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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68화 (26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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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오후 5시까지 남해의 베네치아 리조트 선착장에 무난히 도착한 요트.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사람들부터 실어야 했다.

“이야. 요트 죽이는데요?”

김훈 대표는 자신이 말한 대로 술과 음식, 그리고 미인들을 데리고 요트에 탑승했다.

“야아. 요트다.”

“어머머. 이 요트 국내에 몇 대 없다는 그....”

근데 그 미인들이 어째 다들 우락부락했다. 그럴 게 미인들의 정체가 바로 김훈 대표의 에이전시 처리자들이었으니까.

3명의 미인들 모두 키가 170센티가 훌쩍 넘었다. 거기다 몸에 지방이 거의 없었고.

그러니까 전체적인 몸에 비율로 봤을 때 그녀들은 늘씬해 보였다. 하지만 쭉쭉빵빵이란 게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나올 때 나와야 하는데 3명의 미인들은 들어 갈 때는 들어갔지만, 나올 때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 나올 자리에 근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인들이 참 힘 쎄 보이네요?”

내가 김훈 대표를 쏘아보며 말하자, 그가 슬쩍 내 시선을 피하며 요트 선수 쪽으로 쭉 걸어갔다.

“요트가 제법 크네요. 충분히 파티 즐겨도 될 정도로....”

나는 말 돌리는 김훈 대표를 보고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다가, 요트 운전석으로 향했다.

내가 요트 키를 잡는 걸 보고, 김훈 대표가 설마 하는 얼굴로 날 쳐다보며 물었다.

“대표님. 설마....직접 운전하실 거 아니죠?”

“왜요? 제주도에서 여기까지도 내가 끌고 왔는데?”

“아아....”

나를 못 믿겠다는 건지, 아니면 내가 요트도 몰 수 있다는 데 감탄한 건지, 아무튼 이도저도 아닌 요상한 말과 얼굴표정으로, 나를 헷갈리게 만들던 김훈 대표.

우우웅와아아앙!

“이야호! 와아아아아!”

요트가 선착장을 빠져 나와 본격적으로 바다 위를 달리기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표정을 싹 고치고는, 신난 얼굴로 소리를 지르고 생난리를 떨었다.

“어머머머....너무 신나....”

“야아아아....죽인다. 죽여.”

그런 그와 같이 요트에 탑승한 우람한 세 미인들도, 마찬가지로 꽥꽥 소리를 지르며 요트에 들고 온 병맥주를 마셨다. 역시 이런 고급 진 요트 위에서는 캔 맥주는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그렇게 좀 먼 바다로 나온 우리는 낚시를 즐겼다. 그 사이 해가 저물었고, 미인들은 비록 요트 위에서 내 눈을 즐겁게 해주진 못해도, 입은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셋 다 요리 실력이 상당해서, 요트에서 만들어 내는 음식들이 죄다 예술이었다.

“건배!”

그렇게 요트 위에서 흥청망청 술을 마시고 맛있는 안주로 배를 채우는 사이, 어느 새 시간이 밤 10시를 훌쩍 넘겼다.

나는 요트를 돌려서 다시 베네치아 리조트 선착장으로 향했고 도착하자 김훈 대표와 우람한 미인들과 작별을 고했다.

그들은 자기들 숙소로 갈 거라고 했는데 그때 김훈 대표가 나에게 물었다.

“대표님. 혹시 오늘 리조트에서 주무실 겁니까?”

“아뇨. 서울 가야죠. 왜요? 저에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으음. 그게....”

“혹시 저에게 복수에 대한 브리핑이라도 하시게요?”

나는 김훈 대표를 영입하면서, 그의 원한을 같이 갚아주기로 약속했었다. 그리고 언제든 그가 내게 복수할 자와, 그 대상에 대해 얘기를 들어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뇨. 그건 아직 생각 중입니다. 전 대표님께서 여기 계시면 한 잔 더 할까 해서....”

아니. 이 양반이 술 못 마셔 죽은 조상이 있나?

“술은 더 못 마셔요. 그랬다가 하늘에서 토하긴 싫거든요.”

“하늘이요?”

“네. 헬기 타고 서울 갈 거라서.”

“헉! 설마 남해 오실 때, 헬기 타고 오신 겁니까?”

“네.”

“허얼. 역시 재벌은 다르네요.”

“저 재벌 아닌데. 아버지가 재벌이지.”

“이거 왜 이러십니까? JYB엔터에 대표님 부동산만으로도, 재계 서열 30위 안에는 들고도 남으실 분이....”

나는 김훈 대표가 생각보다 나에 대해, 아니 내 자산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자 속으로 좀 놀랐다.

물론 거기다가 주식까지 더해지면, 나는 족히 재계 10위 안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굳이 삼명그룹 후계자 자리에도 별 관심이 없는 거고.

무엇보다 삼명그룹은 덩어리, 그러니까 규모가 너무 컸다.

그걸 물려받았다가는 내가 하고 싶은 건, 하나도 못해 보고 일만 하다가 죽을 거다.

그건 결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

“자아. 그럼 이만 찢어집시다.”

내가 먼저 김훈 대표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차로 가려는 데, 김훈 대표가 내 팔을 잡았다.

“왜요?”

“저도 좀 데려 가 주십시오.”

“네?”

“생각해 보니 서울에서 내일 아침에,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네요.”

“뭐 그래요.”

헬기 정원은 10명이고 나와 경호팀원들을 합쳐야 6명이다.

김훈 대표 한 명 더 태우고 간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김훈 대표와 같이 차를 탔고, 우리를 태운 차는 베네치아 리조트로 곧장 향했다.

* * *

차타고 이동 중, 또 헬기타고 이동 중에 김훈 대표와 나는, 속 깊은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신기한 게 둘 다 서로에 대해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거 같았다.

그렇다보니 둘 다 굳게 입을 다문 채,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간에, 삼명그룹 본사 건물 옥상 헬리포트에 안착한 헬기에서 내렸고, 그제야 서로에게 말을 했다.

“조심해서 들어가요.”

“대표님도요. 그리고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그렇게 나는 김훈 대표를 먼저 보내고 나서, 경호팀원들과 본사 건물을 빠져 나왔다.

그때 문대식이 본사 건물 밖에서, 다른 경호팀원들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종에 근무 교대를 해 주려고 여기에 온 것이다.

“지금부터는 내가 모실 테니, 송 부 팀장과 팀원들은 다들 퇴근해요.”

문대식은 그렇게 어제부터 나를 수행하느라 고생한 경호팀원들을 보내고 나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호텔 가실 거죠?”

지금 내가 갈 곳이 호텔 밖에 더 있겠나? 내가 무언으로 고개만 끄덕이자, 문대식이 쪼르르 대기 중인 차로 가서 뒷문을 열었다.

나보고 타란 것이다. 내가 타자 차는 출발했고, 인근에서 가장 가까운 특급 호텔로 직행했다.

“휴우....”

이번 주말은 정말 정신없이 보냈다. 특히 외조부인 서재국 전 대통령의 죽음은, 나도 많이 놀랐다. 하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탓인지, 문상 갔다 온 걸로 애도는 충분히 한 거 같았다.

엘베도 신경이 쓰였는데, 제주도에 맡기고 오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서울CC에서 차은석 부문장의 문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정재욱이라는 그 서울경찰청의 수사과장은 박대순 서울경찰청장이, 정식으로 경찰청장 자리에 앉는 날, 내가 전화해서 축하의 인사와 함께 그에게 부탁해서, 서울 밖으로 쫓아 내 버릴 생각이었다.

이미 서울CC에서 박대순 청장에게 찍힌 정재욱이다. 박 청장이 내 부탁을 들어 주지 않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본다.

그래도 정재욱이 정신 못 차리고 차은석 부문장을 노린다면, 그때는....

“....실종 되는 거지.”

“네?”

평소에는 내가 혼잣말을 해도 묵묵히 내 옆에 앉아만 있었던 문대식.

그런데 뭔 잘못한 게 있는지, 오늘은 예민하게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장난 좀 칠 겸 그에게 따지듯 물었다.

“그래서 어제는 잘 쉬었어?”

“네. 뭐....”

송 부 팀장에게 나를 떠넘기고 어제 뭘 했는지 좀 궁금해서 물었는데, 역시나 문대식은 내 질문에 침묵했다.

“답답하네. 그냥 말씀 드리지. 아버지. 요양병원 다녀왔다고 말이야.”

그때 운전석의 경호팀원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소리를 내가 들었다.

보통 사람의 귀에는 절대 들리지 않을 소리였다. 당연히 운전석의 경호팀원도 내가 그 소리를 들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테고.

‘아버지라....’

문대식은 홀어머니 밑에서 컸고, 그래서 문대식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

그가 미국에서 개 같은 성격의 백준열과, 몇 년을 버틴 것도 알고 보면 어머니 병원비 때문이었고.

하지만 그 모친은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가시는 길 잘 모시라고, 백준열이 특별히 휴가까지 준 거고. 그랬는데 갑자기 아버지라니?

아무래도 최근 문대식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봐야 할 거 같았다.

순간 좀 전 헤어진 김훈 대표가 생각이 났다. 하지만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쓰는 거나 다름없었다. 이런 건 흥신소를 낀 조폭 조직을 이용하면 됐다.

‘그러고 보니 연락 안 한지 며칠 됐네.’

나는 호텔에 들어가면 양태석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태천파’가 공중분해 되고 나서, 양태석과 그 수하들이 뭘 하고 있나 궁금하기도 했고.

* * *

리츠칼튼 호텔!

뭐 두 말 할 거 없는 세계적인 호텔 체인 브랜드다. 그리고 ‘고객은 왕이다.’ 즉 고객 우선주의를 가장 잘 표명한 말이다.

리츠칼튼과 고객은 왕이다가 무슨 연관이 있기래, 내가 그 둘을 거론 하는가 의아할 것이다.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은, ‘리츠 칼튼’의 창업자인 세자르 리츠였다.

그는 1898년 호텔 리츠 파리를 개업하면서, 본격적으로 호텔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이때 리츠가 남긴 말인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을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것.

이는 특히나 서비스 업종에서 경영의 철학으로 삼을 만큼, 비즈니스의 정석과도 같은 말이 되었다. 하지만 리츠가 한 말의 의도는, 조금 우리가 알고 있는 부분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다.

그러니까 과거 호텔을 방문하는 고객은, 실제 ‘왕’(KING)이었다.

그 당시에 일반인들이 이용하기에 호텔은 가격이 부담스러웠고, 왕과 귀족이 아니면 이용하기 어려운건 당연한 거였으니까.

한편 경영자였던 리츠는 평민이어도,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고 호텔을 이용하면, 왕 대접을 받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고.

즉, ‘왕처럼 돈을 쓰는 손님은 왕이다’라는 의미를 담아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한 것.

이후 ‘백화점의 왕’이라 불리는 존 워너메이커가 ‘고객은 왕이다, 고객은 항상 옳다’라며 리츠의 말을 인용했는데, 고객을 왕처럼 대접하고 보다 기분 좋게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들면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한 것.

하지만 이 말의 의미도 역시나 합당한 금액을 지불하는 소비자에게, 왕 대접을 해주겠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곳 리츠칼튼 호텔에서 왕이 되기 충분했다.

내가 1년에 이곳 호텔에 쓰는 돈만 수십억이었으니까. 당연히 이곳에서도 나는 VVIP고객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리츠칼튼 호텔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순수하게 이곳을 이용하는 고객으로써 VVIP가 되고도 남았다.

“그만 퇴근 해.”

“그럼 아침에 뵙겠습니다.”

문대식은 수월하게 나를 호텔에 떨어트려 주고 팀원들과 퇴근했다.

아! 참고로 내가 호텔에 묵을 때에 경호팀원들을 자꾸 퇴근 시키는 데, 그걸 두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줄 안다.

왜 TV나 영화에서 보면 VVIP가 호텔에 묵을 때, 경호원들이 방문과 복도를 지키고 있는 걸 봐서 일 텐데, 사실 그렇게 경호하는 게 맞다.

언제 누가 VVIP를 노릴지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VVIP가 묵는 스위트룸의 경우, 요즘은 CCTV가 쫙 깔려 있고, 호텔 보안 시스템이 워낙 잘 관리 되고 있었다.

해서 수상한 사람이 나타나면, 내게 즉시 알려 준다. 그리고 경찰에도 바로 신고하고. 그런 서비스가 없으면 요즘 특급 호텔에서는 VVIP를 유치할 수 없었다.

그걸 아는 내가 굳이 경호팀원들을 고생 시켜가며, 복도며 방문 앞에 세워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나의 인지도가 지금보다 더 높아지고, 또 나를 노리는 자들의 클래스도 높아진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여기도 더럽게 넓네.”

사실 백준열이 써 온 호텔들이라서 특급 호텔 VVIP룸을 이용하고 있지만, 내가 호텔에서 쓰는 건 딱 세 개뿐이다. 소파와 샤워기, 그리고 침대.

“냉장고도 쓰긴 하네.”

샤워 후 냉장고 안에서 꺼낸 캔 맥주 하나를 따서 마시며, 전망 좋은 창가에서 서서 이런 식으로도, 돈 낭비 하는 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가 백준열이니까, 이 정도 소비는 해 줘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부자가 돈을 펑펑 써야지, 그 지갑을 닫으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리 없잖은가?

요즘은 자려면 새벽이었다. 뭐 젊으니 하루에 3-4시간 자도 다음 날 별 지장은 없었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도 규칙적인 생활이 확실히 필요했다.

괜히 그런 말이 있는 게 아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사람을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는 거란 말말이다.

“젊을 때부터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을 챙긴 사람이....더 젊고 활력 넘치게 오래 살았지.”

그래야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더 많이 할 수 있을 테고 말이다. 어떻게 얻은 이 기회를 건강 잃고서, 싹 한 번에 날려 버릴 수야 있나.

나는 내일 부터라도 하루에 7시간은 꼭 자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디로링!

그때 내 핸드폰에서 문자메시지 착신 음이 울려왔다.

뭔지 확인하니 나의 투자 회사 블랙 머니의 박 비서가 보낸 메시지였다.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 추진호 대표와 추명진 상무의 지분 현황입니다. 그리고 말씀 하신 다섯 곳의 주가가 주말 동안 빠르게 폭락하고 있습니다.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이 최저점이 될 듯합니다. 그래서 풋 옵션 행사 시점을 그때로 할까 하는데, 대표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앞서 내가 말한 미래기업, 제일 푸드, 동화신문, 아리랑 호텔, 동북제약에 걸어 둔 풋 옵션을 행사 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박 비서에게는 그들 주가가 많이 폭락한 거 같지만 아니었다. 물론 이번 주 중에 그 주가는 한 두 차례 반등을 하게 된다.

따라서 주초에 파는 게 맞는 거처럼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다음 주 초에 그들 주가는 지금보다 10-20%가 더 떨어진다.

그때가 바로 진정한 풋 옵션 행사할 때인 것이고.

나는 박 비서에게 그들 주식의 풋 옵션 행사 시점을, 다음 주 화요일로 못 박는 문자 메시지를 답장으로 보낸 뒤, 진짜 자러 침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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