을 만한 무기가 없었다. 그때 문대식의 눈에 아파트 뒷 베란다 수납장 밑에 알루미늄 배트가 보였다.

“민수야. 뒷 베란다 수납장 아래 알루미늄 배트 챙겨서....”

문대식은 옆에 경호팀원에게 지시를 내리고, 자신이 미끼가 되어 신석기를 유인했다.

물론 자신이 신석기란 괴물을 잡을 자신이 있었다. 미국에서도 문대식 만큼 비만인 녀석은 아니었지만, 덩치 큰 흑인 놈을 쓰러트린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흑인을 쓰러트린 수법으로도, 결국 신석기를 잡는 데 실패한 문대식.

그 결과 녀석에게 잡혀서 박치기를 당하면서 자칫 의식을 잃을 뻔했다.

그때 그의 지시를 받고 뒷 베란다에서 알루미늄 배트를 챙겨 돌아 온 경호팀원이, 신석기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걸 보고 문대식은 드디어 괴물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끝났다.’

신석기가 잡고 있던 자신을 밀어 버리고 뒤돌아서 경호팀원이 휘두른 알루미늄 배트를 한 손으로 잡는 걸 보고 문대식은 절망했다.

“아아....”

그때 언제 집 안으로 들어왔는지 백준열이 신석기를 도발했다.

‘미친....’

그러자 화난 신석기가 백준열을 덮쳤고. 문대식은 백준열에게 달아나라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경호원으로 쪽팔리지만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어서.

한데 백준열은 도망치지 않고 신석기와 맞섰고.....

“뭐, 뭐야?”

신석기를 쓰러트렸다.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쓰러트리듯 말이다.

그 스턴건으로 지지고, 알루미늄 배트로 머리를 까도 끄떡없던 괴물 신석기가, 백준열이 뭘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일단 쓰러졌다.

문대식은 황당해 하며 일단 백준열에게 갔고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런데 백준열은 무사했다. 만약 그때 정민지가 미친 짓만 하지 않았어도, 문대식은 백준열에게 물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신석기를 쓰러트렸는지 말이다. 하지만 정민지가 알루미늄 배트를 들고 날 뛰는 바람에 그걸 물어 볼 타이밍을 놓쳤고, 그 뒤 뒷수습 하느라 또 바빠서 문대식은 백준열에게 물어보지 못했다.

* * *

정민지는 백준열이 그녀의 벗은 몸에 자기 정장 상의를 덮어 줬을 때 심쿵 했다.

그러다 신석기란 괴물이, 기어코 경호팀장인 문대식에 이어서 알루미늄 배트로 녀석의 뒤통수를 후려 친 경호팀원까지 쓰러트려버리자, 정민지는 끝났다는 생각과 함께 백준열에게 달아나라고 했다.

그녀 나름의 경호원으로서 책무를 다하고자 말이다.

그런데 백준열이 자신의 경호팀원들을 두고, 자기 혼자 갈 수 없다며 신석기와 맞섰을 때, 정민지는 백준열에게 완전 반해 버렸다. 그리고 백준열이 기적을 만들어 냈다. 그 괴물 신석기와 맞서 싸워 녀석을 쓰러트린 것.

“맙소사. 어떻게....”

정민지는 차마 신석기가 백준열을 두들겨 패거나, 짐짝 던진 듯 내 던져 버리는 걸 보지 못하고 질끈 눈을 감았다.

그래서 백준열이 어떻게 신석기를 쓰러트렸는지 보지 못했다. 그걸 아쉬워하던 정민지가 좀 뒤 경호팀장인 문대식에게 물었다.

“팀장님은 보셨죠? 대표님이 어떻게 신석기를 쓰러트렸는지 말이에요.“

“그거? 실은 나도 자세히는 못 봤어. 내 눈에는 신석기가 대표님을 덮치는 것만 보였거든.”

워낙 덩치가 크다보니 신석기의 뒤에서 본 문대식의 눈에는, 백준열이 신석기의 몸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백준열이 뭘 어떻게 해서 신석기를 쓰러트렸는지 문대식도 정확히 보진 못한 것. 하지만 백준열이 신석기를 쓰러트린 것은 맞았다. 그건 눈을 감았다가 뜬 정민지도 봤다.

흰자위를 드러낸 거구의 신석기가 꼬꾸라질 때, 백준열이 그걸 더 받쳤다가 옆으로 밀쳐 쓰러트리는 걸 말이다.

그 다음 그녀에게 신석기가 벗긴 청바지를 가져다 준 것도 백준열이었다.

그렇게 바지에 백준열이 준 정장 상의를 걸친 채, 정민지는 자신이 신석기에게 경고한 대로 놈이 두고두고 후회할 행동에 들어갔다.

바로 그녀를 강간하려 한 녀석의 자지를 짓뭉개 버리려고 한 것이다.

알루미늄 배트로 제대로 거길 후려치긴 했는데, 그 고통 때문인지 녀석이 깨어나 버리면서 후속타를 때리진 못했다.

녀석이 거길 두 손으로 가려 버렸기 때문에, 어차피 후속타로 쳐 봐야 소용없었다.

해서 정민지는 거기 대신 녀석의 머리통을 속 시원하게 두들겼다.

그런데 놀랍게도 신석기를 무방비 상태로 머리를 알루미늄 배트에 얻어맞으면서도, 결코 자기 자지를 가리고 있던 두 손을 치우지 않았다. 머리가 터져 나가는 것보다도, 녀석에게는 자신의 가운데 다리를 지키는 게 더 중요했던 것이다.

‘그래. 죽어라.’

정민지는 어차피 신석기가 사람 되긴 틀려먹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직접 겪어 보지 않았던가? 신석기는 이미 괴물이었다. 나쁜 쪽으로 완전히 물들어 갱생이 불가능한....

이런 놈이 제대로 범죄자가 된다면, 무고한 사람들 여럿 죽어 나갈 것이다.

해서 그 전에 죽여 버리는 게, 정민지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문대식이 가로 막으면서, 그녀는 자기 생각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

“놔요. 팀장님. 저놈은 죽어야 해요.”

“저놈 죽이고 나면 너는?”

“네?”

“너 살인자가 되는 거야. 감옥에서 몇 년을 썩을려고?”

물론 어느 정도 정상 참작은 되겠지만, 미성년자를 죽인 그녀에게 재판부가 중형을 내릴 것은 뻔했다.

“쳇....”

결국 정민지는 눈앞의 신석기를 죽이지 못하고 물러났고, 신석기는 구급차에 실려서 병원으로 후송 되었다.

녀석도 인간이니, 치료 받을 권리는 있었으니까. 하지만 녀석은 몰랐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정민지가 죽이겠다고 결심한 이상, 그는 이미 죽은 목숨이란 걸 말이다.

* * *

신석기의 집에서 정민지는 문대식과 백준열과 떨어져 혼자 있을 때. 기회를 봐서 김훈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민지야.

정민지의 전화라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바쁜 김훈이 곧바로 그녀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 꼭 죽이고 싶은 놈이 하나 있는데 죽여도 될까요?”

-그래? 그럼 죽여. 뒤처리는 내가 해 줄 테니까. 대신 흔적 남기면 안 되는 거 알지?

“알죠. 근데 아무래도 제 손으로 죽이기가 어려울 거 같아서요. 저 대신 좀 죽여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 나보고 그걸 하라고?

“아니면 밑에 처리자 중 한 명에게 시키던 지요. 대표님과 저 사이에 그 정도는 해 주실 수 있잖아요?”

-그래. 그러자. 대체 네가 그토록, 꼭 죽이고 싶은 놈이 대체 누구니?

“그 놈은....”

정민지는 신석기에 대해 자세히 김훈 대표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처음에 신석기가 미성년자란 사실에 거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녀석의 본성에 대해 정민지가 본 것을 그대로 얘기를 하자, 김훈 대표가 생각이 바뀐 듯 말했다.

-문제가 될 싹은 미리 자르는 게 맞긴 하지. 좋아. 내가 처리 해주지.

“고마워요.”

-거기 지내는 건 어때?

“좋아요. 심심할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고....”

-잘 됐네. 백준열 대표. 곁에서 잘 살펴. 그가 뭔가 추진하려는 게 있으면 나한테 바로 알리고.

“그럴게요.”

김훈 대표는 지금 정민지가 백준열의 근접 경호를 하고 있지 않다는 걸 몰랐다.

아마도 그녀가 여배우 유혜라의 근접 경호를 하고 있단 사실을 알면, 당장 짐 싸서 김훈 에이전시로 복귀하라고 할 게 분명했다.

그걸 알기에 정민지는 자기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해, 김훈 대표에게 쉬쉬하고 있었다. 김훈 대표가 자신을 백준열 대표 옆에 심은 이유는 정민지도 익히 알고 있었다.

바로 투자의 신神인 백준열 대표가 하는 주식이나 사업에, 김훈 대표도 끼어들어서 돈을 벌기 위해서 말이다.

김훈 대표는 작년까지는 아니었는데, 올해 들어서 유독 돈에 민감하게 굴었다.

아무래도 그가 하려는 일에 큰돈이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그 일이 뭔지 정민지는 딱히 관심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김훈 대표와 통화 후 정민지는, 뒷수습에 열중인 백준열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대표님. 신석기 어떻게 쓰러트렸어요?”

그랬더니 백준열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툭 치니까 ‘어’ 하다가 쓰러지던데?”

근데 그게 또 틀린 말이 아닌 게, 눈 감았다가 뜬 정민지 본인도 봤다. 눈을 까뒤집고 ‘어’ 소리를 내다가 쓰러진 신석기를 말이다.

“흥. 알려주기 싫으면 마세요.”

바로 토라지는 정민지.

“어. 그래.”

“네?”

보통, 미인인 그녀가 삐지면 남자들은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면서 그녀를 달래려고 애쓴다. 하지만 백준열은 달랐다.

처음 정민지는 자기 앞에서 백준열이 보인 시크한, 그러니까 무신경한 반응에, 그가 일부러 그녀 앞에서 연기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녀에게 관심 없는 척 굴어서, 실제로 그녀의 호기심을 사려고 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백준열은 애당초 그녀에게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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