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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52화 (25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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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헬기는 내일까지 쓰기로 되어 있었다. 근데 내가 엘베를 데리고 제주도에 가게 되면, 엘베는 제주도에 두고 나만 제주도에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로, 서울에 가면 되기 때문에 헬기를 더 이용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해서 헬기 조종사에게 물었다.

“지금 바로 서울로 갈래요? 아님 오늘 밤은 여기서 보내고, 내일 아침에 서울 갈래요?”

그랬더니 잠시 생각 후 헬기 조종사가 대답했다.

“무리해서 야간 비행할 필요 없을 거 같습니다. 오늘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서울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헬기 조종사의 제법 이성적인 판단에, 나는 흔쾌히 그가 베네치아 리조트에서 쉴 수 있게 객실 하나를 내주었다.

이렇게 말하니 내가 흡사 베네치아 리조트의 주인이라도 된 거 같아 보일 텐데, 그 정도는 아니고 리조트 지분의 12%를 가진 대주주일 뿐이다.

그러나 그 정도면 충분히 이곳 리조트에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었다. 실제 내 입김에 이곳에 고용 된 임원도 있을 정도니까.

그 임원만 나서도 여기서 내가 원하는 서비스 정도는 다 받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건 우리가 도착하고 나서 얼마 안 돼, 엘베를 태운 차가 도착했단 점이다.

차에서 내린 엘베가 쪼르르 내게 다가와서 날 올려다보며 짖었다.

“월월월월?....(왜 이렇게 빨리 와?)”

“헬기 타고 날아서 왔지롱.”

나는 엘베의 물음에 대답하면서 녀석을 안아 들었다.

그런 자연스런 모습이 주위 사람들에게는, 내가 개를 정말 좋아하는 주인으로 비춰 진 거 같았다.

그러니까 내가 엘베의 물음에 대답한 걸 두고, 적어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었단 얘기다.

하지만 여기서 엘베와 계속 대화를 하는 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엘베가 계속 짖어도 나는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기만 했다.

그랬더니 녀석이 신경질적으로 짖었다.

“왈왈왈왈왈?....(왜 대답은 안하고 내 머리만 쓰다듬냐?)”

그런 그 녀석에게 나는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며 혼잣말로 살짝 얘기했다.

“좀 조용히 해. 어디 들어가서 얘기 하자고.”

내 그 말을 들은 녀석은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고, 사람이 많다는 것과 그 사람들이 우릴 지켜보고 있단 걸 알아 챈 거 같았다.

그래서 더 이상 짖지 않고 내 품에 얌전히 안겨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곳 일에 좀 더 집중 할 수 있었다.

“....니까 경호팀원들 객실도 넉넉히 잡아요. 그리고 내일 요트 탈 테니, 그 전에 점검도 부탁할게요.”

당연히 나와 엘베가 쓸 곳은, 이미 특실로 예약이 되어 있었다.

적어도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곳 리조트에서 푹 쉴 생각이었다.

곧장 특실로 가서 엘베 씻기고, 나도 씻고 시원한 맥주 한 캔 마시려고, 냉장고에 캔 맥주 하나를 꺼냈을 때까지는 말이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내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청주에 있는 우희였다.

“어어. 우희야.”

우희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나는 흔쾌히 받았다.

그녀와 한 약속을 지켰으니, 내가 들을 건 그녀의 고맙다는 말 뿐. 그런데....

=....데 진짜 성공적인 콘서트였어요. 대표님 정말 고마워요.

그녀로부터 고맙다는 말은 들었다. 근데 거기에 더 해진 우희의 말이 화근이었다.

=그리고....보고 싶어요.

“그, 그래? 그, 그럼 봐야지. 내가 지금 거기로 갈게.”

=네? 지금 오신다고요?

“어. 헬기타고 30분이면 가는 데 뭐.”

=....

“왜 싫어?”

=아뇨. 좋아요. 오세요. 저 진짜 대표님 너무 보고 싶어요.

우희의 첫 고백이었다. 내가 보고 싶다는....그것도 너무....그래선지 몰라도 나도 갑자기 그녀가 많이 보고 싶어졌다.

까짓 하고 싶으면 해야지. 안 그래?

* * *

근데 문제는 이 시간에 누가 헬기를 몰 거냐는 거다.

헬기 조종사를 부를까 하다가, 그냥 편하게 송 부 팀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네. 대표님.

“혹시 지금 헬기 타고 청주로 갈 수 있을까요?”

원래 백준열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묻지 않았을 거다. 그냥 청주로 갈 거니 헬기 준비하라고 했겠지.

=청주요?

“네. 아무래도 그쪽에 가 봐야 할 거 같아요.”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대답. 역시 팀장인 문대식 바로 밑에 부 팀장다웠다.

송 부 팀장이 다 알아서 할 테니 내가 신경 쓸 게 하나도 없다. 이래서 주위에 유능한 자가 필요한 거다.

“엘베. 혼자 잘 수 있지?”

=월월? 멍멍멍....(내가 강아지냐? 적당히 하고 와.)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날 보고 엘베가 대답했는데, 마치 내가 뭘 하러 가는 지 아는 눈치였다.

“내일 아침까지는 돌아올게.”

나갈 준비가 막 끝났을 때 방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곧장 리조트 특실을 나섰고, 송 부 팀장과 경호팀원 4명과 같이 헬기가 있는 리조트 옥상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헬기 조종사가 미리 나와 있었다. 그런데 이 밤에 선글라스는 왜 쓰고 있는 건지....

내가 그를 쳐다보자 슬쩍 시선을 피하는 헬기 조종사. 보아하니 뭔 일이 있는 모양인데 그런 거까지 내가 관여 할 건 아니었다.

“타시죠.”

송 부 팀장의 말에 나는 헬기에 탑승했고, 안전벨트를 매고 잠시 기다리자 헬기의 프로펠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두타타타타타....

그리곤 헬기 기체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잠시 후 이륙한 헬기가 청주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시간을 확인하니 지금까지 걸린 시간이 대략 30분이었다.

청주에 도착해서 우희가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그녀와 통화 후 대략 한 시간 만에, 그녀와 조우할 수 있을 듯 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돈으로 안 되는 일은 없다.

시청 앞에서 렌터카 대여 업체 직원들로부터, 차를 받아 그 차를 타고 곧장 우희와 MP4멤버들이 묵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

그곳 호텔은 국내브랜드 호텔로, 그 호텔 역시 내 지분이 제법 됐다. 당연히 VVIP고객이란 소리다.

나는 먼저 방부터 잡았다. 호텔 측에서 내게 내어 준 방은 로열스위트룸.

내가 우희와 볼일을 보는 동안, 송 부 팀장과 경호팀원들도 쉴 수 있게 객실 몇 곳을 따로 잡아 주었다.

그 뒤에서야 나는 우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기다리고 있었던 듯 내가 전화를 걸자마자 바로 내 전화를 받는 우희.

“나 도착했어.”

=지금 어디신데요?

“니가 묵고 있는 호텔. 2101호야.”

=네에?

내가 벌써 와서 방까지 잡고 거기 있다는 말에 우희가 꽤 놀란 듯 했다.

“올 거지?”

=네. 지금 바로 갈게요.

그렇게 우희와 통화를 끝내고, 내가 호텔 측에서 제공한 샴페인을 막 땄을 때였다.

딩동! 딩동!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 * *

“좌측 무대 조명이 너무 밝잖아? 7번 스피커, 사운드가 너무 울려. 베이스하고 에코 조절 좀 해.”

남희석 감독은 평소와 달리 무대 장치, 조명, 의상 및 음향 등 꼼꼼히 점검을 마친 뒤에야 MP4 콘서트 무대를 연출했다.

“우와아아아....”

“대박! 죽인다. 죽여!”

그 결과 공연은 대 성공으로 끝났고, 콘서트를 찾은 MP4의 팬들은 다들 만족해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물론 그 최대 수혜자는 MP4와 공연 주최측인 JYB엔터테인먼트였다.

“감독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뇨. 수고랄 게 있나요. 진짜 수고는 그쪽 대표님이 하셨죠.”

“네에?”

JYB엔터 공연기획팀의 팀장은, 남희석 감독의 말에 어리둥절해 했다. 그런 그에게 남희석이 백준열 대표에 대한 극찬을 늘어놨다.

‘맙소사. 진짜 우리 개새끼 대표가 그런 일을 했다고?’

평소의 백준열 대표라면 그런 일을 한다는 건 말도, 아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소속 걸그룹 공연을 위해서 헬기까지 동원했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남희석 감독이 입에 침을 튀겨가며 얘기하는 데, 차마 그 앞에서 사람 잘못 본 거 아니냐고 물을 수 없었다.

그렇게 공연 뒷마무리를 잘하고, 호텔로 이동하면서 JYB엔터 공연기획팀의 팀장 허석이 그 얘기를 자기 팀원들에게 했다.

그러자 팀원들 모두 그가 예상한대로 다들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에이. 팀장님. 농담도 다하시고....”

“오늘이 만우절인가?”

“근데 요즘 대표님이 달라졌다는 얘기는, 본사 쪽에서 제법 나오고 있긴 해.”

“맞아. 나도 들었어. 특히 이번 주에 본사에 쓸모없는 직원들 싹 정리 해 버렸다더라고. 배 상무 알지?”

“어어. 줄 잘 서기로 유명하지.”

“그 배 상무도 잘렸데.”

“우와! 이거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겠는 걸?”

배운철 상무는 사실 현장에서 뛰는 JYB엔터 직원들에게 원성을 많이 샀다.

현장 지원금을 하도 손을 많이 대서 말이다. 그런 배 상무가 잘렸다는 소식에 현장 직원들이 다들 기뻐하는 건 당연지사였다.

“오늘 따라 직원들이 좀 시끄럽네.”

그때 대형 버스 제일 뒤쪽에 타고 있던 MP4멤버들 중 리더인 민수린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그 옆에 아직도 생기발랄해 보이는 막내 다희가 바로 대꾸를 했다.

“왜? 난 좋은데. 버스가 좀 시끄럽고 해야 탈 맛이 나는 거지. 안 그래요? 우희 언니?”

“어? 어어. 뭐 너무 조용해서 재미없지.”

“흥! 끼리끼리 잘 노네.”

민수린은 다희라면 몰라도, 그녀가 상대하기 껄끄러워 하는 우희까지 동의하고 나오자, 콧방귀를 한 방 날리고 뭐라 투덜거리며 시선을 창가로 돌려 버렸다.

다희와 우희는, 평소에도 불평이 많은 민수린이라 그녀가 뭐라고 하든 말든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귀를 쫑긋 세우고, 그녀들과 같은 버스를 탄 JYB엔터 직원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 그녀들 옆에 MP4의 마지막 멤버이자 메인 랩퍼 채린이,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다희와 우희와 달리 채린은 JYB엔터 직원들의 말에 별 관심이 없어보였다.

실제로 그녀는 같은 멤버들에게도 무관심했다. 그래서 MP4가 해체 될 때 제일 먼저 팀을 떠난 것도 채린이었다.

그러니까 걸 그룹 MP4는 각 멤버들의 능력이 뛰어나고 또 프로 근성을 갖추고 있었기에, 팀워크를 잘 맞춰 나가고 있었지, 팀원들 끼리 사이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나마 친하게 지낸 게 다희와 우희였는데, 그래서 팬들도 그 둘을 ‘희 자매’로 불렀고, 실제로 그 둘의 팬덤이 가장 컸다.

* * *

우희는 차마 자신이 부탁해서, 백준열 대표로 하여금 콘서트 감독인 남희석을, 서울에서 청주로 헬기 태워 왔다는 사실을 주위에 밝힐 수 없었다.

괜히 잘난 척 하는 거 같고, 또 그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그녀와 백준열 대표 사이를 색안경 끼고 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공연 끝나고 호텔로 가는 동안, 같은 버스에 탄 직원들이 백준열 대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 하는 게, 오늘 따라 이상하게 못 마땅하게 느껴지는 우희.

특히 백준열이 없다고 그를 개새끼 대표라고 대 놓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직원에게는 당장 가서 따지고 싶었다.

[당신 월급 주는 사람을, 그렇게 꼭 개새끼 대표라고 부르고 싶으세요?]

물론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 그걸 실제로 나서서 할 만큼 우희는 그렇게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그녀를 자꾸 헷갈리게 하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그녀 머릿속에서 좀체 백준열의 이름이 사라지지 않는 다는 것.

사실 저번 주 금요일 밤에 싹 바뀐 백준열과 섹스 이후, 그녀의 머릿속에서 백준열이란 남자가 제대로 각인이 되었다.

당시는 몰랐는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우희는 계속 백준열을 생각했다.

그러면서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 그녀는 깨달았다.

그녀에게 강간마였던 백준열이, 어느 새 그녀의 마음에 들어와 있다는 걸 말이다.

그것도 상당히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미쳤어.’

하지만 사람이 기침과 사랑은 숨길 수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희도 마찬가지였다. 숨기려 했지만 백준열에 대해 갑자기 생겨 난 사랑은, 어떻게 막을 수가 없었다. 매일 백준열이 그립고 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청주 콘서트에 문제가 생겼다.

급한 볼 일을 보고 서울에서 청주로 내려오기로 되어 있던 감독의 발이 갑자기 묶인 것.

그로 인해 공연을 취소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 책임은 당연히 남희석 감독이 져야 할 테고. 그럴 경우 양 감독은 끝장났다고 봐야 했다. 공연 하나 취소 시 발생하는 피해액은 수십억을 훌쩍 넘을 테니까.

우희는 누구보다 인간적인 양 감독이 좋았다. 그래서 그가 이대로 망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었고, 또 백준열도 보고 싶었다.

해서 그런 복합적인 감정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백준열에게 전화를 했는데 백준열이 그녀를 위해서, 기꺼이 나서 주면서 콘서트 위기는 잘 넘길 수가 있었다.

남희석 감독도 구했고. 하지만....

‘대표님이....보고 싶은데....’

정작 그녀의 마음은 허전했다. 호텔로 돌아간 뒤, 간단히 룸서비스로 저녁을 먹고 씻고 쉬는 데, 그녀 머릿속에는 온통 백준열 생각뿐이었다.

저번 주 금요일 밤에 그와 나눴던 그 열정적인 사랑의 행위들이, 그녀 머릿속에 실시간으로 떠오르면서 점점 더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 우희.

“도저히 못 참겠어.”

우희는 백준열의 목소리라도 들어야겠다 싶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그가 여기로 오겠단다. 헬기 타고 말이다.

‘미친....’

사랑하면 미친다더니, 그 역시 우희에게 미쳐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녀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어떻게 이 시간에 헬기타고 여기로 날아오겠다고 말하겠는가? 아니 말뿐이 아니었다. 그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그걸 알기에 우희는 더 설렜다.

그렇게 한 시간 후.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근데 글쎄 그가 그녀가 묵고 있는 호텔에 있다는 것. 그것도 방까지 잡아 놓고.

“아아....”

우희는 떨리는 가슴에 한 손을 올리고 천천히 숨을 쉬며 진정을 시키고 나서, 지금 입고 있는 속옷부터 갈아입었다.

그녀가 가져 온 속옷 중에서 가장 섹시한 걸로 말이다.

하지만 겉옷은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롱 원피스에 모자까지 쓰고는, 슬리퍼 차림으로 자기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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