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290화 (2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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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뚜뚜뚜뚜뚜....

“여, 여보세요? 백 대표님? 백 대표님!”

백준열 대표가 통화 중에 대뜸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걸 당최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표석훈이 잠시 멍하니 있을 때였다.

갑자기 말도 없이 전화기만 계속 들고 있는 그를 보고, 주명석 차장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부지배인님. 혹시 백 대표님이 먼저 전화를 끊으셨습니까?”

표석훈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그걸 본 주명석 차장이 길게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하아아. 이제 진짜 좆 됐네.”

누구 들으라고 한 소린지 모르지만, 그 소리를 막상 듣고 나니 표석훈도 어째 쎄한 것이 불길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주명석 차장을 보고 말했다.

“주 차장. 백 대표님에게 다시 전화 해 봐.”

“네.”

주명석 차장은 대답은 했지만, 영 내켜 하지 않은 얼굴로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백준열은 그 전화를 아예 받지 않았다. 그러자 표석훈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당장 VVIP룸으로 가자.”

그런 표석훈에게 주명석 차장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부지배인님. 그랬다가 백 대표님이 진짜 화나셔서, 여기 호텔을 나가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진짜 끝장이었다. 주명석 차장의 그 말에 표석훈이 움찔하더니, 금세 짜증을 폭발시키며 말했다.

“그러게 그 새끼 그냥 잘라버리면 될 걸....”

정작 김영일 총지배인 앞에서는 그 말을 못해 놓고, 이제 와서 딴 소리 하는 표석훈에, 회의장에 모여 있던 호텔 측 사람들은 다들 눈살을 찌푸렸다.

결국 표석훈은 다시 김영일 총지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김영일도 자꾸 자기에게 전화하는 표석훈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버럭 화를 내며 전화를 받았다.

=또 뭐? 표 부지배인. 당신 그런 일 하나 혼자서 못 해결 해? 그래가지고 무슨 총 지배인이 되겠다고....

근데 표석훈도 더는 김영일에게 숙이고 살 생각이 없어진 모양이었다.

전화로 갈구는 김영일에게 대놓고 쏘아붙였다.

“그렇게 잘나신 총지배인님이 여기 와서 빨리 해결하시던가요.”

-뭐, 뭐라고? 표 부지배인. 당신 미쳤어?

“그래. 미쳤다. 당신 말대로 했더니, 백준열이 제대로 빡 쳤어. 이제 전화도 안 받아. 어쩔 거야?”

-어, 어쩌긴 뭘 어째?

“백준열이 데이비드 부회장과 친한 거 당신도 알잖아? 백준열이 지금 데이비드에게 전화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그, 그건 안 돼! 말려. 무슨 수를 쓰든지....어서!

“지랄하네. 내가 무슨 수로 그걸 말려. 그러기에 고대긴가, 고새낀가 하는 놈 잘랐어야지. 아. 이제 나도 몰라. 당신이 알아서 해.”

표석훈은 아주 대 놓고 총지배인인 김영일에게, 이번 일의 책임을 싹 다 떠넘겼다.

* * *

서울 지구의 호텔 총지배인의 세미나가 있어 그랜드 호텔 컨벤션 센터.

그곳에서도 김영일은 자신과 급이 맞는, 총지배인들과 같이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러니까 특급 호텔 총지배인들이 끼리끼리 모여 있었던 것이다.

그때 얘기 중 우연찮게 백준열 대표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그에 대한 에피소드가 넘쳐났다.

그럴게 서울에 있는 특급 호텔 치고, 호구 백준열을 모를 수가 없었으니까.

그들에게 있어서 개인으로서 그들 연 매출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백준열은 특급 호텔들의 초 울트라 캡숑 VVIP고객이었으니까.

김영일도 저번 달에 백준열이 자기 호텔에서 한 미친 짓을, 다른 특급 호텔 총지배인들에게 얘기했다.

그러던 중 호텔에서 전화가 걸려왔고, 그 전화를 받은 김영일은 바로 짜증이 치밀었다.

하지만 그걸 티내는 건 호텔리어로서 할 짓은 아니었다.

“고대기 과장이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게, 나는 일단 믿기지 않네요. 뭐 백 대표가 그래 달라면 그렇게 해 줘요. 누구 말이 맞는지 어디 봅시다.”

그렇게 통화 후 세미라를 끝낸 김영일. 그런 그에게 다시 호텔 측에서 전화가 걸려왔고, CCTV영상을 살펴 본 결과, 고대기 과장의 명백한 과실로 드러났다나?

그래서 부지배인인 표석훈이 징계 운운을 했다.

하지만 자신은 명색이 고대기 과장의 고모부가 아니던가?

고모 뵐 면목이라도 있으려면 고대기 과장을 이대로 해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김영일은 징계로 정직처분을 결정했다.

그 정도면 백준열 대표도 만족할 거라고 생각했고. 하지만 그건 김영일의 생각일 뿐이었다.

백준열은 그가 생각한 거 보다 훨씬 악독한 인간이었던 것.

표석훈 부지배인으로부터 이번 일의 책임을 떠안은 김영일은, 그제야 다급해진 그는 자신의 매형인 서울 임페리얼 호텔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다행히 서울 임페리얼 호텔의 대표이자, 그곳 총지배인 김영일의 매형 되는 윤일상 대표가 그의 전화를 받았다.

“매형. 접니다.”

-어어. 처남.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개인적인 일로 자신에게 전화할, 김영일이 아님을 윤일상 대표도 아는 듯 했다.

“매형. 그게 실은....”

김영일은 전화상이지만 비교적 명확하게 자초지종을 윤일상 대표에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처남의 고모 아들 녀석이 호텔에서 사고를 쳤고, 그 녀석을 두둔 좀 했다가 백준열이 그 새끼한테 제대로 책 잡혔단 얘기네?

“그, 그런 셈이죠.”

누가 호텔 대표 아니랄까? 윤일상을 지금 서울 임페리얼 호텔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다.

-지금 백준열은 처남 고모 아들 녀석에 대한 처분이 마음에 안 든 거야. 그러니까 일단 잘라.

“네?”

-호텔이 우리 호텔만 있는 것도 아니고. 딴 호텔에 취직 시켜 주면 되잖아? 처남이나 내가 그 정도 능력도 안 될까 봐?

“아, 아뇨. 가능한 일입니다.”

특급 호텔 임페리얼의 대표와 총지배인이다. 그 둘이 전화 한 통만 걸면 고대기 과장, 다른 호텔에 취직 시키는 건 일도 아니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우리 일단 비는 피하고 보자고.

“네. 매형.”

역시 임페리얼 호텔 대표다웠다. 개새끼 백준열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윤일상 대표.

그와 통화 후 김영일은 이번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 백준열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그의 전화를 백준열이 받지 않는 다는 거였다.

“젠장....”

김영일은 세미나 참석 후 바로 퇴근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호텔로 다시 가 봐야 할 거 같았다. 지금 급하고 아쉬운 건 김영일이었다. 그러니 호텔로 직접 가서 백준열에게 읍소할 밖에.

“김 기사. 호텔로 다시 가.”

“네.”

동작대교를 지나고 나서 김영일을 태운 차가, U턴을 해서 임페리얼 호텔로 곧장 향했다.

* * *

김효석은 박인호 부대표의 방에 들어가서, 그곳에서 얼마 있지도 않았건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오! 일처리를 이런 식으로 하시는군요?”

“네. 연예계 쪽의 일이란 게 일반 비즈니스와는 다르더군요. 중간에 변수도 많고. 해서 이런 식으로 물 흐르듯이 일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김효석은 왜 백준열 대표가 JYB엔터의 대표 전권을, 박인호 부대표에게 넘겼는지 바로 이해가 됐다.

‘완전 괴물이네. 괴물이야.’

박인호 부대표의 사업가로써의 자질을 김효석은 한 눈에 알아봤다.

그러면서 백준열 대표가 왜 자신을, 박인호 부대표에게 보냈는지도 대충 파악이 됐다.

‘백 대표. 야심만만한 사람이었구나.’

즉 백준열 대표는 박인호 부대표라는, 소 잡는 칼 대신에 닭 잡는 칼인 자신을 여기로 보내서, 쉽게 말해 인수인계를 받게 할 속셈이었다. 그러니까 JYB엔터는 자신에게 맡기고, 더 큰 사업에 박인호 부대표를 써 먹으려고 미리 준비를 하려는 것.

“자아. 이리 와 보세요.”

그때 박인호 부대표가 김효석을 가까이 불렀고, 그때부터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결재 시스템을 그에게 전수하기 시작했다.

김효석은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바로 박인호 부대표에게 물어보면서, JYB엔터의 일들을 처리해 나갔다.

“하하하하. 이거 오늘은 정시에 퇴근하겠는데요?”

거기에 박인호 부대표까지 가세하면서 쌓였던 결재서류들이 빠르게 정리가 되었고, 결재 된 서류들이 비서를 통해 부대표실 밖으로 나가면서, 퇴근 시간에 딱 맞춰 박인호 부대표 방에 더 이상 결재할 서류도 없어졌다.

“양 비서. 여기 차 좀 내 와.”

-네. 부대표님.

잠시 후 두 사람은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어떻게 일은 할 만 했습니까?”

“네. 아무래도 제가 하던 일인지라 어려움을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저는 연예계 쪽 일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한 이틀 정도 고생했습니다.”

그러니까 이틀 만에 연예계 쪽 일을 다 파악했단 소리였다. 그런 박인호 부대표의 말에 김효석은 혀를 내둘렀다. 물론 속으로.

“덕분에 내일부터 골프 치는 시간을 늘릴 수 있겠어요. 하하하하.”

“네. 뭐....”

딱 보니 박인호 부대표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백준열 대표가 그를 딴 곳에 부려 먹기 위해서 자신을 그에게 붙여 준 걸 말이다.

‘순진한 양반이네.’

대기업에서 일만해서 그런지 박인호 부대표의 성향은, 확실히 연예계와 맞지 않았다. 연예계는 서로 못 부려 먹고, 못 속여 먹어서 난리인 곳이었다.

대기업 역시 약육강식의 만만찮은 곳이지만, 그곳보다 연예계 바닥이 더 지저분하고 음습한 곳이었다. 뒤통수치는 게 늘 있는 일이었고.

그러니까 자잘하니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 바로 연예계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이었다.

박인호 부대표가 그런 연예계를 얼마나 깊게 파악했는지 모르지만, 김효석은 어차피 이곳 일은 자신이 맡을 거란 걸 알기에, 박인호 부대표가 여기를 떠날 때까지, 그가 속편하게 골프를 치러 다닐 수 있게, 배려 차원에서 그때까지 계속 입을 꾹 다물고 있기로 했다.

* * *

차은석은 오늘 오후 같이 바빴던 적은 처음이었다. 또 스릴만점이었던 순간도. 그리고 거둔 수확도 역대급이었다.

“다들 수고 많았어요. 회사에는 얘기해 뒀으니 다들 여기서 퇴근들 하면 되요.”

오늘 그녀와 같이 고생해 준 특수 1부문의 직원들은 다들 지쳐 보였다. 왜 안 그렇겠는가?

그들 역시 차은석 못지않게 송파경찰서에게 개고생을 했는데.

그래서 그들에게 회식보다 빨리 집에 가서 쉴 수 있게 해 주는 게, 더 나은 결정이란 생각을 내린 차은석. 그런 그녀의 결정을 특수 1부문 직원들은 환영했다.

“아아. 맞다. 다들 집에 가실 때, 고기들 사가지고 가세요.”

“네?”

“대표님께서 다들 수고했다고, 각자 월급 통장에 50만원씩 금일봉을 쏘시겠다고 하셨거든요.”

차은석이 막 그 말을 특수 1부문 직원들에게 전했을 때였다. 직원들의 핸드폰에 은행 입출금 확인 메시지가 들어왔고, 그걸 확인한 직원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야! 진짜 들어왔는데?”

“좋았어. 오늘 고기 파티다.”

그렇게 JYB엔터 직원들이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퇴근을 하고, 송파경찰서 앞에 남은 사람은 이제 세 사람.

“내일 봅시다.”

그 중 한 사람인 법무팀 변호사는 데이트가 있다며 콜택시를 타고 떠나고, 이제 차은석과 김준오만 남았다. 그때 김준오가 차은석을 보고 말했다.

“부문장님. 이대로 집에 가실 겁니까?”

“그래야죠.”

“저랑 한 잔 하고 가시는 건....”

“저도 그러고 싶은데, 지금 너무 피곤하네요. 술 마셨다가 내일 출근도 못 할 거 같고....”

내일부터 빡세게 일해야 할 김준오 입장에서, 차은석이 내일 출근 못한다?

그건 전장에서 장수 없이 싸워야 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그, 그러면 안 되죠. 어서 집에 들어가서 쉬세요. 그리고 이번 주말에 한 잔 해요.”

딱 봐도 김준오는 누군가에게 축하를 받고 싶은 거 같았다. 그런 형식적인 게, 사람이 살다보면 생각보다 꼭 필요할 때가 있다. 그걸 알기에 차은석은 밝게 웃으며 김준오에게 말했다.

“네. 이번 주말에 꼭 같이 한 잔 해요.”

“약속 하신 겁니다.”

“네. 아아!”

그때 차은석은 생각이 났다. 오늘 점심 때 그의 전 직장 사수이자, 오늘 JYB엔터에 면접 보러 오기로 한 김효석이 말이다.

황급히 자기 핸드폰을 꺼내서 오늘 점심시간 때 걸려 온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니, 김효석이 그녀에게 전화도 몇 통 걸었고, 문자 메시지도 두 통을 보내 놨다.

차은석은 김효석의 문자 메시지를 이제야 확인했다.

첫 번째 문자는 왜 연락이 안 되냐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신이 알아서 백준열 대표를 만날 테니까 걱정 말고 볼일 보란 거였다.

“휴우....”

두 번째 메시지를 보고 차은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오늘 김효석에게는 자신과 만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백준열 대표와 만나는 게 진짜 중요했지.

어째든 김효석이 백준열 대표를 만나기로 했다면, 그의 성격상 반드시 만났을 거다. 그리고 그런 김효석을 놓칠 백준열 대표가 아니었고.

“부문장님. 왜 그러세요?”

그녀 옆의 김준오가 갑자기 돌출 행동에 한숨까지 내 쉬는, 차은석이 걱정이 되는 듯 물어왔다.

“아아. 별일 아니에요. 김준오씨가 약속이라고 하니, 오늘 점심 때 누구랑 한 약속이 생각나서....”

“아아. 네....”

“저기 빈 택시 오네요. 택시!”

차은석은 자기보고 먼저 타고 가라는 김준오를, 기어코 먼저 택시에 태워서 보낸 뒤, 잠깐 걸으면서 김효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그녀와 달리 김효석은 재깍 그녀 전화를 받았다.

-어. 은석아.

“죄송해요. 김 과장님.”

-아냐. 바쁘면 그럴 수 있지. 아. 맞다. 거기 일은 잘 처리 됐고?

“들으셨어요?”

-그럼. TV에도 나왔는데. 모를 수 있나? 아무튼 잘 됐다. 그 사람 이름이....

“김준오씨요.”

=맞다. 김준오. 그 사람 내일 출근할 거지?

“당연하죠. 저희 회사 소속 연예인인데.”

-그렇다면 내일 아침에 네가 그 김준오씨 데리고 내 방으로 와.

“네?”

-은석아. 나 JYB엔터에서 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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