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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59화 (25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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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원래 한국 영어가 회화에는 약해도 문법은 강하지 않은가? 근데 흑인 남자가 떠드는 영어 중에 문법이 맞지 않는 게, 맞는 거보다 많았다.

그때 백인 남자가 유창한 영어로 흑인 남자에게 말했다.

“Are you american? If that's true, Can you call me social security number?”

백인 남자는 박혜수도 알아들을 수 있게 천천히, 그리고 정확히 흑인 남자에게 물었다.

미국인 맞냐고. 맞다면 사회보장번호 불러 보라고 말이다.

“I am sorry. I go home.”

그러자 당황한 것이 역력해 보이는 흑인이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대뜸 집에 간다는 소릴 내뱉고는 휑하니 꽁무니를 내뺐다.

“미친....고마워요. 아아. Thank you!”

“뭘....한국말 알아....천천히 말하면.”

“정말요? 대단하시다. 혹시 원어민 강사세요?”

“노우! I am a bodyguard.”

“보디가드라면 경호원이요?”

“예스! 나 빅터라고 해.”

세르게이란 본명을 말하면 그가 러시아 인이란 걸 상대가 바로 눈치 챌 거라, 그는 흔한 영어 이름 하나를 들먹였다.

“전 박혜수요. 혜수 박!”

“혜수. 여기....시끄럽다....나 가자.”

세르게이는 좀 더 조용한 곳에서 박혜수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 말에 박혜수도 바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럴까요? 여긴 좀 그렇긴 해요.”

박혜수도 친구 따라 오긴 왔지만, 주위에 외국인 아니면 여자뿐인 이곳이 낯설고, 또 이질적으로 느껴져서 기분이 별로였다.

그래서 막 몸을 일으키려는데, 그녀의 여고 동창이자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 온 장본인이, 웬 흑인 놈 하나를 옆에 끼고 등장했다.

“어머. 혜수야. 너 벌써 하나 건진 거야?”

그러면서 세르게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박혜수의 친구 강지연.

근데 세르게이를 보고 나서 그녀 얼굴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세르게이는 그게 질투로 인한 것임을 한눈에 알아봤다.

러시아에서 살 때 세르게이가 여자들에게 괜히 인기가 있었던 게 아닌 게, 그는 여자들의 마음을 잘 이해했다.

그 말은 곧 그가 여자들의 심리를 잘 파악할 줄 알았다는 것이고, 그 능력은 지금도 유효했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박혜수의 친구인 강지연이 날 선 어조로 말했다.

“너 보기보다 능력 있다? 백인에 잘 생기기까지.”

하지만 박혜수도 보통은 아니었다.

“다 뿌린 대로 거두고, 콩 심은데 콩 나는 법이지. 지연아. 오늘 반가웠다. 우리 빅터가 여기 시끄럽다고 나가자고 해서. 나 먼저 간다. 가요. 빅터.”

박혜수가 먼저 몸을 일으키며 빅터를 재촉했고, 빅터가 막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Yankee! 어디 내빼려고?”

좀 전 집에 간다고 꽁무니 뺐던 그 사기꾼 흑인 녀석이, 다른 흑인 3명을 데리고 돌아 온 것.

“헉! 프랭크파다.”

그때 그들을 보고 강지연과 팔짱을 끼고 있던 흑인이 기겁해서, 슬그머니 그녀의 팔짱을 풀고는 냅다 튀었다.

“잭! 어디 가?”

놀란 강지연이 잭을 불렀지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클럽 출구로 곧장 사라져 버렸다.

* * *

세르게이가 박혜수 보고 여기 시끄럽다며 밖으로 나가자고 한 것은, 사기꾼 흑인의 낌새가 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무안을 당하고 내 뺄 때, 그 흑인이 보인 눈빛은 분명 두고 보자는 쪽이었다.

그런 류는 대개 뒤끝이 있어서, 되돌아와 해코지 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세르게이가 박혜수를 데리고 먼저 여길 뜨려고 했는데, 박혜수의 친구가 나타나면서 제지를 당했고, 그 사이 그 흑인이 조력자들을 데리고 여기 나타난 것이다.

그리곤 그를 보자마자 백인을 비하하는 양키라는 말로 시비부터 걸어왔다.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됐군.’

세르게이 혼자 있었다면, 그가 알아서 자릴 피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 세르게이에게는 여자가 한 명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여자는 오늘 밤 그의 공허함을 달래 줄 중요한 존재였다.

“Nigger! 아직 집에 안 갔어?”

니거는 깜둥이, 흑인에 대한 가장 경멸적인 말이었다.

목숨이 둘이 아닌 이상 흑인에게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말인데, 세르게이는 그걸 대 놓고 말했다.

그 말이 곧 클럽 안에 일파만파 퍼졌고, 클럽에 있던 흑인들이 전부 세르게이를 노려봤다.

하지만 세르게이는 끄덕도 않고, 오히려 그의 앞을 막아서고 있는 네 명의 흑인을 도발했다.

“덤벼. 검둥이들.”

그 도발이 제대로 먹힌 듯, 흑인 넷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질 때였다.

파팟!

먼저 움직인 것은 화난 흑인들이 아니라 세르게이였다.

세르게이는 바로 바닥을 박차고, 놈들에게 몸을 던졌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던 흑인이 그런 그의 반응에 놀라 움찔하며 몸을 움직이려 할 때, 체중을 가득 실은 세르게이의 발이 녀석의 가슴에 꽂혔다.

퍽!

그 흑인이 뒤로 밀리며 뒤에 있던 다른 흑인까지 같이 우당탕탕 구르며 넘어졌다.

세르게이는 곧장 쓰러진 흑인 중 한 명의 배를 밟고, 그 옆에 멍청이 서 있던 흑인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그 사이 넘어졌던 흑인 하나가 일어나고, 그 옆에 흑인이 냅다 세르게이를 향해 주먹을 휘둘러왔다.

스윽!

하지만 그 주먹에 맞아 줄 세르게이가 아니었다. 상체를 뒤로 살짝 젖히며 그 주먹을 피한 뒤, 그대로 녀석에게 몸을 던지며 이마로 녀석의 안면을 박아버렸다.

콰직!

녀석의 코뼈 아작 나는 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들은 세르게이. 그는 바로 옆차기를 시도했다.

퍽!

그러자 앞서도 그의 발차기에 맞아 나뒹굴었던 흑인이, 또 몸을 일으켰다가 세르게이의 발에 맞아 우당탕탕 나동그라졌다.

그리고 그 뒤에 흑인이 품속에서 뭘 꺼내려는 걸 본 세르게이.

그가 본능적으로 그쪽으로 다시 몸을 던졌고, 급한 대로 발로 녀석의 다리를 걷어찼다.

그러자 휘청거리며 중심이 무너진 흑인이, 황급히 자세를 고쳐 잡는 사이 녀석의 사타구니에 잽싸게 주먹을 끊어 치는 세르게이.

“컥!”

불알을 제대로 가격 당한 흑인은 거길 부여잡고 그 자리에 무릎 꿇었다.

그렇게 세르게이가 흑인 넷을 간단히 제압하고, 막 몸을 일으킬 때였다.

탕!

총소리가 일었고 세르게이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누군가 뒤에서 세르게이의 등에다 총을 쐈고, 그 총에 맞은 세르게이는 등을 몽둥이로 가격당한 듯한 충격과 함께 쓰러졌다.

“아아아악!”

“총! 총이다!”

그리고 이태원 클럽 안이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 * *

프랭크는 동생 루카스가 멍청한 한국여자 하나를 쉽사리 물어 올 거라고 봤다.

왜냐하면 영어만 좀 하고 친절하게 굴면 쉽사리 다리를 벌려 주는 게 한국여자들이었으니까. 그런데....

“브라더. 나 엿 먹었어.”

“뭐?”

루카스가 씩씩거리며 룸으로 돌아와서는, 프랭크가 마시려고 따라 놓은 양주를 물마시듯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곤 자신이 좀 전 겪은 일을 프랭크에게 얘기했다.

“그러니까 백인 놈 하나가, 네 여자를 뺏어갔단 거네?”

“내 여자?”

“그렇지. 네가 찍었으면 그게 네 여자지. 안 그래?”

“그, 그래. 내 여자 맞아.”

“그럼 되찾아와야지. 안드레이, 푸케, 살라. 니들이 나서 줘야겠다.”

프랭크가 같이 술을 마시고 있었던 자기 부하들인 세 명의 흑인들을 보고 말했다.

그러자 그 흑인들이 피식 웃더니 상의 안쪽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서, 실탄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고 나서 몸을 일으켰다.

그걸 보고 프랭크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새끼들. 허세는....”

저들이 저러는 건 프랭크가 말한 대로 겉으로만 센 척, 있어 보이는 척하는 행위에 불과했다.

사실 저들은 권총만 소지하고 있지, 사람을 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지만 권총만 꺼내도 이곳 한국에서는 슈퍼맨이 될 수 있었다.

실제 프랭크가 경찰에 잡힐 뻔 했을 때도, 권총 때문에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 권총은 뭐든 해결 가능한 프리패스나 다름없었다.

그걸 가지고 가는 부하들이니, 프랭크는 그 뒷일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동생 루카스가 부하 셋과 같이 룸을 나가고, 프랭크는 동생이 마시면서 비어버린 양주잔에 다시 양주를 따른 뒤 천천히 양주를 음미했다.

나이지리아에서 한국으로 넘어 올 때까지만 해도, 프랭크는 자신이 이런 거물 마약 조직 두목이 될 줄 몰랐다.

자신은 물론 자기 부하들도 한국 여성과 결혼해 국적을 취득한 상황. 즉 지금 프랭크는 나이지리아인이면서 동시에 한국인이기도 했다.

“지상 낙원이 별건가? 여기가 지상낙원이지.”

마약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거기다 손만 뻗으면 그의 욕정을 해소할 수 있는, 미인들이 천지로 널려 있고. 프랭크와 그의 부하들에게는 여기야 말로 지상낙원이었다.

와장창창! 쿠콰쾅!

그때였다. 룸 밖이 시끄러웠다. 아마도 동생이 그 백인 남자를 손 봐 주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소란이 제법 지속 됐다.

“쯧쯧. 적당히 좀 하지.”

자기야 어차피 손에 피를 묻혔지만, 동생까지 그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해서 프랭크는 동생인 루카스가 사람을 죽이기 전에 말리려고 룸을 나섰다. 그랬는데....

“뭐, 뭐야?”

말려야 할 건 동생이 아니었다. 저 백인 놈. 놈이 그의 동생과 부하 셋을 작살 내 놓고 있었다.

“젠장....”

프랭크는 그쪽으로 뛰어가면 품속에서 권총을 꺼냈다. 그리고 그자가 동생의 사타구니에 주먹질을 하는 걸 보고, 멈춰 서서 정조준 후 권총 방아쇠를 당겼다.

권총은 명중률이 낮았다. 하지만 프랭크는 권총을 많이 쏴 봤기에 제법 높은 명중률을 자랑했다.

그것도 정조준까지 하면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사람 맞추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걸 증명하듯 프랭크가 쏜 총알이, 동생을 무릎 꿀리고 몸을 일으키는 백인 놈 등판 한 복판에 명중했다.

총에 맞자 그 백인이 앞으로 꼬꾸라졌고, 동시에 여자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그리곤 총을 본 클럽 안에 사람들이 난리법석을 떨었다. 개중에는 경찰에 신고하는 자들도 있었다.

프랭크는 곧장 동생이 있는 쪽으로 가서, 녀석을 부축하며 주위에 널려 있는 부하들에게 외쳤다.

“빨리 여길 떠야 한다. 곧 경찰들이 올 거야.”

그 말에 부하들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뒤늦게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서는, 자신들을 이렇게 만든 백인을 향해 일제히 총구를 겨눴다. 그때 프랭크가 외쳤다.

“그만! 그 새끼 뒈졌어.”

“하지만 프랭크....”

“지금 그럴 시간 없어. 그러니까 빨리 이리 와서 루카스나 같이 들어. 보아하니 병원 바로 데려가야 할 거 같아.”

프랭크의 말에 부하들이 권총을 다시 품속에 넣고는 그에게 다가가서, 그의 동생을 같이 부축해서 빠르게 클럽을 빠져나갔다.

* * *

박혜수는 빅터가 순식간에 흑인 넷을 제압하는 장면을 넋 놓고 지켜보았다.

“멋있어.”

박혜수도 많은 남자를 만나 봤지만, 이렇게 박력 넘치는 남자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백인 남자가. 거기다 빅터는 금발이었다.

마지막으로 흑인 한 놈의 민망한 곳을 주먹질한 빅터가 멋있게 몸을 일으킬 때, 박혜수는 그를 향해 달려갈 준비가 끝나 있었다.

이제 저쪽으로 가서 빅터의 품에 안긴 뒤, 그와 같이 이곳을 나가 뜨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난데없는 총소리와 함께 빅터가 쓰러졌다.

그걸 보고 자기도 모르게 떠나가라 비명을 내지른 박혜수.

그리곤 충격에 그 자리에 굳어 버린 그녀는, 빅터를 쏜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흑인이, 네 명의 흑인들을 데리고 클럽을 빠져 나가는 걸 멍하니 지켜만 보았다.

“아아....”

순간 뒤늦게 빅터가 생각 난 박혜수가 쓰러진 빅터에게 뛰어갔다.

“빅터! 빅터!”

박혜수가 앞으로 쓰러져 있는 빅터의 얼굴을 보기 위해 그의 몸을 뒤집을 때였다.

“크으윽!”

빅터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더니, 빅터가 상체를 일으키는 게 아닌가?

“빅터. 괜찮아요?”

그런 빅터를 보고 박혜수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빅터가 총 맞은 등이 결리는 지 눈살을 찌푸리더니 박혜수를 보고 말했다.

“오케이. 괜찮아.”

“네? 어, 어떻게 총 맞고 괜찮아요?”

“방탄조끼 입었어.”

“아아. 맞다. 빅터 보디가드라고 했었죠?”

정말 운이 좋았다. 김훈 에이전시 아지트를 나설 때 방탄조끼 벗어 놓고, 권총 반납하고 오는 걸 깜빡했던 세르게이.

그 실수 덕분에 목숨을 구한 세르게이는, 박혜수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키며 출구 쪽을 쳐다봤다.

그때 경찰들이 보였고, 세르게이가 박혜수를 보고 말했다.

“경찰서....데이트 할래? 지금 나갈래?”

그 말에 박혜수도 클럽 안으로 난입해 들어오는 경찰을 봤다.

그리고 세르게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바로 눈치 차린 그녀가, 눈빛을 반짝 빛내며 그를 보고 대답했다.

“지금 나가요.”

그 사이 등 결림도 풀린 듯 세르게이가 박혜수의 대답에, 바로 그녀 손목을 잡고는 클럽 뒷문으로 움직였다.

전문 킬러답게 세르게이는 이곳 클럽에 들어왔을 때, 후문이 어디 있는지 파악을 해 둔 상태였다.

그래서 거침없이 박혜수를 데리고 클럽 후문 쪽으로 가서 클럽 밖으로 나갔다.

“놀랐지? 차 마시자.”

그리곤 대범하게도 클럽 근처에 있는 커피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뭐 마실래?”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세르게이는 등에 난 총구멍 때문인지 정장 상의를 벗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그 정장 상의와 함께 그가 껴입고 있었던 방탄조끼도 같이 들려 있었다.

커피 두 잔을 들고 빈자리로 이동한 두 사람. 그 자리에서 세르게이는 방탄조끼에 박혀 있던 총알을 빼내서 박혜수에게 보여주었다.

그 찌그러진 총알을 보고 박혜수가 물었다.

“안 아파요?”

“아프다. 등 멍들었다.”

“저런....내가 파스 사서 붙여 줄게요.”

“좋다. 이거 마시고. 어디 들어가자.”

그 어디가 어딘지는 세르게이도 알고 박혜수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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