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312화 (31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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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꼴에 유명 엔터테인먼트사가 많이 위치한 청담동, 그곳 청담거리 사거리의 길가 건물 3층에, 간판하나 만큼은 그 어떤 대형 기획사 보다 더 크고 화려한 연예 기획사가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대왕 엔터테인먼트였다.

“그래서 이번 달 월세는 어떻게 해결 하려고?”

“걔들 있잖아요. 블랙아인가, 블랙 호큰가 뭔가 하는 새끼들 요.”

“아아. 저번에 앨범 낸다고 1억 받아 챙긴 걔들?”

“네. 앨범에 들어갈 표지비가 있어야 앨범 낼 수 있다고 했더니, 300만원 어떡하든 오늘 중으로 구해 온다더라고요.”

“야아. 그러면 한 500 부르지 그랬어?”

“형. 걔네들 거지야. 300 구하기도 쉽지 않을 거라고. 근데 500 불러 봐. 못 구한다고 배 째라고 나오면 오히려 골치 아파.”

“그러나저러나. 어디 돈 들어 올 때도 없나....”

“그러게 도박은 왜 해가지고. 걔들 1억도 형이 가져가서 도박에 다 탕진했잖아?”

“지나간 얘기 꺼내지 마라. 그리고 그 애들은 어떻게 됐어? 엊그제 그 발랑 까진 계집애들 말이야.”

“새로 계약한 애들?”

“어. 걸그룹 만들어 준다고 천만 원씩 받기로 한 거 말이야.”

“말도 마. 그년들 차용증에다가, 공증까지 요구하더라고.”

“뭐?”

“요새 애들 약간 아니야. 계약 할 때 우리 회사 재무제표 가져올 수 있냐고 묻더라고.”

“허얼. 재무제표도 알아? 와아....이 짓도 더는 못해 먹겠다.”

“그러니까 업종 바꾸자니까.”

“뭐로?”

“요즘 중국 쪽과 손잡고 하는 보이스 피싱이 제법 짭짤하다더라고.”

“중국? 안 돼. 쨍깨들 뭘 믿고.”

“온라인에서 하니까 짱깨들하고 직접 부딪칠 일은 없어. 거기다 초기 자본과 시설은 그쪽에서 제공하거든. 그러니까 들통 나도 우리는 몸만 내빼면 끝이란 소리잖아.”

“으음. 네 말 들어보니 또 괜찮은 거 같긴 하네. 근데 수익은 확실하고?”

“내가 아는 곳만 해도, 한 달에 3억은 챙기는 거 같더라고.”

“3억? 좀 애매하네.”

“걔네들 보다 규모를 키우면, 얼추 10억까지 벌 수 있어. 형.”

대왕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왕구영과 그 친동생으로 실장을 맡고 있는 왕근영이, 지금의 연예 기획사를 접고 새로운 사업으로, 업종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딩동! 딩동!

그들 사무실 초인종이 울렸다. 직원이라고는 한 명뿐인 대왕엔터테인먼트.

하지만 그 하나 뿐인 직원도 어제부로 관뒀다. 월급이 석 달째 밀리자, 더는 못 버티고 회사를 나간 것.

“누가 왔나 보네?”

“그러게?”

“안 나가?”

“뭐?”

“니가 가서 문 열라고.”

“내가 왜 나가? 미스 장 있잖아?”

“그년 어제부로 관뒀어.”

“왜?”

“씨발. 석 달 월급 안줬다고. 오늘 노동청 간다던데.”

“아이. 씨. 미스 장 월급은 왜 안 준 건데? 그럼 회사에 걸려 오는 전화는 누가 받고?”

“네가 있잖아.”

“지금 나보고 전화나 받고 있으라고?”

“그거라도 해. 아니면 어디서 돈 벌어 오던지.”

“씨발. 돈 벌어 오면 뭘 해. 대표란 작자가 그 돈 싹 털어서, 도박장에 가서 다 날려 먹는데.”

“뭐? 너 일루와.”

“뭐어? 내가 틀린 말 했어.”

“이리 오라고.”

“내가 미쳤어. 글로가서 맞게.”

두 형제가 대표실에서 드잡이 질을 하고 있을 때, 또 다시 사무실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딩동!

그 소리에 결국 대표인 왕구영이 대표실을 나서며, 동생 왕근영에게 말했다.

“너 이 새끼 오늘은 그냥 못 넘어가. 딱 기다리고 있어.”

왕구영은 대표실을 나가며 문을 닫았다. 근데 그 대표실 밖에 따로 잠금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누굴 대표실에 넣어 두고, 밖에서 문을 잠글 수 있게 해 둔 것이다.

즉 이곳 대왕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대표실은 곧 감옥과도 같았다.

대표 말을 안 들으면 대표실 안에 넣어 놓고, 밖에서 문을 잠가 버리고 며칠 동안 내버려 둬 버리면, 누구라도 말을 잘 듣게 되어 있었다.

쾅! 쾅! 쾅!

“형. 장난치지 말고 빨리 이 문 열어.”

대표실 안의 왕근영이 뒤늦게 아차하며 뛰어와서 문을 두드렸지만, 이미 왕구영이 잠금 장치에 자물쇠까지 채운 뒤였다.

“누가 왔는지 좀 보고 올 테니까, 넌 얌전하게 그 안에 있어. 그 다음 나한테 좀 맞자고. 알았지?”

“좆까! 빨리 문 열라고!”

쾅! 쾅! 쾅! 쾅!....

왕근영이 소리치며 계속 문을 두드렸지만, 왕구영은 코웃음을 치고는 곧장 사무실 입구 쪽으로 향했다.

* * *

쾅쾅쾅쾅!

“알았다고. 그만 좀 두드려!”

왕구영은 시끄럽게 계속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작자가, 대체 누군지 그 낯짝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기 위해서, 벌컥 사무실 문을 열었다.

“어?”

그런데 문을 열자 살벌하게 생긴 형님들이, 그것도 한 둘도 아닌 다섯 명이나 서 있었다.

왕구영은 재빨리 문을 도로 닫았다.

턱!

하지만 그보다 먼저 문 옆에 서 있던 형님 하나가, 이미 몸을 반 이상 사무실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러니까 왕구영이 닫으려는 문이 닫힐 리 없었다. 도리어 밖에서 발로 찼는지 문이 안으로 활짝 열리면서, 왕구영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그 사이 그 열린 사무실 문 안으로 형님 다섯이 다 들어와 버렸다.

“누, 누구신데 이렇게 함부로 남의 사무실에....경찰 부르기 전에 나가는 게 어떨지....”

왕구영은 딱 봐도 눈앞의 형님들이 조폭 형님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쾅쾅쾅쾅!

좀 전 사무실 밖에서처럼 대표실 안에서, 누군가 문짝이 떨어져 나가라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당연히 조폭 형님들이 그 소리를 들었고. 그 형님들 중에서도 제일 형님으로 보이는 작자가 턱짓을 하자, 조폭 형님 둘이 대표실로 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열심히 자기 형을 욕하고 있던 왕근영을 잡아왔다.

“꿇려!”

제일 큰 형님이 지시를 내리자, 다른 조폭 형님들이 왕구영과 왕근영의 다리를 걷어차서, 강제로 무릎 꿇렸다.

“의자!”

그런 두 형제들 앞으로 조폭 형님 중 하나가 사무실 의자 하나를 대령 하자, 그 의자에 큰 형님이 앉았다. 그리곤 두 형제를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니들이 여기 대표랑 실장이지?”

“아, 아닌데요.”

“뭐?”

“저, 저희는 여기 직원이고, 대표님과 실장님은 지금 외근 중이신데....전, 전화 드려 볼까요?”

나름 왕구영이 머리를 굴려서 한 말이었다. 그러니까 두 형제가 여기 대표랑 실장이 아닌 직원 연기를 해서, 일단 이 위기를 모면해 보자고 꼼수를 부린 것이다.

“제, 제가 전화할게요.”

그런 왕구영의 열연에 동생 왕근영도 바로 가세했다.

그들이 괜히 사기꾼이란 게, 지금 보여 준 임기응변으로 충분히 증명이 되고 남았다.

그때였다. 의자에 앉아 있던 큰 형님이 갑자기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하여튼 사기 치는 놈들은 다 똑같아. 틈을 안 줘. 그러니까 보통 사람들은 다 속지. 물론 나 같은 위대하신 분은 안 속지만. 야! 왕구영, 왕근영. 니들 좀 맞자.”

큰 형님이 사기 운운하는데다가 자기들의 이름까지 부르며 말하자, 그제야 두 형제는 눈앞의 형님들이 그들의 정체를 다 알고 여기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다,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둘은 바로 연기를 접고 새로운 반성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큰 형님은 그저 웃기만 했고, 나머지 형님들은 장갑을 끼고 있었다.

때리다가 그들 귀한 손 다치면 안 되니까 말이다.

* * *

태천파의 사신대는 그대로 태석파의 사신대로, 조직과 조직원이 옮겨갔다.

그렇게 지금 사신대를 이끌고 있던 손대명은, 태석파의 총보스 양태석의 왼팔로, 이전에 중간보스에 불과했는데, 현재는 단숨에 3인자로 격상이 된 상태였다.

“축하합니다. 형님.”

“야. 그만 좀 해. 누가 보면 내가 승진이라도 한 줄 알겠다.”

“승진 맞지 않습니까? 조직 넘버 쓰린데?”

“그러게요. 총 보스가 곧 부르셔서 큰 사업 몇 개 맡기시겠죠.”

“그때 저희도 좀 불러 주십시오.”

손대명은 사신대의 중간 간부 격인, 그가 아끼는 동생들의 축하에 말은 됐다고 했지만, 연신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양태석의 전화가 걸려왔다.

“쉿! 조용히!”

손대명은 동생들의 입을 닫게 만들고, 양태석의 전화를 받았다.

“네. 형님.”

-지금 어디야?

“저요? 지금 강남인데....”

-강남 어디?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요.”

-잘 됐다. 거기서 청담 거리 가깝지?

“네. 뭐 차로 10분이면 가니까.”

-거기 사거리에 보면 흥신 빌딩이라고 있는데, 거기 3층에 보면 대왕엔터테인먼트라고 있어. 거기 대표랑 실장인 대표 동생이 있을 거야. 그것들 잡아서 나한테 데려 와. 아아. 사기꾼들이니까 말장난에 놀아나지 말고.

“네. 뭐....”

비록 손대명이 원하던 전화는 아니었지만, 어째든 총 보스 양태석의 지시인지라, 손대명이 직접 사신대 중간간부들을 대동하고,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의 단골 당구장을 나와서, 대기 중인 차를 타고 청담 거리로 향했다.

“저기 보입니다. 대왕 엔터테인먼트!”

목적지를 찾는 건 쉬웠다. 간판이 하도 크고 화려해서 말이다.

누가 봐도 대형 연예 기획사 삘이 나는 곳이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자, 손대명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여기는 사기 치는 연예 기획사란 걸 말이다. 그리고 안에 있던 두 인간들.

그들은 총 보스가 속지 말라고 보내 준, 여기 대표랑 그 대표 동생의 사진 속 얼굴과 똑 같았다.

그런데 누가 사기꾼 아니랄까? 그 두 놈이 감히 손대명에게 사기를 치려 들었다.

퍽! 퍼퍽! 퍽! 퍽! 퍽!

“크아악! 사, 살려주세요.”

“아악! 나 죽네. 사람 살려!”

손대명은 혹독하게 그 둘에게서 자신을 속이려 한 대가를 받아냈다.

그 결과 두 사람 모두 얼굴이 온통 멍투성이에 몸에 쑤시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둘 다 죽겠다고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그런 그들을 보고 손대명이 말했다.

“새끼들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 말 나온 김에 진짜 간을 꺼내 봐?”

손대명의 그 섬뜩한 소리에 두 형제의 입이 갑자기 합죽이가 되었다. 그런 그들에게 손대명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우리랑 어디 좀 갈 건데. 혹시 따라가기 싫다거나, 거기 가서 미친 척 할 거 같으면 지금 말해. 그냥 여기서 처리하고, 애들이 실수로 죽어버려서 어쩔 수 없었다고, 그쪽에 잘 얘기하면 되니까.”

“....”

두 형제 모두 여기서 당장 죽고 싶진 않은 모양이었다. 침묵한 채 눈알만 열심히 굴리는 그들을 보고, 손대명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데려가자.”

그렇게 손대명은 대왕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와 실장인, 왕구영과 왕근영을 데리고 태석파 총보스 양태석이, 현재 태석파의 총본산으로 쓰고 있는, 양재동의 건물로 향했다.

* * *

김효석의 말에 완전 패닉 상태에 빠져 버린 블랙아이 윤관. 그가 부들부들 몸을 떨며 김효석에게 말했다.

“김, 김 본부장님. 그, 그러면 저, 저희가 어, 어떻게 하면 됩니까? 경, 경찰에 신고하면 될까요?”

윤관의 그 물음에 김효석이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사기를 당했으니 경찰에 신고하는 게 맞겠지. 하지만 그런다고 너희 앨범이 당장 나오는 것도, 너희가 투자한 돈을 되 돌려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 그렇지요.”

“그리고 그들이 너희들에게 사기 쳤다는 증거는 있어? 알다시피 경찰은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빽이라도 있어야지, 제대로 수사를 해주지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이 도로 덮어 쓸 수도 있어.”

김효석도 경찰에 대한 불신이 심한 듯 보였는데, 그건 윤관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었다. 김효석의 말에 연신 고개까지 흔들어가며 동조하는 걸 보니 말이다.

“결정적으로 그 놈들 전과 없으면 사기죄로 1-2년 살다 나올 텐데. 그거 보고 분통 터져서 살 수 있겠어?”

“못, 못 살죠. 그, 그 돈이 어떤 돈인데....어머니 돌아가시고 받은 보험금이라고요. 나왕은 자기 전세금이었고요.”

“그러니까. 내가 봤을 때, 그런 놈들은 법 보다는 주먹으로 응징하는 게 맞아. 잘하면 돈도 받아 낼 수 있고.”

김효석이 막 그 말을 했을 때였다. 윤관이 갑자기 두 눈을 번뜩거리며 말했다.

“마, 맞아요. 그 놈들 장기 팔면 1억은....챙길 수 있을 테죠.”

“야! 그런 얘기는 또 어디서 들은 거야?”

“그, 그야 영화 보면 통나무 얘기 나와서....”

“하아. 하여튼 영화나 TV가 사람 여럿 이상하게 만들어 놓는다니까. 그래서....내가 아는 분 중에, 그쪽으로 인맥이 아주 넓은 분이 계셔. 그 분께 부탁하면 어떨까 싶은데. 단 그분을 움직이려면 너희가 해 줘야 할 게 있어.”

“그, 그게 뭔데요?”

“너희들, 그러니까 블랙아이가, 그분 회사에 들어가야 해. 참고로 그분은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 대표님이셔.”

“그, 그 말씀은 본부장님 회사로 저희가 들어간다는 겁니까?”

“그렇지. 어때?”

“저, 저야 본부장님과 같은 회사면 좋죠. 하지만 나왕이 한데는 물어 봐야 할 거 같습니다.”

“그래야지. 나왕이 한데 전화해 봐.”

김효석의 말에 윤관은 그와 같은 블랙아이의 멤버 나왕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왕아. 내 말 잘 들어. 우리가 알고 보니까....”

윤관이 일단 그들의 현 소속사에 사기 당한 얘기를 하자, 나왕 역시 크게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런 나왕을 잘 다독거리며 윤관은 그 대책에 대해 얘기하면서, 김효석이 한 말을 나왕에게 그대로 했다.

그러자 나왕이 자신들을 속인 현 소속사 대표와 그 대표의 동생만큼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김효석의 회사에 들어갈 테니 반드시 그 놈들 제대로 응징해 달라는 뜻을 윤관을 통해 전해왔다.

“좋아. 너희들이 그렇게 결정 했다니....대표님께 바로 전화를 걸게.”

김효석은 자기 핸드폰을 꺼내서, 곧장 JYB엔터 대표인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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