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296화 (29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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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박수찬 부 팀장은 백준열이 고대기 과장을 간단히 제압해 버리는 걸, CCTV로 보고 잠시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런 그에게 오히려 보안팀원이 물었다.

“부 팀장님. 저희들에게 말씀하시다 만 거, 그게 뭡니까?”

“어? 그, 그거? 아아. 너희들 지금 바로 VVIP룸으로 가서 고대기 과장....”

원래는 행패를 부리고 있는 고대기 과장을 데려 오라는 지시를 내리려 했던 박수찬 부 팀장. 그런데 상황을 보아하니, 백준열 대표의 옆차기에 맞아 기절해 있는 고대기 과장을, 아무래도 그의 팀원들이 가서 들고 와야 할 거 같았다. 그때였다.

“어어? 저것들 뭐야?”

“아니. 저들이 어떻게 28층에....”

통제 상황실에서 아무 연락도 없었다. 그런데 건장한 남자 4명이 버젓이 28층 VVIP룸에 모습을 드러내자, 보안팀이 발칵 뒤집어졌다. 보

안팀 직원이 즉시 통제 상황실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아예 보안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설, 설마?”

그 순간 박수찬 부 팀장의 뇌리에 떠 오른 사람은, 김재열 보안팀장이 잘렸다고 말한 김영일 총지배인이었다.

김재열 보안팀장은 몰랐지만 박수찬은 알았다. 김영일 총지배인이 가깝게 지내는 지인 중 한명이 조폭 두목이란 걸 말이다.

하지만 김영일 총지배인은 지금 이 호텔 안에 없었다. 그런 그가 통제 상황실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는....

“부지배인!”

자기처럼 표석훈 부지배인이, 직접 통제 상황실에 가서 그곳을 장악하고 있다면....

“이 미친 새끼들이....”

윤일상 대표와 김영일 총지배인이 잘렸다면, 그들 수족으로 치부되던 부지배인 표석훈 역시 곧 잘린다고 보면 됐다.

그러니까 그들은 나름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근데 문제는 그들의 그 발악 때문에, 애꿎은 호텔 직원들이 갈려 나가게 생겼다.

그 중에는 자신을 비롯한 보안팀원들이 포함 되게 생겼고.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백준열 대표가 자신과 보안팀원들을 그냥 둘리 없었다.

“가만....”

하지만 어떻게 살 기회가 보이는 거 같기도 했다.

만약 저들을 자신과 보안팀원들이 빨리 가서 제압한다면 말이다. 어째든 백준열을 구한 공은 백준열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따라 와.”

박수찬은 보안팀원들을 이끌고 곧장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갔다.

다행이라면 백준열이 싸움을 할 줄 안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백준열이 그 4명과 치고 박고 싸울 동안 보안팀이 거기로 올라가면 됐다.

보안팀 사무실은 10층에 있었고, 18층을 계단으로 올라가는 시간 보다, 기다렸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28층으로 올라가는 게 더 빨랐다.

해서 박수찬과 보안팀원들은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그렇게 초조한 가운데 3-4분쯤 시간이 흐르고, 엘리베이터를 잡아 탄 박수찬과 보안팀원들이 28층에 도착했다.

촤르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박수찬과 보안팀원들이 우르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렸을 때였다.

“헉!”

“뭐, 뭐야?”

백준열을 잡기 위해서 여기 온 4명의 건장한 남자들. 그들이 먼저 기절해서 널브러져 있던 고대기 과장 주위로, 몸을 축 늘어트린 체 거적때기처럼 여기 저기 널려 있었다.

* * *

서울 청량리 쪽에서 일수놀이를 하며 근근이 조폭조직을 꾸려 가던 만수파 두목 이만수.

그는 장인이 운 좋게 사 놓은 판교 쪽 땅값이 폭등하면서 한몫 제대로 챙겼고, 그 돈으로 건물을 두 채 샀는데, 그 건물 값도 요사이 두 배로 뛰면서, 조폭두목에서 성공한 부동산 사업가로 변신을 했다.

물론 호박이 줄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게 아니 듯, 그 역시 조폭 버릇이 여전했고 밑에 조폭들을 여전히 거느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만수파 나와바리를 지키기만 했지, 딴 짓은 거의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위험한 짓을 하지 않아도, 그들 두목이 알아서 따박따박 월급을 챙겨 주는데 뭐 하러 그 위험한 칼과 연장을 들고 설치겠는가?

아무튼 만수파의 조직원들은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평화롭게 조직 생활을 영위해 나가고 있었다.

그들 두목인 이만수가 갑자기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네. 형님.”

만수파의 2인자인 강천수. 그는 두목이 이만수보다 비록 3살밑이지만 벌써 나이가 48살이나 됐다. 내일 모레가 50살인 그가 할 수 있는 조직일은 조직원 관리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이만수가 직접 전화를 걸어 온 것은 두 달? 아니 세 달 만이었다.

요즘 이만수는 조폭 두목보다는 성공한 부동산 사업가로 불리기를 더 원했다.

그래서 조폭 세계 보다는, 성공한 사업가들과 어울려서 골프를 치러 다니거나, 룸살롱에 술 마시고 계집질 하러 다니기 바빴다.

그랬던 그가 뜬금없이 강천수에게 전화해서 한 말이, 애들 임페리얼 호텔로 보내란 것이었다.

“몇 명이나요?”

-한 놈 잡아서 족치는 거니까 3-4명이면 되지 않을까?

“네. 바로 그쪽으로 보내겠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강천수는 이만수가 가볍게 손봐줄 사람이 있나보다 싶었다.

그래서 조직에서 제일 밑에 애들 셋에, 그래도 말 끼를 알아듣는 고참 조폭 하나를 붙여서, 임페리얼 호텔로 보냈다.

그러고 나서 이만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애들 호텔로 보냈습니다.”

-그래? 음. 지금 전화번호 하나 보낼 테니까. 애들 호텔에 도착하면 그 전화번호로 전화 걸라고 해.

“네? 형님이 애들 데리고 직접 손볼게 아니고요?”

-나 아냐. 내 친구 녀석이 부탁을 해서 말이야. 세상천지 무서운 거 없이 깝치는 부잣집 아들 녀석이라는데, 뭐 겁 좀 주고 말겠지.

이만수가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자, 강천수도 일단 마음을 놨다. 그렇게 30분 쯤 지났을까?

호텔에 도착한 애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고 강천수는, 이만수가 알려 준 전화번호를 그들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이 지나도 애들에게 아무 소식이 없자, 강천수는 녀석들 중 고참 조폭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그랬더니 고참 조폭 녀석이 아닌 다른 녀석이 그 전화를 받았다.

“너 누구야?”

-그러는 너는 누군데?

“뭐?”

-사실 니가 누군지 알고 싶지도 않아. 이 전화번호 추적하면 누군지 금방 나올 테니까. 근데 그건 궁금하네. 너의 배후가 누군지 말이야.

뚜뚜뚜뚜뚜뚜....

그 말 후 먼저 전화를 끊어 버리는 녀석. 황당한 강천수.

그는 다시 고참 조폭 녀석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더 이상 강천수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 * *

강천수의 지시로 아직 뭣도 모르는 조직원 애들 셋을 데리고, 서울 임페리얼 호텔로 향한 만수파 고참 조폭 성지욱.

그는 강천수가 시킨 대로 임페리얼 호텔에 차를 주차하고 나서, 호텔 로비에서 다시 강천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형님. 네. 네. 010XXXXXXX이요? 네. 알겠습니다. 거기로 바로 전화하겠습니다.”

그래도 고참이랍시고 성지욱은 강천수가 전화번호를 부를 줄 알고, 미리 밑에 조직원 녀석들에게 메모할 준비를 시켜 뒀다. 그렇게 메모지에 적힌 연락처를 보고, 거기로 전화를 건 성지욱.

-만수파 조직원들 맞지?

“네. 맞습니다.”

-지금 임페리얼 호텔에 와 있고?

“네. 여기 호텔 로빕니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딱 5분만 거기 있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28층으로 올라 가.

“5분이요?”

-그래. 28층 올라가면 거기 고대기라는 사람이 있을 거야.

“고대기?”

-그 고대기와 같이, 지금 내가 사진하나 메시지로 보내 줄 테니까, 그 녀석을 잡아서 호텔 밖으로 데리고 나오면 돼.

말이 좀 많았지만 성지욱이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뭐 어째든 강천수가 전화번호 알려 준 사람 지시를 무조건 따르라고 했으니, 성지욱과 조직원 셋은 그 말을 따르기만 하면 됐다.

그렇게 성지욱이 누군지 모를 사람과 통화를 하고 나서, 채 1분도 되지 않아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확인하니 사진파일이 메시지로 왔고 그 파일을 열어보니 기생오라비처럼 얼굴이 희멀건 하게 생긴 녀석의 얼굴 사진이 나왔다.

성지욱은 세 명의 조폭수하들과 같이 전화상으로 그에게 지시를 내린 사람의 말 대로, 로비에서 정확히 5분을 기다렸다가 엘리베이터로 향했고, 엘리베이터를 타자 바로 28층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그와 세 명의 조폭수하들이 그대로 28층으로 올라갔고, 28층에서 내리자 성지욱과 그의 수하들 눈에 그 희멀건 한 얼굴의 녀석이 하나 보였다.

전화상으로 그에게 지시를 내린 사람이 보내 준, 그 사진파일의 사진 속 얼굴과 완벽히 일치하는 녀석이 말이다.

해서 성지욱은 바로 수하들에게 외쳤다. 저 놈을 잡으라고 말이다. 그리고 자신도 놈을 잡기 위해서 뒤따라 움직였다.

녀석은 성지욱과 그 수하들이 자신을 에워쌀 때까지 가만히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 사이 녀석과 같이 있던 여자 하나가, 근처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지만 성지욱은 그 여자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여자가 할 짓이라야 경찰에 신고하는 걸 텐데, 경찰이 여기 오기 전에 성지욱과 조폭 수하들이, 먼저 그들 눈앞의 희멀건 한 놈을 잡아서 호텔 밖으로 나갔을 테니까.

“맞고 갈래? 그냥 갈래?”

성지욱은 그래도 자기들을 보고 도망치지 않고, 순순히 잡혀 준 희멀건 한 녀석에게 나름의 배려를 해줬다. 그랬더니 녀석의 말이 기똥찼다.

“나를 데리고 갈 실력은 되고?”

성지욱을 빼고 나머지 세 조폭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푸하하하하....”

“크크크크....별 미친놈 다 보겠네.”

“....아이고 배야. 하여튼 저런 놈은 쳐 맞아봐야 안다니까. 까불면 어떻게 되는 지.”

성지욱은 무슨 말도, 나설 필요도 없었다. 세 조폭수하들이 알아서 움직였으니까.

세 녀석 모두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 그래서 딱 봐도 많이 팰 거 같았다.

하지만 모든 건 저 희멀건 한 녀석이 자초한 일이니, 성지욱은 수하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둘 생각이었다.

* * *

백준열은 자신의 경호팀원들의 훈련장에서, 그들을 상대로 대련해 보고 나서 자신의 무력치를 나름 설정했다.

경호팀원 7-8명은 정도? 뭐 그 정도라면 혼자서 상대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물론 맨 손으로 싸웠을 때 말이다.

근데 지금 백준열을 에워싸고 있는 자들은, 그런 경호팀원들이 아니었다.

보기에 체구는 좋았지만, 그들에게서 경호팀원들 같은 특수부대 출신의 날카로운 느낌과 유단자가 주는 강렬한 기운이 전혀 없었다. 그 말은....

‘뭐야? 이것들 순 양아치들 아냐?’

백준열은 자신을 잡으러 온 자들이 별거 아닌 자들로 판명 나자, 살짝 실망감과 함께 몸의 긴장감도 덩달아 같이 풀었다. 이런 놈들은 10명이 덤벼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놈들은 지금 백준열이 한 도발성 발언에 발끈 한 상황. 네 놈들 중에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한 놈을 빼고, 나머지 젊은 놈 셋이 백준열에게 더 다가왔다.

그리고 백준열과 마주보고 있던 녀석이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손을 뻗어 백준열의 뺨을 툭 치려했다.

하지만 그 보다 먼저 백준열의 손이 먼저 녀석의 손을 쳐 냈다.

“어쭈? 쳤어?”

“꺼지지? 좋게 말할 때?”

백준열이 무표정하게 마지막으로 놈들에게 경고를 보냈다.

“푸하하하하. 너희들도 들었지. 이 새끼가 꺼지래. 나보고. 하아. C발. 안 그래도 요즘 주먹이 심심했는데 잘 됐네. 일단 한 대 쳐 맞고 시작하자. 이 좀만아.”

말이 끝남과 동시에 놈의 주먹이 백준열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순간 백준열이 움직였다.

“헉!”

다급한 일갈과 함께 주먹을 날린 녀석의 몸이 허공으로 ‘부웅’ 날아서, 복도 바닥에 내리꽂혔다.

철퍼덕!

“크아아악!”

순식간에 복도 바닥에 널브러져서 허리를 잡고 죽겠다고 나뒹굴고 있는 동료 조폭을 보고, 나머지 세 조폭들이 기가 차 할 때였다.

“별 거지 같은 새끼들이....”

“뭐, 뭐 거지?”

“저 X새끼 죽인다.”

세 명의 남은 조폭들이 한꺼번에 백준열을 향해 달려들었다.

휘익!

그 첫 번째 녀석이 휘두른 주먹을 가볍게 흘린 백준열. 그런 그의 눈에 훤히 드러난 녀석의 약점들. 백준열은 그 중 한 곳인 녀석의 발목에다가 로우킥을 날렸다.

퍼억!

순간 녀석의 몸이 옆으로 홱 기울며 그대로 복도 바닥에 나자빠졌다.

철퍽!

“크아악! 내 손목!”

그때 반사적으로 손으로 바닥을 짚었는데, 그게 되레 독이 됐다. 손목이 접질리고 만 것이다.

툭!

그 사이 달려든 두 번째 조폭 녀석의 주먹을 왼손으로 여유 있게 쳐 낸 백준열. 그가 역시나 드러난 조폭의 배에 묵직한 주먹을 꽂아 주었다.

퍽!

“켁!”

명치 바로 아래를 맞은 조폭은, 배를 움켜쥐고 픽 쓰러져서 복도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명치는 인간의 대표적인 급소 중 한 곳으로, 쇄골이 만나는 오목한 곳에서부터 쭉 내려와 가슴뼈가 끝나는 부분을 말한다.

거기는 자기 힘으로 조금만 눌러봐도 아픈 것을 알 수 있는데, 실제로 이곳에 외부에서 강한 충격을 받을 경우, 호흡 곤란이 오거나 심한 경우 부정맥 및 심정지가 와서, 최대 사망에 이를 수 있었다.

남자의 낭심과 같이 뼈로 보호받는 곳이 아니면서, 동시에 생명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는 급소였다.

그러니까 남자의 불알 같은 경우는, 그 심각성이 이미 널리 대중화되어,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보호하는데, 명치는 이와 달리 보호를 허술하게 한다.

특히 막 싸우는 양아치들의 경우 명치의 중요성을 잘 몰랐다. 그러다 백준열에게 호되게 당한 거고.

백준열과 앞서 대련했을 당시, 그의 경호팀원들에게 있어 명치는, 반드시 잊지 말고 가드 해야 할 중요한 급소였다.

그랬기에 그때 백준열은 경호팀원의 명치를 공격하려 해도 공격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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