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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나는 한지민을 만나면 하려던 짓을 곧바로 실행 했다. 그녀에 대한 일말의 동정심, 배려 같은 거, 일체 없이 말이다.
-한지민을 당신의 충견으로 삼으시겠습니까?[Y/N]
한지민이라는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탑 스타 여배우를, 내 걸로 만들기 위해서 나는 기꺼이 그녀를 내 충견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예스! 한지민을 내 충견으로 삼도록 할게.’
내가 승낙하자, 견신 시스템은 바로 한지민을 내 충견으로 만들었다.
즉 한지민이 내 충견이 된 이상, 그녀는 지금부터 내 말을 무조건 잘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미리 준비해 간 계약서를 내밀었다.
탑 스타 여배우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당히 나쁜 조건의 계약서를 말이다.
그렇지만 한지민은 두 말없이 그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잘했어요.”
“네. 헤헤헤헤.”
나는 그런 그녀를 칭찬했고, 내 칭찬에 싱글벙글 웃기 바쁜 한지민.
라이언과는 달리, 내가 한지민을 이런 식으로 다루는 건, 그녀와 라이언은 그 인성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믿는 도끼도 아니지만, 발등 찍히고 싶지는 않으니까.’
한지민과 차 한 잔 같이 마시면서 그녀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나는, 그 계약서를 챙겨서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 회사 소속 배우니까, 우리 쪽에서 관리 들어가겠습니다.”
한지민은 딱히 차은석 부문장의 케어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이미 탑 스타고 또 차 부문장이 아니더라도, 알아서 자기 밥값은 하는 여배우니 말이다.
해서 JYB엔터의 배우들을 담당하는 매니지먼트 사업부에 그녀를 맡겼다.
“우리 한지민 배우 잘 케어 해 주세요.”
“네. 대표님.”
그 사이 그녀를 맡을 매니저와 관계자들이 별 다방에 다 와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한지민을 맡긴 뒤, 별 다방을 나와서 대기 중인 차에 탔다.
“으윽!”
그때 앞가슴이 쓰라렸다. 그 이유는 아까 장례식장에서 표준수 감독의 표독스런 딸내미에게, 가슴을 손톱으로 긁혔기 때문.
라이언과 한지민과의 계약 때문에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그 가슴 상처를 치료하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이딴 상처야....’
견신시스템의 「개 알약」아이템을 사용하면 어떤 외상이든 바로 낫는다, 나는 이걸 하루 3번 사용할 수 있고.
“아아. 맞다 그 전에....”
혹시 몰라서 가슴 상처를 내 얼굴 나오게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두고서, 나는 견신시스템에게 그 「개 알약」아이템을 쓰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러자....
‘오오....’
앞가슴에 시원한 느낌이 일더니 이내 사라졌고, 그 뒤로 쓰라진 느낌이 더 이상 들지 않았다. 그래서 손으로 앞가슴을 만져 봤는데....
‘하나도 안 아파.’
굳이 눈으로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앞가슴의 상처를 깨끗하게 치료 한 뒤, 나는 JYB엔터 본사로 향했다.
그럴 게 좀 전에 김 비서의 전화를 받았는데, 내가 불러 놓은 유혜라가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왔다고 말이다.
어제 나는 유혜라의 드라마, 영화 출연 문제로 그녀와 상담을 하기로 했었고, 유혜라 측에서 오전 잡지 촬영 때문에 오후에 시간을 내 보겠다고 했었다.
이렇게 말하니, 유혜라가 마치 JYB엔터 소속 여배우가 아닌 거 같이 느껴지는데, 그건 아니고 그녀에게 할당 된 매니저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하나의 유닛처럼 움직일 수 있게, JYB엔터 배우 매니지먼트 체계가 그렇게 잡혀 있어서 그랬다.
‘정민지도 오겠네.’
유혜라를 만나는 김에 정민지의 상태도 한 번 살펴 볼 수 있을 거 같았다.
일타쌍피로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으니, 나로서는 유혜라와 만나러 가는 지금,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 * *
제주도로 발령 난 첫날, 정재욱은 늦지 않게 제주경찰청장실을 찾았다. 보직 신고를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청장님께서 됐다시며 신고 받은 걸로 할 테니까, 그만 가서 일 보라고 하십니다.”
기껏 아침 9시까지 와서 보직 신고를 하라고 하더니....
제주경찰청장에게 이렇게 대 놓고 까인 정재욱은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뭐라고 할 수 없는 건, 이게 다 그가 저지른 음주 운전 때문이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그런 동영상이 그도 모르는 사이 방송국에 들어갔고, 또 버젓이 뉴스에 나올 수 있단 말인가?
그의 아버지가 경찰청장 자리에 있고, 그가 서울경찰청의 형사 과장으로 있을 때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재욱은 자신의 자리인 제주경찰청 형사 과장실로 향하며, 당장 이 일의 전모부터 밝힐 생각이었다.
그가 비록 서울에서 쫓겨났다지만, 그의 인맥이면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찾아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차렷! 경례!”
“충성!”
근데 형사 과장실 앞에 다다르자, 그의 소속 형사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그에게 경례를 했다.
보아하니 새로 온 형사 과장에 대한 예우를 한답시고 벌인 이벤트 같은데....
‘기분 좆같은데....이게 대체 뭐하는 짓들이야?’
하지만 이벤트도 당사자가 기분 좋을 때 플러스 요인이 되지, 지금처럼 기분 더러울 때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환영해 줘 고마워요. 하지만 이런 거 보다 저는 실적을 원합니다. 그러니 다들 돌아가셔서 일들 하세요.”
기껏 이벤트까지 하며 환영해 줬더니, 돌아온 형사 과장의 반응이 싸늘 하자, 무안해진 형사들이 그 자리에서 뿔뿔이 흩어졌다.
“쯧쯧쯧....”
그런 그들을 보고 혀를 차던 정재욱은 형사 과장실로 들어갔고, 첫날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업무는 뒷전이고, 오전 내내 전화기만 붙잡고 있었다.
그 결과 점심시간 전에 드디어, 누가 이런 짓을 벌였는지 알게 됐다.
“빠드득! 백준열이. 그 개새끼가....”
골프장에서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왜 자기에게 이러는지 지금도 정재욱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지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설마....차은석 때문에?”
그 생각과 거의 동시에 정재욱의 고개가 스리슬쩍 좌우로 돌아갔다.
차은석이 뭐라고!
백준열이 흙수저 중 흙수저인 차은석 때문에, 자신을 이렇게 못 잡아먹어 안달이란 건, 정재욱이 생각하기에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정재욱이 음주운전 영상으로 자신을 궁지로 내 몬 작자가 누군지 기어코 알아내고서도, 오히려 더 골치 아파 할 때였다.
벨레레레레~
그의 책상 위 전화기가 울렸다. 정재욱은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그랬더니....
-이제야 통화가 되네. 정 과장. 무슨 전화를 그렇게 오래 해?
전화해서 대뜸 그에게 말을 놓는 존재. 정재욱은 그보다 상관일 가능성이 높은 상대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누구신지....”
-아아. 이런 내가 누군지 말 안했나? 그러게 전화 좀 빨리 받을 것이지. 나 경찰차장이야.
“충성! 형사과장 정재욱입니다.”
제주경찰청의 2인자인 경찰차장 배도철. 새로운 경찰청장 취임 후, 제주경찰청의 청장이 바뀔 것이 유력한 가운데, 차기 제주경찰청장이 유력한 인물이었다.
당연히 떠는 해인 그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었던 정재욱. 그는 비록 전화상이지만 제법 큰 소리로 경례를 했다.
-아버님 일은 안 됐어. 근데 말이야. 오는 첫날부터 신고식이 너무 요란 해. 무슨 말인지 알지?
“죄송합니다. 추후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같이 점심이나 할까 해서 전화 했는데, 갑자기 약속이 생겼네. 점심은 내일 같이 하자고.
“네. 시간 비워두겠습니다.”
그렇게 경찰차장과 통화 후, 정재욱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휴우우....”
제주경찰청장에게는 제대로 찍힌 거 같았는데, 다행히 이곳 실세인 경찰차장은 그를 잘 봐 주고 있었다.
꼬르르륵!
그때 배에서 소리가 났고, 시간을 확인한 정재욱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심시간이 채 20분밖에 남지 않았던 것.
후다닥 경찰청을 나선 정재욱은, 어쩔 수 없이 경찰청에서 제일 가까운 설렁탕 집으로 들어갔다.
* * *
제주경찰청 수사과장으로 승진 한 최철호.
그는 그 자리에 앉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굵직한 사건 하나를 해결했다.
그 때문에 어젯밤에 제주경찰청장이 수사과 회식까지 시켜 주었고, 금일봉까지 전달했다.
보통의 경우 그 돈으로 2차를 가는데, 최철호는 그러지 않고 회식을 1차에서 끝냈다.
그리고 그 금일봉을 정확히 1/N해서 수사과 형사들에게 나눠주었다.
비록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돈이면 형사들 쉬는 날, 가족들과 같이 저녁 식사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런 합리적인 조치가 수사과의 형사들의 사기를 더 진작 시킨 모양이었다.
“오늘도 꽉 찼네.”
“그러게요. 수사과가 확실히 변하긴 변했네요.”
다음날 의욕적으로 일을 처리한 수사과 형사들 덕분에, 제주경찰청 수사과 안에 범인들로 득실거렸다.
제주경찰청장은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드는 지 흐뭇해하며, 수사과를 지나쳐서 형사과로 향했다.
“여기는....”
그런데 반대로 형사과는 날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거기다 형사과 형사들의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두세 명 남아서 형식적으로 형사과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랄까?
“끄응....”
제주경찰청장이 그 모습에 불편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내자, 평소에도 제주경찰청장 옆에 붙어 다니던 홍보담당관이 재빨리 말했다.
“다들 현장에 나간 모양입니다. 곧 유의미한 결과를 가지고 형사과로 돌아오지 않을까....”
“됐어. 어디 짱 박혀서 다방레지 젖가슴과 엉덩이나 주물럭거리고 있겠지. 신임 형사과장이란 놈까지 그 모양 그 꼴이니....형사과 잘 돌아간다. 잘 돌아가. 에잉.”
불편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제주경찰청장. 하지만 그 자리가 오늘 내일 하는 판이니, 당장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제주경찰청장 유만식은 자신에게 시간만 있다면, 제주경찰청을 제대로 한 번 개혁 해 보고 싶어졌다.
이게 다 새로 수사과장을 맡은 최철호 때문이었다.
그의 의욕적인 모습이 유만식의 젊은 시절 경찰 피를 들끓게 만들었던 것.
하지만 신임 경찰청장이 그를 날리고, 자신의 수족을 이곳 제주경찰청장으로 내정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
“아직이야?”
유만식이 옆에 홍보담당관에게 묻자, 그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네. 아직 서울에서 인사발령을 내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부산경찰청장 발령은 났는데 말이죠.”
보나마나 유만식은 좌천 될 것이고, 그때가 그가 경찰 옷을 벗을 때였다.
그런데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경찰청은 별 소식 없이 조용했다.
“부산이 났으면 오늘 중 여기 인사발령도 날 거야.”
그 말 후 제주경찰청장은 씁쓸하게 웃으며 청장실로 향했다.
아무래도 이제 짐을 싸야 하지 싶어서 말이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서까지, 유만식은 차분히 자기 짐을 챙겼다.
그 짐 하나하나가 추억이 담겨 있다 보니, 유만식은 그 추억에 취해서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건만 전혀 배고프지 않았다. 그때였다.
똑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누가 청장실로 들어왔다. 유만식은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랬는데....
“청장님. 인사발령이 났습니다.”
“그래?”
익숙한 홍보담당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유만식은 이제 다 정리된 자기 짐을, 자기 차에 실어 줄 것을 홍보담당관에게 부탁하려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그때 홍보담당관이 갑자기 감격어린 얼굴로 유만식을 보고 말했다.
“청, 청장님. 축하드립니다. 유임 되셨습니다.”
“뭐?”
“경찰청에서 제주경찰청장은 유임 됐다는 인사명령을 내려왔습니다.”
“맙소사!”
신임 박대순 경찰청장이 무슨 의도로 자신을 제주경찰청장에 유임시켰는지 모르지만, 유만식은 이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때 유만식을 유임 시킨 경찰청장 박대순은, 그곳 경찰차장과 통화 중이었다.
* * *
제주경찰청의 2인자로 차기 제주경찰청장이 유력 했던 경찰차장 배도철.
그는 새로 서울에서 발령 받아 내려 온 형사과장이, 전 경찰청장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고는 그와 같이 점심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세현 청장님도 참....그러게 작작 좀 해 드실 것이지.”
대전경찰청에서 한때 정세현을 모셨던 배도철이었다.
그 인연 때문이라도 그 아들인 정재욱은 챙겨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재욱이 보직 신고하는 첫날, 대형 악재를 끌어안고 제주경찰청에 나타났다.
“새끼가 좀 조심 좀 할 것이지....그리고 청장님도 오늘 내일 퇴직할지 모르시는 분이, 무슨 보직 신고를 받겠다고 그 난리를 쳐서....”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게 다 현 제주경찰청장인 유만식이, 정재욱을 무리하게 빨리 제주도로 불러 들였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정재욱이 당일 저녁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올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공항으로 이동하는 길에, 그만 음주 단속에 걸린 것이다.
그래서 배도철은 정재욱을 단지 재수가 없었을 뿐이라고 여기며, 유만식 제주경찰청장과 달리 그를 나쁘게 보지 않았다.
그런데 정재욱과 점심을 같이 먹으려던 애초 계획이 무산 됐다.
어디다 전화를 그리 오래 하는지, 배도철이 형사과장실에 전화 걸 때마다 통화 중이었던 것.
배도철도 오전에 바빴기에 직접 형사과장실로 가지는 못했고, 몇 번 더 전화를 했는데 그때마다 정재욱은 통화 중이었다.
그래서 다른 약속을 잡았고, 점심 먹고 나서 전화하니 그제야 그의 전화를 받는 정재욱.
그래도 점심을 먹고 나서 배가 불러선지, 정재욱을 그리 심하게 나무라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일 점심 약속도 잡았고. 그런데 정재욱과 통화 직후 박대순 신임 경찰청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꼴깍!”
긴장한 듯 배도철은 마른 침을 삼킨 뒤, 박대순 신임 경찰청장의 전화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