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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66화 (26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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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네. 네. 하하하하. 아닙니다. 청와대에서 연락까지 받으셨다니. 축하드립니다. 청장님. 네. 아아.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저 지금 제주도에 와 있는데. 네. 저어....근데 여기서 문제가 좀 생겼는데 경찰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네. 네? 아아....그분은 좀....저랑은 잘 안 맞는 분 같더군요. 너무 무능력해서....네. 다른 분으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그분 전화 기다리도록 하죠. 하하하하. 아닙니다. 네. 취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네.”

박대순 서울경찰청장과 통화를 끝낸 백준열은 허탈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제주경찰청 경찰차장의 눈길을 쓱 피해 버렸다.

차기 경찰청장에게 무능하다는 말을 해 버렸으니, 저 경찰차장의 앞길을 백준열이 제대로 끊어 놓은 것이다. 그때 송 부 팀장이 백준열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여기 더 계실 생각이십니까?”

송 부 팀장은 별장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게, 영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하긴 지금 백준열의 경호 인원이라고 해 봐야, 5명밖에 되지 않으니 경호 책임자로서 지금 상황이, 그에게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그때 백준열이 말했다.

“전화 걸려 올 때가 있어서....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호텔로 가도록 해요.”

“네.”

그렇게 20여분쯤 기다렸을까? 과연 백준열의 핸드폰이 울렸다.

백준열은 모르는 번호였지만 그 전화를 받았다.

* * *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수사팀을 이끌었던 최철호 경감은, 제주 경찰 중 5대 범죄 검거율 1위를 기록하며, 그 능력을 인정받아서 제주경찰청으로 승진 발령이 났다.

당연히 수사과장이나 형사과장으로 발령이 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가 배정 받은 곳은 바로 생활안전과.

“이, 이게 무슨....”

최철호는 그 즉시 인사발령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러자 경찰청 2인자인 경찰차장이 그를 불렀다. 그리고 그에게 한 말이 가관이었다.

“자네 너무 설쳤어. 그러니 생활 안전과에서 얌전히 일해. 그게 싫으면 사표 쓰고 나가던지.”

그러니까 최철호가 범인을 너무 많이 잡아서 문제란 소리였다.

경찰이 범인 안 잡으면 대체 뭘 하란 말인가? 최철호는 경찰청장에게 바로 면담을 요청했다. 그런데 그가 만난 경찰청장은 더 문제였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나는 이번에 서울에 경찰청장이 교체 되면 옷을 벗을 예정이네. 그때까지 조용히 좀 있어줬으면 좋겠어. 무슨 말인지 알지?”

근데 그 사실이 경찰차장 귀에 들어가고 말았다. 경찰차장을 패싱하고 경찰청장에게 꼰질렀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경찰차장에게 최철호 경정이 제대로 찍힌 것이다.

“뭐, 뭐라고?”

문제는 현 경찰차장이 다음 제주경찰청장 자리가 유력하단 사실이었다.

즉 경찰차장이 제주경찰청장이 되는 순간, 최철호의 운명도 사실상 끝이란 거다.

“하아....”

제주 본청에 발령이 났다고 다들 그를 축하해 줬건만, 정작 그는 본청에서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나게 생긴 것이다.

경찰차장이 청장이 되는 순간, 그는 우도 파출소장으로 발령 날 게 확실했으니까.

아니면 그 보다 더 한 섬 출장소로 보내지거나.

계급이 문제라면 아예 강등시켜서 보내 버릴 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경찰차장은 최철호를 끔찍이 싫어했다. 그렇다보니 최철호로서도 본청으로 출근하는 거 자체가 곤욕이었다.

“진짜 동부경찰서로 돌아가고 싶다.”

현장 체질인 그가, 본청 생활안전과 사무실 안에서 서류나 보고 앉아 있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런 가운데 그나마 그의 숨구멍을 틔워 주는 주말이 왔고, 최철호는 집에서 쉬는 대신 제주 동부경찰서를 찾았다.

“왜 또 오셨어요?”

동부경찰서 형사들이 최철호를 보고 다들 눈살을 찌푸렸다.

최철호가 있을 때 그들이 얼마나 고생했던가? 그가 본청으로 가고 나서, 그 다음날 동부경찰서의 수사팀과, 형사팀 형사들이 바로 모여서 회식을 했을 정도였다.

그전에는 회식할 시간도 없었다. 최철호의 닦달에 범인들 잡으러 가거나, 잠복해 있느라고 말이다.

“형사들이 여기 왜 이렇게 많아?”

경찰서 안에 형사들이 많이 들어 앉아 있다고, 오자마자 잔소리를 늘어놓는 최철호.

그런 그에게 그를 대신해서 수사팀을 맡고 있던 수사팀장이 말했다.

“본청 생활안전과장님. 현장 일은 현장에 맡겨두시고, 과장님은 본청 일이나 잘 하시죠?”

맞는 말이라 뭐라 말도 못하던 최철호. 하지만 그는 끝끝내 나가지 않고 버텼고, 수사기록 몇 가지를 볼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혀를 차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제주는 역시 중국인들이 문제야. 이대 로면 F-2 비자와 한국 영주권을 원하는 중국인이 계속 늘어 날 테고, 갖가지 문제들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제주의 투자이민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적어도 조폭까지 F-2 비자를 얻는 일이 없도록, 우리 경찰이 나서야만 해.”

최철호가 승진해도 제주 본청으로 발령 신청을 낸 것도 다, 본청에서 본격적으로 수사과를 이끌며 중국인들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본청의 경찰차장이 나서서, 그를 수사과나 형사과가 아닌 생활안전과로 보내 버리면서 일이 꼬여 버린 것이다.

그 한 번 꼬여 버린 실타래는, 지금은 더 꼬일 대로 꼬여서 도저히 풀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경찰이 나서야 하는데....”

그때 최철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모르는 번호. 하지만 경찰로서 최철호는 이 전화가 중요한 제보 전화 일 수 있다는 생각에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최철호 경정인가?

“네?”

=나 서울경찰청장 박대순이네. 내일 경찰청장으로 내정 될 것이고.

“네에?”

최철호도 현 서울경찰청장인 박대순을 잘 알았다.

왜냐하면 그를 찍은 제주경찰청의 경찰차장이, 매번 박 청장 얘기를 했기 때문에.

경찰대에 다닐 때부터 존경하던 선배였는데, 지금까지도 그를 잘 봐 주고 계신다고 말이다. 결정적으로 그분이 자신을 제주경찰청장으로 만들어 주기로 했다나?

하여튼 이곳 경찰차장의 든든한 뒷배인, 그 서울경찰청장이 내일 자신이 경찰청장이 될 거란 얘기를 최철호에게 버젓이 했다.

하지만 최철호에게는 저 하늘 위에, 까마득히 높은 자리에 계신 그분이 자기 경찰청장 된 걸 자랑이나 하려고 자신에게 전화 했을 리는 없단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최철호는 갑자기 자신에게 박 청장이 전화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을 박 청장이 바로 해소해 주었다.

=자네 지금 애월읍으로 가게. 거기 별장에 백준열 대표가 있을 거야. 가기 전에 먼저 전화하고. 내가 전화번호 문자 메시지로 보내 줄 테니까. 거기 가면 아마 백 대표가 부탁하는 게 있을 거야. 자네는 그 부탁을 들어주기만 하면 돼. 무슨 말인지 알겠나?

“네. 청장님.”

서울경찰청장으로서 지시를 내려도 들어줘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내일 경찰 수장이 될 분의 지시였다. 이건 무조건 들어줘야 했다.

* * *

어제 경찰 쪽 사람들과 축하주를 마시고, 좀 늦게 일어난 박대순은 아내가 끓여준 북엇국에 밥 한 숟가락을 말아서 먹었다. 그러자 속이 좀 덜 부대꼈다. 그래서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 복실이를 데리고 산책에 나섰다.

그렇게 두 시간 여의 제법 긴 산책을 끝내고, 집에 왔더니 아내가 난리였다.

“핸드폰 좀 가지고 나가라니까.”

“왜 그래?”

“청와대에서 벌써 세 번이나 전화 왔단 말이에요.”

“뭐?”

그때 집 전화가 울렸고, 그 전화를 받은 아내가 외쳤다.

“지금 막 오셨어요. 네. 잠시 만요. 여보. 빨리 전화 받아요.”

아내가 건네는 전화를 받은 박대순. 그런 그에게 청와대 인사수석실이라며, 웬 젊은 여자 목소리가 박대순 본인이 맞냐고 물어왔다.

“네. 맞습니다만.”

=잠깐만요.

그리곤 몇 초 뒤 이번에는 중후한 중년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박 청장님. 저는 인사 수석 박수호라고 합니다.

“아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인사수석님.”

=저를 아십니까?

“어제 비서실장님을 통해 들었습니다. 아주 청렴하시고 스위트한 분이시라고 말입니다.”

=하하하하. 실장님이 괜한 소릴 하셨네요. 제가 이렇게 전화 드린 건, 박 청장님께서 차기 경찰청장에 내정되었음을 알려드리기 위해섭니다. 축하드립니다.

“아네. 감사합니다.”

=내일 인사 발표가 있을 겁니다. 뭐 청문회를 거쳐야겠지만, 삼명그룹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으니 문제 될 거 없고.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사실상 박대순이 경찰청장이 되었다는 통보나 마찬가지였다. 그 전화를 받고 나니 박대순은 자신이 이제 진짜 경찰청장이 되었다는 걸 실감했다.

더불어 그를 경찰청장이 되게끔 만들어 준 거나 마찬가지인, 삼명그룹의 막내아들 백준열에 대한 고마움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박대순에게 오후 늦게 백준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박대순은 자신이 청와대에서 연락 받은 걸, 백준열에게 그대로 얘기했다.

그리고 고마워하며 같이 저녁을 먹으며, 술 한 잔 하자고 했다.

청문회일을 확실하게 매듭짓기 위해서 말이다. 백준열이 나서줘선지 삼명그룹이 그의 편을 들어 줄 거처럼 보이기는 한데, 이게 또 어떻게 틀어질지 모르니, 백준열의 마음을 확실히 붙잡아 둘 필요가 있었던 것.

그런데 백준열이 지금 제주도에 있다 지 뭔가? 그리고 경찰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침 제주도에는 박대순이 잘 봐 둔 후배가 한 명 있었다.

지금은 제주경찰청의 2인자인 경찰차장이고 말이다.

안 그래도 이번에 박대순이 경찰청장이 되면, 제주경찰청장 자리에 그 후배를 앉힐 생각이었다.

그 후배는 무려 10년 넘게 그와 그의 가족들을 챙겼다. 명절이며 아이들 입학, 졸업식 마다 선물을 보내왔고 말이다. 그리고 박대순이 서울경찰청장이 됐을 때는, 제주도에서 축하해주로 서울로 오기까지 했었고.

그렇게 자신을 충심으로 따르는 후배를 어찌 모른 척 할까. 그래서 그 후배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다.

백준열 대표에게 소개 시켜줘서 말이다. 그랬는데 그 후배를 거론하자마자, 백 대표가 질겁했다. 그러면서 한 말이....

‘....무능하다니? 이게 무슨....’

자기 능력으로 제주경찰청의 2인자인 경찰차장까지 된 후배다. 그러니 그 후배가 무능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박대순.

해서 박대순은 자기가 직접 알아보고, 제주도 경찰들 중 가장 유능한 인재를, 백준열 대표에게 연결 시켜 주겠다고 하고는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경찰청의 인사담당관을 맡고 있는 경찰대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었다.

제주경찰청의 경찰차장이 어떤 인물이냐고?

그랬더니 그 후배에게서 썩 좋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백준열 대표의 말이 맞는 거 같았다. 그래서 물었다.

현재 제주도 경찰들 중에서 누가 제일 유능하냐고?

그랬더니 그 인사담당관인 후배가, 두 사람을 추천했다.

한 명은 추진력이 강한 현장 통이고, 다른 한 명은 경찰대 다닐 때, 사법고시를 패스 한 엘리트라나?

박대순은 생각하고 자실 것도 없이, 현장 통 경찰을 선택했다. 엘리트들이야 경찰보다 삼명그룹에 더 많았다.

백준열이 그런 똑똑한 놈이 없어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을 리 없었다.

해서 박대순은 그 현장 통 경찰의 인사카드를 팩스로 받아 본 뒤, 먼저 그 경찰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그 경찰에게 설명했고, 그 경찰은 박대순의 지시를 따르기로 했다.

하긴 내일 경찰청장이 될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찰은 대한민국에 없겠지만.

“휴우. 이걸로 백 대표의 요청은 들어 준 셈인가?”

그 현장 통인 경찰이 잘 해줘야 할 텐데. 걱정이 좀 되기는 했지만 박대순은 자기가 백준열 대표에게 한 말을 지켰기 때문에, 딱히 부담까지는 느끼지 않았다.

단지 백준열 대표가 그 현장 통 경찰에게 뭘 부탁할지가 좀 궁금하긴 했다.

그것도 며칠 뒤에, 박대순이 그 현장 통 경찰에게 슬쩍 물어 보면 알 게 될 일이었다.

“여보. 가요.”

“어어. 그래.”

그가 경찰청장이 된 것을 미리 축하하기 위한 가족 모임이 오늘 밤에 있었다.

막상 청장이 되고 나면 축하 인사차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바쁠 터.

해서 가족끼리 축하 할 시간은 이런 식으로 미리 가지는 게 좋았다.

박대순은 아내와 같이 차를 타고, 그를 기다리고 있을 다른 가족들이 있는 약속 장소로 향했다.

* * *

자신을 제주경찰청 생활안전과 과장인 최철호 경정이라고 소개한 사람과, 나는 5분여에 걸쳐서 얘기를 나눴다.

그 5분 동안 나는 최철호란 경찰이 제대로 된 경찰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중국인 얘기가 나오자, 할 말이 많은지 열변을 토하는 그가 나로서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박대순 청장이 제대로 된 경찰을 내게 소개해 준 것이다.

“....라고 하시니 여기 도착하면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누도록 하죠.”

=네. 10분 뒤에 뵙겠습니다.“

최철호 경정은 지금 애월읍으로 오고 있었다. 그가 오면 나는 그에게 제주도의 중국인 조폭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의뢰할 생각이었다.

일단 중국 조폭 조직을 시작으로 파보다 보면, 중국 정부가 개입한 사실은 금방 드러날 것이고, 그런 식으로 경찰에서 들쑤시다보면, 한국 정부도 더는 중국 눈치 보느라 미뤘던, 조치를 어떤 식으로든 취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쳇! 내가 이런 거 까지 챙겨야 하나?’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기도 바쁜데 말이다.

뭐 그래도 이왕 회귀한 거 제주도가 장깨들 좋을 일만 시켜 주는 꼴을 또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제주도 부동산은 지금도 오름세지만 조만간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그러던 것이 6년 뒤 사드(적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목적으로 제작된 공중방어시스템)로 인해, 중국에 한한령이 발효 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고.

중국 관광객이 아예 오지 않고 추가적으로 중국 자본 투입이 제한 되다보니, 제주도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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