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256화 (25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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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같은 멤버로 언니가 잘 있는 거 봤으니 됐어. 나 이제 내 방으로 가서 잘래. 대표님. 파이팅!”

뭘 다 안다는 듯 백준열을 보고, 이죽거리고 웃으며 주먹을 쥐어 보이는 다희.

그런 그녀가 백준열은 가소로워 웃었는데, 그게 자기 생각대로 먹혀들었다고 착각이라도 한 듯, 다희가 씩씩하게 걸어서 스위트 룸을 나가려 했다.

“잠깐!”

하지만 다희를 이대로 순순히 보내 줄 백준열이 아니었다.

“네? 저한테 뭐 더 하실 말씀이라도?”

백준열은 뻔뻔한 다희를 보고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는 우희에게 말했다.

“우희야. 여긴 내게 맡기고 넌 그만 가서 자라.”

“네? 하, 하지만....”

우희도 당연히 백준열과 더 빠구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백준열의 싸늘하게 굳은 얼굴을 보고 있자니 생각이 바뀌었다.

섹스도 하고 싶을 때 해야 맛이지, 지금은 백준열과 우희가 섹스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누구 때문에 말이다.

같은 걸그룹 소속 멤버고 ‘희 자매’로 불릴 정도로 평소에도 친하게 지낸 다희지만, 우희는 백준열과 섹스를 여기서 끊어 버린 다희가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다희를 홱 쏘아보았다. 여태까지 같이 활동하면서 우희가 이런 식으로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는 건 처음인 다희.

“언, 언니....”

“닥쳐! 누가 니 언니야? 앞으로 한 번만 더 나를 언니라고 부르면, 그 머리털을 싹 다 뽑아 버릴 테니, 그런 줄 알아!”

다희를 향해 거침없이 내 뱉는 우희.

“....”

그런 살벌한 우희의 그 말에 놀라 할 말을 잃은 다희. 그녀는 여전히 표독스런 얼굴로 자신을 쏘아보는 우희에게 겁을 집어먹고 슬쩍 그녀의 눈길을 피했다. 기 싸움에서 다희는 우희의 상대가 못 됐다.

“흥!”

그런 그녀를 보고 코웃음을 친 우희가 백준열에게 뭐라고 말하고 스위트 룸을 나섰다.

하지만 우희에 잔뜩 겁먹은 다희는, 우희가 백준열 대표에게 뭐라고 했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 사이 백준열이 몸을 일으켜서는 스위트 룸을 나가는 우희를 직접 배웅했다.

“갈게요.”

“그래. 오늘 공연하느라 수고했어. 푹 쉬어.”

그렇게 막 안에서 방문을 열고 나가려던 우희. 그녀가 나가다 말고 힐끗 뒤를 돌아보면서, 백준열에게 뭐라고 말을 더 하려 했는데, 결국은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을 하지 못하고 방밖으로 나가고 말았다.

디로릭! 철컥!

그리고 방 밖에서 방안의 문이 잠기는 소리를 들으면서, 우희는 불끈 두 주먹을 쥐었다.

“다희. 너....대표님 유혹했다간 봐라....”

좀 전 다희 앞에서 지어 보였던 그 표독한 얼굴은, 지금에 갖다 댈 게 못됐다.

그 정도로 지금 우희는 제대로 열 받아 있었다. 그 때문인지 한동안 백준열이 있는 스위트 룸 방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던 우희. 마치 발 걸음이 안 떨어지기라도 하는 듯.

“하아아....”

결국 긴 한숨을 내쉬고 우희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그녀가 문 앞에 서 있는 다고해서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는, 그런 기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우희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본 결과, 내일 콘서트도 잘해서 백준열 대표에게 칭찬 듣는 게 훨씬 나았다.

속은 쓰리지만 우희는 올라 온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기 객실이 있는 층으로 내려갔다.

* * *

MP4의 막내이자 서브 보컬 다희.

이때 그녀는 청순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젊은 남자 팬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다.

그랬던 그녀의 이미지가 퇴폐와 변태적으로 변한 건, 그녀의 특이한 성적 취향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다희는, 이때 몰래몰래 일반 남자들을 만나고 있었던 것.

그것도 주로 자지가 큰 남자들 위주로 말이다. 그녀의 성적 페티쉬Fetish가 바로 ‘왕자지’ 였었고, 그게 후일 탄로 나면서 그녀는 주위의 지탄과 함께 폭망하고 말았다.

당연히 방송에서 그녀를 찾을 리 없었고, 의류 사업과 요식업에 뛰어들었다가, 또 다시 망하면서 빚더미에 앉게 된 그녀는, 결국 유서 한 장 남기고 이 세상을 하직했다.

그게 내가 이전 삶을 끝내는 해였으니, 불과 10년 뒤 다희는 죽게 된다는 얘기다.

어떻게 보면 불쌍한 여자였다. 하지만 지금 다희는 한창 자지 큰 남자들을 사냥하고 다닌 악녀였다.

실제 그녀에게 걸려들었다가 그녀에게 버림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남자가 다섯이나 됐었다. 그래서 나도 지금 다희를 악녀라고 부르고 있는 거다.

그런 악녀 다희가, 지금 내 앞에서 내 눈치를 살피며 뭘 어째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 거리고 있었다.

“앉아!”

내 명령조에 다희가 잠시 주뼛거리다, 내 맞은 편 소파에 살짝 엉덩이를 걸쳤다.

그때 드러난 그녀의 늘씬한 두 다리와, 그 다리 사이 살짝 보이는 하늘색 팬티.

그 팬티 가운데 일명 ‘도끼자국’ 이라고 불리는 여자 성기의 선명한 라인.

‘어우야~’

하필 양 갈래 머리를 하고 있어서, 청순하고 귀여운 이미지가 나를 더 흥분되게 만들었다.

근데 내가 왜 이런 소리를 하냐고? 우희는 자기 방으로 보내 놓고 말이다. 설마....?

‘그 설마가 맞지롱~’

나는 지금 일탈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원한다고 무조건 이뤄지는 건 아니다.

내가 다희와 빠구리를 하고 싶다고 해도, 다희가 싫다면 그건 해선 안 될 빠구린 인거고.

강요에 의한 빠구리는 나도 하고 싶지 않았다. 서로 좋아서 해야 제대로 된 한편의 빠구리가 완성 되는 법.

그렇다면 나는 뭘 믿고 이러고 있는 걸까?

‘그야 견신 시스템의 아이템과 스킬을 믿고 이러는 거지.’

내 시선이 부담이 되었던지 고개를 더 숙이면서, 제법 파인 다희의 상의 가슴골이 언뜻 보였다.

근데 가녀린 몸에 비해서 그녀의 가슴은 제법 컸다. 여자 가슴에 대한 페티쉬가 살짝 있는 나로서는, 다희가 더 마음에 들었다.

‘자아. 그럼 시작해 보자고.’

작심한 나는 먼저 「개멋져」 스킬부터 사용했다. 이곳 스위트 룸에는 다희나 나뿐이다.

그러니 「개멋져」 스킬을 쓰는데 일고의 망설임도 없었다.

“다희야?”

“네? 아아....”

스킬은 바로 다희에게 효력을 발휘했다. 내가 부르자 고개를 들고 날 쳐다 본 다희가 내게 바로 반해 버렸다.

하지만 「개멋져」 스킬은 한시적인 효과밖에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원나잇스탠딩(One Night Standing)’으로 하룻밤 즐기고 말, 사이 같으면 쓰기 좋은 스킬이 맞았다.

하지만 다희는 내 회사 연예인이고 앞으로도 쭉 봐야 걸그룹 스타였다.

그러니 다희와 보다 밀접한 관계가 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개목걸이」아이템이었다.

원래 「개목걸이」아이템을 상대에게 착용시키면, 그 자는 자신의 숨겨 둔 비리나 약점을 내게 술술 다 불게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다희에게 「개목걸이」아이템을 사용해서, 그녀의 약점을 내 손에 쥘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우선 자연스런 분위기부터 만들었다.

“맥주 한 캔 씩 할까?”

“네. 좋, 좋아요.”

뭐든 안 좋겠나? 다희는 이미 내게 푹 빠졌는걸 말이다. 「개멋져」 스킬로 인해 다희는 지금 내가 뭘 해도 멋있어 보일 거다.

* * *

치익!

나는 냉장고에서 캔 맥주 2개를 꺼 내와서, 그 중 하나를 따서 다희에게 건넸다.

“자. 받아.”

“네.”

우희까지 보내 놓고 내가 무슨 소리를 할지 살짝 겁에 질려 있었던 다희.

그랬는데 내가 캔 맥주까지 주자 조금은 긴장을 푸는 듯 했다.

“건배!”

내가 마실 캔 맥주도 따서 다희 쪽으로 내밀며 말하자, 그녀가 알아서 자기 캔 맥주를 들어서 건배하는 시늉을 했다.

벌컥! 벌컥!

“캬아....시원하다.”

내가 보란 듯 캔 맥주를 마시자 그걸 보고 다희도 조금 캔 맥주를 마셨다.

그런 그녀를 보고 내가 말했다.

“아까 보니 소리께나 질러대던데 조갈 안 나? 쭉 들이켜.”

“네.”

내 말이 맞는지 다희는 그제야 맥주를 쭉 마셨다. 그런 그녀에게 내가 물었다.

“전국 지방 투어 콘서트 힘들지?”

“네. 뭐....”

그러니까 지금 다희가 제일 힘들어 하는 게 뭘까 생각해 보면, 그녀와 뭘 주제로 얘기를 해야 할지 대충 윤곽이 잡혔다.

나는 MP4의 지방 콘서트를 거론하며 그녀와 얘기의 물고를 텄다. 그러자 다희가 지방 콘서트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를 시작했고, 나는 그 얘기를 들어주면서 틈틈이 다희에게 맥주를 먹였다.

그렇게 다희 앞에 찌그러진 캔 맥주의 빈 캔이 3개까지 늘어났을 때였다. 나는 그녀에게 「개목걸이」아이템을 사용했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개목걸이」아이템이 그의 목에 채워지며, 그녀 입에서 야릇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아아아....”

순간 보였다. 그녀의 두 눈의 동공이 갑자기 멈추고, 어깨가 살짝 밑으로 처지는 걸 말이다.

-MP4멤버 다희가, 당신이 묻는 말에 무엇이든 사실대로 대답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견신 시스템의 말이 들려오고 나는 바로 웃으며 다희에게 물었다.

“다희야. 지금부터 네가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내게 하는 거야. 절대 숨기는 게 있어선 안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대표님.”

그렇게 다희는 내게 그녀가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들을 전부 털어 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 예상을 훨씬 웃도는 충격적인 얘기가 다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중 하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었고, 또 하나는 JYB엔터와 관련 된 사람과의 비밀이었다.

“허얼....”

그 두 개의 비밀만으로도 데미지가 상당했는데, 정작 세 번째로 털어 놓는 다희의 비밀은 충격을 넘어섰다.

“그, 그러니까 지금 니가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 추진호 대표의 여자란 거냐? 거기다가 그 아들 추명진하고도 그렇고 그런 사이고?”

나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보통 연예 기획사에서 다른 연예 기획사 정보를 빼 낼 때, 그 회사 직원을 포섭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 추진호 대표는, JYB엔터의 연예인을 스파이로 심었다.

그 동안 다희가 빼내서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에 넘긴 정보가 제법 됐다.

“이 개새끼들이....”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뮤지컬 스타 채설아를 그렇게 죽음으로 내 몬, 파렴치한 추명진도 손 봐 줘야 할 대상인데, 이제 보니 그 아버지는 더한 인간이었다.

하긴 국내 빅 4 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하고, 가장 그 규모가 크다는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가 아니던가?

그런 회사를 맨 몸으로 일으켰다는 거 자체가, 추진호 대표가 보통 인간이 아니란 건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이런 더러운 방법으로 커 온 회사라면....

“개전(開戰)에 필요한 명분은 이제 생겼고....”

추진호 대표가 그 동안 다희를 통해 빼돌린 정보를 고맙게도, 다희가 자기 노트에 잘 정리를 해 뒀단다. 그 노트가 어디 있는지 술술 얘기하는 다희.

근데 다희 이년도 참 치밀한 것이, 그 노트를 자기 집이나 모처에 숨겨 둔 게 아니라, 항상 가지고 다녔단다.

그러니까 매일 그 노트를 확인 한 거다. 그거 이외에도 다희는 중요한 것들은 가지고 다녔는데, 이곳 호텔 방에도 그 중 몇 가지가 있었다.

나는 곧장 송 부 팀장에게 전화를 해서 다희 방에서 몇 가지 증거물을 챙기게 했다.

나는 JYB엔터의 대표고, 여기 호텔의 대주주이면서 VVIP고객이다.

호텔 측에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하면, 다희 방의 문을 여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송 부 팀장이 다희 방에서 주요 증거물들을 챙길 동안, 나는 다희와 계속 얘기를 나눴다.

주로 다희가 직접 본 팩트 만을 얘기하게 했는데, 알고 보니 다희야 말로 연예계의 마당발이었다.

다희를 통해 알게 된 연예계 정보가 상당했다. 하지만 그 얘기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냈고, 시간도 어느 새 새벽 2시를 넘기고 있었다.

송 부 팀장으로부터 연락은 이미 받았다. 내가 챙기라고 한 증거물, 다 챙겼다고 말이다.

이제 남은 건 내 눈앞에 다희를 어떻게 하느냐 였다.

다른 거야 그렇다 쳐도 다희는 스파이였다. 그런 그녀를 계속 안고 가는 건, 내 겨드랑이에 폭탄을 끼고 사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위험을 굳이 안고 갈 필요가 있을까? 거기다가 다희는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 추진호 대표와 그 아들 추명진의 여자였다. 내가 손대기는 어째 께름칙하달 까?

하지만....

나는 내 원래 계획대로 다희를 따 먹기로 했다.

왜냐하면 내가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와 싸움을 시작하면, 저쪽에서는 스파이인 다희를 이용해서 대 반격의 카드를 준비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 다희는 역 스파이로 오히려 그들 정보를 내게 넘길 것이고, 대신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의 기둥뿌리를 뽑아 버릴 대형 악재를 그들에게 선사하게 될 거다.

즉 나는 다희를 이용해 먹기 위해서, 지금 그녀와 빠구리를 선택한 것이다.

결심이 서자 나는 다희에게 바로 「개눈깔」아이템을 사용했다.

“아아. 실수....”

원래는 「개좆」아이템을 사용해야 했는데, 그만 「개눈깔」아이템을 사용하고 만 나는, 다희에게 사용한 「개눈깔」아이템 사용을 철회하려 했다. 그런데....

“어?”

이미 사용 된 「개눈깔」아이템으로 인해 다희의 몸에 세 가지 빛이 어려 있는 게 내 눈에 보였다.

진한 갈색 빛, 파란빛,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놀랍게도 찬란한 황금빛이었다. 그 동안 「개눈깔」아이템의 빛의 색을 통해서 봐온 사람들의 특성 상, 금빛은 여배우, 특히 탑 스타급 여배우를 상징하는 빛이었다.

손진아와 고지영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다희의 몸에서 황금빛이 난다는 건, 그녀가 연기 쪽으로 가능성이 큰 인재란 소리였다.

‘다희를 여배우로 키워?’

잠깐 선택의 기로에 선 나는 다희의 몸을 두르고 있는 저 찬란한 황금빛과 함께, 유독 내 눈에 거슬리는 똥색 같아 보이는 진한 갈색 빛을 보고....결정을 내렸다.

똥색은 바로 배신을 상징하는 불길한 특성이었다.

내가 아무리 잘 키워 봐야, 다희는 언제고 나를 배신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 여배우를 내가 키워 줄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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