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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89화 (28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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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강지영을 데리고 CCTV 통제 센터를 나설 때였다.

-디링! 당신의 충견들인 ‘개잡년’ 안지은과 ‘자신 없는 년’ 강지영의, 메마른 자궁에 당신의 단비와 같은 정액을 뿌려 주세요. 이행 시 개지수 3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참고로 이건 견신께서 직접 내신 단독미션입니다.

갑작스런 견신의 미션. 견신 시스템의 미션이었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견신이 직접 낸 미션이라면 무조건 하고 봐야한다. 그것도 당장 말이다.

‘근데 여기서 ’개잡년‘ 안지은 얘기가 왜 나온....’

내가 막 그 생각을 할 때, 내 눈에 안지은이 보였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향해 다이렉트로 걸어오는 그녀.

그런데 그녀에게서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 냉기는 내가 아닌 내 뒤, 아니 이제는 내 옆에 선 강지영을 향하고 있었다.

부르르!

견신이 미션을 낼 때 언급한 ‘자신 없는 년’ 강지영. 그녀가 내 옆에서 몸을 떨었는데 신기한 건 그런 그녀의 눈빛이었다.

평소와 달리 강지영이 잔뜩 굳은 얼굴로 안지은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

그러면서 강지영은 안지은과의 눈싸움을 피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눈에 힘을 주고, 그녀와 맞서고 있었다.

‘허얼. 내가 아는 그 자존감 떨어지는 강지영 맞아?’

그러면서 생각을 더 깊이 해 보니 강지영도 내 충견이었다.

그러니까 같은 충견끼리 꿇릴 거 없다, 뭐 그런 건가?

아직 정확한 건 없었다. 내가 직접 확인할 수밖에 말이다.

어째든 견신의 미션을 나는 바로 수행할 생각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지영과 안지은을 함께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그 사이 내 지척까지 다가 온 안지은.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강지영이 내 앞을 막아선 것. 마치 그녀가 내 근접 경호팀원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이런 강지영을 보고 있자니, 오늘부터 내 근접경호를 맡기로 했던 정민지 요원이 생각났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급한 일이 생겨서, 그쪽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우리 JYB엔터의 간판 탑 스타 중 한 명인 배우 유혜라.

어떤 미친놈이 그녀에게 죽은 쥐와 함께 협박 편지를 보내 온 것.

그 때문에 나는 나대신 정민지를 유혜라에게 보내서, 오늘부터 그녀의 근접 경호를 맡게 했다.

급한 대로 취한 조치였지만, 나는 그게 잘한 결정이라고 봤다.

실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사실 별거 아닌 일로 치부할 수 있었다. 사설 경호원을 붙여 주어도 됐고.

하지만 나는 그 미친놈의 협박 편지 내용을 김 비서로부터 전해 듣고 느낌이 싸했다.

그래서 유혜라와 24시간을 같이 붙어 지낼 수 있는 여자 경호원, 정민지를 그녀에게 붙여 준 것이다.

또 내가 그런 결정을 한 건 정민지 때문이기도 했고. 왜냐하면 탑배우 유혜라와 붙어 있다 보면 정민지도 보고 느끼는 게 있을 거 아닌가?

나는 정민지를 계속 경호원 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녀는 탑배우 유혜라의 뒤를 이어서, 우리 JYB엔터의 스타 연기자가 되어주어야 했다.

‘다 보고 배우는 거지.’

그러니까 나는 일타상피를 노리고, 정민지를 유혜라의 곁으로 보낸 거다.

* * *

나는 파르르 몸을 떨면서 나를 지키겠다는 결의 하나로, 안지은과 맞서고 있는 강지영의 가녀린 어깨에 한 손을 올리며 말했다.

“지영씨. 제가 아는 분입니다.”

“네? 아네.”

내 말에 놀라며 몸을 옆으로 돌려 세운 강지영. 그러자 나와 안지영이 서로 마주보게 됐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웃으며 말했다.

“안 비서가 여긴 어떻게 오셨을까?”

“네? 아아. 그, 그게....지나가던 길에....”

궁색한 안지은의 변명. 그걸 계속 듣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내 목적과 안지은이 여기 나타난 이유는 하나로 같았다.

“저녁 먹었어요?”

“네?”

“식사 전이면 우리랑 같이 먹을래요?”

“같이요?”

내 제안에 강지영과 안지은 모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룸서비스로 시킨 음식은 세 사람이 먹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내가 거의 2인분 넘게 시켰으니까.

썩어 나는 게 돈인 내가, 먹는 거에 돈을 아낄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남기더라도 많이 시켜서, 맛있는 거 위주로 먹고 있었던 내 음식에 대한 취향이, 이럴 때 도움이 됐다.

“아아. 맞다. 여기는 저희 JYB엔터 소속 배우인 강지영씨, 그리고 이쪽은 어머니 비서 안지은씨.”

나는 일단 두 사람을 서로 소개 시켜주었다. 그러자 주뼛거리며 서로를 쳐다보고 인사하는 시늉을 하는 두 여자.

하지만 내가 봐도 둘은 서로를 경계하기 바빴지, 진심으로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된 인사를 주고받지는 않았다.

“....강지영이에요.”

“네. 뭐....안지은입니다.”

그런 시큰둥한 두 사람을 등 떠밀며 내가 말했다.

“빨리 갑시다. 룸서비스로 시켜 놓은 음식들 식겠어요.”

이미 룸서비스로 주문한 음식들이 내 방에 도착해 있었다.

괜히 여기가 특급 호텔이 아니었던 것.

그 정도 서비스는 제공하고 있었고, 내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와 있었다.

단지 그 방주인이 외출 중인 탓에, 음식들이 방 안으로 못 들어가고 있어서 문제지.

우리는 곧장 엘리베이터 쪽으로 이동, 내 방이 있는 28층으로 올라갔다.

[딩동댕! 28층입니다.]

28층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맛있는 냄새가 우릴 반겼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우리는 곧장 내 방으로 향했고, 내 방문 앞에 서 있는 음식 서빙 카트 두 대 쪽으로 움직였다.

내가 문을 여는 동안 두 여자가 알아서 카트 하나씩을 밀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와아....”

들어가자마자 두 여자 중 한 명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한 시간 전쯤, 이 방에 들어 와 봤다고 강지영은 가만있는데, 안지은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내 방 안을 둘러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 * *

방문 앞 음식을 배달부터 시작해서 세팅까지, 두 여자가 알아서 척척 해 치웠다.

나도 카트의 음식을 식탁으로 옮기는 것 정도는 도우려 했지만, 두 여자가 극렬히 반대했다.

대표가 그러는 거 아니라면서.

해서 나는 식탁 상석에 앉아서, 그녀들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 아니 포크와 나이프만 놨다.

강지영과 내가 주문한 음식들이 다 서양식이다 보니....

“츄르릅....쩝쩝쩝....이거 진짜 맛있어요. 좀 드셔 보세요.”

“네.”

“음....이 스테이크 너무 연하다. 대표님. 이것 좀....”

“아네....”

근데 두 여자가 자꾸 자기들 먹던 음식을 내게 넘겨주고 있었다. 자기들이나 먹을 것이지.

그 덕분에 내 접시에 음식이 수북했다.

아무래도 두 여자가 경쟁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내게 주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나는 돼지가 아니다.

“스톱! 지금부터 저한테 음식 주지 말고 본인들 먹어요. 그리고....”

나는 내 접시에 수북한 음식을 도로 두 여자에게 나눠줬다. 그리곤 그녀들에게 따끔하게 얘기했다.

“저도 손 있거든요. 그러니까 두 분, 저 신경 쓰지 말고 식사들 하세요.”

내가 정색까지 하며 말하자, 그제야 제대로 식사를 하는 두 여자. 물론 날 선 내 말 때문인지 힐끗거리며 내 눈치를 자꾸 봤지만. 나는 그냥 모른 척하고 내 식사에 열중 했다.

“음음....”

두 여자 말대로 음식들은 맛있었다. 하긴 이게 다 얼마짜린데. 특급 호텔 룸서비스의 음식들은 사실 다 맛이 검증 된 음식들이었다. 그러니 무조건 맛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식사를 하면서 그 맛에 신들려, 열심히 음식을 먹고 있는 두 여자를 보고 흡족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두 여자의 얼굴을 좀 자세히 봤다.

우선 강지영은 자신이 왜 배우인지 그 얼굴이 증명해 주고 있었다.

작은 사이즈에 오밀조밀하게 눈, 코, 입이 잘 배치 된 예쁜 얼굴. 거기다가 화장까지 하니 안 예쁠 수가 없었다.

그에 비해 안 비서는 강지영 만큼 얼굴이 예쁘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왠지 모를 매력이 철철 넘치는 개성적인 얼굴이랄까?

거기에 안 비서의 몸매 비율이야 뭐 더 말할 것도 없이 최상급이었고.

그렇다고 강지영의 몸매가 안지은에 비해 떨어진다는 소리는 또 아니다. 단지 신체 사이즈에서 살짝 차이가 날 뿐.

그러니까 강지영이 안지은에 비해 키가 조금 더 작았는데 비율이 좋았고, 안지은은 키도 크고 비율도 좋았다.

아무튼 둘 다 길거리를 지나가면, 남자 열 명 중 절반은 돌아 볼 미모의 여성인 건 사실이었다.

그때 내 눈에 와인이 보였다. 너무 먹는데 열중하다보니, 와인을 곁들이는 걸 깜빡했다.

“우리 건배 할까요?”

나는 일부러 목소리 톤을 높였고, 그런 나를 식사에 열중하던 두 여자가 쳐다봤다.

나는 그런 그녀들에게 보란 듯 와인 잔을 들었고, 그녀들도 그제야 내 의도를 파악한 듯 음식을 씹으면서, 자기들 앞에 놓인 와인 잔을 들었다.

쨍! 쨍!

특급 호텔답게 와인 잔도 싸구려를 쓰진 않는 모양이었다. 와인 잔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제법 맑았다.

건배 후 와인 잔을 기울이는 두 여자를 보면서, 나도 따라 와인 잔에 있던 붉은 와인을 목으로 전부 넘겼다.

* * *

와인의 도수가 제법 높았던 모양이다. 달랑 와인 한 잔씩 마셨을 뿐인데, 두 여자의 얼굴이 빨갛다.

그래도 와인이 남아서 나는 비어 있는 두 여자의 와인 잔에 적당히 와인을 따라주고, 나 역시 와인 잔을 채웠다.

오늘 컨디션이 좋은 지, 나는 와인을 마셔도 전혀 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식사 중 와인을 마시면서 배려 차원에, 두 여자들에게 말했다.

“와인이 부담스러우면 마시지 않아도 돼요.”

그러자 두 여자들은 식사를 끝마칠 때까지, 와인 잔에 손을 대지 않았다.

“아아. 배불러.”

“잘 먹었다.”

그때 이 방으로 돌아왔을 때, 내가 두 여자들 몰래 룸서비스에 주문한 후식인 아이스크림이 도착했다.

“와아. 대표님 센스 쟁이.”

“....아이스크림이다.”

성격이 직설적인 안지은은 나를 향해 대 놓고 엄지를 세워 보였지만, 소극적인 강지영은 수줍게 고개를 숙이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물론 그 소리가 내 귀에는 아주 잘 들렸지만.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호텔 측이다. 아마 우리가 식사하는 사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을 내린 모양이었다.

“여보세요?”

나는 그 결정을 궁금해 하며 그 전화를 받았다.

-네. 백 대표님. 임페리얼 호텔 부지배인 표석훈입니다.

“네. 말씀하세요.”

-총 지배인님과 상의 한 결과....대표님과 일행 분께 큰 결례를 저지른 프런트 담당 직원에 대해서 정직처분을 내리기로 결정 내렸습니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서 직원 직무 교육을....

정직(停職), 직무수행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중징계처분 중의 한 가지다.

보통 정직처분을 받은 공무원은 신분을 보유하지만, 직무에 종사하지 못한다. 정직기간은 1개월, 이상 3개월 이하이며, 정직기간 중에는 보수의 2/3를 감하도록 되어 있었다.

근데 그건 공무원 얘기고. 임페리얼 호텔은 관공서나 공기업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까 한 1개월 그 직원을 쉬게 했다가, 조용해지면 다시 그 직원을 쓰겠다는 얘기다.

‘이것들이....’

정직처분 말고 그 뒤 얘기는 하나마나한 소리들이었다.

나는 서울 임페리얼 호텔 측을 대표하는 부지배인의 들으나 마나한 소리를 계속 들어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결정도 결국 내 마음에 들지 않았고. 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 * *

서울 임페리얼 호텔 부지배인 표석훈. 그는 총지배인 김영일 보다는 대표의 최측근 인사였다. 그런데 호텔 대표가 김영일의 매형이다. 그러니까 김영일과 사이가 나쁠 이유가 없었다. 즉 김영일의 뜻이 곧 표석훈의 뜻과 부합한다고 보면 됐다.

이번 사태로 긴급히 열린 회의, 그 회의석상에서 주명석 차장은 표 부지배인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혀 피력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얘기 해 봐야 좋은 소리 듣긴 틀렸으니까. 뭐 하러 굳이 욕먹을 소리를 한단 말인가?

“다들 꿀이라도 먹었어? 왜 말들이 없는 거야?”

이미 총지배인인 김영일에게 전화해서 그의 뜻을 전해들은 표석훈.

그러니까 김영일은 백준열 대표에게 찍힌, 고대기 과장을 정직처분 하라고 했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옹을 하겠다는 결정이었는데, 그걸 두고 표 부지배인은 희생양을 찾고 있었다.

만약 김영일 총지배인이 시키는 대로 했다가, 백준열이 발끈하면 그 다음 제시할 대안을 두고 말이다.

즉 그 대안을 백준열에게 제시는 자기가 하되, 그 책임은 그 대안을 제시한 직원에게 덤터기 씌우겠다는 의도였다.

여기 회의에 참석한 호텔 측 사람들은, 부지배인의 그 정도 꼼수는 다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미 한 두 번씩 부지배인에게 당해 본 사람들이니까. 그러니 누가 그걸 빤히 알면서 총대를 메려 하겠나? 다들 서로 눈치만 보며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

“하아. 진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사람들이네. 월급이 아깝다. 월급이.”

결국 만족할 만한 대안이 나오지 않자, 있는 신경질을 다 내는 표석훈 부지배인.

이렇게 되면 백준열 대표가 김영일 총지배인의 결정에 만족하지 않을 시, 표석훈이 욕은 다 먹을 판이다.

하지만 욕먹는 거야 자신 있는 표석훈. 여기서 문제만 더 키우지 않으면 그의 부지배인 자리는 굳건했다.

“전화 걸어.”

표석훈이 신경질 적으로 외치자, 주명석 차장이 이제는 외우게 된 백준열 대표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서, 그 전화기를 그에게 넘겼다.

잠시 뒤 표석훈이 입에 침을 튀겨 가며 백준열에게 열심히 설명을 했다.

그는 김영일 총지배인의 결정이 백준열에게 먹혀들었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고대기 과장에 대한 정직처분. 그 정도면 고대기 과장의 실수에 비해, 표석훈이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제법 쎈 중징계였다.

표석훈은 이제 듣기 좋게 잘 얘기해서, 이번 일을 잘 마무리 지으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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