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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92화 (29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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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서울 임페리얼 호텔의 부지배인 표석훈. 그의 예상이 적중했다.

표석훈이 서울 임페리얼 호텔의 총지배인 김영일과 통화 할 동안, 백준열은 글로벌 호텔 체인점 임페리얼 호텔의 데이비드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니까.

백준열은 임페리얼 호텔의 대주주다. 그런 그의 전화를 씹을 만큼, 데이비드는 대범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백준열처럼 주식만 왕창 가지고 있는 대주주가, 경영에 개입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러니 사실 데이비드가 백준열에게 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백준열이 미치면 못할 짓이 없는, 완전 미치광이라는 걸아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러니까 그도 백준열의 미친 짓에 당해 본 사람이란 소리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전화는 몰라도, 백준열의 전화는 무조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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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

그것이 설혹 섹스 중이더라도 말이다. 데이비드 밑에 깔려서 같이 사랑을 나누고 있던 금발의 늘씬한 미녀가, 섹스도중에 데이비드가 그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으려 하자 기겁해서 외쳤다.

“데이빗. 당신 미쳤어요?”

“쉿! 조용히 해!”

그때 데이비드가 사람이 싹 돌변해서는 정색하며 말했다.

그 스윗하고 자상한 데이비드는 어디가고, 마치 딴 사람 같아진 그를 보며 금발 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헤이. 브라더.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데이비드가 전화를 받으며 시간 운운한 건, 백준열에게 제발 시차를 생각 하고 전화하라는, 충고를 에둘러 표현 한 말이었다.

하지만 백준열을 데이비드가 뭐라 지껄이든, 그의 말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바로 자기 용건으로 들어가 버리는 걸 보면 말이다.

-데이비드. 너희 호텔 왜 이래?

“우리 호텔이 뭐 어때서?”

갑자기 백준열이 데이비드가 부회장으로 있는 임페리얼 호텔을 걸고넘어지자, 데이비드도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다른 건 몰라도 데이비드에게 있어서 임페리얼 호텔은, 곧 그가 물려받을 그의 전부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호텔 서비스가 개판이야. 거기다가 총지배인이란 작자가....

백준열은 대 놓고 서울 임페리얼 호텔 김영일 총지배인을 씹었다.

일단 그 하나 씹어 놓으면 임페리얼 호텔 본사에서, 다 알아서 착착 곁가지 치기를 해 줄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백준열로부터 얘기를 다 듣고 난 데이비드. 그는 백준열이 뭘 원하는지 바로 간파를 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어느 선까지 자르면 되는 데?”

아주 대 놓고 백준열에게 처벌 수위를 묻는 데이비드. 백준열을 그런 그가 마음에 드는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데이비드. 너 많이 컸다? 내가 원하는 건, 여기 대표와 총지배인 라인의 전면 해고야.

그러자 데이비드가 발끈했다.

“야! 그 두 라인 다 자르면, 호텔은 어떻게 운영하라고?”

-그야 네가 알아서 해야지. 내가 그것까지 가르쳐 줘야 해? 진짜 그럴까?

갑자기 살벌해진 백준열의 음성에, 데이비드는 부르르 진저리를 치더니 다급히 말했다.

“아, 아니.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만약 백준열이 임페리얼 호텔에 관심을 가지고, 그 무식한 자금력으로 임페리얼 호텔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다면....

아버지와 자기 지분으로 과연 경영권 방어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생각은, 하자마자 데이비드의 머릿속에서, 바로 싹 지워졌다. 왜냐하면 방어는 고사하고, 두 부자가 알거지 되는 게 뻔히 보였으니까.

백준열의 무서운 점은 돈만 있는 게 아니란 거다. 그 새끼는 비열하고 저열해서, 자기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다 하는 진짜 미친놈이었다. 그런 놈의 적이 된다?

데이비드는 그 상황 자체가 생기는 걸 원치 않았다. 자기가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은 백준열을 건드려선 안 됐다.

하지만 언제고 데이비드가 임페리얼 호텔을 물려받고, 경영권 방어에 충분히 자신이 생겼을 때, 그는 백준열에게 제대로 된 빅 엿을 선사할 생각이었다.

* * *

백준열과 통화 후 데이비드가 잠깐 생각에 잠겼을 때였다.

“데이비드. 당신에게 실망이에요. 어떻게 저랑 사랑을 나눌 때, 전화를 받을 수 있죠?”

데이비드는 아까부터 쫑알쫑알 거리는 제시가 짜증이 났다.

물론 데이비드는 제시를 좋아했다. 실제 그녀를 꼬시려고 두 달이나 고생을 했고.

그 결과 이제 제시와 깊은 관계로 발전을 했는데, 아무래도 그 관계를 더 지속하긴 어려울 거 같았다.

“그 입 닥쳐. 그리고 여기서 나가.”

“뭐, 뭐라고요?”

“너랑 끝이야. 됐지?”

“....”

데이비드의 이별 통보에 부들부들 몸을 떨며 분해하던 제시.

그녀가 씻지도 않고 벗어 놓은 옷을 급하게 챙겨 입고는, 휑하니 호텔 방을 나갔다.

그러던 말든 데이비드는 이미 정리한 여자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는 부친에게 어떤 식으로 연락을 해야 하나, 그걸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데이비드와 달리 현 임페리얼 호텔의 회장인 브룩스는, 다혈질에 공격적인 경영을 선호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는 백준열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매년 백준열에게 줘야 하는 막대한 배당금을 아까워하면서, 그걸 어떻게 하면 백준열에게 주지 않을지, 그걸 매번 심각하게 고민하는 백인 우월주의 성향의 인물이었다.

비록 데이비드가 부회장이지만 임페리얼 호텔의 인사권까지 그가 쥐고 있진 못했다.

특히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체인점 호텔의 경우, 그곳 대표의 임면권은 최고경영자이자 회장인 브룩스만이 행사 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백준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데이비드는 먼저 부친인 부룩스부터 설득해야 했다.

“어쩔 수 없군. 그걸 써 먹을 수밖에.”

작년에 데이비드가 아랍 에미리트에 임페리얼 호텔 체인점을 세울 때, 브룩스가 계모의 친구와 그 짓을 하는 걸 봤다.

그리고 그 정사 장면을 몰래 핸드폰에 담는데 성공했고.

요즘 브룩스 회장은 이혼 소송 중이었다. 그런데 그 정사 장면을 담은 사진이, 계모의 변호사 손에 들어간다고 생각해 보라.

100만 달러도 아니고, 고작 100달러 쓰는 것도 아까워 벌벌 떠는 브룩스 회장.

그런 그가 계모에게 막대한 이혼 위자료를 지불하게 되는, 그런 최악의 상황을 맞고 싶진 않겠지.

“아깝지만....하아....”

데이비드는 한숨과 함께, 아버지 브룩스가 계모의 친구 보지에 좆 박는, 리얼한 사진 한 장을 부친의 핸드폰으로 전송했다. 그러자 잠시 후....

-데이비드. 원하는 게 뭐니?

부친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원하는 바를 부친에게 얘기했고, 브룩스는 데이비드의 요구를 다 들어 주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 뒤 부룩스의 비서가 그를 찾아와서 데이비드의 핸드폰을 받아갔다.

물론 새로운 최신 폰과 바꿔서.

* * *

서울 임페리얼 호텔 대표 윤일상은, 자신의 처남이자 서울 임페리얼 호텔의 총지배인 김영일의 전화를 받고나서 혀를 찼다.

“쯧쯧쯧. 특급 호텔 총지배인이란 녀석이....”

“무슨 일인데요?”

그때 그의 아내가 깎은 과일을 윤일상에게 권하며 물었다.

자기 입으로 이미 총지배인 소릴 했기 때문에, 윤일상은 별수 없이 처남의 일을 아내에게 다 얘기했다.

“영일이가 너무 착해서 그래요. 대기 그 녀석 어릴 적부터 문제가 많았는데, 커서도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한 거 같네요.”

“제 버릇 개주겠어?”

“그래도 어쩌겠어요? 고모 봐서 당신이랑 영일이가, 대기 그 녀석 좀 사람 만들어 줘요.”

“글쎄. 고대기 과장은....”

그 집에서도 사람 못 만드는 고대기를 자기가 무슨 수로 사람을 만들 수 있겠나?

하지만 윤일상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그런 소리는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어차피 고대기는 곧 임페리얼 호텔에서 잘릴 것이고, 처남과 자신이 넣어주는 호텔에 들어가서, 거기서 일하게 될 것이다.

물론 거기서도 사건 사고를 만들겠지만, 고대기가 들어 갈 호텔은 자신과 처남의 얼굴을 봐서, 그걸 감내하고 가겠지.

그 호텔에는 미안한 일이지만 어쩌겠나? 그런 시한폭탄을 임페리얼 호텔에서 계속 안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음. 다네. 달아.”

“그렇죠? 백화점 바꿨는데 여기가 더 싱싱하고 단 거 같아요.”

시장이나 과일가게가 아닌 백화점만 이용하는 아내. 자수성가한 윤일상으로서는 그게 못마땅했지만, 이 역시도 티를 내선 안 됐다.

돈이야 그가 벌면 되는 일이고. 하지만 가정의 평화는 그가 이런 식으로 참지 않으면 지켜지지 않았다.

벨레레레~ 벨레레레~

그때 그의 집 전화가 울렸고 아내가 그 전화를 받았다가, 바로 윤일상에게 전화기를 건넸다. 아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윤일상은 그 전화기를 받아서 귀에 가져가며 동시에 영어를 사용했다.

“오오. 데이비드. 반가워요. 이 시간에 무슨....네?”

반갑게 본사 데이비드 부회장의 전화를 받았던 윤일상. 그런 그의 얼굴이 삽시간에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좀 전, 그는 데이비드 부회장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으니까.

윤일상이 어떻게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갔는데....

그 자리에서 잘리는 건 전화 받고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의 노고를 치하하며 퇴직금만큼은 확실히 챙겨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윤일상은 데이비드 부회장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대는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노고를 인정한다면, 이런 식으로 단칼에 자르는 건 말이 안 되지.

“데이비드. 내가 왜 해고 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듣고 싶소.”

윤일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이렇게 잘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데이비드에게 그렇게 말했는데....돌아온 데이비드의 대답은....

-그러게 왜 백준열이를 건드리셨어요?

윤일상은 데이비드의 입에서 백준열이란 말이 나오자,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하아아....이제야 내가 왜 해고 되었는지 알겠군요. 내일 자리 비우겠습니다.”

윤일상은 자신의 해고 사유를 순순히 받아드렸다. 그러니까 처남 김영일이 백준열을 설득하는 데 실패 했고, 그 책임을 자기와 같이 나눠지게 된 것이다.

연좌제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처남과 그 처남의 고모 아들이 연루 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대표인 그에게 없다고 볼 수는 없었다.

내일 호텔 가 보면 알겠지만, 아마 자신과 처남을 따르던 호텔 쪽 사람들도 거의 무사치 못할 가능성이 컸다.

“여, 여보. 이게 무슨 소리야? 당신이 왜 해고 돼?”

윤일상의 아내가 드디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윤일상은 잘렸고 그의 비호가 사라진 총지배인 김영일과 고대기 과장은, 이제 본사에서 나올 감사팀의 압박에 개 박살 나는 일만 남았으니까. 그걸 두 사람이 버틴다? 윤일상이 아는 한 그럴 일은 없었다. 그 전에 둘 다 먼저 때려치지.

“괜찮아. 앞으로 백화점 가서 살 거, 시장에 가서 사면 돼.”

윤일상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그 말을 하자, 그 아내의 걱정어린 얼굴이 갑자기 살벌하게 일그러졌다.

* * *

서울 임페리얼 호텔에 도착한 총지배인 김영일. 하지만 그는 호텔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그를 막는 호텔 보안팀원들에게 버럭 화를 내는 김영일. 그런 그에게 보안팀장이 나타나서 말했다.

“김영일 총지배인님. 좀 전에 보직 해임 되셨습니다.”

“뭐? 누구 마음대로?”

“본사에서 내려 온 지십니다.”

“뭐라고?”

기겁한 김영일. 그는 곧장 서울 임페리얼 호텔 대표이자, 그의 매형인 윤일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윤일상 대신에 그의 아내, 그러니까 김영일의 누나가 그의 전화를 대신 받았다.

“누나. 급해서 그러니까 매형 좀 빨리 바꿔.”

-이 개새끼야. 너 이걸 어떻게 책임 질 거야?

“누, 누나?”

김영일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누나에게 이렇게 쌍욕 먹긴 처음이었다.

그만큼 고상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호텔 대표의 부인에 딱 어울렸던 사모님 이미지의 표상이 바로 자기 누나였다.

그러니까 상스러웠던 누나가 갑자기 쌍스러워 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다음 말에 알 수 있었다.

-네 매형 잘렸다. 너 때문에, 그리고 그 고대긴가 하는 개자식 때문에....너희들 이걸 어떻게 책임 질 거야!

악을 쓰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누나. 그런 그녀에게 김영일이 무슨 더 할 말이 있겠나?

그는 결국 윤일상과는 통화도 못해보고 전화를 끊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매형인 윤일상 대표가 잘려 나갔다는 건, 그 동안 김영일을 막아줘 왔던 방어막이 사라졌다는 소리였다.

거기에 좀 전에 김영일도 자기 귀로 똑똑히 듣지 않았던가?

그가 여기 호텔 총지배인 자리에서 보직 해임 되었다고 말이다. 순간 김영일의 뇌리에 떠오른 인물이 있었다.

“백준열!”

결국 그가 표석훈 부지배인 말처럼, 본사의 데이비드 부회장에게 연락을 한 거다. 그

리고 데이비드 부회장을 통해 윤일상 대표를 자른 거고.

“이런 개새끼....”

김영일은 너무도 억울하고 원통했다. 그래서 백준열을 대 놓고 욕했다.

하지만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욕 말고 이제 서울 임페리얼 호텔의 총지배인도 아닌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비켜. 백준열이 그 새끼를 만나야 한다고.”

김영일은 백준열 앞에 무릎이라도 꿇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매형과 자신이 호텔로 돌아올 수 있다면, 한 번이 아니라 백번도 더 꿇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호텔 보안팀원들은 김영일이 호텔 안으로 들어오는 것 자체를 철저히 막았다. 결국 물러 날 수밖에 없었던 김영일.

“가만....지금 호텔 안에 고대기 그 새끼가 있지 참.”

이번 사태의 원흉, 고대기 과장. 그는 지금 호텔 감사실에서 자체 조사를 받고 있었다.

김영일은 마지막 희망을 그 고대기에게 걸면서 그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네. 고모부.

“대기야 내 말 잘 들어.”

김영일은 지금부터 고대기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에게 상세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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