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255화 (25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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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우희는 아무도 모르게 백준열이 있는 21층으로 올라 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바로 우희의 옆방에 있던 다희. 그녀가 우희가 나가면서 문 열고 닫는 소리를 귀신같이 들었던 것.

“우희 언니, 이 시간에 어디 가는 거지?”

혹시 우희가 1층에 가면 편의점에서 뭐 좀 사달라고 부탁하려 후다닥 겉옷을 챙겨 입었던 다희.

근데 그때 하필 집에서 전화가 왔고, 그 전화를 받고 나서 다희가 방을 나섰을 때 우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었다.

“언니!”

복도에서 다희가 우희를 불렀지만, 이미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터라 그 소리를 듣지 못한 우희. 다희는 그래도 엘리베이터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그랬는데....

“어라? 올라가네?”

우희가 1층으로 내려간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가 올라 간 층은 21층!

“뭐지?”

다희는 의아해 하며 일단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원래는 일주일 뒤에 시작 되어야 할 생리가 빨리 터질 기미를 보이자, 다희는 그에 대비해서 생리대가 필요했다.

그래서 호텔 1층의 편의점에 들러서 생리대를 구입한 뒤 다시 엘리베이터에 오른 다희.

그녀는 일단 자신의 방이 있는 층을 눌렀다.

그리고 자기 방에 들어가기 전 우희의 방에 노크를 하고 초인종까지 눌렀다.

하지만 묵묵부답. 다희는 일단 자신이 구입한 생리대를 자기 방에 두고 다시 나와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다시 갔다.

그리고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가,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탑승하고는 21층 버튼을 눌렀다.

“와아....”

그렇게 올라간 21층은....로얄 스위트 룸이었고, 우희가 왜 여기 왔는지 다희로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분명 여기 있을 게 확실한 우희. 하지만 이곳 로얄 스위트 룸에 초인종을 다 누를 수는 없는 노릇. 해서 다희는 다시 1층으로 내려갔고 프런트에 물었다.

“혹시 로열 스위트 룸에 투숙 중 고객이 몇 분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 고객이 누군지를 묻는 것도 아니고 투숙객이 몇 명인지 묻는 다희에게, 그녀의 팬인 젊은 프론트 호텔 직원이 손가락 하나를 살짝 세워 보였다.

그걸 보고 환하게 웃으며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자기 팬을 향해 팬 서비스로 손가락 하트를 날리고는, 뒤돌아 선 다희. 그녀가 엘리베이터로 곧장 직진했다.

그녀가 21층에서 본 로얄 스위트 룸의 개수는 다섯.

그 중 한 곳에만 투숙객이 있다는 건, 그 한곳에 우희가 있다는 소리였다.

즉 다섯 개의 룸 중에 투숙객은 한 명 뿐이니까, 다른 네 곳의 스위트 룸에 초인종을 누른다고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러니까 다희는 지금 21층으로 올라가서, 다섯 곳의 로얄 스위트 룸의 초인종은 죄다 누를 생각이었다. 그 중에 반응을 보이는 룸에 바로 우희가 있을 테고.

‘언니. 누구랑 같이 있는 거야?’

우희가 자기 객실 두고 따로 이곳에 로얄 스위트 룸을 예약했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누군가 그 방을 잡고 우희를 거기로 불러 들였다는 건데....

그 누구 가 누군지 다희는 궁금했다.

왜냐하면 우희에게는 이미 임자가 있었다. 바로 JYB엔터의 대표인 백준열.

하지만 정작 우희는 그 백준열 대표를 끔찍하게 싫어했다. 그게 어느 정도냐면 대표에 대한 얘기만 나와도 질겁했고, 어쩌다 백준열이란 이름이 나오면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멤버들끼리 있을 때 ‘대표’와 ‘백준열’은 금기어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다희는 지금 우희가 같이 로얄 스위트 룸에 있는 사람이 백준열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따라서 지금 우희는 백준열이 아닌 다른 남자와 밀회를 즐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밀회의 현장이 지금 다희에게 발각되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었다.

근데 다희는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우희의 밀회 현장을 잡으려고 하는 것일까?

거기에는 사실 그녀만의 비화가 있었다.

원래 MP4의 비주얼 담당은 다희였었다. 그런데 우희가 나타나면서, 그 자리를 뺏기게 된 다희. 그녀는 그걸 지금까지 가슴에 담고 살아왔다.

그러니까 MP4멤버들 중에 제일 친한 사이로 알려진 우희, 다희의 ‘희 자매’가 사실 알고 보면 그 사이가 제일 나빴다.

적어도 우희가 생각하는 다희와 다희 본인이 생각하는 우희에 대한 생각은 확연히 달랐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면, 우희는 다희를 그나마 다른 MP4멤버들에 비해서 친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희는 아니었다. 다희에게 우희는 언제고 밀어 낼 수 있으면 밀어내야 할, 팀 내 경쟁 상대일 뿐이었다.

단지 집요하고 치밀한 성격의 다희가, 그런 자신의 본심을 여태 숨겨오고 있었을 뿐,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우희를 MP4에서 쫓아 내 버릴 절호의 기회를, 그녀가 이렇게 포착했으니 말이다.

“이제야 모든 게 정상적 돌아가게 되겠네.”

우희를 대신할 새로운 멤버야 회사에서 알아서 구할 테고, 이제 다희 자신을 센터로 MP4가 재구성 하는 일만 남았다.

그때를 생각하며 마냥 웃고 있던 다희.

딩동댕!

“21층입니다.”

그녀를 태운 엘리베이터가 21층에 도착했다.

촤르르!

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다희는, 지금 서 있는 그녀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2105호로 쭉 걸어가서, 그곳 로얄 스위트 룸의 초인종부터 눌렀다.

* * *

우희와의 퍽이나 만족스런 빠구리 이후, 나는 소파에 앉아서 쉬고 우희는 소파에 누운 채, 절정의 여운과 함께 가쁜 숨을 골랐다.

“하아....하아....”

두 볼이 붉게 상기 된 우희는 마치 뺨에 볼 터치를 한 거 같아 보였다.

‘진짜 예쁘다.’

내가 저런 미인과 불과 몇 분전까지 살을 부딪치며 빠구리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당연히 우희와 빠구리 한 번 하러 여기까지 헬기 타고 날아 온 건 아니다.

나는 빠르게 체력을 회복시키면서, 다음은 어떤 식으로 우희와 환상적인 빠구리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앞 번에는 오럴 섹스를 하다가 삽입 섹스로 마무리를 지었는데, 이번에는 바로 삽입 섹스로 시작해서, 우희를 상대로 각종 체위를 시도해 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

‘응?’

근데 그때 누가 이곳 21층 로얄 스위트 룸의 다섯 개 호실 중 한 곳에 초인종을 눌렀다.

그게 한 번으로 끝났다면 나도 그걸 두고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라 누군가 21층 다섯 개 호실 전부, 순차적으로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

‘누구지?’

이건 마치 누군가를 찾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소리를 캐치 해 낸 견신 시스템의 *소리가 잘 들립니다.*능력 말고, 나는 *냄새를 잘 맡습니다.*능력도 같이 사용했다.

그러자 그 초인종을 누르고 있는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으음....이건 다르알망 팜므 같은데?”

“네?”

내 말을 들은 듯 소파에 누워 있던 우희가 상체를 일으켜 나를 쳐다봤다.

“내가 코가 좀 예민한데, 어디서 장미향이 나는 거 같아서 말이야.”

로즈 계열의 다르알망 팜므는 사랑스러우면서도 은은한 향, 남자들이 좋아하는 이성을 유혹하는 향수로 이때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내 그 말에 우희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저는 향수로 다르알망은 안 쓰는데....다희가 그 제품을 유독 좋아하기는 하는데....”

그때였다. 우리 방의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딩동!

“누, 누구에요?”

우희가 날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여기 누구 올 사람이 있냐는 듯. 나는 바로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헬기 타고 여기 온지, 채 한 시간 조금 넘었는데 누가 와?”

그 말에 의아해 하던 우희가 결국 몸을 일으켰다. 우희도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 같았다. 그녀는 다 벗은 나체 상태로 인터폰 쪽으로 가서 누가 초인종을 눌렀는지, 거기 뜬 화면을 기어코 자기 눈으로 확인했다.

“다, 다희?”

화들짝 놀란 우희가 당황한 게 역력한 얼굴로 또 나를 쳐다봤다. 그때 초인종이 다시 울렸다.

딩동! 딩동!

아무래도 밖에서 우희가 좀 전 한 말을 들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여기 누가 있다는 확신이 든 듯 다희는 계속해서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딩동딩동딩동....

“대, 대표님. 어, 어떡해요?”

우희가 얼굴이 창백해진 체, 나와 인터폰의 다희를 번갈아 쳐다보며 정신없이 발을 동동거렸다. 그런 그녀를 보고 내가 차분히 말했다.

“너와 내가 여기 같이 있는 게 뭐가 문제지?”

“네?”

내 물음에 우희가 그제야 초조한 기색을 지우고는 생각이란 걸 하는 듯 하더니 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저와 대표님 사이를 다희가 안다지만, 그래도 공연 중에 이렇게 대표님과 만난다는 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그걸 누가 문제 삼냐고?”

“그, 그거야....”

없었다. 내가 지금 이 시간에, 이곳에서 다희와 만나서 뭔 짓을 하든 말든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할 사람은....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내 말뜻을 이해한 우희. 그녀가 인터폰에 통화 버튼을 누른 후 문밖의 다희에게 말했다.

“다희야. 나 우희야. 초인종 좀 그만 누를 래?”

그러자 다희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언니. 지금 누구랑 같이 있어? 빨리 이 문 열어!

쾅쾅쾅쾅!

그 말 후 다희는 아주 작정한 듯 대 놓고 문을 두드렸다. 그걸 보고 우희가 어처구니 없어하며 날 쳐다보았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다희를 볼 수는 없으니까 옷부터 입자.”

그렇게 나와 우희는 다희가 문밖에서 미쳐 날 뛰게, 계속 내버려 두고 벗어 둔 옷을 챙겨 입었다.

* * *

당연히 지금 다희가 보이고 있는 행동들은 문제가 있었다.

우희가 여기 있다고 자기 입으로 직접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문 열라고 아주 강짜를 부려대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내 경호팀원을 부르든, 호텔 측 보안 인력을 부르든 해서, 다희를 치워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다희는 우희처럼 우리 JYB엔터 소속 연예인이었다. 대표로 다희를 막 다룰 수는 없었다.

옷을 다 챙겨 입고 빠구리 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나와 우희.

여전히 방밖에서 다희가 문 열라고 소리치고, 연신 문을 두드려 대고 있었다.

그때 내가 우희 보고 말했다.

“열어 줘.”

“네.”

대답 후 우희는 인터폰으로 문을 열어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문 쪽으로 가서 수동으로 방문을 열었다.

디로릭! 철컥!

홱!

그러자 다희가 밖에서 문을 열어젖히고는 방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다, 다희야!”

“누구야! 어떤 놈과 붙어먹었어?”

다희는 우희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녀와 같이 있는 사람이 누군지가 더 알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녀를 잡는 우희를 뿌리치고, 스위트 룸 안으로 뛰어 들어왔고, 소파에 앉아 있는 젊은 남자를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잡았다.’

“어?”

그런데 저 젊은 남자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 남자는 우희와 놀아나다가 들켜 놓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되레 현장을 적발한 한 다희를 보고 실실 웃기까지 했다.

근데 그 웃음기 어린 남자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저 남자가 누군지 다희도 알거 같았다.

“대, 대표님이 여기 왜?”

그녀의 그 말을 남자도 들은 모양이었다.

“그건 내가 너에게 묻고 싶은 말인데. 다희야. 너 여기 왜 왔니?”

“네? 그, 그게....”

우물쭈물 뭐라고 해야 할지 눈알을 열심히 굴리던 다희가, 결국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소릴 내뱉었다.

“대표님이야 말로 여기 왜 오신 건데요? 저희 콘서트 중인데 다희 언니 불러내서 뭐 했냐고요?”

백준열 대표 앞에서 겁도 없이 따지고 드는 다희. 그런 그녀를 보고 우희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앞서는 경황중이라 몰랐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멀쩡해진 우희.

그녀는 여태 숨겨 온, 자신의 본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낸 다희를 보고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우희도 다희가 이상한 아이란 건 애초에 눈치 채고 있었다.

단지 다른 멤버들에 비해 다희가 ‘언니’, ‘언니’ 거리며 친해지려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걸, 차마 그러지 말라고 할 수 없어서, 그대로 내버려 둔 결과가 지금 우희와 다희의 ‘희 자매’가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따라서 다희가 변심해서 이렇게 자기 뒤통수를 치려는 게, 그렇게 크게 놀랍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단지 그런 본심을 어떻게 지금까지 드러내지 않고 숨겨 올 수 있었는지, 그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백준열의 반격이 시작 되고 있었다.

“....대푠데 여기 오면 안 되나? 우희 좀 불러서 만나면 안 되나?”

“그, 그야 공연 중인데 오시는 것과 멤버를 이렇게 막 불러내는 건....”

“공연? 그거 취소하면 그만인데?”

“무, 무슨, 그로 인해 생기는 피해는....”

“괜찮아. 피해야 내가 사비로 다 충당시키면 될 일이고. 또 뭐가 문제야?”

“그, 그게....”

결국 백준열 대표와의 말다툼에서 다희는 그를 이길 수 없었다.

그 어떤 손해도 대표인 자기가 다 감당할 수 있다는 데 무슨 싸움이 되겠나? 그리고....

“대표가 임의로 소속 연예인과 전속계약 해지하고, 회사에서 쫓아 내 버릴 수 있다는 거는 아니?”

“그, 그런....”

다희는 자기 주제를 잘 알았다. MP4멤버이니까 거기 묻혀서 인기스타가 됐지, MP4라는 걸그룹에서 쫓겨나면, 그녀는 요즘 널리고 널린 백 여 팀도 넘는 걸 그룹 멤버 중, 그것도 비중이 많이 떨어지는 서브 보컬 일뿐이었다.

“호호호호. 장난이에요. 두 사람 이러고 보니까 참 잘 어울린다. 언니. 대표님과 잘 해 봐요.”

갑자기 태세 전환하는 다희. 그녀는 실컷 여기 분위기를 엉망으로, 분탕질 쳐 놓고 슬그머니 내빼려 들었다. 순전히 지 마음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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