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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97화 (29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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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마치 어디 쳐 볼 테면 쳐 보란 듯, 훤히 명치를 드러내고 있는 녀석에게, 백준열은 옳다구나 하며 냅다 거길 친 것이다.

“우웨에에엑!”

배를 잡고 나뒹굴던 녀석이, 이제는 엎드려서 복도 바닥에 토악질을 해 대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 어떻게 될까 봐 백준열은 제대로 명치 급소를 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파가 저 정도라면, 백준열은 앞으로 일반인에게 급소 치는 건, 자제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C발! 철없는 부잣집 아들이라더니?”

고참조폭 성지욱은 질겁했다. 전화로 그들에게 이번 일을 시킨 자는 눈앞의 희멀건 한 놈이 별거 아닌 놈이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막상 상대해 보니 이건 무슨 괴물이지 않은가?

비록 조폭이 된지 얼마 안 된 녀석들이지만, 그래도 일진 출신에 사람 좀 쳐 본 녀석들이었다.

그런 녀석들이 저 희멀건 한 놈에게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성지욱은 여기서 그가 나서봐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저 희멀건 한 놈과 대치 중인 건, 그래도 조폭이라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제 꺼질 생각이 드나?”

그때 백준열이 홀로 남은 성지욱을 비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듣자 고참조폭 성지욱도 욱해졌다.

“씨뱅아. 그 주둥이 닥쳐라. 확 찢어버리기 전에....”

“글쎄. 주둥이 만 산 건 내가 아니라 그쪽 같은데? 그쪽은 싸움을 그 주둥이로 하나 봐?”

“뭐? 이 X새끼가. 죽어!”

간단한 도발이었다. 그거 하나 못 참고 성질내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나머지 남은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조폭을 보고, 백준열이 여지없이 하얀 이를 드러냈다.

퍼억!

제법 큰 파열음과 함께 백준열에게 덤벼들었던 고참 조폭 성지욱, 그의 몸이 날았다.

“크아아아악!”

그리곤 처절한 비명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있는 복도 쪽을 데굴데굴 굴렀다.

무슨 곰이 재주라도 부리 듯 말이다.

* * *

무슨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양아치 넷을 다 처리하고 나자, 그제야 모습을 드러낸 호텔 측 보안팀원들. 나는 그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곧장 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방 안으로 들어가자 초조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두 여자들이 득달같이 내게로 달려와서 말했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어디 다친 데는 없고요?”

“나는 괜찮아.”

“휴우. 다행이다. 안 그래도 막 경찰에 연락하려던 참이었거든요.”

안지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경찰에 연락하지 않은 건 잘한 일이었다. 여기서 경찰까지 개입하면 일이 더 복잡해졌다.

“정말....괜찮은 거 맞죠?”

아무래도 안지은에 비해서 양아치 새끼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당한 강지영이 더 놀랐다.

그렇다보니 내 걱정도 더 심하게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달래며 두 사람에게 양해를 구했다.

“아무래도 여기 더 못 묵을 거 같아. 그래서 근처 다른 특급 호텔로 방을 옮겼으면 하는데....”

“저는 상관없어요.”

“저도....여기는....더 있기 싫어요.”

두 여자들도 좋다고 하니, 나는 바로 호텔 옮기는 걸 실행에 옮겼다.

바로 두 여자들 챙겨서 호텔 방을 나서는데, 보안팀원들이 내가 해치운 자들을 처리하고 있다가, 나를 보고는 움찔하며 길을 터주었다.

나는 곧장 두 여자를 데리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고, 마침 내려오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그걸 잡아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백 대표님!”

그때 로비에 있던 주명석 차장이 나를 발견하고 내 쪽으로 뛰어왔다.

하지만 나는 그를 모른 척하고 호텔 출구 쪽으로 쭉 걸어갔다.

“백 대표님. 죄, 죄송합니다.”

주명석 차장이 날 따라 붙으며 사과를 했지만 나는 그의 말을 씹었다.

나는 그에게 분명 기회를 줬다. 그 기회를 날려 먹은 건 그고.

아무래도 이곳 서울 임페리얼 호텔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필요해 보였다. 쉽게 말해 정리해고를 불가피하단 소리다.

그래도 눈치는 있는지 내가 자신을 철저히 무시하자, 알아서 내게서 떨어져 나가는 주명석 차장.

그 사이 우리는 호텔 밖으로 나갔고, 출구 앞에 늘어서 있는 택시 중 하나를 잡아탔다.

“쉐링턴 호텔로 갑시다.”

임페리얼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특급 호텔이 바로 쉐링턴 호텔이었다.

택시 기본요금으로 갈 수 있는 그곳으로 호텔방을 옮긴 뒤, 나는 그제야 내 경호팀장인 문대식에게 연락을 했다. 그랬더니 문대식이 기겁하며 당장 여기로 오겠다고 했다.

“됐어. 그냥 내일 아침에나 와.”

-그래도....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두 가지였다. 하다만 견신의 미션을 마저 해치우는 것과 잠자는 것.

문대식은 그 두 가지를 하는 데 방해만 됐지 도움이 될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임페리얼 호텔에서 있었던 불쾌한 일들을 해결 해 줄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 * *

내가 두 여자들과 택시를 타고 쉐링턴 호텔로 향할 때였다.

빌리리릴 라라리리....

난생 처음 듣는 해괴한 전화벨소리가 택시 안에 울렸다. 근데 두 여자가 날 쳐다봤다.

“아아....”

양아치들과 싸우고 나서 나는 놈들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서, 마지막에 들어 메치기로 복도 바닥에 메다꽂은, 놈들 중 제일 나이 들어 보이는 녀석의 호주머니 속 핸드폰을 챙겼었다.

사실 싸움 중에 내가 그것까지 생각하진 못했다.

근데 녀석이 뒹굴 때 녀석의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이 튀어 나왔고, 그걸 보자 그제야 그 생각이 들었던 것.

나는 내 호주머니 속에 그 양아치의 핸드폰을 꺼냈다. 이어 그 시끄럽게 울리고 있는 그 핸드폰의 전화를 받았다.

그랬더니 굵직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나보고 누구냐고 했다.

그래서 그 중년 남자와 말장난 좀 치다가 전화를 끊었다. 그 중년 남자에게도 말 했듯이 놈들의 배후가 누군 지야 금방 밝혀질 테니까.

나는 다시 그 중년 남자와 통화할 생각이 없었기에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그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

그 다음 내 핸드폰을 꺼내서 양태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늘 그렇듯 양태석은 전화 연결 음이 두 번 울리자 칼 같이 내 전화를 받았다. 그런 그에게 나는 좀 전 임페리얼 호텔에서 있었던 일은 간략히 얘기했다. 그랬더니 양태석이 바로 말했다.

-쉐링턴 호텔로 사람을 보낼 테니 그 사람에게 가지고 계신 그 핸드폰을 넘기십시오.

“알았어.”

그 다음 뒤처리는 내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양태석이 다 알아서 처리할 테니 말이다. 그것 말고 딱히 양태석과 더 할 말이 없었던 나는 그와 통화를 끝내려 했다. 그때 양태석이 말했다.

-문대식 팀장 아버지에 대한 정보 말입니다.

“아아. 맞다. 그거 어떻게 됐어?”

-정리해서 내일 아침에 보실 수 있게 조치해 두겠습니다.

“그래.”

그 뒤 진짜 그와 더 할 말 없어진 나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나와 두 여자를 태운 택시가 쉐링턴 호텔에 도착하고, 그 호텔 프런트에서 내가 막 체크인을 했을 때, 양태석이 보낸 사람이 나타났다.

“여기....”

나는 그 사람에게 양아치에게서 챙겨 온 핸드폰을 넘기고, 막 두 여자와 함께 쉐링턴 호텔의 VVIP룸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움직였다. 그때였다.

짜악!

딱 들어도 이건 제대로 따귀 맞았을 때 나는 소리였다. 그리고 이어진 고성의 욕설.

“이런 개좆같은....야이 C발년아. 여기까지 따라와 놓고 지금 나하고 장난 치냐?”

웬만하면 그냥 넘어 갔을 거다. 왜냐하면 나도 두 가지 일로 바빴으니까.

하지만 딴 건 몰라도 여자를 때리는 놈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두 사람 먼저 올라가 있어요.”

내가 방 키를 안은지에게 건네며 말했다. 두 여자 모두 내 충견인 만큼, 내 말을 잘 따라 주었다. 그렇게 두 여자를 먼저 엘리베이터에 태워서 올려 보낸 뒤, 나는 여전히 소란스러운 호텔 로비 한가운데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꼬일 대로 꼬여버린 악연의 실타래가 팽팽하게 조여 오는 느낌이랄까?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 추진호 대표의 아들 추명진을 처음 봤을 때 내 느낌이 그랬다.

그러니까 쉐링턴 호텔의 로비에서 여자 뺨을 그렇게 세게 때리고, 고성의 욕설을 퍼부어 대던 쓰레기 새끼가 바로 추명진이었던 것이다.

“손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뭐? 곤란? 너 뭐야? 니가 여기 대표야?”

“네?”

추명진의 행패를 만류하기 위해 나선 호텔 직원. 추명진은 그 호텔 직원의 멱살을 잡았다.

짝!

그리고 그 직원의 뺨까지 때렸다. 그때 추명진의 관심이 그쪽으로 옮겨 간 틈을 노려, 그와 같이 호텔에 온 여자가 도망을 쳤다.

“아니. 저년이....”

하지만 그걸 또 귀신 같이 눈치 챈 추명진. 그가 냅다 달려서 도망치는 여자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챘다.

“아악!”

여자가 비명과 함께 호텔 로비 바닥에 자빠졌고 넘어지면서 두 다리를 쫙 벌리면서, 안 그래도 짧은 치마 속의 노란 팬티가 훤히 드러났다.

여자는 추명진이 호텔로 데려 올 만큼 미인이었다. 키도 크고 몸매도 좋았다.

그렇다보니 그녀의 쭉 뻗은 늘씬한 다리와 벌린 다리 사이의 노란 팬티에, 주변 남자들의 시선이 집중 됐다.

나는 그런 그들의 시선을 차단하며, 걸치고 있던 정장 상의로 여자의 훤히 드러나 있는 허벅지와 그 사이 팬티를 가려주었다.

“너 뭐야?”

그때 연약한 여자를 자빠트려 놓고 득의만만해 하고 있던 추명진.

그가 내가 취한 행동에 여지없이 불쾌감을 드러냈다.

“나? JYB엔터 대표 백준열!”

나는 추명진 앞에서 당당히 내가 누군지 밝혔다. 그러면서 동시에 바지 호주머니 속 내 핸드폰의 녹음기능을 사용해서 음성 녹음을 시작했다. 그랬더니 바로 대어가 걸렸다.

“JYB엔터 백준열? 아아! 그 개새끼!”

녀석은 기고만장해서는 멋모르게 내게 욕을 했다. 그래서 나는 즉각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렸다. 물론 그 전에 핸드폰 녹음기능을 껐고.

쫘악!

녀석의 고개가 뒤로 홱 젖혀졌다. 그만큼 내가 세게 그의 뺨을 때린 것이다.

“어억!”

잠시 고개가 돌아간 채 그대로 서 있던 추명진. 그가 내게로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그의 코에서 두 줄기 핏물이 주르르 흘렀다.

* * *

내 따귀 한 방에 쌍코피 터진 추명진. 그가 악을 쓰며 외쳤다.

“피, 피다. 빨리 앰뷸런스 불러. 어서!”

남 따귀는 제멋대로 쳐 대더니, 제가 따귀 한 번 맞자 아주 생 지랄을 다 떨고 있었다.

나는 추한 녀석의 모습에서 시선을 거두고, 그 사이 몸을 일으킨 여자 쪽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도 나를 봤고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어! 저 여자는....’

한혜영. 모델 출신인데 예능감이 뛰어나서, 내년부터 MC로도 활약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그녀에게 만능 엔터테이너, 즉 모든 일을 다 하거나 모든 일에 다 능통할 만큼, 다양한 끼와 재능을 갖춘 사람이란 수식어가 붙은 건, 그녀가 실제 다 방면에 걸쳐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래를 잘 불러 가수로도 데뷔하고, 연기를 잘해 드라마, 영화에도 조연으로 출연, 거기다가 글까지 잘 써서 책도 낸다.

한데 그런 한혜영도 그 끝이 좋지 않았다. 3년 뒤 사고로 다친 후, 연예계를 은퇴하고 패션 사업에 뛰어들어서, 고생 끝에 결국 폐업하고 빚 독촉에 시달리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그런데 오늘 보니 그녀가 그렇게 된 것에, 아무래도 저 새끼가 관여한 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한혜영이 그와의 잠자리를 거부하고, 내뺀 것에 대한 보복으로 말이다.

“저....여기....”

그때 주뼛거리며 내 눈치를 보던 한혜영. 그녀가 들고 있던 내 정장 상의를 내게 돌려주었다.

나는 그녀가 건네는 내 정장 상의를 별 말 없이 가만히 받기만 했다.

그러자 그녀가 여전히 내 눈치를 살피며 먼저 입을 열었다.

“고, 고마워요.”

“별 말씀을....”

보통 여기까지 하면 일반적인 여자라면 알아서 자기 갈 길 가는 게 맞았다. 내가 괜찮다고 했으니까. 심적 부담도 들어 놓을 수 있을 테고.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저기....저 사람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 대표 아들이에요.”

한혜영이 내게 추명진이 누군지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내가 걱정이 돼서 당장이라도 여기서 나가고 싶은 데, 그걸 참고 경고를 해 준 것이다.

아무래도 한혜영은 내가 추명진을 때리기 전, 그놈에게 내가 누군지 밝힌 걸 듣지 못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요?”

“네?”

한혜영은 내가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가 어딘지 모르는, 연예계에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착각 한 듯, 그곳이 어딘지 내게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는 국내 탑 4의 대형 연예기획사로....가수 라이언과 보이그룹 자이언트X, 걸그룹 씨엔스타를 배출해 낸....최근에는 배우기획사 고릴라 엔터테인먼트를 흡수합병해서 기존의 가수 중심 기획사에서 벗어나 종합 기획사로 성격이 바뀐 곳으로....”

나는 놔두면 한혜영이 10분은 더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에 대해 얘기 할 거 같아서 그녀의 말부터 일단 끊었다.

“저기요. 잠깐만....”

그때 이곳 쉐링턴 호텔 관계자들이 나타났고, 그들이 쌍코피 터진 추명진을 진정 시키다가, 그 중 한 명이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나는 혹시나 해서 그 사람이 내게 다가 올 때, 미리 바지 호주머니 속 내 핸드폰의 녹음 기능을 사용했다.

“어이. 니가 저기 추 전무님을 때렸어?”

이건 대화의 기승전결을 깡그리 무시하고, 명백히 날 깔보고 지껄인 폭언이었다. 그런 놈에게 내 입에서 좋은 말이 나갈리 없었다.

“넌 뭔데 나한테 그럴 물어?”

물론 이 말을 하기 전 나는 내 핸드폰 녹음 기능을 껐다. 내게 불리한 증거를 남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뭐? 하아. 이 새끼가....”

그러자 그 폭언자가 기가 차다는 듯 날 보고 비웃음을 짓더니, 뒤로 손짓을 하며 말했다.

“강 부장. 이리 와 봐요.”

그러자 호텔 관계자 중 중년의 남자가 후다닥 그 폭언자에게로 뛰어왔다.

“네. 부지배인님.”

“이 새끼 경찰에 넘겨요. 박 서장한테는 내가 따로 연락할 테니까. 후후후. 너 이제 어쩌냐? 좆 됐는데?”

녀석이 이죽거리며 날보고 중지를 내 보이며 손가락 욕을 했다.

나는 녀석의 그 중지를 잡아 확 꺾어버리려다 주위 보는 눈이 많아서 일단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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