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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327화 (32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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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마치 여러 사람 고문해 본 듯 태연하게 말하는 철수. 그런 그를 보고 세르게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철수. 너 고문 해 봤어?”

“고문? 아니.”

“그런데 좀 전에 한 말은 뭐야?”

“아아. 그거? 영화에 보니까 나오더라고. 내가 영화 마니아잖아. 특히 전쟁 영화. 거기 보면 고문 하는 장면 많이 나오는 데 ,망치로 발가락 뭉개면 다 불더라고. 그래서 얘기해 본 거야.”

“허어....”

왜 예전 어른들 농담 중에 ‘서울 안 가본 놈이 말싸움하면 이긴다.’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197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서울에 한 번 가보는 것이 소원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시골사람이 서울을 다녀와서 동네 사람들에게 서울의 풍경을 이야기 해주는데, 옆에서 가만히 듣던 사람 중 서울을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이, 강력히 우기며 서울이야기를 하면 결국 서울을 안 가본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다. 이는 사실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의미로 쓰이기고 하는데 지금 철수가 딱 그 짝이었다.

“확실하니까 빨리 그렇게 해 봐.”

고문도 안 해 본 놈이 영화에서 그랬다고, 다 그런 줄 알고 세르게이 보고 그렇게 하라고 큰소리치고 있으니....

그렇게 확신하면 자신이 직접 하면 되지, 왜 망치는 자꾸 세르게이에게 건네는 건지....

세르게이는 결국 철수가 내미는 망치를 받지 않았다. 대신 그에게 말했다.

“저 놈이나 들어.”

“왜?”

“어차피 저놈 갈아 사료로 만들어야 되잖아. 공장으로 옮겨 놓고 보자고.”

철수는 여기서 세르게이가 여기서 홍대복을 고문하다가 ,그가 죽여 달라고 하면 그때 죽이고, 그 시신을 옆 사료 공장으로 옮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르게이는 산 채로 홍대복을 사료 공장에 옮겨 놓고 고문을 시작할 모양이었다.

뭐 어째든 홍대복의 몸이 갈려서 오늘 중에 사료가 될 것은 확정된 마당이었다. 창고에서 고문하나, 공장에서 고문 하나, 그 선후가 무슨 상관이겠나.

“알았어.”

그렇게 해서 세르게이와 철수는 의자와 한 몸이 된 홍대복을 들고 옆 사료 공장으로 옮겼다.

우우우우우웅!

그때 사료 공장은 예열을 끝내고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사료 공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사료 분쇄와 배합이다.

오전에 이곳 직원에게 그걸 제대로 숙지한 세르게이는 묵묵히 사료가 될 재료들을 커다란 배합 통에 넣었다. 그리고 그 재료들을 분쇄하기 전에 철수에게 말했다.

“그 놈 풀어 줘.”

“어?”

철수는 자기가 세르게이의 말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풀라고.”

“어어. 알았어.”

세르게이의 지시대로 철수는 의자에 꽁꽁 묶인 세르게이의 팔 다리를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 * *

홍대복도 조폭계에 투신한지 30년이 넘었다. 그런 그가 자신이 왜 여기 있는 지 정도는 벌써 눈치챘다.

‘무조건 여기서 빠져 나가야 해.’

여기 있다가 돼지 사료가 되는 건 시간문제. 하지만 홍대복은 한 번의 기회는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참으며 최대한 힘을 비축해 두고 있었다.

‘의자에 묵은 채로 배합 통에 나를 던져 넣지는 않겠지.’

실제 홍대복도 조직 생활하면서 시체 몇 구를 사료 공장의 배합 통에 던져 넣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홍대복이 던진 건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닌 죽은 시체였다.

홍대복은 그때처럼 저들이 자신을 죽인 뒤, 시체를 배합 통에 던져 넣으면 어쩌나 그걸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놈들이 방심하고 그를 풀어주었다.

홍대복은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래서 집중하고 있다가 멍청한 녀석이 그의 팔에 이어서 다리까지 다 풀자 냅다 몸을 일으키며 동시에 녀석을 밀치고 공장 출구로 뛰었....

철퍼덕!

뛰긴 뛰었는데 바로 다리가 꼬이며 자빠져 버린 홍대복. 하지만 바로 몸을 일으킨 홍대복이 다시 출구로 뛰려 할 때였다.

퍽!

이번에는 그의 뒤통수에 강렬한 충격이 일면서 홍대복은 또 기절해서 쓰러졌다. 그런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몸에 진동과 함께 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헉!”

그래서 눈을 떴더니....그가 커다란 통에 들어가 있었고 그 통에는 사료를 만드는데 쓰이는 재료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역시 그 재료 중 하나로 뒤섞여서 지금 갈리고 있는 중이었고.

물론 아직 그의 몸이 직접적으로 갈리지는 않았지만 밑에서 갈려 나가는 중이니 곧 그의 몸도 갈릴 수밖에 없었다.

“어헉....안 돼....우푸푸....헉헉....”

홍대복은 살기위해 몸부림 쳤다. 커다란 통은 밑으로 경사가 져 있어서, 가만있으면 그의 몸을 밑으로 빨려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친 몸부림인데 사람의 체력이란 게 한계가 있다보니 홍대복의 몸은 점점 더 밑으로 빨려 들어갔고 끝내 그의 다리 하나가 분쇄기에 갈렸다.

“크아아아악!”

홍대복의 처절한 비명이 울렸다. 그 사이 이미 홍대복의 왼쪽 다리 발목이 사라지고 없었다.

우우우웅! 끼이이익!

그때였다. 갑자기 분쇄기가 멈췄다. 그리고 배합 통 밖에서 누가 말했다.

“죽고 싶어? 살고 싶어?”

아니. 무슨 그딴 질문을 다 한단 말인가? 당연히 살고 싶지.

“사, 살려 주세요. 살려 주시면 시키시는 건 뭐든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대답은 밖에 사람이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우우우우웅!

다시 분쇄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철수와 달리 세르게이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어째든 의뢰자의 요구대로 홍대복이 자기 입으로 죽여 달라고 말만하게 만들면 그만 아니겠나?

그렇다면 그렇게 상황을 만들면 됐다. 괜히 고문한답시고 시간 질질 끌 필요가 없었다.

그럴 시간에 이제 그의 여자가 된 박혜수 만나서, 같이 맛난 거 먹고, 뜨겁게 섹스를 즐기지 말이다.

해서 세르게이는 철수에게 홍대복을 풀어주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 새끼가 철수를 밀치고 내 뺐다. 하지만 사람의 신체란 게 계속 묶여 있다가, 풀리면 정상적인 상태로 바로 회복 되지 않는다.

그건 홍대복도 마찬가지였고. 한 번 자빠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홍대복에게 뛰어간 세르게이. 그가 또 삽으로 홍대복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러자 바로 꼬꾸라진 홍대복. 그런 그를 세르게이가 혼자들 들쳐 메고 배합 통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홍대복을 배합 통 안에 던져 넣고 마저 남은 사료 재료들을 배합 통에 넣은 다음 분쇄기를 가동 시켰다.

그러자 곱게 갈려 나오는 사료 재료들. 그렇게 10여분 쯤 지났을까? 홍대복의 비명이 들려왔고 세르게이는 분쇄기 작동을 멈췄다. 그리고 철수에게 말했다.

“물어 봐. 죽고 싶은지 살고 싶은지.”

세르게이의 그 말을 철수가 한국말로 크게 배합 통 안의 홍대복에게 물었다. 그러자 홍대복이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했고 그 정도 한국말은 알아 듣는 세르게이가 바로 분쇄기를 재가동 시켰다.

그렇게 10여분 뒤....거의 하체가 다 갈린 홍대복이 처절하게 배합 통 안에서 외쳤다.

“끄아아악! 죽여! 날 죽여 줘!”

우우우우우웅!

그 말에 세르게이가 피식 웃으며 분쇄기를 가동시키고는 철수에게 말했다.

“커피한잔 마시러 가자.”

“어? 어어. 그래.”

그렇게 세르게이와 철수가 공장 밖으로 나가고 30분 뒤, 다시 사료 공장에 돌아왔을 때 공장은 조용했다. 분쇄기가 재료를 다 갈고 나면 자동으로 멈춰지게, 자동제어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던 것.

당연히 배합 통 안에 있었던 홍대복은 잘 갈려서 다른 사료 재료와 뒤섞여 있었다.

세르게이는 그 재료를 다시 한 번 더 분쇄 시킨 뒤 포장대로 옮겼다.

그러자 사료가 자동 포장이 되었고 그 사료 포대를 리어카에 옮겨 실은 두 사람은, 사료 창고로 가서 그 포대를 차곡차곡 쌓았다.

“끝!”

그렇게 의뢰를 끝낸 세르게이와 철수는, 여기까지 철수가 몰고 온 택시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내려!”

“뭐?”

“내리라고.”

“오피스텔로 안 가고?”

“어. 나 여자....만난다.”

서울에 들어서자마자 철수를 근처 지하철 역 앞에 강제로 내리게 만든 세르게이. 그는 박혜수가 다니는 여대로 곧장 택시를 몰아갔다. 그러면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빅터!

그러자 박혜수가 반갑게 그의 전화를 받았다.

“학교?”

-맞아. 막 수업 다 끝났어.

“간다. 학교.”

-여기로 온다고?

“어. 보고 싶다.”

-아아. 알았어. 그럼 정문 앞에 있을 게.

그렇게 박혜수와 약속을 하고 나서, 세르게이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녀를 보기 위해서,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았다.

* * *

태석규는 JYB엔터 자체에서 실시한 직무평가에서, 현장 매니저가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그를 떠맡은 차은석 부문장은 그 직무평가를 신뢰하는 편이었고.

“태석규씨. 그럼 로드 매니저 일부터 시작해 보도록 하죠. 김 과장님?”

차은석이 매니저 쪽을 담당하고 있는 특수 1부문의 관계자를 불렀다. 그러자 김대경 과장이 차은석 앞에 나타나서 말했다.

“부르셨습니까? 부문장님.”

“네. 여기 태석규씨 로드 매니저 일을 시켜 볼까 하는데. 누가 좋겠어요?”

차은석의 물음에 김 과장이 태석규를 대충 훑어보고 말했다.

“체구도 좋고, 또 옷 입는 게 센스가 있어 보이는 게, 여자 아이돌 로드 매니저 일을 맡겨도 될 거 같습니다.”

“그래요? 그럼....레드문 애들 어때요?”

“거기 주철현 매니저가 좀 까다롭긴 하지만....뭐 저번 주부터 로드 매니저 요청을 해 오고 있었으니 보내면 좋아는 할 거 같습니다.”

“됐네요. 그쪽으로 보내세요.”

“알겠습니다. 따라 오세요.”

태석규는 그렇게 출근하고 30분도 채 되지 않아 JYB엔터 본사를 나서야 했다.

“차 운전 잘 하신다고요?”

“네.”

“승합차도 몰 줄 알죠?”

‘네. 가능합니다.“

“자. 그럼 몰아보세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자 김 과장이 바로 태석규에게 차 키를 넘겼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하얀 승합차를 가리켰다.

태석규는 곧장 그 승합차로 가서 운전석에 올랐고, 김 과장이 그 옆 조수석에 타자 바로 시동을 걸고 차를 몰아 지하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그러면서 김 과장에게 물었다.

“어디로 갈까요?”

“테헤란로에 현정 백화점 알죠?”

“네.”

“일단 그쪽으로 가세요.”

그렇게 말한 뒤 김 과장은 자신의 서류 가방 속에서 일정표를 꺼내서 살폈다.

태석규는 김 과장이 시키는 대로, 테헤란로로 운전을 했고 삼성교를 지날 때, 여전히 일정표와 자신의 수첩을 번갈아보며 고민 중인 김 과장에게 말했다.

“김 과장님. 테혜란로에 다 왔습니다.”

“아. 그래요? 저기 현정 백화점 보이는 로타리에서 우회전해서 주택지쪽으로 쭉 올라가세요.”

“네.”

태석규는 김 과장이 말한 대로 운전을 했고 10분 뒤, JYB엔터에서 새롭게 선보일 신인 걸그룹 멤버들의 숙소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운전 잘 하시네. 갑시다.”

김 과장에 칭찬에 태석규의 입 꼬리가 스윽 올라 갈 때, 김 과장은 이미 숙소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김 과장과 달리 태석규는 자신이 앞으로 맡게 될, 걸그룹 맴버들을 본다는 생각에 벌써 가슴이 콩닥거렸다.

* * *

백준열에게 한 소리 듣고 나서, 문대식은 바로 다음 날 월차를 내고 강원도 XX요양원으로 향했다. 두 시간 정도 운전해서 XX요양원에 도착한 문대식. 그 요양원에 들어가는 거까지는 성공했으나....

“문천식씨와 어떻게 되시는 사이신지?”

“아들입니다.”

“문천식씨에게 이렇게 장성한 아들이 계셨네.”

그런데 그와 마주한 XX요양원 관계자가 어째 예사롭지 않은 사람 같아 보였다.

“그래서 문천석씨를 서울 요양원으로 모시고 싶으시다?”

“그렇습니다.”

“뭐 직계 가족이 그러시겠다는 데 어쩌겠어요. 모시고 가셔야지. 근데 그 전에 이것 좀 보실까요?”

그러면서 XX요양원 관계자가 내 놓은 건 청구서였다. 그러니까 문천식이 이곳에서 수차례 난동을 피우면서 병원 기물을 파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청구서에 적힌 금액이 문대식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지금 여기 적힌 액수가 맞습니까? 5천만 원?”

문천식이 무슨 고가의 의료기기를 박살 낸 것도 아니고. 병원 기물 몇 개 부셨다고 5천만 원을 내 놓으라니?

그런 문대식에게 XX요양원 관계자가 얼토당토않은 소릴 늘어놓기 시작했다.

“물론 기물 파손만으로 그 정도 금액이 나오진 않았죠. 거기에는 문천식씨의 난동을 말리다가 다친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분들의 육체적 정신적 위자료가 포함 되었고, 또 그로 인해 저희 병원의 이미지가 실추 되어서, 오시려던 분들이 계약을 취소하시면서 발생한 피해 역시 추가 되어서....”

문대식은 자신을 무슨 빙다리 핫바지로 보는 XX요양원 관계자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이 청구서 세부 내역서 주세요. 제가 보고 맞으면 지불하겠습니다.”

XX요양원 관계자는 자기 말을 중간에 끊은 문대식을 잠깐 기분 나쁜 얼굴로 쳐다보다가, 좀 전과 달리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시죠. 세부 내역서 바로 출력해서 올게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XX요양원 관계자. 그가 10여분 뒤 나타나서 문대식에게 건넨 세부 내역서에는 복잡한 의료용어와 함께 영어가 90%이상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일반 사람이 그 내역서를 보고 뭘 파악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문대식이 누구던가?

이미 여기 오기 전에 백준열에게 얘기해서 의료소송만 전담하고 있는, 이쪽으로 꽤나 유명한 변호사를 미리 여기로 불러 놓은 상황.

“윤 변호사님. 여깁니다.”

마침 그때 윤재열 변호사가 나타났고, 그의 등장에 XX요양원 관계자의 얼굴이 바로 벌레 씹은 얼굴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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