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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흥신소와는 달리 서울 조폭들은 상대하기 껄끄러웠다.
특히 전화상으로는 말이다. 그래서 날이 밝고 나면 직접 찾아가서 얘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 사이 그 백인 놈이 어디로 튈지 몰랐다.
해서 기본적으로 서울 조폭들의 도움을 받아, 역이며 버스 터미널, 공항 정도에 사람을 풀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근데 요즘 서울 조폭 세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서, 최대 조직인 태천파가 공중분해 되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태천파를 대신할 조직이 바로 그 자리를 꿰찼지만. 문제는 그 새로 서울 조폭 계에 자리 잡은 조직에, 프랭크가 아직 선을 대지 못했단 점이었다.
급할 거 없다고 생각하고 나름 사태추이를 냉정하게 지켜보려다, 일이 꼬여 버린 것이다.
“그쪽 빼고 연락 할 수밖에....”
프랭크는 서울 조폭 조직 중에 그래도 자신과 가장 사이가 좋은 조직 쪽에, 제일 먼저 전화를 걸기로 하고 막 피우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있을 때였다.
벌컥!
노크도 없이 자기 부하 녀석이 그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보스. 아무래도 그 놈이 여기 나타난 거 같습니다.”
“그놈이라니?”
“왜 루카스를 고자로 만든 그 양키 놈 말입니다.”
“뭐라고?”
부하의 말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프랭크. 그가 그 부하에게 다가가며 빠르게 물었다.
“그 양키 새끼 인거 확실해?”
“네. 좀 전에 밑에 애들이 봤답니다. 근데 권총을 가지고 와서, 거리 애들 셋을 쏴 죽였다는데요?”
“뭐?”
보통 사람은 총을 막 쏘진 못한다. 총기 소지가 합법인 미국에서도, 사람을 향해 총질하는 건 자기 목숨이 위태로울 때가 아니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개는 총으로 위협해서 내쫓지 말이다. 그런데 그 백인 놈은 총을 쐈고, 이미 세 명의 나이지리아인을 죽였다.
“전쟁이다. 다들 무장하고 그놈 잡는다.”
“네. 보스.”
그렇게 프랭크파의 조직원들이 보스인 프랭크의 지시에 총과 칼로 무장을 하는 동안, 그 원흉이라 볼 수 있는 존재, 세르게이는 이미 그들 아지트 턱 밑까지 와 있었다.
서걱!
“켁!”
아지트 입구를 지키던 흑인 하나의 목줄이 끊겼다.
“누구냐?”
휙! 푹!
“컥!”
세르게이는 자신이 칼로 목을 그어 죽인 흑인의 시신을 입구 옆 벽에 기대 앉혀 놓을 때, 아지트 안에서 나타난 또 다른 흑인을 보고 단검을 투척해서, 정확히 녀석의 가슴 한 복판에 단검을 꽂아주었다.
“생큐!”
그리고 고맙게도 그 흑인의 바지 뒤춤에서, 권총 한 자루가 나왔다.
손때 잔뜩 묻은 리볼버 권총이었는데, 탄창에 총알 8발이 꽉 차 있었다.
* * *
놈들의 아지트에 들어 선 세르게이는 바로 직감했다. 이곳에 비상이 걸렸다는 걸 말이다.
그 이유야 뻔했다. 바로 자신 때문에.
세르게이가 알면서도 놓아 준, 그 검은 개 3마리가 제 몫을 톡톡히 한 것이다.
프랭크는 자기 발로 여길 찾아 온, 세르게이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터.
세르게이에 의해 자신이 죽게 될 거란 생각은 아예 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게 바로 세르게이가 노리는 점이었다.
“이제 남은 건 빨리 죽이고 여길 뜨는 것 뿐.”
모텔 방에서 박혜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르게이는 성큼 나이지리아 마약조직의 아지트 안으로 발걸음을 내 디뎠다. 그리고 이내 흑인 놈 몇 놈과 조우했다.
탕! 탕! 탕! 탕!
네 발의 총성이 울리고, 네 놈의 흑인이 쓰러졌다.
파파파팟!
지금부터는 속도전이었다. 세르게이는 쓰러진 흑인들에게 달려갔고, 잽싸게 그들 몸을 뒤졌다. 그렇게 건진 권총이 2정. 그 권총을 바지 앞 춤과 뒤춤에 꽂고, 세르게이는 다시 나이지리아 마약조직 아지트 안으로 움직였다.
탕! 탕!
타타타타타탕! 탕! 탕! 탕!
잠시 후 아지트 안에서 총성이 계속 울리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자동소총의 총성까지 섞여 있었다.
“크아아악!”
하지만 총에 맞아 쓰러지는 건, 죄 흑인들이었다.
퍽!
그 중 자동소총을 난사하던 흑인의 이마에 구멍이 뚫렸다.
고개가 뒤로 휙 젖혀진 그 흑인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썩은 짚단 쓰러지듯 꼬꾸라졌다.
세르게이는 권총을 무슨 저격총 쏘듯 정확하게, 나이지리아 마약조직원들의 급소에 맞췄다. 처음에 이곳 나이지리아 마약 조직의 아지트에는, 20명도 넘는 조직원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수가 금방 절반으로 줄었고, 또 좀 전에 그 절반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그 살아남은 7명의 나이지리아 마약 조직원들 중에, 한 명이 바로 프랭크였다.
지금 프랭크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여기서 살아서 나가는 것 말이다. 불과 10분 전만해도, 프랭크는 여기에 제 발로 걸어 온 그 백인 놈을 비웃었다.
그리고 놈을 사로잡아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동생의 복수를 해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지금은 어떡하면 여기서 무사히 빠져 나갈까? 그 생각뿐이었다.
퍽!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세르게이가 쏜 총알이 프랭크 옆에 있던 그의 부하 이마를 또 꿰뚫었다.
“선 오브 비치(Son of bitch)! 대체 나 한데 왜 이러는 거야?”
저 백인 놈은 사실 프랭크와 아무 원한도 없는 놈이었다. 그런데 자기 동생을 고자로 만들고 십여 명도 넘는 자기 부하들을 죽이고 있었다.
프랭크는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남은 다섯 부하들에게 외쳤다.
“뭐해? 저 새끼 쏴 죽여!”
그렇게 명령해 놓고 프랭크는 부하들이 백인 놈을 향해 총질을 할 때, 슬그머니 그 자리를 떴다.
* * *
프랭크는 자기가 뒤에서 쏜 총에 세르게이가 맞아 죽을 뻔한 걸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세르게이가 왜 이렇게 미쳐 날 뛰는 지도, 당연히 알지 못했고.
팅!
“크윽!”
이렇게 악착같이 자신을 쫓아오는 이유도 도통 이해가 안 됐다.
돈이라면 원화든 달러든, 그의 방에 있으니 그거 챙겨서 가면 됐다.
하지만 저 백인 악귀 놈은 남은 자기 부하 다섯도 해치우고, 이제 하나 남은 그를 죽이기 위해 악착같이 프랭크 뒤를 쫓았다.
좀 전에도 프랭크는 머리에 총을 맞을 뻔 했다. 그가 슬쩍 고개를 돌렸기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구멍이 뚫린 건, 간판의 잔넬이 아니라 그의 머리였을 것.
백인 악귀는 총 쏘는 귀신이었다. 쐈다하면 부하들이 쓰러지더니, 자신을 쫓을 때도 그 귀신같은 총질로, 프랭크를 제대로 도망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프랭크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총알이 날아오니 프랭크는 도저히 도망을 칠 수가 없었다.
그 사이 놈은 조금씩 프랭크와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이러다간 놈과 곧 마주하게 될 터.
“좋아. 누가 죽고 살지 어디 두고 보자.”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지금 프랭크가 그 짝이었다. 그는 두 손에 쌍권총을 들고, 백인 악귀 놈이 있는 쪽으로 총질을 시작했다.
탕! 탕! 탕! 탕!
그러면서 되레 놈이 있는 쪽으로 프랭크가 움직였다. 그때였다.
탕!
맞은편에서 총소리가 났고 프랭크는 봤다.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길을 통해 백인 악귀 놈이 어디 있는지, 그 위치 파악을 확실히 한 것이다.
마침 놈이 있는 곳은 프랭크가 지금 있는 곳에서, 옆에 방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문을 여는 키를 프랭크가 지금 가지고 있었다.
프랭크는 조용히 그 열쇠로 그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까치발로 그 방을 가로 질러서 반대편 방문 쪽으로 다가갔다.
“후우....”
이제 이 방문을 열고 튀어나가면서, 아까처럼 백인 악귀 놈의 등에다가 총알을 박아 넣어 주면 끝이었다.
“아아....”
그제야 프랭크도 생각이 났다. 자신이 저 백인 놈 등에 총을 쏜 걸 말이다.
그리고 저 백인 놈이 왜 악귀처럼 자신을 못 죽여서 안달인지도 깨달았고.
그라도 자기를 쏴 죽이려 한 놈에게 이랬을 테니까.
지그시 입술을 깨문 프랭크는 조용히 방문을 연 다음, 홱 문을 열어젖히고 방밖으로 뛰쳐나가며 총을 쐈다.
탕! 탕! 탕! 탕!
하지만 저기 있어야 할 백인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놈이 놓고 간 권총만 한 자루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그 권총에 뭔 줄이 연결 되어 있었다.
툭!
그리고 좀 전에 움직일 때, 프랭크는 발에 뭔가 걸리는 느낌을 받았다.
“어?”
그때 프랭크는 자신의 앞가슴에 박혀 있는 칼날을 발견했다.
그러니까 백인 악귀 놈이 자신을 잡으려고, 이곳에 일종에 부비트랩을 만들어 둔 거다.
저 권총은 프랭크를 여기로 불러들이기 위한 미끼였고.
“Fuck!”
그 말이 프랭크가 살아생전 마지막 남긴 말이었다.
어디서 날아 왔는지 모를 칼날에 심장이 꿰뚫린 프랭크는, 즉사 한 상태에서 쓰러졌다.
* * *
프랭크는 나이지리아 마약 조직 아지트에서, 10명까지 무난히 조직원들을 사살했다.
한데....그 뒤부터 뭉쳐 있는 조직원들을 상대해야 했고, 그때 등장한 것이 러시아제 AK-12 돌격소총이었다.
타타타타타탕!
자동소총의 위력은 대단했지만, 놈들은 그걸 제대로 사용할 줄 몰랐다.
하긴 권총도 제대로 못 다루는데 무슨....
그런 자들을 상대하는 건, 세르게이에게 손쉬운 일이었다.
세르게이는 자신이 왜 최고의 킬러인지 증명하듯, 차례차례 나이지리아 마약조직원들을 제거해 나갔다.
그러다 세르게이의 최종 타깃이라고 보면 될, 프랭크를 봤다.
“저, 저 새끼가....”
한데 놈이 부하들을 미끼로 버리고 내 빼는 게 아닌가?
세르게이는 빠르게 남은 나이지리아 마약조직원들을 처리하고 브랭크를 쫓았다.
뛰어봐야 벼룩이라고 세르게이는 쫓으며, 프랭크가 이곳 아지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총질로 계속 그의 움직임을 막았다.
“응?”
하지만 세르게이와 프랭크의 차이점은 여기서도 드러났다.
세르게이는 프랭크를 쫓으면서도 사주경계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프랭크는 오로지 살기 위해서, 그를 죽이려는 세르게이에게만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세르게이는 발견한 한국 경찰특공대를, 프랭크는 보지 못했다.
“이럴 때는 일찍도 오는군.”
앞서 이태원 클럽에서 총기 사고가 있었을 때, 세르게이가 본 한국 경찰은 무능했다.
세르게이와 박혜수가 클럽 뒷문을 통해 빠져 나갈 때도, 사실 아무런 제지도 없었고.
세르게이가 보기에 당시 거기 온 경찰들은, 위험하다 싶은 데는 아예 가지 않으려 들었고, 클럽 관계자들과도 친해 보였다.
그걸 보고 세르게이는 생각했었다. 한국도 어쩔 수 없구나.
러시아나 동유럽 경찰들처럼 썩고 부패한 건 매한가지구나.
“으음....”
한데 여기에는 어째서 경찰이 경찰특공대까지 보내고 난린지 모르겠다.
세르게이는 경찰특공대가 좌우에서 침투해서 빠르게 한쪽은 시계방향으로, 다른 쪽은 반 시계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포착했다.
즉 지금 빠져 나가지 않으면, 한국 경찰특공대의 포위망에 완전히 갇히게 될 거란 걸 눈치 차린 것이다.
하지만 프랭크를 제거하지 않고 여길 뜨는 건, 그의 자존심이 용납 되지 않았다.
해서 세르게이는 급하게 프랭크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여서, 제거할 수 있게 간단한 부비트랩을 설치했다.
그 부비트랩의 핵심이 바로 세르게이가, 아까 운 좋게 획득한 그 러시아제 발리스틱 나이프였다.
세르게이가 파 놓은 함정에 세르게이가 걸려들면, 최종적으로 발리스틱 나이프의 칼날이 발사 되어 세르게이의 상체, 특히 가슴을 노리게 만들어 놨다.
그 뒤 세르게이는 미련 없이 나이지리아 마약조직의 아지트를 떠났고, 그의 예상대로 프랭크는 그가 파 놓은 함정에 걸려들었다.
털썩!
발리스틱 나이프의 칼날을 맞고 즉사한 프랭크가 바닥에 쓰러지고,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대한민국 경찰특공대가 그곳에 들이 닥쳤다.
피쉬이이이! 펑! 펑!
연막탄이 터지고 빠르게 안으로 침투해 들어 온 경찰 특공대.
하지만 그들이 찾은 건, 가슴에 칼 맞고 죽은 흑인 시체 한 구뿐이었다.
* * *
휘릭! 척!
세르게이는 나이지리아 마약조직의 아지트를 빠져 나와서, 옆 건물로 넘어갔다가 그 건물 옥상에서 다른 건물 옥상으로 넘어갔다.
그 뒤, 그 건물 1층으로 내려오자 나이지리아 마약조직 아지트를 에워 싼 경찰차량들과, 그 주위를 빼곡히 에워싼 경찰 기동대를 보고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만약 프랭크를 직접 자기 손으로 죽이겠다고 조금만 더 버텼다가는, 경찰특공대에 저들 경찰기동대까지 상대할 뻔하지 않았나?
문제는 그 과정에서 엄청난 희생이 뒤따랐을 것이고, 세르게이 자신도 살아남지 못했을 공산이 컸다.
그 만큼 현장에서 판단이 중요하다는 걸, 세르게이도 새삼 깨달았다.
세르게이는 무슨 연락을 받았는지, 경찰들이 포위망을 넓히는 걸 보고 재빨리 뒤돌아서 큰 길 쪽으로 나갔다.
마침 빈 택시 한 대가 보였고, 세르게이가 손을 흔들자 그걸 본 택시 기사가 차를 돌려서 그에게로 왔다. 세르게이는 그 택시에 타며, 택시 기사가 묻기도 전에 먼저 목적지를 말했다.
“이태원 XX클럽으로 갑시다.”
지도상으로 보면 여기서 박혜수가 잠들어 있는 모텔까지는 가까웠다.
하지만 둘러 가야 하는 길이 많아서, 택시를 타도 거기까지는 10분 넘게 걸렸다.
그래서 택시비도 기본요금보다 좀 더 나왔다. 당연히 새벽이니 할증 붙었고.
세르게이는 목적지에 도착하자, 택시비를 계산하고 바로 내렸다.
그리곤 박혜수가 기다리고 있는 모텔 안으로 들어갔다.
“드르렁....드르렁....”
모텔 방 안의 박혜수는 아주 코까지 골아가며 잘 자고 있었다.
“혜수. 일어나. 혜수?”
세르게이가 그런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으으음....”
그러자 박혜수가 먼저 실눈을 떠드니, 이내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세르게이?”
그리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세르게이를 보고, 그가 누군지 바로 알아봤다.
“어떻게 된 거야?”
“혜수. 잠들었다. 피곤. 놔둔다.”
세르게이의 어눌하고 어색한 한국말. 근데 그 말을 박혜수는 너무 쉽게 알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