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313화 (31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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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다행이 백준열은 김효석의 전화를 바로 받았다.

-여보세요?

“대표님. 저 김효석 총괄기획실장입니다.”

-아네. 김 실장님.

“말씀하셨던 블랙아이 영입으로 지금 밖에 나와 있는데요. 블랙아이 멤버 윤관과 만나서....”

김효석은 백준열에게 쭉 블랙아이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간결하면서도 정확히 얘기를 했다. 그런 김효석의 얘기를 잘 경청한 백준열. 그가 김효석의 의도를 바로 눈치 채고 말했다.

-그러니까 김 실장은 법보다 그쪽으로 처리하고 싶단 거로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알기로 대표님께서 그쪽과도 가까우신 거 같아서, 이렇게 부탁드리고 있는 거고요.”

-으음. 블랙아이 멤버들의 생각은 들어 보셨습니까?

“네. 둘 다 저와 생각이 일치했습니다. 더불어 그렇게 해주신다면 블랙아이가, 그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하고 있고요.”

-그 말은....

“네. 저희 회사에 들어오기로 했습니다.”

-좋군요. 바로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네. 대표님.”

백준열은 굳이 길게 말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상황만으로도, 김효석이 어떤 식으로 일 처리를 했는지 간파했다. 그리고 그의 노고를 바로 치하했다. 김효석은 연예계에서 실로 이런 대표를 만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말 JYB엔터에 들어 온 건 신의 한수 같아.

그러면서 자신을 백준열 대표와 연결해 준 차은석이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술 한 잔 제대로 사야겠네.

김효석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백준열 대표와 통화를 끝내고 나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윤관에게 말했다.

“됐어. 대표님께서 나서기로 하셨으니까, 그 새끼들 이제 좆 됐다고 보면 돼.”

“예쓰. 하아. 정말 잘 됐어요....본부장님. 고맙습니다. 그리고....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부탁은 내가 드려야지요. 블랙아이 윤관님. 저희 JYB엔터에 들어와 주시겠다니 영광입니다.”

김효석은 보다 세부적인 계약에 대한 얘기를 윤관과 나누다가, 윤관에게서 이번 블랙아이 첫 정규 앨범의 음반을 받아서 같이 차로 이동하면서 들었다.

‘이거 대박이다.’

첫 곡부터 시작해서 끝 곡까지 어느 하나, 버릴 거 없는 퍼펙트 한 히트 곡들의 향연.

김효석은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어, 어떠세요?”

매니저로서의 능력도 탁월하지만, 윤관은 김효석이 듣는 귀가 뛰어나다는 걸 잘 알았다.

그래서 실제로도 음반이 나오면, 제일 먼저 김효석에게 음반을 보내서, 먼저 그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좋은데?”

“그, 그래요?”

“어. 성공하겠어.”

담담히 이번 앨범의 성공을 점치는 김효석을 보고 윤관의 입 꼬리가 벌써 귀에 걸렸다.

* * *

김효석은 윤관을 블랙아이 작업실에 내려주면서 그에게 말했다.

“음반은 내가 좀 더 듣고 싶은 데, 괜찮지?”

“네. 그러세요. 아아. 혹시 시간 되시면 저희 작업실에 잠깐 들어오실래요?”

“그래도 돼?”

“그럼 되죠. 저희 그룹 이름 지어 주신 본부장님이신데. 응?”

그때 작업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또 귀신 같이 들은 윤관. 그가 김효석을 보고 말했다.

“나왕이 작업실에 와 있는 거 같네요. 잘 됐다. 들어가요.”

김효석은 윤관의 나왕이 지금 작업실에 있다는 말에 눈빛을 빛냈다. 그러면서 차에서 내릴 때 자기 가방을 챙겨 들었다.

“근처에 대기하고 있어요.”

김효석은 차 문을 닫기 전에 운전석의 기사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윤관과 같이 반 지하에 위치한 블랙 아이 작업실로 들어갔다.

“나왕. 본부장님 오셨어.”

먼저 작업실에 들어간 윤관의 목소리가 들리고, 잠시 뒤 김효석 앞에 빡빡 민 대머리의 나왕이 나타나서, 격하게 그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본부장님. 저희 은인이세요.”

나왕이나 윤관은 그들 소속사가 여태 그들을 속이고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

그랬으니 막상 당했을 때 그들 기분이 어땠겠나?

그 심정을 알기에 김효석은 희미하게 웃으며, 블랙아이 멤버들의 감사함을 겸허히 받아드리고 작업실 안으로 들어갔다.

“곡 좋던데?”

그리고 그들이 제일 좋아할 만한 말을 했다. 그의 말에 윤관이 나왕에게 말했다.

“올 때 차에서 우리 정규 앨범 들으셨어.”

“그래? 진짜 좋던가요?”

“어. 내 생각에는....대박 날지도 모르겠다. 아니 대박 나게 만들어야지.”

김효석은 자신 있었다. 이번 블랙아이 1집을 대박 앨범으로 만들 자신이 말이다.

그러려면 먼저 선행 되어야 할 것이 있었다.

“우리 대표님이 나선 이상 너희 소속사 문제는 잘 해결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남은 건 너희들 거취와 앨범인데....”

김효석의 그 말에 블랙아이 멤버 나왕과 윤관의 표정이 굳었다. 그 만큼 김효석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는 건데, 아무래도 그들에게는 자식과도 같은 이번 앨범이, 제대로 세상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그걸 알기에 김효석도 그들 정규 앨범을 가급적 빠른 시간에 내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 블랙아이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계약하자. 그럼 이번 주 안에 너희 앨범, 내가 무슨 수를 쓰던 나오게 만들어 줄게.”

예전의 김효석이라면 이런 얘기를 함부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김효석은 예전의 그 김효석이 아니었다. 국내 최대 연예 기획사의 넘버 쓰리, 그 김효석이 고작 R&B그룹의 앨범 하나 못 내주겠나?

김효석의 확신에 찬 그 말에 나왕과 윤관은 서로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김효석이 한다면 하는 사람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았던 것이다.

“좋아요. 계약해요.”

성질 급한 나왕이 먼저 말했고, 뒤이어서 윤관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보고 김효석은 들고 온 가방 속에서, 무려 네 장의 계약서를 꺼냈다.

그리곤 두 사람과 김효석은 윤관을 블랙아이 작업실에 내려주고, 내친 김에 거기 있던 나왕을 만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아예 두 사람과 JYB엔터의 전속 가수 계약과 작곡가 계약을 동시에 맺었다.

그 둘을 가수로서 뿐 아니라 작곡가로서의 능력까지 동시에 사 버린 것이다.

계약 후 김효석은 그 성과를 즉시, 백준열 대표에게 문자 메시지로 알렸다.

디링!

그랬더니 백준열 대표에게서 바로 답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잘했습니다. 블랙아이와 저녁 드시고 술도 한잔 같이 하세요.]

역시 눈치 빠른 백준열 대표였다. 블랙아이와 밥을 먹고 술을 마시라는 건, 단순히 계약으로 끝내지 말고, 블랙아이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라는 소리였다.

“자자. 오늘 저녁은 내가 쏜다. 소고기로!”

“와아아! 소고기!”

블랙아이 멤버들에게는 소고기가 곧 진리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김효석. 그는 쉽사리 백준열이 내준 지시를 클리어 하고, 그들과 같이 고기 집으로 가면서 아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좀 늦을 거 같으니 아이들과 먼저 식사하라고 말이다. 그랬더니 바로 아내가 답장을 보내왔다.

[알았어.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허억!”

그런데 아내가 답장 끝에 하트 세 개를 붙여 보냈다. 그건 단순한 하트가 아니었다.

‘어젯밤에도 그렇게 해 놓고....’

아내가 하고 싶을 때 보내는 바로 그날 신호. 불과 작년 까지만 해도 김효석은 아내가 가끔 보내는 하트 세 개에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지금은....아내의 하트가 두려웠다. 아무래도 오늘 술은 최대한 자제해야 할 거 같았다. 그런 그의 눈에 용봉탕 가게가 보였다.

“애들아. 너희들 용봉탕 먹을 생각은 없지?”

김효석의 그 말에 블랙아이 멤버들의 눈에서 레이저가 뿜어져 나왔다. 그걸 보고 김효석이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농담. 농담. 자자. 빨리 소고기 먹으러 가자.”

그제야 블랙아이 멤버들이 김효석에게 쏘아대던 레이저 눈빛을 거둬들였다. 그때 혼잣말로 조용히 중얼거리는 김효석.

“정력에는 용봉탕만 한 게 없는데....”

* * *

김 비서가 가져 온 결재 서류는 몇 개 되지 않았지만, 내가 거기다가 섣불리 사인을 할 수 있는 안건들은 하나도 없었다.

“끄응....”

난이도 극상의 결재 서류를 골머리 앓아가며 처리해 나가던 나는 ,그래도 한 시간 만에 그 서류들을 다 살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 서류 중 내가 사인한 건 절반도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보류 혹은 재검토해야 할 서류들이었다.

“휴우....”

이걸로 사실상 내 오전 업무는 끝났다고 보면 됐다. 그래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데, 그걸 또 누가 들은 모양이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내 핸드폰이 소리 없이 강하게 진동하는 걸 보면 말이다. 나는 곧장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김 실장이네?”

오늘 하루 블랙아이를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해 놨더니 이렇게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보나마나 내 도움이 필요한 거 같았다. 그래서 전화를 받았더니....역시나 내 생각대로였다.

하지만 내가 손 써주는 대신 블랙아이와, 그들의 정규 1집 앨범을 우리 JYB엔터에서 가져 올 수 있었다.

당연히 나는 김 실장이 원하는 걸 들어주겠다고 했고, 통화를 끝내자마자 바로 양태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그래도 좀 쉰 모양이네. 목소리가 생생한 걸 보니?”

-네. 좀 잤습니다.

“그렇다는 건 조직 정비가 거의 끝나가고 있단 거네?”

-얼추 70-80%는 끝난 거 같습니다.

“수고했어. 그리고 문대식 파일 잘 봤고.”

-혹시 그 때문에....

“아냐. 거긴 섣불리 손 댈 곳이 아니야. 그냥 둬. 그보다 그쪽 애들 좀 쓰자.”

-무슨 일입니까?

“사기꾼 연예 기획사 한 곳 좀 털어 줘. 거기 대표와 대표 동생도 좀 손 봐줘야겠고.”

-어딥니까?

“대왕 엔터테인먼트라고.....”

내 얘기를 쭉 듣고 난 양태석이 바로 대답했다.

-오늘 중으로 처리하겠습니다.

역시 그쪽으로는 양태석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가 처리하겠다면 100%처리 된다고 보면 되기에, 더는 대왕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더불어 양태석과의 통화도 더 이어 나갈 필요도 없었고. 해서 나는 양태석에게 점심 맛있게 먹으라는 말로 통화를 끝냈다.

“그러고 보니 서 검사에게 아직 전화를 안 했네?”

대왕 엔터테인먼트 때문에 QH엔터가 생각이 났고, 김훈 대표가 말한 중앙지검에 있는 QH엔터의 대표 홍대복을, 오늘 오후에는 밖으로 빼내야 했다. 나는 바로 중앙지검의 서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서검사가 재깍 내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런 그에게 내 용건을 밝혔다.

-그러니까 오후에 홍대복이를 내 보내란 말씀이시군요?

“더 조사할 거 있습니까?”

-아뇨. 조사는 얼추 다 됐고, 기소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내 보내 주세요.”

-혹시....아닙니다. 내 보내겠습니다.

서검사가 대충 내가 뭘 하려는지 눈치 차린 거 같았다. 하지만 그걸 자기 입으로 함부로 말할 수야 없지. 그는 대한민국의 정의로운 검사님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내가 서 검사와 막 통화를 끝냈을 때, 인터폰으로 김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만수파 두목 이만수.

“아이고. 머리야....”

그는 어젯밤에 달려도 너무 달렸다. 3차에 이어 4차까지 갔다가 필름이 끊긴 그가 눈을 떠는 다음날 아침, 아니 오전 11시였다.

그런 그의 양 옆으로 헐벗은 호스티스 둘이 널브러져 있었다. 어제 그가 3차에서 데리고 나온 호스티스들이었다. 그 말은 4차에서 별 탈 없이 여기로 왔다는 소리였다. 만약 4차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다면, 3차 때 따라 나선 호스티스 둘이 이렇게 그와 나란히 침대에 누워 있진 않았을 테니까.

짝! 짝!

이만수가 제법 세게 두 호스티스들의 엉덩이를 때렸다.

“아야! 왜 때리고 지랄이야?”

“아이 씨. 누구야!”

화장도 지우지 않고 그대로 잠들어 있던, 두 호스티스들이 제법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긴 술 취해서 잠들어 있는 사람을, 그것도 흔들어 깨우는 것도 아니고, 때려서 깨우니 기분 좋을 리 있겠나? 하지만 그녀들의 일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어?”

“여, 여긴....”

그래도 사태 파악은 둘 다 빨랐다. 주위를 살피다 이내 그녀들 눈에 들어 온 이만수.

그의 몸을 휘감고 있는 용 두 마리는 그녀들의 눈에도 징그럽고 위협적이었다.

“사, 사장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우. 너무 잤네. 너무 잤어. 지금 몇 시에요?”

그래도 그녀들보다 먼저 깼다고 이만수가 순순히 말했다.

“11시 좀 넘었다.”

“헉!”

이만수의 11시란 말에 놀란 두 호스티스들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거의 동시에 욕실로 향했다. 그런 두 호스티스들을 보고 정작 이만수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가 선택한 만큼 두 호스티스들의 미모가 워낙 출중해서 말이지. 둘 다 애플 힙을 흔들어대며, 욕실로 들어가는 걸 보고 간밤에 충분히 정액을 뽑지 못한 이만수의 자지가 벌떡 발기를 해 있었다.

“흐흐흐흐....”

무슨 생각인지 갑자기 음흉하기 웃기 시작한 이만수. 그가 달랑 한 장 걸치고 있던 팬티를 훌훌 벗어 던지고는, 곧장 욕실 쪽으로 걸어갔다.

“꺄악!”

“어, 어딜 들어와요.”

두 호스티스들이 갑자기 들이 닥친 불청객을 마다했지만, 그녀들은 이만수를 거부할 권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 권리를 어젯밤 이만수가 돈 주고 샀으니까.

잠시 뒤, 욕실 안에서 남녀들의 헐떡거리는 소리가, 살짝 열려진 욕실문 밖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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