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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322화 (32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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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추병진이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지금 룸살롱 밖에서 대기 중인, 추진호의 운전기사였다.

추진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선지, 운전기사가 재깍 그의 전화를 받았다.

하긴 전화 연결 음이 세 번 이상 울렸는데도 받지 않으면, 아버지가 하도 지랄지랄 해대니 그럴 밖에.

-네. 대표님.

“김 기사. 여기 와서 아버지 모시고 가.”

-네에?

“아버지 취하셨어.”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 통화 후, 추병진은 추진호의 핸드폰을 원래 있던 테이블 위에 올려두려다가, 생각이 난 게 있어서 도로 핸드폰을 자기 눈앞에 가져와서, 핸드폰의 전화번호부를 살폈다.

그런 그의 눈에 연락처 중에 이름이 ‘해결사’인걸 찾았다.

“여기 있었네.”

추병진은 비릿하게 웃으며 찾아 낸, 그 연락처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물론 아버지 핸드폰으로 말이다. 그러자 전화가 연결 되었고 잠시 후 누군가 그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전화 받은 사람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음성 변조가 된 상태.

-코드 15번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추병진은 예전에 아버지가 여기 ‘해결사’에 전화해서, 당시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에 위협이 되었던, 경쟁사 대표를 제거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거기와 통화하고 나서, 바로 다음 날 경쟁사 대표가 교통사고로 죽었던 것.

당시 아버지는 그 경쟁사 대표 장례 식장에 가서 조문도 하고, 이틀 뒤 발인 때도 참석해서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던 걸, 추병진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사업 할 때 어려움이나 난관에 부딪치면 그때 마다 아버지는 ‘해결사’에 전화해서, 그 위기를 극복하고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를 더 크게 키워 나갔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위기에 처했고 그 위기를 만든 백준열에게 복수를 해야 했다. 자기까지였다면 추병진도 이렇게 까진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아버지까지 우습게 만든 백준열을 추병진은 용서 할 수 없었다.

“JYB엔터 백준열. 그 자를 죽여주시오.”

-....

그랬는데 ‘해결사’ 쪽에서 어째 대답이 없었다. 해서 추병진은 혹시 상대가 자기 말을 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말했다.

“JYB엔터 백준열을 죽여요.”

그러자 ‘해결사’쪽에서 드디어 대답이 나왔다.

-정말 입니까?

‘그럼 정말이지. C발. 아버지가 통화할 때는 그냥 순순히 다하겠다고 하더니. 나한테는 왜 이러는 거야?’

부친 때와는 자못 다른 ‘해결사’쪽 반응에 추병진은 속으로 부글거렸지만 참으며, 그쪽과 계속 통화를 이어나갔다.

“네. 정말 맞아요. 그래서 얼마 보내주면 됩니까?”

-의뢰비는....30조입니다.

“뭐?”

추병진은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상대가 30억을 30조로 잘못 말했다고 말이다.

하긴 JYB엔터 백준열 정도 되면, 그 목숨을 거두는 데 30억은 받아야겠지.

“30억 바로 그쪽으로 보내도록....”

30억도 적은 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기 소유 건물을 급매로 팔면 마련할 수 있는 돈이었다.

-30억이 아니라, 30조입니다.

“....”

상대가 정확히 추병진에게 의뢰비가 30조임을 밝히자, 추병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무슨 의뢰비가 30조나....”

-그런 당신이야 말로, 말이 되는 의뢰를 해야지. 그 자의 제대로 된 역량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놓고.....알겠지만 의뢰는 한 번 하면 무를 수 없소. 한 시간 뒤까지 의뢰비 30조를 지불 하지 않는다면, 룰에 따라 당신의 코드를 삭제 처리 할 수밖에 없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뭐, 뭐라고? 그, 그런 룰이 있었어? 나는 몰랐어.”

-지금이 11시 10분이니 12시 10분까지 30조 입금하시기 바랍니다.

뚜뚜뚜뚜뚜뚜....

그리곤 ‘해결사’쪽에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런 C발....”

똑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아버지 운전기사가 문을 열고 룸 안으로 들어왔다.

추병진은 손에 들고 있던 아버지 핸드폰을, 슬그머니 자기 호주머니 속에 넣었다.

왜냐하면 자기가 친 사고를 어떡하든 자기가 해결하려면, 지금 아버지 핸드폰이 그의 수중에 있어야 했으니까.

* * *

추병진은 김 기사의 등에 아버지를 업힌 다음, 차까지 가서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곤 김 기사와 같이 차 뒷좌석에 아버지를 앉히고 안전벨트를 매드렸다.

“고맙습니다. 도련님.”

“내 아버진데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지. 아버지 집까지 잘 데리고 가.”

“네. 그럼....”

추병진은 그렇게 아버지가 탄 차를 보낸 뒤, 바로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해결사’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지금 거신 전화는 당분간 수신이 정지 되었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해결사’쪽에서 아버지 전화를 더 이상 받지 않았다. 그 말인즉 한 시간 안에 30조를 보내지 않는 한, ‘해결사’와 아버지의 연緣이 완전히 끊어진다는 소리였다.

“어, 어쩌지?”

만약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아신다면....

그 동안 추병진이 봐 왔을 때, 아버지는 진짜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니면 ‘해결사’에 전화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그 만큼 ‘해결사’라는 곳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건데, 그가 그곳과의 연을 댕강 잘라 버렸으니, 이 사실을 아버지가 안다면....

“날 또 패겠지. 에이. 씨. 몰라.”

추병진은 나온 김에 다시 룸살롱에 들어가기 그래서, 그냥 근처 다른 룸살롱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실컷 술을 퍼마시고, 호스티스 하나 끼고 인근 호텔로 향했다.

“이리 와.”

“아잉. 오빠앙....”

그리고 거기서 호스티스와 열정적인 시간은, 보내지 못했다.

하도 많이 마셔서 좆이 제대로 서지 않았던 것. 그래서 호스티스 끌어안고 잠들었다가 다음 날 깨어 보니, 여자는 없고 대신 그의 아버지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그래도 생각은 있었던지 추병진은 그 전화를 받는 대신, 그 핸드폰을 욕실 변기 속에 던져 넣어 버렸다.

그랬더니 잠시 후 추병진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네. 여보세요?”

-너 지금 어디야?

추병진이 전화를 받자마자, 부친인 추진호의 날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외근 나왔는데 왜요?”

-외근? 출근도 안한 놈이 외근은 무슨....

“하아. 아버지. 꼭 회사에 들렀다가 외근 나가는 거 아니잖아요? 바로 외근 왔다고요.”

추병진이 그렇다는 데 추진호가 어쩔 것인가? 그걸 가지고 대표씩이나 되는 양반이, 아들 잡고 유치하게 싸울 수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그래서 그 일은 추진호 대표도 어물쩍 넘어가며, 자신이 진짜 추병진에게 전화 건 용건을 밝혔다.

-너 어제 룸살롱에서 내 핸드폰 못 봤어?

“못 봤는데요. 왜요? 핸드폰 없어졌어요?”

-그래. 하아. 별수 없군. 수첩에 적어 놓은 거, 다시 입력할 밖에.

용의주도한 추진호 답다고 할까? 그는 자신의 핸드폰에 연락처를 수시로 비서를 시켜 따로 수첩에 적어 놓게 했다.

지금과 같이 핸드폰을 아예 분실해 버릴 경우를 대비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때 추병진은 몰랐다. ‘해결사’쪽 역시 지금처럼 핸드폰 분실 시에, 비상 연락망이 있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그 연락처는 ‘해결사’에서 코드를 지정해 준 멤버만이 알고 있었다.

-근데 어제 내가 한 말 기억하지?

“뭘요?”

-복수 말이다.

“아아....”

-백준열, 그 놈에게 어떻게 복수할지 나도 생각을 해 봤는데....그 얘기는 이따 퇴근하고, 집에서 마저 하도록 하자.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부친인 추진호가 백준열 복수에 대해 생각 해 둔 게 있었던 모양인데, 그걸 말하자 못하고 먼저 전화를 끊었다.

추병진은 다시 욕실로 가서 씻고, 비록 어제 입은 옷들이지만 그 옷을 다시 챙겨 입은 뒤, 호텔 방을 나가기 전에 프런트에 전화를 했다.

“실수로 변기에 핸드폰 떨어트렸는데, 그 핸드폰 버려주세요. 네. 괜찮으니까 그냥 버리시면 됩니다. 네.”

그렇게 부친 핸드폰 뒤처리까지 확실히 하고나서, 호텔 방을 나선 추병진은 겨우 자신이 차 세워 둔 곳을 기억해 내서 거기로 택시 타고 간 다음, 자기 차를 타고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로 출근을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점심시간도 훌쩍 넘긴 오후였고, 일 보다는 잠이 더 쏟아진 추병진은, 자기 일은 뒷전으로 두고 쿨쿨 잠을 잤다.

* * *

어젯밤에 홧김에 양주 나발을 분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 추진호 대표.

“으윽! 머리야.”

그는 어제 그런 미친 짓을 한 자신을 탓하며, 출근 준비를 하는데 핸드폰이 없었다.

“어디 뒀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제 아들 추병진을 팰 때, 핸드폰을 그곳 룸살롱 테이블 위에 올려 둔 건, 확실하게 생각났다. 그 뒤로 술 마시고 필름 끊겨 버렸으니 전혀 기억이 없었고.

해서 일단 자기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누가 주웠다면 그의 연락을 받을지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추진호가 계속 전화를 걸어도, 아무도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해서 어쩔 수 없이 핸드폰 없이 출근한 추진호.

그는 핸드폰 분실 신고를 오늘 하루 더 하지 않기로 했다. 혹시 몰라서 말이다.

그의 잃어버린 핸드폰에 저장 되어 있었던 연락처들 때문에, 추진호는 점심시간 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자기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끝끝내 누구도 그의 핸드폰을 받지 않았고, 추진호는 별 수 없이 분실 신고와 함께 새 핸드폰을 구입했다. 물론 번호는 쓰던 번호 그대로 유지하고 말이다.

이어서 자기 수첩에 적어 놓은 연락처를 입력하라고 비서에게 시키려다가, 아들 추병진이 생각나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 그의 핸드폰을 아들이 챙겼나 해서 말이다.

하지만 역시 아니었고 추진호는 비서를 불러서, 그의 핸드폰과 수첩을 건네며, 좀 전에 그가 시키려 한 것을 비서에게 시켰다.

비서는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수첩에 적혀 있던 연락처를, 그의 새 핸드폰으로 전부 옮겨놓았다.

“수고 했어.”

그리고 추진호는 마지막으로 바뀐 그의 핸드폰으로, ‘해결사’쪽에서 핸드폰을 분실 시 연락 달라는 비상연락망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뭐, 뭐라고요? 어젯밤에 내가 의뢰를 했는데, 그 의뢰 금을 지정 시간 내 지급하지 않아서, 코드를 상실했다고요?”

이게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란 말인가? 그는 어젯밤에 술에 취해서 오늘 아침까지 내내 잤다. 그런 그가 ‘해결사’에 무슨 의뢰를....

“가만. 어젯밤에 내가 핸드폰 분실 했는데, 혹시 내 핸드폰 주운 사람이 전화한 거 아닐까요?”

추진호의 그 말에 ‘해결사’측에서 어젯밤 녹취 된 음성을 그에게 다 들려주었다. 근데 그 음성이 추진호와 비슷했다.

“이, 이 목소리는....”

그의 아들 추병진이었다. 누가 추진호 아들 아니랄까? 추병진의 목소리는 추진호와 판박이였던 것.

보아하니 추병진이 추진호 몰래, ‘해결사’쪽에 전화를 걸어서 의뢰를 한 것 같았다.

JYB엔터 백준열을 없애 달라고 말이다.

거기까지는 잘못 된 게 없었다. 최악의 경우 추진호도 ‘해결사’를 이용해서 백준열을 제거해 버릴 생각은 하고 있었으니까. 한데....

“30조?”

‘해결사’쪽에서 백준열을 제거하는 데, 요구한 의뢰 금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한민국에 청부대금으로 30조를 낼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건 세계를 통 털어도 없다. 한마디로 ‘해결사’쪽에서는 백준열을 죽일 수 없다는 소리였다.

근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미욱한 아들이 의뢰를 할 거처럼 굴었다.

이에 ‘해결사’쪽에서 화가 난 것이고. 그 결과 추진호는 ‘해결사’와 정말 어렵게 만든, 그들과의 연이 끊어지고 말았다.

“이 병신 같은 새끼....내가 어떻게 얻은 ‘해결사’ 코드인데....”

이제 추진호에게는 그의 조커, 최후의 수단이 사라지고 말았다.

즉 이제 모든 건 오로지 그의 힘으로 다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 동안 어려울 때마다 ‘해결사’를 통해 그 난제를 풀고, 지금의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를 키워 왔는데, 이제부터는 그도 다른 엔터사 대표들과 똑같은 처지가 된 것이다.

“아들이 아니라 원수다. 원수.”

그때 비서실을 통해서 추병진 전무가 출근했다는 소리를 들은 추진호.

“내 핸드폰을, 제 놈이 가져 가 놓고 감히 거짓말을 해?”

추진호 대표가 열이 뻗쳐서 대표실을 나와 곧장 추병진 전무 방으로 향했다.

벌컥!

“드르렁! 드르렁!”

근데 추병진 전무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추진호는, 일은 안하고 코까지 곯고 자빠져 자고 있는 아들을 보고, 완전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저, 저 새끼. 오늘 내 손으로 죽여 버리고 만다.”

퍽!

“크아아악!”

추병진 전무 방에 있던 골프채가 추병진의 머리를 후려치자, 처절한 비명과 함께 추병진이 전무실 바닥을 뒹굴었다.

“죽어! 죽어!”

그런 추병진을 향해서 추진호가 가차 없이 골프채를 휘둘렀다.

사색이 된 추병진은 살아보겠다고,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아, 아버지. 살려 주세요.”

“아니. 넌 죽어야 해. 죽어!”

그로부터 20여분 뒤, 긴급하게 달려 온 119구급 대원들이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추병진을 구급차에 태우고, 황급히 근처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물론 구급 대원들이 왔을 때, 추진호는 피 묻은 골프채를 눈에 띠지 않는 곳에 숨겼다.

그리곤 구급 대원들에게는, 추진호가 발을 헛짚어 계단에서 굴렀다고 둘러댔다.

그 뒤 추병진의 진짜 보호자인 자기 대신, 비서를 구급차에 태워 보내고 회사에 계속 남은 추진호가, 발끈하며 미쳐 날 뛰었다.

“누구야? 누가 119에 신고했어? 누구냐고? 빨리 안 나와?”

그러자 며칠 전에 국회의원 조카랍시고, 특채로 뽑은 신입 사원이 쭈뼛거리며 손을 들고 말했다.

“저, 전데요.”

“아이고 두야!”

생각 같아선 당장 저 신입 사원을 잘라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조카 취직 시켜 줬다고 생색 다 낸, 그 국회의원을 무슨 면목으로 보겠나? 이건 순전히 자업자득이었다.

추진호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그 국회의원이 낙선하면, 그 즉시 저 신입 사원을 잘라버리리라 속으로 다짐하며, 부글부글 끓는 속내는 숨기고 그냥 말없이 뒤돌아서 대표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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