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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
어르신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대문 쪽으로 다가갔다.
나는 그걸 가만히 지켜만 봤다. 현재 송 부 팀장과 경호팀원들이 별장 안에 있었다.
그래서 내 안전만큼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이전 삶의 기억을 통해 현재 제주도의 상황을 가만히 따져보니, 이 정도 경호 인력으로 내 안전을 확신할 수 없었다.
당장 대문 밖에 짱깨들도 그 수가 10명이 넘었다.
견신시스템의 개 특성 중 *소리가 잘 들립니다.*를 통해 대문 밖을 살피니, 대문 앞에 짱깨들 3명 말고도 더 많은 짱깨들이, 2대의 승합차에 나눠 탄 체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요?”
어르신이 대문 가까이서 묻자 대문 밖에서 말했다.
“남일목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문 좀 여시죠?”
“누구?”
“솔 약국집 아들이요.”
“아아. 남씨 아들?”
아는 사람 이름이 거론 되자, 어르신은 대뜸 대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잠깐만요. 문 열지 마세요.”
내 말에 움찔하며 어르신이 나를 돌아봤다. 그런 어르신에게 내가 바로 말했다.
“남씨 아들이 10명도 넘지는 않을 거잖아요?”
내 말대로 어느 새 승합차에서 내린 짱깨들이 우르르 대문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아마도 대문이 생각보다 쉽게 열릴 거 같자, 대문에 있던 짱깨 중 하나가 승합차 쪽으로 수신호라도 보낸 모양이었다. 빨리 튀어 오라고 말이다.
“너희들 누구야?”
하지만 나로 인해서 어르신이 놈들을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저들 의도대로 대문이 열리지 않자, 대문 밖 짱깨들이 시끄러워졌다. 그러다 결국 나온 결론이 대문을 부수는 거였다.
쾅! 쾅! 쾅! 쾅!
애초 대문을 부술 생각으로 해머를 들고 온 놈들이, 그걸로 대문을 두들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 사이 송 부 팀장은 이미 경찰에 연락을 끝내 놓고, 대문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송 부 팀장을 따라 4명의 경호팀원들도 그쪽으로 움직였고. 그때 내가 말했다.
“저들은 연장을 들고 있는데 우리는 맨손으로 싸우겠다고?”
그렇게 말한 내가 턱짓 한, 마당 담벼락 아래에는 쇠파이프가 몇 개 널려 있었다.
어르신이 저걸 저기 둔 이유야 알 수 없지만, 지금 상황에서 저 쇠파이프는 송 부 팀장과 4명의 경호팀원들이 쓰기 딱 좋은 무기였다.
“어르신?”
송 부 팀장에 경호팀원들, 거기다 나 까지 쇠파이프를 하나 씩 챙겨 들었을 때 어르신까지 쇠파이프를 하나 주워 드는 걸 보고 내가 눈살을 찌푸리자 그 어르신이 말했다.
“나도 아직 쓸 만 혀.”
그 말 후 쇠 파이프를 휘둘러 보이는 어르신.
부웅!
그런데 그 힘이 제법 강했다.
쾅! 쾅! 우지직! 쿠쾅!
그 사이 짱깨들의 해머 질을 결국 견디지 못한 대문이 너덜너덜해진 채 마당 안쪽으로 넘어졌다.
그리고 밖에 짱깨들이 우르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런 그들 앞에 웬 체구 좋은 검은 정장남 다섯이 쇠파이프를 들고 버티고 서 있자, 그들도 움찔하며 더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일단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 * *
중국 폭력조직 ‘흑사회(黑社會)’ 조직원 위여청은 버젓이 대한민국 F-2 비자를 갖고 있었다.
F-2비자는 한국 내 어디서나 자유롭게 머물 수 있고, 직장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비자다.
한국에서는 일하기를 원하는 외국 인재들이 충분히 자격을 갖췄다고 인정될 때 내주는 게 보통이었다.
그렇다면 중국 조폭조직원인 위여청이 어떻게 외국 인재 등에게 주는 비자를 얻을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제주도의 ‘투자이민제도’를 통해서였다. 외국인이 제주도 부동산에 5억 원 이상을 투자하면 F-2 비자를 주고, 그 뒤 5년간 부동산을 갖고 있으면 영주권까지 주는 제도가 바로 투자이민 제도였던 것.
위여청은 지난해 이 비자를 얻어서는, 지금은 1년 가까이 흑사회 간부 이자명의 한국 내 도피생활을 뒷바라지하고 있었다.
제주도에 집을 마련해서는 이자명을 숨겨 주고 있었던 것. 그렇다보니 이자명의 수하들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된 위여청의 위세가 장난 아니게 커졌다.
그런 위여청을 음으로 양으로 도운 한국인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위여청과 인척이 되는 화교 출신 위일청이었다.
그는 제주도에서 제법 큰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욕심이 대단했다.
위일청은 위여청과 손을 잡고, 제주 애월에 제주 최대 규모의 호텔을 지으려 들었다.
제주도의 땅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상태에서, 호텔을 지어서 팔면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거로 본 것이다.
그렇게 번 돈으로 위일청은 위여청과 같이, 제주도에 더 많은 땅을 사서 떵떵거리며 사는 게 목표였다.
이를 위해 중국 폭력조직 ‘흑사회(黑社會)’로부터 자금을 끌어다 쓰는 간 큰 짓을 저지르고 있었고.
두 사람은 돈과 폭력을 내 세워서 호텔 부지를 빠르게 사들였다. 그런데 암초가 나타났다.
부지 중 노른자위라고 볼 수 있는 곳에 있는 별장 주인이 100억을 준다고 해도 별장을 안 판다는 게 아닌가?
들리는 소문에 별장 주인이 서울에서 대단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위일청과 위여청도 그곳을 함부로 침범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 서울에서 누가 내려 왔다는 게 아닌가? 그게 누구든 별장 주인과 연관만 있으면 됐다. 그 자를 통해 어떡하든 별장 주인을 만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해서 그 소식을 듣자마자 위여청은 중국 조폭들을 보냈다.
그 서울에서 내려 온 손님을 자기 앞에 정중히 모시고 오라고 말이다. 물론 오지 않으려면 강제로라도 데려오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결과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고 있었다. 바로 중국 조폭들과 백준열 일행간의 대치 국면 말이다.
* * *
짱깨들이 별장 대문을 기어코 박살 내 놓자 어르신이 분노했다.
“너희들 누구여?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하지만 짱깨들은 어르신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 화교 출신으로 보이는 짱깨 하나가 나서 말했다.
“서울에서 오신 분들 맞습니까?”
“그런데?”
그 말에 내가 대꾸하자, 그 짱깨가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여기 별장 주인과 무슨 사이인지 알 수 있을까요?”
“주인 아들.”
나는 짱깨가 물음에 사실대로 대답을 했다. 어째든 지금은 시간을 끌어야 했다.
싸움이란 건 해 봐야 알겠지만, 지금은 우리가 수적으로 불리한 건 사실이니까.
가급적 물리적 충돌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면 좋고. 그런데 그게 어려울 듯 했다.
“저희랑 같이 가 주셔야겠습니다.”
“왜?”
“당신을 뵙고 싶어 하는 분이 계셔서요.”
“싫다면?”
“모시겠습니다.”
저들은 나를 어디로 데려 가고 싶어 하고 나는 가기 싫고. 그럼 남은 건 하나 뿐이었다. 짱깨들이 먼저 움직였다. 그걸 보고 송 부 팀장이 외쳤다.
“담벼락 쪽으로 물러난다.”
그러니까 포위당하더라도 사방에서 포위당하진 않겠다는 의도였다.
적절한 대응이었고 우리는 마당 옆으로 움직여, 등 뒤로 담벼락을 두고 짱깨들을 맞았다.
그러자 짱깨들이 또 뭐라 시끄럽게 떠들어 대더니, 결국 우리를 향해 들고 있던 연장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송 부 팀장과 경호팀원들은 내가 잘 싸운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를 챙기기보다 저들을 한 명이라도 더 처리하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한 사람 당 세 놈이다. 그럼 끝나는 싸움이니까 집중들 하자.”
송 부 팀장의 그 말에 경호팀원들의 입 꼬리가 다들 올라갔다.
비록 짱깨들이 연장을 들고 있다지만, 경호팀원들도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이 경호해야 할 대상 또한 그들 보다 강했으니 크게 신경 쓸 거 없었고. 결코 불리한 싸움은 아니었다.
깡! 깡! 퍽! 퍼퍽!
“크아아악!”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 되자 연장끼리 부딪치는 소리와 그 연장에 사람이 맞는 소리, 거기에서 파생 된 비명소리가 연쇄적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명소리는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울리고 있었다.
막상 싸움이 시작 되자 짱깨들 절반이 맥없이 우르르 쓰러졌다.
송 부 팀장과 경호팀원들은 전부 유단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쇠파이프까지 주어졌으니 짱깨들 아작 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못 도망치게 다리를 부러트려 놔.”
송 부 팀장의 그 말에 경호팀원들이 쓰러진 짱깨들 한쪽 다리를 쇠파이프로 내려쳤다.
콰직!
“으아아악!”
그걸 보고 기겁한 짱깨들. 하지만 놈들도 보통내기들은 아니었다.
그 중에는 사람을 죽여 본 놈들도 섞여 있었고. 그걸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그야 지금 나는 견신 시스템의 「개눈깔」아이템을 사용 중이었으니까.
짱깨들은 다들 어두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근데 그 중에 유독 검붉은 빛을 강하게 뿜어대는 자들이 있었다. 그런 자들이 바로 사람을 죽여 본 자들이었다.
“죽어!”
그 중 하나가 기회를 엿보다가 숨기고 있던 칼을 빼들고 경호팀원 중 한 명에게 달려들었다.
“엇!”
방심하고 있었던 경호팀원. 그만 옆구리를 훤히 그 짱깨에게 내 주고 말았다.
파파팟!
하지만 그 짱깨가 경호팀원의 옆구리에 칼침을 놓는 것 보다, 내가 그 짱깨에게 달려든 것이 더 빨랐다.
쩡!
그리고 내가 휘두른 쇠파이프가 그 짱깨의 칼을 후려쳤다.
“아악!”
비명과 함께 칼을 떨어트린 그 짱깨가, 자신의 손목을 다른 손으로 부여잡고 고통스러워 할 때였다. 놈에게 당할 뻔 했던 경호팀원이 사정없이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퍽!
그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은 그 짱깨가 픽 쓰러졌고, 그걸 지켜보던 경호팀원이 날 보고 고개를 숙였다.
그 뒤로도 나는 주로 살인을 해 본 짱깨들을 주시하다가, 놈들이 움직이면 따라 움직이면서 경호팀원과 함께 짱깨들을 처리해 나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15명의 짱깨들이 다들 별장 마당에 널브러져 있었다.
“으으으으....”
그들의 공통점은 다들 고통스러워하면서 한 쪽 다리를 부여잡고 있다는 것.
송 부 팀장이 짱깨들이 못 도망치게 녀석들의 한쪽 다리를 다 아작 내 놨기 때문이었다.
그때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신고한 게 언젠데 이제야 나타나다니....
그것도 순찰차 한 대 달랑 왔다. 그 순찰차 안에는 경찰 두 명이 타고 있었고.
“헉!”
“이, 이게 다 뭐야?”
그 두 경찰은 마당에 쓰러져 있는 짱깨들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 그들에게 송 부 팀장이 다가갔고 그들 사이에 무슨 말이 오고갔다. 그리고 10여분 뒤, 제주경찰청의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경찰차장이 경찰특공대를 이끌고 별장에 나타났다.
* * *
쓸데도 없는 경찰특공대를 데려 온 경찰차장은 어이없게도, 그들과 같이 쓰러져 있는 짱깨들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누가 보면 경찰차장의 지휘 하에 제주경찰청의 경찰특공대가 짱깨들을 일망타진 한 거 같아 보였다.
그 때문에 짱깨들은 병원에 실려 가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어야 했다.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님 아드님 되신다고요?”
그래도 제주경찰청 2인자랍시고 목이 뻣뻣하신 경찰차장님.
그의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짧게 대답했다.
막말로 경찰이 한 게 뭐가 있다고. 신고했는데, 20분이 넘어서 온 게 달랑 순찰차 한 대에 경찰 두 명. 그 두 명이 행여나 나를 지켜줬겠다. 그래 놓고 뻔뻔하게 자기 조직 공치사를 늘어놓는 경찰차장.
“무사하셔도 다행입니다. 이게 다 저희 제주 경찰의 신속한....”
나는 그런 그에게서 홱 몸을 돌려서 송 부 팀장을 불렀다.
“아니. 저기....”
그런 내 행동에 불쾌한 빛이 역력한 경찰차장. 하긴 누가 지금껏 그 앞에서 나처럼 이렇게 대 놓고 생 까는 행동을 했겠나? 특히나 새파랗게 젊은 놈이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예외란 게 있었다.
제주경찰청의 2인자인 경찰차장 앞에서도, 막 나가도 되는 젊은 놈 중 하나가 바로 나고.
“내가 알기로 내일 청와대에서 박대순 서울경찰청장을 경찰청장에 내정한다고 발표 할 모양이던데. 제주경찰청장에게 그 얘기 안 했나 봐? 내가 어제 청와대 사람들과 박대순 서울경찰청장과 같이 서울CC에서 골프 친 거 말이야.”
나는 그 말을 송 부 팀장에게 했지만, 정작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사색이 된 건, 제주경찰청의 2인자인 경찰차장이었다.
* * *
사실 제주경찰청 경찰차장은 박대순 서울경찰청장 쪽 사람이었다.
해서 이번에 박대순 서울경찰청장이 경찰청장이 되면, 사바사바해서 자신이 제주경찰청장이 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랬는데 눈앞에 새파랗게 젊은 놈이, 글쎄 어제 박대순 청장과 골프를 쳤다는 게 아닌가?
그 말은 삼명그룹 백 회장의 아들이 박대순 청장과 친한 사이라는 소리고, 그가 뭐라고 한다면, 자신이 제주경찰청장이 되는 데 재를 뿌릴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저, 저....무슨 기분 나쁘신 일이라도 있으신 거 같은데 제게 다 말씀하십시오. 제가 다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저 젊은 놈한테 굽히고 들어갈 때였다. 눈치 하나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 온 경찰차장. 그는 더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서라면 눈앞의 젊은 놈이 아니라 더 어린 놈 앞에서도 굽실거릴 수 있었다.
“말하긴 뭘 말하고, 정리하긴 뭘 정리해요. 당신 때문에 기분 나쁜데?”
“네?”
하지만 상대할 가치가 있는 놈이 있고 그럴 필요가 없는 놈이 있었다. 문제는 그의 눈앞의 젊은 놈은 후자란 거다.
“말 나온 김에 정리하세요.”
“정, 정리요?”
“그 자리 내려오라고요. 당신 같은 사람이 경찰차장이라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백준열의 말에 경찰차장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경찰로 이보다 더 모욕적인 언사가 있을까?
경찰차장이 수치심에 얼굴까지 시뻘개졌을 때였다. 백준열이 핸드폰을 꺼내더니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박대순 청장님?”
백준열이 경찰차장 보는 앞에서, 아주 대놓고 그를 확인 사살까지 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