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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306화 (30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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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세르게이는 월요일에 주말에 만났던 박혜수를 또 만났다.

그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박혜수와 섹스가 그만큼 좋았기도 했고, 또 이상하게 그녀가 끌렸다.

그래서 단순히 그 이유를 뭘까, 찾아보자는 생각에 박혜수가 걸어 온 전화를 받았고, 덜컥 저녁 약속을 해 버렸다.

“여기 진짜 맛있어요.”

박혜수가 세르게이를 데려 간 곳은 순대 집이었다. 북한에서 내려와서 가게를 차린 지, 무려 60년이나 된 집이었는데 순대에서 일절 잡냄새가 나지 않았다.

잡채는 일절 넣지 않고, 다양한 야채와 특제 돼지고기를 갈아 넣은 그 순대는, 독일인이 먹어보고 고향 소시지 생각이 난다고 할 정도로, 외국인 입맛도 충분히 만족 시키는 맛이었는데, 세르게이도 그 순대를 먹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맛....죽인다.”

자기 앞에 엄지를 내 보이며, 감탄사를 연발하며 고개까지 절레절레 내젖는 세르게이를 보고 박혜수가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호. 빅터는 정말 재미있어요. 그래서 또 만나고 싶었고. 이렇게 만나니 빅터와 만나기를 잘한 거 같아요.”

“나도....같다....생각.”

둘은 순대에 이어 순대 전골까지 시켜서 배터지게 먹고, 2차로 이태원의 유명 펍으로 갔다.

“1차....쐈으니....2차....내가 쏜다.”

세르게이는 한국말을 쭉 이어하지는 못했지만, 띄엄띄엄 하는 말이 신기하게도 쏙쏙 잘 이해가 되는 박혜수.

두 사람은 도수가 제법 높은 데낄라를 한 병 비운 뒤, 눈이 맞았고 곧장 펍을 나가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모텔로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그리고 여느 연인들이 그렇듯 찾은 모텔에서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아....하아....빅터....정말 최고야.”

“헉헉헉....혜수....너도....예쁘다.”

둘의 섹스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박혜수가 완전 뻗어버리자 끝이 났다.

세르게이는 두어 시간 자고 일어나서, 쿨쿨 잘 자고 있는 박혜수의 알몸에 이불을 덮어 준 뒤 조용히 모텔을 나섰다.

보통의 연인이라면 모텔에서 자고 있는 여자가 깨기를 기다렸다가, 같이 나와서 해장국이라도 같이 먹은 뒤 헤어져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세르게이는 여태 같이 잔 여자와, 같이 아침을 맞은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길로 더 이상, 그 여자와 세르게이가 다시 볼 일이 없었으니까.

그 때문인지 몰라도 세르게이는 저번처럼 박혜수를 두고 먼저 모텔을 나왔다.

그리고 혼자 해장국을 먹고 나서 계산을 할 때, 그제야 꺼둔 자신의 핸드폰을 켰다.

그러자 철수로부터 온 문자 메시지들이 줄줄이 그의 핸드폰을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르게이는 그 문자를 일일이 확인하는 게 귀찮아서 그냥 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전화 연결음이 두 번째로 넘어가기 전에, 철수가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세르게이. 지금 어디야?

“이태원. 뭔데....문자....많다.”

다급했던지 철수가 한국말로 물었고, 세르게이는 그걸 또 어눌한 한국말로 대답했다.

그러자 철수가 바로 러시아 말로 세르게이에게 말했다.

-그게 김훈 대표가 우리한테 일을 맡겼어. 그러니까 빨리 여기로 와.

“일?”

-어. 오늘 중에 처리해야 하니까 서둘러.

“알았다.”

철수의 일이란 말에 세르게이도 정신이 번쩍 든 듯, 바로 큰길로 가서 택시를 잡아타고, 철수와 그가 같이 쓰고 있는 오피스텔로 향했다.

그곳은 김훈 에이전시에서 구해 준 곳으로, 거기서 김훈 에이전시의 아지트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 * *

아침에 세르게이에게 전화를 받고 철수는 곧장 김훈 에이전시의 아지트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SUV차량을 비롯한 활동비를 지원 받았다.

그 차를 끌고 철수가 막 세르게이와 같이 지내는 오피스텔에 도착하니, 그때 오피스텔 입구에서 막 안으로 들어가려는 세르게이가 보였다.

“세르게이!”

철수가 차창을 열고 큰 소리로 세르게이의 이름을 부르자, 세르게이가 그 소리를 듣고 뒤돌아 봤다.

그러자 철수가 재빨리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걸 보고 세르게이가 철수가 탄 차로 왔고, 그가 조수석에 타자 철수가 차를 돌리며 말했다.

“일단 중앙지검으로 가면서 얘기 하자고. 이거 좀 봐.”

철수는 차를 마포구 쪽으로 몰면서, 김훈 대표가 보내 준 정보를 철수가 러시아어로 번역해서, 프린트 한 서류가 든 봉투를 세르게이에게 건넸다.

그 서류봉투를 받은 세르게이는 그 안에 서류와 함께 사진을 보고 나서, 철수에게 간단히 물었다.

“한 명이야?”

“어. 한 명이야. 근데 지금 검찰청에 있어.”

철수의 그 말에 세르게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검찰청으로 들어가서 죽이라고?”

아무리 세르게이가 대단한 킬러라도, 한 나라의 검찰청에 들어가서, 거기 조사 받는 사람을 죽이고 나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하려면 못할 것도 없지만, 그럴 경우 이 나라가 발칵 뒤집어 질 것이고, 세르게이를 잡기 위해 이 나라가 혈안이 될 것이다.

세르게이는 한국이 마음에 들었다. 때문에 러시아처럼 여기서도 쫓기듯 다른 나라로 가고 싶지 않았다.

“아니. 오후에 그 자가 검찰청 밖으로 나올 거야. 우린 그때 놈을 잡아서 처리하면 돼.”

철수의 말에 그제야 세르게이가 안심하고, 서류와 사진을 도로 봉투에 넣었다.

그의 능력이면 사람 하나 납치해서 제거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때문에 굳이 더 서류와 사진을 볼 필요가 없었다.

“아침 먹었어?”

“어. 해장국 먹었어.”

“해장국? 그럼 점심으로 냉면 어때?”

“냉면? 좋지. 근데 네가 사는 거냐?”

“회사에서 활동비 받았어.”

“그럼 불고기에 냉면 먹자.”

철수가 김훈 에이전시에 활동비 받았다고 하자, 냉큼 비싼 불고기를 추가시켜 먹겠다는 세르게이. 그런 그를 보고 철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네가 좋아하는 불고기 냉면 집으로 가고 있다.”

철수는 점심부터 먹으러 중앙지검이 있는 방면이 아닌 불고기 냉면 맛집 방향으로 차를 틀었다.

* * *

아침 댓바람부터 내가 건 전화를 김훈 대표는 바로 받았다.

-네. 대표님.

“홍대복이 처리하는 건 잘 되어가고 있죠?”

-물론입니다. 대표님이 그 자를 중앙지검에서 꺼내는 즉시, 처리하게끔 준비 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내가 중앙지검에서 조사받고 있는 QH엔터 홍대복을, 지검 밖으로 꺼내기만 하면 언제든 그 놈을 처리할 준비가 되어 있단 소리였다.

‘서 검사에게 바로 전화 해야겠군.’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금 김훈 대표에게 전화 건 용건을 밝혔다.

“뭐 좀 알아봐 줘요.”

-넵. 뭘 알아봐 드릴까요?

“서진그룹이라고 아시죠?”

-네. 제약사로 성공해서 지금은 재계 서열 25위까지 올라간 곳이 아닙니까?

“역시 잘 아시네. 거기에 대해 자세히 좀 알고 싶어서요.”

-서진그룹을요?

“네. 가능하죠?”

-네. 뭐 그쪽에 대한 자료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으니까요. 혹시 그쪽의 뭐가 정확히 알고 싶은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가능하다면....그쪽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알고 싶은데?”

-약점을요? 으음....혹시 서진그룹과 싸우기라도 하실 생각이십니까?

“왜요? 내가 서진그룹과 싸우면 지기라도 할 까 봐요?”

-그럴 리가요. 반대로 서진그룹이 질까봐 걱정이죠. 대표님도 아시겠지만, 재계 25위의 대기업이 무너지는데, 그걸 좋게 봐 줄 정부나 정권은 없을 테니까요.

“가만, 혹시 서진그룹과 청와대가 무슨 연관이라도 있습니까?”

-딩동댕. 맞습니다. 대표님께서도 아실 겁니다.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의 여식인 김지선양 말입니다.

김훈 대표의 입에서 김지선이란 이름이 나오자, 백준열의 기억이 바로 그녀가 누군지 떠올려주었다.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이 나와 짝 지어 주려 한, 그 여자 말이군요?”

-맞습니다. 그 김지선양이 지금 청와대 주인 양반의 아들과 약혼한 사입니다.

“하아....”

현직 대통령! 대한민국의 왕이다. 작년에 당선 되어 아직 임기 1년도 채우지 않은, 완전 따끈따끈한 권력자였다.

그런 대통령을 상대로 사업가 나부랭이가 싸운다? 그건 섶을 지고 불길에 뛰어 드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게 일반적인 사업가라면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이 있었다.

현직 대통령도 눈치 봐야 하는 존재. 물론 내가 현직 대통령과 다이다이로 붙겠다면, 백승렬 회장은 먼저 나를 그의 호적에서 파버릴 사람이지만.

“일단 알겠습니다. 그래도 서진그룹에 대한 정보는 아시는 대로 다 줘 보세요.”

-네. 그러죠.

그렇게 김훈 대표와 통화를 끝낸 직후, 나는 백준열의 기억 속에 떠오르기 시작한 김지선이란 여자에 대해서, 빠르게 그 생각을 정리하고 수습했다.

* * *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이 확실히 난 사람이긴 했다. 나를 사위로 삼지 못하자,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의 아들에게 딸을 넘기다니 말이다.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김명진 회장의 여식인 김지선은 참한 여자였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거기다가 착하고 순종적이어서 백준열 같은 색골이 아닌, 다른 재벌가의 자제들이었다면 좋다고, 그녀를 아내로 맞았을 것이다.

그런 여자는 결혼 하고 나서, 남편이 바람피우고 다녀도 그걸 절대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커 왔기 때문에.

그러니 재벌가 자제들에게 김지선 만큼 괜찮은 신부감도 없는 셈인 거고.

거기다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이 하나 뿐인 딸인 김지선을 끔찍이 아꼈기에, 결혼 할 때 지참금도 엄청날 테고 말이다.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그런 김지선에 대한 소문이 재벌가는 물론 정계에도 널리 퍼져 있었던 거 같았다.

‘가만....’

그런 소문을 듣고도 현직 대통령이 자기 아들의 짝으로 김지선을 선택했다면 그건....

‘대통령 아들이 어지간히 망나니 새끼인 모양이로군.’

그 생각을 막 하던 나는 문득 청와대에서 왜 갑자기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경찰청장을 비리로 경질 시켰고, 그 사실을 대대적으로 세상에 알렸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만약 그게 개망나니 아들이 친 사고를 덮기 위한 청와대의 수작질이라면....’

정치에서 진실을 덮기 위해서 끝도 없이 거짓말을 늘어놓는 게, 어느덧 정치판에서 흔한 술수로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

이제 국민은 정치인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었다.

‘한번 알아 볼 필요는 있겠군.’

하지만 청와대의 제일 높으신 분 뒤를 캐는 일이었다. 아무나에게 맡겼다가, 진짜 좆 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었다.

해서 그 일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나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그렇게 출근 준비가 끝나자, 먼저 호텔 방을 나서려는 내 눈에 식사 후 디저트를 즐기는 두 여자가 보였다.

그녀들은 깔깔 거리고 웃으며 여전히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었는데, 내가 나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이대로 나가는 건 아닌 거 같아서 내가 먼저 그녀들에게 말했다.

“출근할게. 이따가 봐.”

내 그 말에 두 여자들이 수다를 멈추고 날 쳐다보더니, 그제야 몸을 일으켜서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곤 안지은이 내게 먼저 말했다.

“삼명그룹 비서실에 가서 사표를 내고, JYB엔터 대표실로 찾아가면 되죠?”

“어.”

내 대답에 그 옆에 강지영이 나서며 말했다.

“저는 그럼 지은이랑 그때 같이 갈게요.”

“그러던지.”

강지영과는 빠구리 이후 자연스럽게 말을 놓게 됐다.

뭐 어째든 둘 다 내 충견인지라 내가 딱히 더 신경 쓸 건 없었다.

왜 잡은 고기에게는 미끼를 주지 않는 법이니까.

강지영과는 오늘 연예인 전속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기에, 그녀가 안지은과 같이 오던 말든 나로서는 별 상관없었다. 그때 안지은이 또 말했다.

“점심시간 맞춰 갈 테니까 우리랑 같이 점심 먹어요.”

“그건 좀....”

왜냐하면 오늘 점심 스케줄이 따로 잡혀 있는지 몰랐으니까.

나는 김 비서에게 물어보겠다며, 바로 핸드폰을 꺼내서 김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병원이라 차마 술까지는 마시지 못했다.

“꺼억!”

하지만 어제 밤에 과식을 한 터라, 아침에 잠에서 깨자 추병진의 입에서 제일 먼저 나온 건 트림이었다.

뿌우우웅! 뿌웅!

뒤이어 속이 안 좋은지 방구를 연속으로 뀌고 난 추병진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병원에서야 VIP룸이지만, 병실 베드가 그가 쓰는 최고급 침대와 같을 순 없었다.

“으윽....허리 다 나갔네.”

딱딱한 병실 베드 덕분에 요추(허리뼈)가 제대로 압박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 베드가 추병진이 자는 동안 그의 일자허리를 만들었고, 허리디스크를 유발한 거 같았다.

그래도 오전에 나일론 환자 보러 병원장이 직접 왔고, 그런 병원장에게 허리가 아파 죽겠다고 하자, 병원장이 파스를 보내와서 허리에 파스 덕지덕지 붙인 추병진은, 점심 먹기 전에 퇴원 수속을 밟았다.

원래는 점심시간 지나고 2시까지 서초경찰서에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오늘 점심까지 병원에서 먹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점심시간 전에 퇴원을 하고, 점심은 추병진이 먹고 싶었던 무교동 낙지볶음을 먹으러 갔다.

지글! 지글!

철판 위로 아삭한 콩나물이 풍성하게 올려 져 있고, 그 위로 오동통한 낙지들과 맨 위에 부추가 예쁘게 데커레이션 되어 있었다.

“꼴깍!”

낙지볶음이 익어하는 걸 지켜보며 군침을 꿀꺽 삼킨 추병진.

그가 다 익은 거처럼 보이는 낙지를 향해 젓가락질을 했다.

그 낙지를 바로 입으로 가져가지 않고, 생 부추에 싸서 먹은 추병진.

“으음....쩝쩝쩝....맛있네.”

양념 잘 밴 졸깃졸깃한 낙지가, 부추와 함께 먹자 풍미가 확 살아나면서 맛이 더 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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