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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341화 (34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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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하지만 목소리 예쁜 여자치고 실물이 예쁜 여자가 없다는, 만고의 진리가 있지 않은가?

‘그래. 성씨도 같은 정씨고. 보아하니 민호 사촌 쯤 되는 모양이네.’

정민호는 위로 형만 셋이었다. 따라서 친누나나 친여동생은 아니다. 따라서 사촌 누나나 여동생쯤 되겠구나 싶었다.

그때 정민호의 얼굴을 떠올리며 유도훈은 피식 웃었다. 정민호와 사촌이면 그래도 좀 닮기는 했을 거 아닌가? 그렇다면....더 볼 것도 없었다.

경찰대에 다닐 때 정민호의 별명이 고릴라였다. 체구도 컸지만 얼굴도 고릴라 비슷하니 들창코인 녀석은, 외모로 따지면 단연 최하위 권이었다.

-5분 쯤 뒤에 강남 경찰서에 도착할 거 같은데....

“그러세요? 그럼 경찰서 본관으로 들어오세요. 거기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고맙습니다. 그럼 좀 이따 뵐게요.

그렇게 정민호가 챙겨 달라는 지인과 통화를 끝낸 유도훈. 그는 아예 퇴근 할 생각으로 책상을 싹 정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아아암....”

이때 유도훈의 머릿속에는 정민호의 지인 부탁을 들어주고, 빨리 집에 들어가서 잘 생각뿐이었다.

웅성웅성!

그렇게 유도훈이 막 강남 경찰서 본관 로비에 다다랐을 때였다. 갑자기 로비 주위로 사람들이 몰렸고, 그들이 다들 한쪽만 보고 있었다.

“뭐지?”

유도훈은 그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는데, 그런 그의 눈에 청순한 이미지에 작은 얼굴, 흰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지만, 완벽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미친 외모의 여자가 보였다.

사람들은 저런 여자를 미인이라고 한다.

‘완전 내 이상형....’

유도훈이 상상해 온 그 비현실적인 세상, 즉 만화에서나 존재하던 그 울트라 캡숑 짱 미인이, 지금 만화를 뚫고 그의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유도훈이 완전 넋이 나가서 그녀를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그 미인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였다. 우연인지 몰라도 유도훈의 핸드폰이 울렸다. 하지만 눈앞의 미인의 미모에 넋이 나간 유도훈은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미인이 귀에 대고 있던 핸드폰을 떼서, 화면을 주시하다가 전화를 끊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유도훈의 손에 쥐어져 있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그때 그 옆의 동료 형사가 그를 툭 건드리며 말했다.

“유 형사. 전화 안 받아?”

“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유도훈. 그런 그를 보고 동료 형사가 웃으며 말했다.

“입에 그 침 좀 닦고 전화 받아. 너희 팀장이 건 전화일지 모르잖아?”

“재수 없는 소리 좀 마십시오.”

비번인 형사에게 팀장이 전화 할 일이 뭐겠나? 팀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리다.

유도훈의 휴식시간이 싹 날아간다는 얘기니, 그보다 더 재수 없는 소리도 없었다.

동료 형사의 악담에 제대로 인상 한 번 써주고는, 핸드폰을 확인한 유도훈. 다행히 팀장은 아니었다.

자세히 확인하니 모르는 번호. 근데 또 눈에 익은 것이....

“아아. 맞다.”

바로 정민호의 지인 전화였다. 유도훈은 그 지인이 경찰서 로비에 도착해서, 그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서둘러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어디 계세요? 여기 말씀 하신 경찰서 본관 로비인데....

“아아. 저도 로빕니다. 어디신지 손을 들어 주시면 제가....”

그때였다. 유도훈의 눈앞에 있던 그 울트라 캡숑 짱 미인이 한손을 번쩍 들었다.

순간 유도훈은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트릴 뻔했다.

“저, 저....혹시 왼손 말고, 오른 손을 들어 보시겠어요?”

유도훈은 바로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그랬더니....그 미인이 들고 있던 왼손을 내리고, 오른손의 핸드폰을 왼손에 옮겨 쥐고는, 왼손으로 핸드폰을 받고 오른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걸 보고 유도훈이 넋 나간 얼굴로 말했다.

“민, 민호야. 고, 고맙다. 아, 아니. 처남. 앞으로 내가 잘 할게.”

유도훈은 자기 눈앞의 미인이 정민호의 사촌 여동생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정민호가 자기 사촌 여동생을 자기에게 소개 시켜 주려고, 일부러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 중이었다.

“정민지씨? 제가 그 유도훈입니다.”

유도훈이 자랑스럽게 정민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유도훈에게 집중 되었다.

* * *

정민지가 중랑경찰서에 갈 때, 그녀는 모자에 굵은 뿔테 안경까지 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서의 사람들 시선을 받았다. 얼굴이야 그렇게 감춘다고 해도, 그녀의 빼어난 몸매는 그럴 수 없었으니까.

그랬던 그녀가 중랑경찰서에서 택시로 5분 거리에 있는, 그녀 집에 잠깐 들러서 옷을 갈아입었다.

티 나지 않게 나름 수수한 흰 티와 청바지 차림으로 나왔는데, 그녀가 큰 길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자꾸 사람들이 그녀를 보는 게 느껴졌다. 그제야 그녀는 깨달았다. 급하게 나오느라 그만....

“아차! 모자와 안경을 두고 왔네.”

그런데 마침 빈 택시가 그녀 앞에 와서 섰고, 그녀는 그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네. 강남 경찰서 근처에서 내려서, 인근 점포에서 모자와 안경을 살 수밖에.”

그렇게 택시를 타고 강남 경찰서로 가던 중, 정민지는 정민호 형사에게서 받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젊은 남자 형사가 그 전화를 받았고, 그와 강남 경찰서 본관 로비에서 만나기로 한 그녀. 5분 뒤 그녀를 태운 택시가 강남경찰서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요.”

정민지가 택시비를 내자, 그걸 받으며 택시 기사가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배우세요?”

“아닌데요.”

“너무 예쁘셔서 배우신줄 알았어요.”

택시 기사는 정민지가 배우라고 하면 사인이라도 받으려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정민지는 여자지만, 자신이 예쁘다는 말을 듣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택시 기사의 칭찬에 일체 대꾸 없이 택시에서 내렸다. 그걸 보고 택시 기사가 말했다.

“쌀쌀하네. 하긴 인물 값하게 생겼으니....”

그때 새로운 손님이 택시에 탔다.

“어서 오십시오. 어디로 모실까요?”

“인천 XXX으로 갑시다.”

돈 되는 장거리 손님이었다. 택시기사는 좀 전 내린 그 미인이 그리 운 없는 손님은 아니구나 싶었다. 그녀가 내리자마자 바로 돈 되는 손님이 탄 걸 보면 말이다.

부우우우웅!

그렇게 정민지를 강남경찰서 본관 건물 앞까지 태워다 준 택시가 떠나고, 정민지는 모자가 없는 관계로 긴 머리를 찰랑 거리고 긴 팔다리를 움직이며, 강남 경찰서 본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와아....”

“뭐, 뭐야?”

“허얼....”

그런 그녀의 모습은 경찰서 안팎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그녀에게로 단숨에 집중 시켰다.

“바로 들어오는 게 아닌데....”

정민지는 주위 반응에 후회를 했다. 경찰서 입구에서 내려서 주변 가게에서 안경과 모자를 구입해, 얼굴이라도 가리고 경찰서에 들어왔어야 했는데 말이다.

이게 다 택시가 본관 건물 앞에까지 그녀를 태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택시가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녀가 먼저 택시 기사에게 얘기했어야 했다. 그때 잠깐 딴 생각을 하느라 깜빡했으니, 누굴 탓할 상황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지.”

정민지는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강남 경찰서 본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1층 로비에서 유도훈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5분이 지나도 그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1층 로비 주위로 사람들만 들끓었다. 다들 그녀를 보기 위해서 모여든 사람이었다.

경찰서라는 특정 장소에서도 이렇게 사람을 끌어 모을 정도로, 정민지의 미모는 특출 났던 것이다.

이러니 백준열도 그녀를 여배우로 키우려고, 그녀를 JYB엔터의 경호팀원으로 끌어 들인 것이고.

“왜 이리 안 와? 안 되겠다.”

주위에서 그녀를 보는 사람들의 부담스런 시선이 점점 더 늘어나자, 정민지는 유도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랬는데 유도훈이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 사람이....뭐하자는 거지?”

살짝 울화통이 치민 정민지. 분명 택시에서 5분 뒤에 도착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 말을 듣고 여기 오라고 한 것도 유도훈이었고. 그런데 10분이 지났는데도, 오라는 유도훈은 오지 않고 구경꾼만 늘어나고 있었다.

“한 번 더 해보고....이번에도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가자.”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해서 이번에도 유도훈이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으면, 정민호 형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의 소속을 물어 본 다음, 거기로 직접 쳐들어 갈 생각을 하고 있었던 정민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유도훈이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 유도훈이 손을 들라고 해서 왼손을 들었더니, 대뜸 오른손을 들라고 하지 않은가?

무슨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도 인내심을 발휘해서 시키는 대로 했더니, 그제야 그녀 앞에 나타난 유도훈.

“이쪽으로....”

그가 그녀를 사람들 없는 곳으로 데려가 주었다.

“여긴 조사실인데, 조용히 얘기하기는 여기가 딱 좋은 곳입니다.”

정민지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하며 유도훈에게 말했다.

“부탁 좀 드릴게 있는데....”

“네.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다 들어드릴 테니까.”

아무래도 정민호의 우려가 현실이 된 거 같았다. 누가 봐도 유도훈은 정민지의 매력에 푹 빠져 보였으니까.

* * *

정민지는 앞서 중랑경찰서에서, 어제 유혜라에게 위해를 가하려 한 자들을 조사실에서 취조할 때, 그들이 한 말에서 중요한 단서를 하나 얻었다.

그건 바로 그들이 죽은 쥐와 협박 편지 얘기를 듣고, 자기들이 애냐며 그런 유치한 짓은 하지 않는다고 한 부분에서, 정민지는 유혜라의 스토커가 그녀 집 인근에 사는 미성년자 일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이제 막 성욕에 눈을 떠서, 유혜라 같은 미인과 섹스를 동경하는 남자애.

하지만 쥐나 고양이를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대범하고 겁 없는 녀석.

그런 녀석이 여태 조용히 살아왔을까? 분명 사고 꽤나 쳤을 터. 가령 소년원도 들락날락 거리고 말이다.

정민지는 강남에 사는, 특히 유혜라가 살고 있는 집 근처에서 사는 미성년자 사고뭉치 남자애를, 유혜라의 스토커로 특정했다.

하지만 그 녀석이 누군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걸 알아 줄 사람이 바로 지금 그녀 눈앞에 있는 강남 경찰서 형사 유도훈이었다.

“그러니까 민지씨는 배우 유혜라씨의 경호원인데....스토커를 쫓고 계신 거군요?”

“그렇죠. 그래서 말인데 제가 말한 녀석을 찾아 봐 주실 수 있으세요?”

“그럼요. 바로 찾아봐 드리겠습니다. 민지씨는 여기서 커피 드시고 편안히 계십시오.”

유도훈은 정민지에게 직접 커피를 타 준 후 조사실을 나섰다. 그리고 눈썹을 휘날리며 뛰어다닌 결과, 정민지가 말한 미성년자에 사고뭉치 남자애 3명을 찾아냈다.

“근데 이 중에 하나는 저번 달에 인천으로 이사를 갔고, 다른 하나는 지금 소년원에 있거든요.”

“그러니까 남은 건 이 녀석 하나뿐이네요. 이름이....신석기?”

“네. 제가 녀석에 대해서 좀 더 알아 볼 테니까, 여기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유도훈은 딴에는 정민지에게 잘 보이려고, 소년범죄를 주로 담당하고 있던 고참 형사에게 신석기란 녀석에 대해 물어 보러 갔다.

“하늘채 아파트 103동 1001호?”

그 아파트는 유혜라의 집인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차로 10분, 도보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한 공공임대아파트였다.

임대아파트 산다고 차별하는 건 옳지 않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갈등은 뉴스에서도 다룰 정도로, 점점 사회 구조적 문제가 되고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별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단지 그게 자식들에게까지 대물림 되는 건, 분명 옳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부모가, 가정에 소홀한 경우가 아무래도 많다가 보니, 아이들이 탈선할 확률도 높은 건 사실이었다.

실제 인근에 탈선한 미성년자들 중에, 하늘채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게 그걸 반증하고 있었다.

“가보자. 가보면 알겠지.”

정민지는 신석기란 녀석이 살고 있는 집으로 가 보기로 하고 조사실을 나섰다.

그래도 유도훈에게 간다는 말은 하고 가야 할 거 같아서, 그를 기다렸다.

하지만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유도훈을 오지 않았고. 정민지는 결국 강남 경찰서를 나왔다. 그리곤 운 좋게 자신처럼 택시를 타고, 경찰서 본관 입구까지 들어 온 택시를 발견하고는 그 택시를 잡아탔다.

“삼성동 하늘채 아파트로 가주세요.”

부우우웅!

그렇게 정민지가 택시를 타고 강남 경찰서를 떠나고 나서, 5분쯤 지났을까?

유도훈이 헐레벌떡 경찰서 밖으로 뛰어나왔다. 좀 전에 정민지가 경찰서 밖으로 나가는 걸 봤다는 동료 형사의 말을 듣고 뛰어나왔는데, 아무리 살펴도 주위에 정민지는 보이지 않았다.

“젠장....”

유도훈은 황급히 자기 핸드폰을 꺼내서 정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연결 음이 3-4번쯤 울린 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 샘으로 연결 됩니다.

소리 샘 퀵 보이스로 연결이 됐다는 안내가 나왔다.

유도훈도 정민지와 같은 통신사를 쓰고 있었는데, 전원이 꺼져 있을 경우 연결음 없이 ‘전원이 꺼져있어 삐 소리 후 소리 샘으로 연결 됩니다.’라고 소리 샘 퀵 보이스로 연결이 되었다.

하지만 배터리가 없을 경우, 좀 전 유도훈이 정민지에게 전화 걸었을 때처럼 벨 소리가 서너 번쯤 울린 뒤, 소리 샘 퀵 보이스가 연결 됐다고 안내가 나왔다.

따라서 지금 정민지는 핸드폰 배터리가 없는 게 분명했다.

“하아. 이거 어쩌지?”

근데 유도훈의 표정이 너무 심각했다. 그건 그가 단지 정민지에게 반해서, 그녀를 이대로 보낸 것에 대한 상심으로 인해 생긴 표정은 확실히 아니었다.

유도훈은 한 번 더 정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앞 번과 똑 같은 안내가 나왔다.

그러자 유도훈은 안 되겠다 싶었던지, 바로 동기인 정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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