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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44화 (24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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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민혜주와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어차피 충분했다. 이제 한 번 정액을 사정한 내 말자지는 여전히 풀 발기해 있었고, 당연히 한 번 더 민혜주와 빠구리를 할 생각이었다.

민혜주 역시 마찬가진지 조수석에 널브러져서 헐떡거리고 있어도, 빠르게 정신을 추스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운전석으로 옮겨 가 누워 있던 내 눈에 다 보였다.

“헉헉헉....”

나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당장 호흡부터 진정 시키려 하고 있었고.

그렇게 나와 민혜주가 차 안에서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을 때였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내 핸드폰이 울렸다. 하필 이럴 때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민혜주와 빠구리 할 때 걸려 오는 것 보다는 나았다.

그때는 백퍼센트 걸려 온 전화를 안 받았겠지만.

나는 누구 전화인지 확인부터 했다. 안 받아도 될 전화면 그냥 안 받을 생각으로.

그런데 이건 받아야 할 전화였다. 엘베를 관리 중인 이 비서의 전화라서 말이다.

“여보세요?”

백준열이었다면 자기가 비서로 고용한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놨겠지만,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엘베를 관리하는 비서에게, 나는 차마 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근데 전화 받자마자 내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엘베를 맡고 있는 이재혁입니다.

“네. 무슨 일이에요?”

묻고는 있지만 나는 이재혁이라는, 내가 엘베 때문에 고용한 비서가 내게 왜 전화를 걸었는지 알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이재혁의 핸드폰 너머로 엘베가 짖는 소리가, 내 귀에 다 들리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쉬지 않고 계속.

=그, 그게....엘베가 계속 짖어서....

나는 전화기를 엘베 앞에 가져다 대라고 하고는 ,견신 시스템의 「말하는 개」스킬을 바로 사용했다. 그러자 엘베와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내가 무슨 일인지 묻자, 엘베가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했고 나는 바로 사태 파악이 됐다.

“이것들이....”

엘베 맡긴지 얼마나 됐다고....하여튼 믿을 만한 사람 구하기가 이렇게 힘들다.

나는 엘베의 관리를 맡겼던 이재혁 비서와 가사도우미 홍 여사를 같이 잘랐다.

그리고 엘베 경호를 맡고 있었던 경호 팀원에게 얘기해서, 그들이 혹시 엘베에게 해코지를 하기 전에 그들을 내 집에서 다 쫓아냈다.

그런 선 조치를 다 취하고 나서 나는, 이제 멀쩡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민혜주에게 말했다.

“혜주야. 나 좀 도곡동 타워팰리스까지 태워 줘야겠다.”

“무슨 일인데요?”

“그게 실은....”

그래도 내 여자인 민혜주에게는 전후 사정을 얘기해 줘도 될 거 같았다.

그래서 엘베에 대해 얘기했다. 그랬더니 자기도 개를 키우는데 다섯 달 전인가? 10년 넘게 키웠던 노견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한 달 가까이 그 충격으로 인해 슬럼프에 빠졌었다며, 그런 노견을 제대로 돌봐 주지 않은 관리인 두 명을 대 놓고 싸잡아서 욕했다.

“....데 하여튼 그것들은 사람도 아냐. 오빠. 빨리 옷부터 입어.”

그러면서 그녀도 벗어 놓은 옷들을 챙겨 입었다.

잠시 후 빠구리 전 상태로 돌아간 우리는, 곧장 차를 몰아서 서울 번화가로 들어가는 우회도로로 접어들었다.

그 사이 민혜주는 엘베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고, 그녀는 노견에서 시작해서 현재 자신이 키우고 있는 개들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제법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같은 투머치토커라도 민혜주의 얘기가 쏠쏠하게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녀의 얘기를 듣다보니 어느 새 도곡동에 다다랐다.

나는 출발 전에 내 경호팀의 부 팀장인 송명철에게 미리 전화를 해서, 경호팀과의 만날 시간과 장소를 변경했다.

바로 여기 도곡동 타워팰리스 앞으로 말이다. 송 부 팀장은 준비 중이었다며, 내 지시를 바로 수용했다.

그래서 내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내 경호팀이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민혜주와 내가 탄 차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보니, 도착하자마자 민혜주의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태워줘서 고마워. 연락할게.”

“어. 오빠. 엘베 한데 잘해 줘요. 나처럼 죽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그래.”

엘베의 수명의 얼마 남지 않다는 걸 알게 된, 민혜주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애석하고 안타깝게 받아드렸다.

나로서는 그런 그녀가 좀 더 살갑게 느껴졌고. 동시에 그녀를 내 여자로 삼은 게 참 잘한 선택 같았다.

* * *

엘베가 혼자 있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98평형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나로서는 처음 오는 곳이지만, 백준열의 기억에는 확실히 와 봤던 곳이었다.

엘베는 그곳 널따란 거실에 있는 소파 위에 힘없이 엎드려 있었다.

누가 봐도 전형적인 노견의 맥 빠진 모습이었다.

분명 여기 들어오기 전 여기 경호를 맡고 있던 경호팀원이 엘베에게 소고기를 구워 주었고, 녀석이 그걸 게걸스럽게 다 먹어 치웠다는 걸 전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근데 엘베는 저러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견신이 그러지 않았나? 엘베의 남은 수명 동안, 젊은 시절의 활력을 되찾게 될 거라고 말이다.

‘가만....내가 그 얘기를 엘베에게 했던가?’

생각해 보니 그런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엘베는 자신이 여전히 노화로 인해 몸 성한 곳 하나 없이, 아파 골골 거리던 그 예전의 습관을 지금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던 것.

“습관이 무섭다더니....”

나는 엘베에게 다가가서 녀석 옆에 앉으며 말했다.

“제주도 별장에 가고 싶다고?”

엘베에게 건 「말하는 개」 스킬이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해서 지금 내 말을 엘베도 알아듣고, 녀석이 하는 말을 나도 이해했다.

“월월워얼....멍멍멍멍....(그래. 가고 싶다. 엄마와 추억이 있는 그곳에....)”

녀석이 힘없이 애잔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는데, 그런 녀석을 보고 내가 말했다.

아무래도 녀석에게 사실 대로 얘기해 줘야겠다 싶어서.

어차피 이 아파트 안에는 녀석과 나뿐이었다. 무슨 소리를 하든 상관없었다.

“엘베. 내 말 잘 들어. 실은....”

나는 엘베에게 녀석의 수명이 얼마 남았고, 그 동안 젊은 시절의 팔팔했던 모습으로 살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녀석이 엎드려 있다가 고개를 쳐들면서 짖었다.

“멍멍멍멍....멍멍멍?(별 미친 소리 다 듣겠네.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그런 녀석에게 내가 바로 반문했다.

“그럼 지금 너와 내가 서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은? 아마 내가 너와 대화가 가능하다면 사람들이 내가 이렇게 된 줄 알 걸?”

“....”

내가 내 옆머리에 대고 손가락을 돌려 대며 말하자, 녀석도 할 말이 없는지 더는 짖지 않았다. 그러다 소파 위에 벌떡 몸을 일으킨 녀석이 짧게 짖었다.

“월?(진짜냐?)”

“어. 진짜야.”

“월월월월월....커컹 컹컹컹...왈왈왈왈?....와우!....멍멍멍?....멍멍?(그래서 몸이 가벼웠어. 난 죽을 때가 다 되면 이러나 했지. 내가 젊은 시절로 되돌아갔다고? 이 야호! 이제 뭐하지? 뭐부터 할까?)”

녀석은 아주 신이 나 있었다. 정작 중요한 그가 몇 개월 밖에 못 산다는 사실을, 내게서 듣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 * *

“뭐? 지금 당장 제주도로 갈 거라고?”

“킁! 월월월월월....(그래. 그러니 빨리 나를 제주도로 데려가라.)”

엘베가 황당한 소릴 내게 했다. 지금 당장 제주도로 가자니.

“미안한데 그건 안 돼. 나 지금 장례식장에 가야 한다고.”

그러면서 외조부인 서재국 전 대통령의 죽음을 엘베에게 알렸다. 그랬더니 엘베가 시큰둥하니 말했다.

“멍멍멍멍멍....월월월월월....멍멍멍멍멍....커컹컹컹컹커커컹컹....(어차피 태어나면 죽어. 그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하여튼 인간들이란....아무튼 난 지금 제주도 가야겠으니까 보내 줘....)”

막무가내로 제주도 가겠다는 엘베. 딱 봐도 고집이 약간 아닌 게, 내가 어떤 말도 녀석에게 먹힐 거 같지 않았다.

“좋아. 그럼 너 먼저 제주도 날아가. 나는 장례식장에 갔다가 제주도로 날아갈 테니까.”

“커컹? 멍멍멍머멍머멍?....(날아가? 설마 나보고 비행기 타고 가라는 거 아니지?)”

엘베의 그 말에 백준열의 기억이 순간 떠올랐다. 엘베가 비행기 공포증이 있다는 걸 말이다.

‘젠장. 그럼 어떻게 제주도에 가자는....가만....’

그러고 보니 지금 남해에 김훈 대표가 내려가 있지 않은가? 그가 나보고 주말에 낚시하러 남해로 내려오라고 한 게 생각났다.

“미안. 내가 잠깐 깜빡했다. 그렇다면 남해에 가서 거기서 하룻밤 자고, 내일 배로 제주도로 가는 건 어때? 아니면 오늘 밤에 바로 제주도로 가고 되고.”

“멍멍멍?....컹!(남해에 가자고? 좋아!)”

나는 남해란 말에 엘베가 너무 좋아하자 살짝 의아했는데,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남해에는 최고 시설을 자랑하는 특급 리조트가 있는데, 내가 거기 대주주란다.

당연히 그곳 VVIP고객이고. 그런데 더 기막힌 것은 바닷가에 위치한 거기 리조트에 내 요트가 있다는 사실이다.

‘요트라니....’

백준열의 기억에 그의 소유 요트에 대한 정보가, 우후죽순 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그 요트가....파워보트의 대표적인 모델, 베네토 오셔니스 58이고....바로 작년에 제작 된 따끈따끈한 신 모델로....’

요트를 쉽게 조종할 수 있는 핸들, 리모컨 작동으로 여닫을 수 있는 출입문 등을 갖췄으며, 길이는 18.24m로, 디자인이 깔끔하고, 티크 나무로 마감한 갑판과 계단은 자연친화적 풍미를 자아낸단다.

요트 내부로 이어지는 계단은 경사가 완만해 편리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데, 요트 안에는 주방시설, 응접실, 선실이 마련돼 있어 취사가 가능하고.

“음....운항 기능을 최대화한 고급형 요트로 세계 고급 리조트와 호텔 등에서 가장 많이 이용된단 얘기군. 그래서 백준열이 요트를 구입한 거고....”

일단 백준열의 요트를 구입한 이유는 알 거 같았다. 그리고 뒤이어서 작년에 엘베와 그곳 리조트에서 호캉스를 즐겼던 기억도 생생하게 났고.

아마도 엘베는 그 때문에 남해 가는 걸 반기는 거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엘베를 데리고 아파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거기 대기 중인 내 경호팀의 부 팀장인 송명철에게 엘베를 넘기며 말했다.

“지금 바로 남해 베네치아 리조트로 가세요. 나는 장례식장 갔다가 바로 뒤따라 갈 테니까.”

“네. 대표님.”

내 지시에 송명철 부 팀장이 즉시 대답하면서, 경호팀 인력을 즉시 둘로 나눴다.

그리곤 한 팀은 서진 병원 장례식장으로, 다른 팀은 바로 경남 남해로 출발시켰다.

나는 서진 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하면서, 남해에 있는 백준열 소유의 요트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했다.

그랬더니 백준열이 제법 요트에 대한 상식을 많이 알고 있었다.

일단 요트를 구매한다는 것은 새로운 생활양식과 브랜드 명성을 함께 제공받는 것이므로, 단순히 고가의 물품을 구매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졌다고 볼 수 있었다.

우선 요트의 사용 목적을 구체화해, 용도에 맞는 요트 구매를 검토하는 게 선행돼야 하는데, 예를 들어 개인의 레저 목적이라면 30~40피트의 세일요트 또는 파워보트가 적당하고, 고급 리조트에서 임대용으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유지, 보수비용이 적고 초보자들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쌍동선 형태가 좋았다.

또한 누구도 갖지 않은 차별화된 명품요트를 선호한다면 중, 대형의 고급 파워보트가 적당하고 말이다.

그래서 백준열은 거기에 맞게 베네토 오셔니스 58을 구입한 거고.

거기다 또 놀라운 건 백준열이 요트면허증을 가지고 있단 점이었다.

“우와. 진짜 요트를 몰 줄 안다고?”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백준열은 작년에 실제 베네토 오셔니스 58을 몰고 인근 남해 바다를 누비고 다녔다.

그러다 제주도도 몇 번 가 봤고 말이다. 그러니까 남해에 가면, 자신이 요트를 몰고 바로 제주도로 갈 수 있단 얘기다. 실제로 백준열이 요트를 몰았던 경험치가 고스란히 내게 전이 되고 있었고.

‘요트라....’

* * *

요트의 어원은 원래 네덜란드어의 야겐(Jagen)에서 유래됐으며, ‘사냥하다’ ‘쫓는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돛을 이용해 바람을 추진력으로 물 위를 달릴 수 있도록 고안된 요트의 기원은, 고대 돛단배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설이 있는데, 현재의 요트는 크게 엔진을 주동력으로 항해하는 파워보트와 돛을 주동력으로 하는 세일요트로 나뉘며, 일반적으로 요트라고 하면 좁은 의미의 세일요트를 가리킨다.

세일요트는 다시 딩기와 크루저로 구분되며, 딩기는 바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소형 무동력 요트를, 크루저는 선실 및 주거시설을 구비해 장기간의 항해가 가능한 중·대형 요트를 말하는데, 이러한 기준 외에 선체 모양에 따라 단동선(선체 하나)과 쌍동선(선체 두 개)으로 분류되며, 목적에 따라 더욱 세분되기도 했다.

기업에서는 사업적으로 이용하기 쉬운 쌍동선을, 개인들은 30피트(약 9.1m)짜리 세일요트 또는 파워보트를 선호하는데, 백준열이 올해 구입한 베네토 오셔니스 58은 수많은 요트 오너들이 꿈꾸는, 최상의 퍼포먼스와 최고의 심미성을 갖춘 요트였다.

튼튼하지만 다루기 쉬운 범장, 낮은 무게중심의 킬, 구조적 안정성에 대한 고집 등이 최고급 세일링 요트로 구성되어 오너들을 흥분시키고 있었고, 철저한 주문생산을 원칙으로 숙련된 기술자들의 수작업으로 모든 공정이 이루어지며, 돈으로만 살 수 있는 요트가 아닌 완벽한 품질과 함께 명품 브랜드로서의 자존심이 담겨있었다.

그런 대단한 요트를 내가 소유하고 있단 사실이, 나는 뿌듯하면서도 신기했다.

그렇게 내가 요트 생각에 여전히 몰입해 있을 때, 나와 같이 동행중이던 송명철 부 팀장이 말했다.

“대표님. 서진병원입니다.”

그 말에 시간을 확인하니 3시 50분. 10분 일찍 서진 병원에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장례식장 건물까지 가고, 거기서 차에서 내려 장례식장 내부로 들어가는 데만, 5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다보니, 도착시간은 3시 55분 쯤 됐다.

나는 근조화환이 꽉 찬 장례식장의 홀에서 백승렬 회장과 두 형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머릿속에는 역시나 오늘 요트 탈 생각에 들 뜬 상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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