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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314화 (31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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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이만수는 그래도 아침부터 고생한 두 호스티스들에게 점심은 먹여서 보내려 했다.

하지만 그녀들을 데리러 온 자들이, 가타부타 말도 없이 그녀들을 데리고 가 버렸다.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하지만 조폭 두목이지만, 이제는 조폭 두목이 아닌 부동산 투자 사업가로 변신한 이만수.

그의 자만심이 그의 수명을 단축시켰다. 그것도 몇 십 년 혹은 몇 년이 아니라, 그의 남은 수명 전부를 말이다.

그 호텔의 지하에 있는 사우나에 들어가기 전, 걸려 온 그의 조직 2인자인 강천수의 전화만 받았어도, 그는 제 명대로 살았을지도 몰랐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하지만 이만수는 그 전화도 받지 않고, 훌훌 옷을 벗고 사우나실에 들어갔다.

“커억!”

그 사우나 실에서 두 명의 헐벗은 남자들의 습격을 받은 이만수.

한 명이 이만수의 몸을 끌어안고 있을 때, 다른 한 명이 수건으로 그의 목을 졸랐다.

이만수는 살아보려 발광을 했지만, 두 명의 남자들의 힘은 이만수보다 더 억세고 강했다.

결굴 얼굴이 시뻘게진 채, 의식을 잃어가던 이만수.

툭!

그가 결국 의식을 잃으며 자신의 목을 옥죄고 있던, 수건을 잡고 있던 손을 힘없이 아래로 떨어트렸다. 하지만 이만수의 목을 감고 있던 수건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몇 분 더 있다가, 이만수의 몸을 제압하고 있던 자가, 그의 숨이 끊어진 걸 확인하고 나자, 그제야 수건이 풀렸다.

털썩!

이미 한 구의 죽은 시체로 전락한 이만수. 그런 그를 뒤로 하고 두 명의 헐벗은 남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사우나실을 나갔다. 그리고 한 시간 쯤 뒤, 재수 없이 사우나실에 들어간 노년의 남자.

“으아아아! 사, 사람이 죽었다.”

그 노인이 기겁해서 사우나실에서 뛰쳐나오고 얼마 후, 경찰이 사우나실 주위에 폴리스 라인을 치고 현장 감식이 이뤄졌다.

“깨끗한데요?”

“그래?”

“너무 깨끗해서 수상한데....”

“수상하다고 다 파면....우린 집에 못 들어가.”

하필 CCTV카메라가 고장 나 있었다. 결국 타살은 맞지만 아무런 증거가 나오지 않다보니, 이 사건도 미제 사건으로 처리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뭐? 죽은 이만수의 조직을 기러기파가 쳤다고?”

이렇게 되면 얘기는 또 달라졌다. 상대 조직 두목을 먼저 죽이고, 그 다음 그 조직을 쳐서 나와바리를 늘려 나가는 방식은, 전형적인 조폭조직들이 영역을 키워 나갈 때 쓰는 수법이었다.

“기러기파 두목이 누구라고?”

“정현섭입니다.”

“전과 17범에, 작년에 살인미수로 재판까지 갈 뻔 했던 그 정현섭이?”

“네.”

“정현섭이 수배 때리고 체포영장 신청해.”

정현섭 같은 놈은 무조건 영장이 나왔다. 하물며 살인 용의자라는 데, 녀석의 영장을 내 주지 않을 판사는 없었다.

“정현섭이 지금 어디 있다고?”

“그게 겁도 없이, 이만수 소유의 건물 지하에 룸살롱이 있습니다.”

“우리 현섭이 간이 많이 커졌네. 형사들은?”

“2팀 지원까지 받아서, 지금 밖에 10명 대기 중입니다.”

“가자.”

종로경찰서 형사과장이 직접 형사들을 이끌고 기러기파 두목 정현섭이 있다는, 이만수 소유의 건물 지하 룸살롱을 덮쳤을 때, 정현섭은 그곳에서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 칼침 20방 넘게 맞고서....

“이건....”

근데 그 자리에서 누군가 떨어트린 지갑이 나왔다. 확인결과....

“뭐? 지갑 주인이 동구파 두목 심기도라고?”

기러기파와 이웃하고 있는 동구파. 그 동구파 두목의 지갑이 왜 여기 떨어져 있으며, 또한 기러기파 두목 정현섭을 찌른 것으로 보이는 흉기인 칼이, 룸살롱 밖 쓰레기통에서 발견 됐는데, 거기에 동구파 두목 심기도의 지문이 나왔다.

“심기도. 너 이 새끼 잘 걸렸다.”

기러기파 두목 정현섭과 달리, 폭력 전과 달랑 하나 있는 심기도. 하지만 그 놈이 얼마나 질 나쁜 놈인지, 종로경찰서 형사과장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악질적인 범죄는 놈이 다 사주하고, 정작 잡혀 들어가는 건 피라미들 뿐이었다.

놈은 연루 된 사건 때 마다,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 나갔다.

그래서 많이 벼르고 있었는데, 드디어 놈을 살인죄로 감옥에 처넣을 수 있게 됐다. 명백한 증거가 놈이 범인이라는 걸, 딱 지목하고 있었으니까.

“동구파 심기도, 그 새끼 지금 어디 있는지 빨리 수소문 해.”

녀석이 있는 데가 밝혀지면, 형사과장은 바로 그곳으로 달려가서, 심기도의 두 손에 차가운 수갑을 채워 줄 생각이었다.

* * *

동구파의 배신으로, 혼자 만수파와 만수파 두목 이만수를 치기로 한 기러기파 두목 정현섭.

그런 그에게 태석파의 지원이 즉시 이뤄졌다. 일단 현금 5천만 원이 정현섭에게 전달 됐고, 태석파 중간 보스가 조직원 20명을 이끌고 정현섭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정현섭에게 대뜸 물었다.

“뭘 하면 됩니까?”

“그, 그게....만수파가 관리하는 청량리역 주류창고를 좀 접수해 주시오.”

“그럽시다.”

만수파 조직원의 절반이 현재 청량리역 주류창고에 있었다.

그러니까 태석파에서 그곳만 처리해 줘도, 기러기파는 완전 수월하게 만수파의 나와바리를 집어 삼킬 수 있었다.

“용수야. 너만 믿는다.”

“걱정 마십시오.”

그래도 만수파 두목 이만수을 잡아서 은퇴 시키는 건, 기러기파에서 자체적으로 해야 했다. 그래야 정현섭이 만수파 나와바리를 삼켜도, 명분도 생기고 뒤탈도 없었다.

정현섭은 그 일을 자신이 가장 아끼는 조직원 김용수와 그 밑에 애들에게 맡겼다.

김용수는 이제 25살로 아직 어린 나이지만 깡이 있고, 무엇보다 의리가 있는 녀석이었다. 그렇다 보니 밑에 따르는 애들도 제법 있었고.

해서 정현섭은 자기가 은퇴할 때, 조직을 김용수에게 맡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김용수라면 그가 조직에서 은퇴하더라도, 그를 홀대 하지 않을 거 같아서 말이다.

뭐 지금 정현섭의 나이를 고려하면, 한 20년은 족히 더 있어야 일어날 일이겠지만.

그런 김용수에게 정현섭은 이만수를 잡아서, 자기에게 데려 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를 위해 김용수는 자기 밑에 ,조직원 10명을 데리고 이만수를 잡으러 나섰다.

“크으으으....”

하지만 그들은 이만수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만수의 나와바리에 들어서자마자, 누군가의 습격을 받았기 때문에.

그들은 세 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순식간에 김용수의 수하들을 다 때려 눕혔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김용수.

휙! 휙!

복싱을 배웠던 김용수의 주먹이 매섭게 상대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상대는 그런 김용수의 날카로운 주먹을 너무도 간단히 피했다.

척!

그러다 김용수의 옷깃이 그 자의 손에 잡혔고, 그 뒤 김용수는 제대로 된 주먹을 내 보지 못했다.

퍽! 퍽! 퍼억!

바로 테이크다운 당해서 바닥에서 같이 뒹굴었는데, 쳐 맞는 건 김용수였다.

김용수는 어떡하든 상대를 자기에게서 떨어트려 놓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다 지친 김용수의 목을 팔로 휘감은 상대.

“....컥!”

결국 경동맥이 눌러지면서 의식을 잃은 김용수가 축하니 몸을 늘어트리자, 상대가 김용수를 죽일 생각까지는 없는지, 바로 목을 감고 있던 팔을 풀었다.

그 뒤 쓰러져 있는 김용수와 그 수하들을 두 대의 승합차가 와서 싣고 어딘가로 사라지고 나서, 그들을 처리했던 세 명 중 한 명에게 어디서 전화가 걸려왔다.

“네. 네. 지금 거기로 바로 가겠습니다.”

그렇게 그들이 향한 곳은 강남의 한 호텔이었고, 그 호텔에 이만수가 두 호스티스들과 같이 있었는데, 그들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 두 호스티스가 막 호텔을 나왔고, 이만수는 지하 사우나실에 들어가 있었다.

“내가 감시할 테니, 너희 둘이 가서 처리하고 와.”

그렇게 그들 중 둘이 사우나실에 들어가서 이만수를 깨끗이 제거하고 나오자, 감시하고 있던 일행이 그들을 데리고 호텔 출입구로 나갔다.

그러자 거기 대기 중인 차가 있었고, 그들이 그 차에 타자 알아서 차가 움직였다.

그런 그들을 태운 차는 20분 쯤 뒤 태석파 본산,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그러자 차에서 내린 3명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뒤 귀에 인이어 이어폰을 곶은 채, 그곳에서 다른 정예 조폭들과 같이 경계를 섰다.

그러니까 기러기파 조직원 11명을 쓰러트리고, 이만수를 제거한 3명의 남자들의 정체는 바로, 태석파 총 보스 양태석의 신변 안전을 책임지는 친위대 조직원들이었던 것.

양태석이 조용하게 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자기 친위대 조직원 3명을 보내서, 양보다 질로 이번 일을 뚝딱 해결 해 버린 것이다.

* * *

당연히 기러기파 두목 정현섭은, 김용수가 데리고 간 녀석들과 같이 이만수를 잡아 올 것을 확신했다. 그가 알아 본 바에 따르면, 지금 이만수의 곁을 지키는 만수파 조폭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 이만수를 11명이나 가서 못 잡아온다면 그게 더 이상할 노릇.

그때 기쁜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뭐? 7곳 모두 다 정리 됐다고? 크하하하하. 수고들 했다. 뒷정리 잘하고 애들 데리고 술 한 잔씩들 해. 어.”

청량리역 주류창고를 제외한, 나머지 만수파 조직원들이 장악하고 있던 클럽이며 업소들로 쳐들어간, 기러기파 조직원들이 손쉽게 그곳들을 장악한 것이다. 피해 한 명 없이 말이다.

그리고 몇 분 뒤....태천파에서 나온 중간 보스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태석파 XX입니다. 청량리역 주류창고 정리 됐습니다.

그 말에 정현섭은 자기도 모르게 어퍼컷 세레머니를 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최대한 그 기쁨을 숨기고 상대에게 물었다.

“별 피해 없었습니까?”

-네. 뭐 몇 명 다치긴 했지만 괜찮습니다. 더 할 일 없으면 우린 이만 철수할까 하는데?

“네. 철수 하십시오. 수고들 했습니다.”

그렇게 태석파에서 지원 나온 중간 보스와 통화를 끝내고 정현섭이 소리쳤다.

“됐다. 좆도. 청량리는 이제 내가 다 먹었다.”

청량리역 주류창고에는 만수파의 2인자인 강천수가 있었다.

강천수 밑에 있는 만수파 조직원들이야 말로, 만수파의 정예 조직원들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 그곳을 태석파에서 나온 조폭들이 처리해 줌으로서, 만수파는 사실상 끝장이 났다고 보면 됐다.

거기다가 김용수가 곧 만수파 두목 이만수를 그에게 잡아 올 것이고.

“자아. 그럼 이제 내 소유가 될 건물로 가 보실까?”

기리기파 두목 정현섭은, 이제 자기 나와바리가 된 청량리로 들어갔고, 그곳에 이만수의 소유인 건물에 들어섰다. 그런 그의 눈에 건물 상가들 중 제일 먼저 띤 게, 바로 그곳 지하에 있던 룸살롱.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여자라면 환장하는 정현섭은, 이제 자기 것이 될 건물의 룸살롱 물이 얼마나 좋은지 확인 차 그곳으로 들어갔다.

마침 그곳은 가게를 열기 전, 청소도 하고 주류와 안주를 만들 재료들을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조폭들에 그곳 지배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 여기는 만수파 구역인데....”

그래도 지배인이 용기를 내서 정현섭에게 말했다. 그러자 정현섭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늘 부텨 여기는 우리 기러기파 나와바리요. 그런 줄 아시고 술 좀 내 오쇼. 그리고 아가씨들도 싹 다 부르고. 아아. 참고로 이 건물 주인도 곧 바뀔 거니까 그런 줄 아시고.”

정현섭의 말에는 많은 것이 내포 되어 있었다. 지배인은 그나마 눈치가 빨라서 지금은 무조건 눈앞의 조폭들 비위를 맞춰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렇겠다고 하고, 룸살롱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현섭이 한 말을 그대로 전했다.

그랬더니 룸살롱 사장이 몇 군데 전화를 돌려보고 나서, 바로 지배인에게 연락을 해서 말했다.

-정 마담하고 아가씨들 지금 그쪽으로 보낼 테니까, 그 조폭두목 잘 모셔.

룸살롱 사장의 그 말에 지배인은 직감했다. 만수파가 끝장났고, 그 만수파의 두목이자 이 건물 주인인 이만수도, 좆 됐단 걸 말이다. 그때였다.

우당탕탕! 쿠쾅! 쾅! 콰앙!

“뭐야?”

“너것들 뭐꼬?”

“크아아악!”

갑자기 룸살롱 안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특히 조폭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서 지배인은 카운터 안쪽 방에서 최대한 꼼짝 않고 그대로 숨어 있었다.

그런데 싸우는 소리는 그리 길지 않았다. 한 5분쯤 뒤 잠잠해졌고, 룸살롱 안 쪽에서 앓는 듯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지배인은 그제야 카운터 안쪽 방에서 나와서 가게 안쪽을 살폈고....

“헉!”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여기에 들이닥친 조폭들이, 죄다 가게 안쪽 복도며 룸 안에 널브러져 있었는데, 그들 중 성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걸 보고 지배인은 룸살롱 사장에게 제일 먼저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룸살롱 사장이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보나마나 여기로 보낸 정 마담과 아가씨들 도로 철수 시키고 있겠지.

그때였다.

쾅!

밖에서 강제로 룸살롱 입구 문이 열리며, 이번에는 형사들이 룸살롱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지배인은 이곳 룸살롱의 VIP실에서, 그에게 여기가 기러기파 나와바리라고 했었던, 그 조폭 두목이 죽어 있는 걸 보고,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그런 그에게 종로경찰서 형사과장이란 자가 물어왔다.

“여기를 이렇게 만든 자들이 누굽니까?”

“모, 모릅니다.”

“네?”

“제, 제가 카운터 안쪽 방에서, 우리 사장님과 전화하고 나서부터 갑자기 싸우는 소리가 났는데....저는 겁이 나서 그 방에 계속 있었거든요.”

“그럼 여기 CCTV는....”

“영업 시작하면 CCTV를 켜는데 그 전에는....”

결국 누가 여기에 쳐들어와서, 기러기파 두목 정현섭을 죽였는지 밝힐 단서가 당장은 없단 소리였다. 물론 병원에 실려 간 기러기파 조직원들을 통해 놈들이 누군지는 밝혀지겠지만.

그때 범인의 지갑과 흉기가 발견 되면서, 형사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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