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291화 (29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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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김효석이 백준열 대표와 만나서 JYB엔터에서 일하게 됐다는 사실에, 차은석은 뛸 듯이 기뻐했다.

“과장님. 진짜 잘 됐어요.”

-그래. 이게 다 네 덕분이다. 너 때문에 좋은 회사에 들어가게 됐어.

“저희 대표님 어땠어요?

-네가 말한 대로더라. 긴말이 필요치 않았어. 날 보자마자 대뜸 높은 자리를 제안 하시더라.

“거봐요. 내가 우리 대표님, 과장님 능력 바로 알아보실 거라고 했죠?”

-확실히 사람 보시는 안목이 대단하시다는 건 인정 할게.

“같이 일해 보시면 아시게 될 테지만, 안목 말고도 뛰어난 게 많으신 분이세요. 특히 직원에 대한 예우가 다른 대표와는 차원이 달라요.”

-그래? 이거 기대 되는데?

“지금 어디세요?”

-나? 지금 퇴근하는 길이야.

“혹시 대표님이 집에 가는 길에 고기 사 가지고 들어가란 말씀 안 하셨어요?”

-아니. 대표님과는 아까 면접 때 뵙고 못 봤는데?

“그래요? 그럼 은행에 돈 들어 왔는지 확인해 보세요.”

-돈?

“네. 오늘 좋은 일이 있다고, 대표님이 저희 특수 1부문 직원들에게 고기 사서 집에 가라고 돈 부쳐 주셨거든요. 내 생각에는 과장님한테도 그러셨을 거 같아서요.”

-에이. 그거야 차 부문장이 오늘 그 만한 성과를 냈으니까, 밑에 직원들까지 금일봉을 하사하신 거고. 나야 아무 상관도 없는데 무슨....

“상관이 왜 없어요. 과장님을 영입하자 좋은 일이 생긴 거잖아요.”

-아냐. 됐어. 어....지하철 온다. 내일 보자.

“네. 내일 봬요.”

차은석은 끝에 자기 말을 믿지 않는 김효석이 좀 섭섭했지만, 그가 아직 백준열 대표에 대해 잘 몰라서 그렇다고, 좋게 생각하고는 어느 새 가까워진 지하철 역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퇴근하는 길. 김효석은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차은석의 전화를 받았다.

안 그래도 통화를 할 생각이었는데, 그녀가 먼저 전화를 걸어줘서 얘기 풀어나가기가 더 수월했다. 그러다가 끝에 가서 차은석의 말에 김효석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세상에 그런 대표가 있다면, 내가 김효석이 아니라 백효석이다.”

백준열 대표의 성을 따서 자신을 백효석이라고 부르겠다고 자기 입으로 단언한 김효석.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아내였다.

아마 면접 보러 간 그가 여태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으니,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김효석은 자신의 재취업 소식을 아내에게 전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 전화를 받았다.

“어. 여보.”

-이게 뭐예요?

“어?”

근데 아니었다. 아내가 그에게 전화를 한 이유는....갑자기 통장에 돈이 100만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누가 통장에 돈을 보냈는데, 혹시 당신이 아는 사람인가 해서요.

“누군데?”

-그게 이름이....‘고기’네요.

“고기?”

김효석이 아는 주변 사람 중에 ‘고기’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때 김효석의 뇌리에 퍼뜩 떠오른 건, 다름 아닌 차은석이 좀 전 전화통화에서 그에게 한 말이었다.

바로 대표님이 직원들에게, 고기 사서 집에 가라고 돈 부쳐 주었다는 그 말말이다.

“설, 설마?”

-네?

“여보. 전화 끊어 봐. 그 고기가 누군지 알거 같아.”

-네.

김효석은 아내와 통화를 끝내자마자, 바로 차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과장님. 아아. 아니다. 이제 직급이 다르죠?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해요?

“실장님이라고 불러. 그 보다 좀 전에 통장에....”

김효석은 아내와 통화 내용을 차은석에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차은석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거봐요. 제 말 맞죠? 대표님이 고기 사들고 가시라고 붙여 준 거 맞으니까, 그 돈으로 오늘 가족들과 배터지게 고기 사 드세요.

“진짜 대표님이 보낸 게 맞을까?”

-맞다니까 그러시네. 그걸 꼭 확인하셔야 직성이 풀리실 거 같으시면, 김 비서님께 전화해 보세요. 제가 김 비서님 전화번호 알려드릴 테니까.

“김 비서?”

-대표님 비서신데, 회사에서 대표님이 내리는 지시는 그 분이 다 처리하시거든요.

“알았어. 그 김 비서 전화번호 보내 봐.”

잠시 후 차은석이 김 비서 핸드폰 번호를 문자 메시지로 보내왔고, 김효석은 그 전화번호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김 비서가 받았고 그녀에게서 김효석은 확인을 할 수 있었다.

백준열 대표가 고기 사먹으라고, 김효석에게 100만원을 보내라고 한 사실을.

“하아....”

김효석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그런 대표가 있다는 게 말이 되나?

그래서 단언했었다. 자기 이름에 성을 걸고. 근데 그런 대표가 있었다.

덕분에 졸지에 김효석이 아닌 백효석이 될 판이다. 물론 진짜 백효석이 되겠다는 건 아니고....

* * *

백준열을 임페리얼 호텔에 내려 주고 나서, 문대식이 직접 경호팀원들에게 말했다.

“체육관으로 바로 가자.”

“네. 팀장님.”

차 뒤 트렁크에는 3명의 남자들이 실려 있었다. 그들은 의식이 돌아 온 듯, 차가 멈춰 서자 트렁크 안에서 몸부림을 쳤다.

철두철미한 성격의 문대식이, 그들의 팔다리 뿐 아니라 입까지 틀어막아 놓은 터라, 소리가 트렁크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기에, 그들이 그 안에 갇혀 있다는 걸 외부 인이 알 길은 없었다.

그렇게 3대의 차는 출발했고 20여분 쯤 지났을 때, 문대식과 그의 밑에 경호팀원들이 훈련장 겸 아지트로 쓰고 있는, 체육관 건물 앞에 도착했다.

평소 차들은 1층에 대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던 경호팀원들이, 오늘은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끌어 내.”

그리고 트렁크 안에 3명의 남자들, 즉 DJ닥터 멤버들을 끌어냈다.

“우웁...우우웁...웁웁웁웁....”

그러자 그들이 막힌 입 밖으로 뭐라 떠들어댔다. 그런 그들을 보고 문대식이 말했다.

“다들 풀어 줘.”

문대식이 그 3명을 풀어주라고 한 건 자신감이 있어서였다. 저 3명이 여기서 뭔 짓을 해도, 제압해서 체육관 안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살, 살려 주세요.”

그때 경호팀원들이 제일 먼저 입을 풀어 준 3명의 남자들, DJ닥터 멤버들 중 창준이 말했다. 당연히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은 DJ닥터 멤버들을 죽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걸 굳이 지금 이 자리에서 밝힐 이유는 없었다. 왜냐하면 착각은 그들 자유니까.

“제, 제가 잘못 했습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그 즉시 짐 빼서 그 건물에서 나가겠습니다.”

그 다음 장하늘이 애원조로 말했고, 그 뒤 재훈은 아예 울부짖었다.

“흑흑흑....저 살고 싶어요....뭐든 시킨 대로 다 할 테니까....한번만 살려주세요....흑흑흑흑....”

문대식은 그의 생각과 달리,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울고불고 난리가 난, DJ닥터 멤버들을 한심하게 쳐다보다가 말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데려 왔는데, 딴 짓 못하게 좀 굴린 다음 돌려보내도록 해.”

문대식은 굳이 자신이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듯, DJ닥터 멤버들을 손보는 것을, 특전사 교관 출신인 경호팀원에게 맡겼다.

“너희들 살고 싶나?”

“네!”

지하 주차장이 떠나갈 듯 큰소리로 대답하는 DJ닥터 멤버들. 교관 출신 경호팀원에게 살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확실한 교육생 3명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으면 살려준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경호팀원은 안 그래도 살벌한 얼굴에 인상까지 쓰면서, 엄지를 세운 뒤 자기 목을 그어 보였다.

누가 봐도 죽이겠다는 제스처였고, 그걸 본 3명의 남자들은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 * *

드디어 ‘고기’ 정체를 확인한 김효석.

그는 지금도 전화기 앞에 앉아 있을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못 참는 아내 성격 상, 빨리 전화해 주지 않으면 그 후폭풍을 감당해 내기 힘들었다.

-어. 누구야?

역시나 아내는 전화기 앞에 있었다. 전화 연결 음이 채 한 번을 울리기 전에, 그의 전화를 받은 아내가 바로 물었다.

“그게 말이야. 오늘 면접 본 회사의 대표님이....”

김효석은 사실대로 아내에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아내 말이 더 가관이었다.

-좋으신 대표님이네. 당신 그 회사 다녀. 참 월급은 얼마 주신데?

“전에 다니던 회사보다는 훨씬 많아.”

-정확히 얼마나 많은 지 얘기 해.

역시 똑 부러지는 아내. 그의 아내는 어차피 알게 될 거, 숨기는 걸 질색하는 성격이었다.

“한....2배?”

백준열 대표는 아까 김효석에게 손가락 하나를 펼쳐 보였었다. 연봉 1억!

이전 다녔던 QH엔터의 두 배나 되는 연봉이다.

-뭐? 그래서 그 회사 다니기로 했어? 안 했어?

“다니기로 했어.”

-휴우. 잘했네. 우리 남편. 거봐. 당신 전 회사에서 저평가 받고 있었다니까. 잘 됐다. 이제 애들 필요한 학원 다 보내고, 잘하면 과외도 시킬 수 있겠네.

아내가 정말 좋아하자, 김효석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때 아내가 말했다.

-오늘은 고기 파티를 해야겠지?

“아마도....”

대표가 고기 사 가라고 했는데, 고기 안 먹으면 안 될 거 같았다. 그건 그의 아내도 마찬가진 거 같았고.

-기분이다. 오늘은 소고기로다가 배터지게 구워먹자.

“애들이 좋아하겠네.”

-어. 안 그래도 지금 애들한테 집에 오라고 전화 하려고. 당신도 바로 들어 올 거지?

“어. 지금 지하철이야.”

-고기 사 놓을 테니까. 빨리 와서 당신이 구워.

“네. 사모님.”

QH엔터에 다녔을 때는 느껴 보지 못했던 감정들이었다.

그때는 둘 다 일에 찌들어, 하루하루 살기 급급했다. 그런데 그곳을 그만두고 회사 하나 옮겼을 뿐인데, 아내와 얘기 할 때 웃음꽃이 피었다.

“나쁘지 않네.”

이런 여유와 안정감이 과연 어디서 오는 걸까? 그 생각과 함께 제일 먼저 김효석의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은, 잘 생긴 외모에 웃는 게 매력적인....JYB엔터 대표 백준열이었다.

* * *

백준열과 정재욱 사이에서 꿀 좀 빨 생각이었던 태석규.

그는 자신이 백준열의 회사인 JYB엔터에 취직을 하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이거 어쩌지?”

백준열과의 만남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근데 정재욱이 그에게 부탁 한 건, 완전 물 건너 가 버렸다.

정재욱의 차를 타고 JYB엔터를 나서며, 태석규는 이걸 어째야 하나 고심을 좀 했다.

하지만 이미 결론은 나와 있었다. 그걸 가지고 더 이상 정재욱을 속일 필요도, 그럴 이유도 이제 없었다.

자신은 이제 백준열 밑에서 열심히 일만 배우면 됐다.

뒤끝 있는 정재욱이 걱정되긴 했지만, 백준열이 그를 가만 안 둘 거 같으니, 그쪽도 사실 신경 쓸 거 없었다.

“그래도....”

정재욱에게 대 놓고, 백준열과 오늘 밤에 만나는 거 파토 났다는 말을 할 자신이 없었던 태석규. 그래서 그는 정재욱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곤 아예 전화 전원을 꺼 버렸다.

그 뒤 정재욱의 차를 그가 사는 아파트에 대 놓고, 차키를 경비실에 맡긴 태석규.

그는 걸어서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근데 신기한 게 좀 전에 그가 탔던 정재욱의 자가용차보다, 지금 그가 타고 가고 있는 시내버스의 승차감이 더 좋게 느껴졌다.

“으아아아악!”

와장창창! 쿠쾅쾅!

바로 그때 태석규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 정재욱. 그가 미쳐 날 뛰었다.

“뭐? 일이 잘 안 돼? 무슨 수를 쓰던 백준열을 설득 시켰어야지.”

당연히 태석규의 문자 메시지를 받자마자, 정재욱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태석규는 핸드폰을 끄고 아예 잠적해 버렸다. 그게 정재욱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서울경찰청의 수사과장실은 삽시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태석규. 이 개새끼가....거지새끼, 그래도 살 길을 열어 주려 했더니....감히...내가 가만 두나 봐라.”

씩씩거리며 자신을 제대로 엿 먹인 태석규를, 어떻게 인생 쫑 나게 만들지 생각 중이던 정재욱. 그때 경찰청에 인사담당관으로 있던 그의 동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뭐?”

딱히 사이가 좋은 동기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동기도 잘나가는 집안 자식이었으니까.

그랬기에 경찰청에서도 핵심부서 담당관 자리를 꿰차고 있었던 것이고.

거기다 지금 태석규 때문에 정재욱의 기분은 최악의 상태였다.

전화 받는 그의 목소리에 감정이 실릴 수밖에.

-새끼. 까칠 하긴. 본청에서 네 얘기가 나오기에, 기껏 알려 주려고 전화 했더니. 뭐 듣기 싫으면 말고. 끊는다.

“잠, 잠깐만....미안하다. 동석아. 오늘 개인적으로다가 기분 나쁜 일이 좀 있어서....”

정재욱은 일단 동기 녀석에게 사과부터 했다. 어째든 동기랍시고 자신을 생각해서 전화 해 줬는데, 너무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하긴 지금 네 속이 말이 아니겠지. 아버지가 그렇게 되셨는데. 거기다가 이런 일까지 생기다니....

“이런 일?”

-어. 그게 좀 전에 우리 기획관님 앞으로, 신임 청장님의 인사 명령 1호가 내려왔어. 근데 그게....

동기 녀석의 얘기를 가만히 듣던 정재욱. 그런 그가 갑자기 발끈했다.

“뭐, 뭐? 내, 내가? 왜? 내가 뭣 때문에 그런 좌천 성 인사를 당해야 하는 데?”

-어이. 진정해.

“썅! 지금 진정하게 됐어?”

-진정 안하면?

“뭐?”

-사직서라도 내게?

“어?”

동기 녀석의 사직서란 말에 정재욱의 몸 뿐 아니라 입까지 같이 굳어버렸다.

-괜찮아?

“어어. 그, 그래. 고맙다. 동석아.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그래. 혹시 내가 도울 일 있으면 전화하고.

그렇게 동기 녀석과 서둘러 통화를 끝낸 정재욱. 그때부터 자기 살길을 찾아 정재욱의 장고가 시작됐다.

아직은 신임 청장의 인사 명령이 발표되기 전이었다. 그 전에만 어떻게 막으면 되는데....

“하아....”

부친의 낙마 직후라 그를 도와 줄 사람이 없었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백준열과 만남도 이미 물 건너 가 버렸고. 뾰족한 대책은 없이 정재욱의 머리만 갈수록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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