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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328화 (32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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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XX요양원 관계자는 그러다 이내 열심히 눈알을 굴리더니, 문대식에게 다급히 말했다.

“저기....그 내역서 도로 주시겠어요?”

“왜요?”

“아무래도 제가 잘못 된 내역서를 프린트 해 온 거 같아서....”

“무슨 소리에요. 여기 환자 이름에 문천식이라고 제대로 적혀 있구먼.”

“허어. 그 참. 달라면 줄 것이지. 진짜 말을 안 듣네. 그거 이리 달라고!”

“어딜....”

XX요양원 관계자가 문대식에게서 억지로 내역서를 뺏으려 시도했지만, 그게 먹힐 리 없었다. 우악스런 문대식 힘 앞에 바로 뒤로 밀려 버린 XX요양원 관계자.

“이씨....”

그가 씩씩거리더니 뒤돌아 휑하니 어딘가로 가 버렸다.

잠시 후 의료소송에 있어서 전문가 소리를 듣는 윤재열 변호사가, 문대식이 건넨 청구서와 그 세부 내역서를 살펴보고 말했다.

“여기 순 사기꾼 병원이네요.”

윤재열은 여기 요양원에서 투약했다고 나오는, 값비싼 항암 치료제를 보고 기가 찼다. 여기가 암 환자 수술하는 3차 종합 병원도 아니고, 거기다 요양원에서 무슨 최신 개발 된 항암 치료제를 쓴단 말인가?

그 뿐만 아니었다. 이곳 요양원에는 할 수도 없는 고액의 검사가 다 나열 되어 있었다.

요양원에 요양하고 있는 환자에게 무슨 이런 검사를 다 한단 말인가? 그것도 한 달 사이 3차례나 말이다.

그때 문대식과 내역서 때문에 실랑이를 벌였다가 내뺀 XX요양원 관계자.

그 작자가 자기 병원 법무팀장이라고 데리고 온, 딱 봐도 중후한 인상의 뭔가 있어 보이는 값비싼 정장 차림의 장년의 남자가 말했다.

“나 올해 수원지법에서 은퇴한 차주열 지원장인데....”

맙소사. 요양원에서 뭔 정관예우를....

전관예우(前官禮遇)는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여, 처음 맡은 소송에 대해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특혜를 말하는데, 그걸 왜 법원이 아닌 요양원에서 언급하는 건지, 당연히 문대식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아....”

하지만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인 윤재열의 얼굴 표정이 좋지 않았다.

“왜 그러세요?”

그래서 문대식이 윤재열에게 묻자, 그가 잠깐 따라 나오라고 고개 짓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둘이 XX요양원 관계자와 여기 법무팀장을 두고 요양원 복도로 나왔다.

그때 윤재열이 문대식에게 말했다.

“차주열 지원장, 우습게 볼 사람 아닙니다. 판사들 인맥이 두텁고, 또 의료소송 쪽으로 차 지원장이 내린 판결이 워낙 많아서....”

“그러니까 저 차 지원장이라는 작자가 나서면, 재판으로 가서는 우리가 여기 요양원을 이길 수 없을 거란 말이군요?”

“그렇죠.”

“전직 지법원장의 힘이 대단하네요. 그렇다면 대법원장은 어때요?”

“네?”

“제가 아시는 분이 대법원장과 친하신데.”

“전직 대법원장님을 아신다고요?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아뇨. 전직이 아니라 현직 대법원장님요.”

“....”

문대식이 현 대법원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말에, 윤재열은 한 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 * *

문대식은 백준열이 현 대법원장인 서종수와 같이,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할 때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니 그때 있었던 일을 잘 알 밖에.

문대식이 이곳 요양원에 오기 전 백준열은 그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니 그가 자신을 위해서 서종수 대법원장을 움직여 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우리 의뢰인 대단한 분이셨네. 그렇다면 들어갑시다.”

윤재열 변호사가 갑자기 기세등등해져서, 도로 차주열 지원장과 요양원 관계자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차주열 지원장님. 제가 알기로 아드님께서 지원장님과 같은 판사의 길을 걷고 계신 걸로 압니다만?”

“크음. 그렇소.”

차주열이 목과 어깨에 한껏 힘을 주며 대답했다. 하긴 아버지가 판사라고 그 아들이 판사가 되는 경우가 흔한 건 아니니까. 2대에 걸쳐서 초엘리트인 판사를 배출 해 낸 가문이라....

포장만 잘하면 정치계로 나가도, 한 자리 차지하는 게 뭐 어렵겠나? 사실 그 때문에 차주열도 대형 로펌도 아닌, 이곳 촌구석 요양원 법무팀장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고.

‘딱 2년이다. 2년 뒤에는....’

서진그룹에서 약속을 했다. 그에게 여, 야 중 한 곳의 국회의원 공천권을 받아주겠다고 말이다.

“근데 어쩌나? 여기 계신 저희 의뢰인께서 서종수 대법원장과 잘 아시는 사이라시는데?”

윤재열 변호사의 입에서 서종수 대법원장의 이름이 거론 되자, 차주열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 그게 사실이요?”

차주열이 믿기 어렵다는 듯 불신에 가득한 얼굴로 말하자, 문대식이 바로 나서서 말했다.

“네. 사실입니다. 뭐 의심스러우시면 서 대법원장님과 통화도 가능한데. 어떻게 그분과 통화라도 해 보시겠습니까?”

서종수 대법원장이라면 차주열도 잘 알았다. 자기보다 두 기수 윗분으로, 차주열도 존경하는 분이었다. 당연히 안면은 있었다.

물론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차주열이 지법원장을 끝으로 은퇴하자, 아쉬워하시며 전화도 주셨던 선배님이셨다.

그리고 그 선배가 나서면 차주열의 법원 쪽 인맥도 먹힐 수 없었다. 특히 그 선배가 자기 아들에게 손을 쓴다면....

“통, 통화 하겠소.”

하지만 눈앞에 남자의 말을 100%믿기에는 차주열도 세상의 때를 많이 탄 상황.

아무 확인도 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절호의 기회를 날려 먹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차주열은 상대의 제안을 받아드렸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우매한 짓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좋습니다. 그럼 잠시만....”

문대식이 몸을 일으키며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면서 잠깐 밖으로 나갔다.

* * *

문대식이 전화를 건 상대는 두 말 할 거 없이 백준열이었다.

-어. 왜?

혹시 안 받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백준열이 자신의 전화를 받아주자, 문대식이 기뻐하며 말했다.

“저 지금 강원도 홍천에 와 있습니다."

-알아. XX요양원이지? 잘 생각했어. 아버지 모시고 서울로 와. 서울에 모실 요양병원은 내가 얘기 해 줬지? XX병원이라고?

“네. 어제 말씀하셨고, 이미 그쪽에 얘기를 해 뒀습니다. 오늘 중으로 거기로 데려가겠다고.”

-근데 그렇게 하면 되지. 나한테는 왜 전화 했어?

“그, 그게 실은....”

문대식은 좀 전 그가 XX요양원에서 겪은 일들을 잘 정리해서 백준열에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백준열이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아니. 요즘은 요양원에도 정관을 심나? 아니지. 이게 다 서진의료재단에서 잔머리를 굴린 걸 거야. 그걸 지시하거나 승인한 건, 보나마나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일 테고.

“그래서 말인데....”

-서종수 대법원장? 아아....그 양반을 문 팀장이 어떻게 알아?

“작년까지 그 분과 골프 치러 다니셨잖습니까?”

-아아....그래. 그랬지. 그때야 중요한 재판이 있었으니까. 뭐 알았어. 그분한테 얘기해서 차주열 전 수원지법원장에게 전화 한 통하라고 하면 되는 거지?

“네. 그렇게 해주시면 여기 일은 잘 해결 될 거 같습니다.”

-알았어. 지금 바로 연락해 볼게. 그리고, 끝까지 방심하지 마. 서진그룹 김 회장 호락호락한 자가 아냐.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백준열과 통화를 끝낸 문대식. 그가 다시 차주열 원장과 요양원 관계자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자, 거기서 차주열과 요양원 관계자가 티격태격 거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얘기가 사실이면 지금 여기를 관두시겠단 거잖아요?”

“그럼 어쩝니까? 내 아들이 촌구석에 발령 받거나 잘릴 수도 있는데. 그걸 당신이 책임 질 수 있어요?”

“내가 그걸 왜 책임져요?”

“그렇다면 그 입 닥치고 있어요. 내가 볼 때 그분과 통화할 일 없을 테니까.”

차주열은 확신하는 듯 했다. 밖에 나갔던 문대식이 도로 들어와서, 그에게 할 말이 뭔지 말이다.

‘보나마나 그러겠지. 서 대법원장님. 지금 바쁘셔서 통화하기 어렵다고 말이야.’

그때 안으로 들어 온 문대식이 차주열을 똑 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좀 있다가 서 대법원장님이 당신에게 전화를 걸 겁니다. 잘 받기나 하세요.”

“네?”

당연히 통화가 어렵다고 해야 하는 데, 문대식은 차주열에게 서 대법원장 전화 받을 준비나 하란다.

벨레레레레레....

그리고 몇 분 뒤 진짜 차주열의 핸드폰 벨이 울렸고, 그 핸드폰 액정에 서종수라는 이름이 떡하니 떴다.

“맙소사! 진짜 대법원장님께서....”

차주열이 너무 놀라 부르르 몸을 떨면서 그 전화를 받았다.

“네. 네. 대법원장님.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저 하나 물러나면 끝날 일입니다. 네. 불러 주시면 저야 영광이지요. 네. 알겠습니다. 네. 들어가십시오.”

목소리 딱 듣는 순간, 차주열은 상대가 서종수 대법원장이 확실함을 알 수 있었다. 하긴 어떤 간 큰 놈이 감히 대법원장 핸드폰을 훔쳐서 장난을 치겠나?

통화 후, 차주열이 요양원 관계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 오늘부로 여기 관두겠소.”

“네?”

“여기 원장에게 그렇게 전하면 원장이 다 알아서 서진....그룹 쪽에 연락할 테니까.”

힐끗 문대식과 윤재열의 눈치를 보면서, 차주열은 그렇게 요양원 관계자에게 말한 뒤, 여기 일에는 전혀 관심도 없는 지, 일어나서 휑하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

* * *

문대식이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가운데, 윤재열 변호사가 요양원 관계자를 압박했다.

“자아. 경찰 불러서 모시고 갈까요? 아니면 요양원 측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차량 지원해,서 저희가 원하는 서울 XX병원으로 이원 시켜 주실래요?”

“잠, 잠시만....”

이번에는 문대식처럼 요양원 관계자가 핸드폰을 꺼내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5분 쯤 뒤 들어와서 말했다.

“저희가 말씀하신대로 대승적 차원에서, 문천식 환자를 XX병원으로 이송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문대식은, 부친을 서울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고 봤다.

하지만 끝까지 방심해선 안 된다는 백준열 대표의 말이 생각 난 문대식.

그는 자기 차는 대리기사를 불러서 먼저 서울 자기 집으로 보내고, 아예 아버지와 같이 요양원 차에 타서 서울로 향했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와 한 차에 같이 탈 수밖에 없었다.

“네가 나한테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하긴 아내와 자식 다 버리고 다른 여자가 좋다고, 그 동안 가족의 연을 끊고 지냈던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가 이상한 요양원에 들어오면서, 도저히 여기서는 못 살겠다고 해 온 연락에, 이렇게 즉각적으로 아들이 나서서 ,서울 쪽 요양병원으로 옮겨 주겠다는 게 어디 보통 일이던가?

하지만 아들 입에서 나온 말은 문천식의 복장만 더 뒤집어 놨다.

“같이 사시던 분, 집 담보 잡아서 대출 댕겨서 튀었더군요. 그 집 곧 경매처분 될 겁니다.”

한마디로 이제 문천식은 살 집이 사라진 것이다.

결국 그의 동거녀가 그를 요양원에 처넣은 게, 다 집을 팔아먹기 위해서였던 것.

하지만 문천식이 집 파는데 협조하지 않자, 그녀가 기어코 그 집을 은행에 담보 잡히고, 대출을 받아서 그 돈을 들고 튄 거다.

“너에게 이런 말 하는 거 미안한데....그 년 좀 잡을 수 없겠니?”

“미안하시면 그런 말 저한테 하지 마세요. 그리고 전 불법 적인 일은 하지 않습니다.”

“....”

아들의 거절에 문천식은 그때부터 입을 꾸욱 다물었다.

덜컹!

그때였다. 국도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꿀렁거리더니 차가 멈춰 섰다. 그래서 문대식이 앞뒤 차창을 통해 밖을 확인했다.

그러자 그들이 탄 승합차가 국도변 옆길에 멈춰 섰고, 그 앞뒤로 승용차 두 대가 차체를 승합차에 바짝 붙여 대고 있었다.

그 승용차들 때문에 승합차는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이지 못하게 된 상태였고.

철컥!

그리고 그 승합차 안에서 살벌하게 생긴 건장한 남자들이, 앞뒤로 네 명씩 모두 8명이나 나왔다. 그때 승합차 운전석의 XX요양원 소속 직원이 차문을 열고는 후다닥 내 뺐다.

그걸 보고 그제야 뭐가 잘못 됐다는 생각이 든 문천식이 아들 문대식에게 말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문천식의 그 물음에 문대식은 대답 대신, 호주머니 속에서 가죽장갑을 꺼내서 끼면서 딴 소리를 했다.

“내가 나가면 차문 잠그고 가만히 있으세요. 아셨죠?”

문대식은 애초에 문천식에게 대답 따윈 들을 생각도 없었던지, 그 말 후 바로 승합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1대 8의 싸움이 시작 됐다.

당연히 처음에는 쪽수가 많은 8명이 유리해 보였다. 하지만 막상 싸움이 시작 되자, 바로 두 명이 쓰러졌다.

문대식의 기습적인 돌진 후 주먹 두 방에 2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픽 쓰러져서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쳐!”

그리고 시작 된 1대 6의 싸움. 하지만 그 싸움도 싱겁게 끝났다.

문대식도 간헐적으로 맞았지만 문제는, 문대식에게 맞은 자들이었다. 문대식은 맞아도 위험하지 않는 곳을 맞았다. 하지만 상대는 맞으면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급소를 꼭 맞았다.

그러니 싸우는 상대의 수가 순식간에 확 줄었고, 어느 새 1대 2의 상황까지 가 버렸다.

뻐억!

“크아아악!”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문대식의 몸통 박치기에 3미터는 족히 날아가 나동그라지고, 그 사이 문대식이 몸을 틀어 돌진한 마지막 남은 건장한 남자의 배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우워어어억!”

배를 잡고 쓰러진 그 건장한 남자가, 흙바닥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연신 토악질을 해 댈 때였다.

“내려요.”

“어? 어어. 그래.”

문대식이 승합차 안의 자기 아버지 문천식을 내리게 해서는, 앞뒤를 막고 있던 중 앞쪽 비어 있는 승용차에 부친을 태우고 자신이 운전석에 올랐다.

부우우웅!

그리곤 그 차를 몰고 서울로 향해 마저 가는 길을 이어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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