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232화 (23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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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원래는 경호원들을 다 대동하고 지하실로 내려 왔던 백승렬 회장. 하지만 하동훈을 잠깐 보고 그와 얘기를 나누는데, 굳이 이 인원을 다 데리고 거기 갈 필요는 없어보였다.

“노 실장. 당신과 경호원 두 명만 가지?”

벌써 20년 넘게 백승렬 회장을 모시고 있는 노성식 경호실장이었다. 그가 무슨 의도에서 이런 소리를 하는지 바로 알아들었다.

“네. 회장님. 너희 둘만 가고, 나머지는 여기서 대기한다.”

노 실장은 능숙하게 경호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백승렬 회장을 모시고 하동훈이 있는 지하실로 향했다.

이미 앞서 경호원 한 명을 보내서 지하실 문이며 거기 불까지 밝혀 놓게 해 둔 터라, 그들은 그곳으로 계속 걸어가기만 하면 됐다.

“저놈인가?”

널찍한 지하실 한 가운데, 체구도 좋고 잘 생긴 중년 남자가 사지가 묵인 채 드러누워 있었다.

“네. 회장님.”

노 실장이 대답할 때 하동훈이 그들을 쳐다보았고, 이내 백승렬 회장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놀란 기색이 역력한 녀석을 보고, 백승렬 회장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눈치는 있는 작자로군.”

그 말을 옆에서 들은 듯 노 실장이 톤을 낮춰 백승렬 회장에게 말했다.

“변장까지 잘해서 잡는데 꽤나 애를 많이 먹었다는 후문입니다.”

“변장? 별짓을 다했군. 하긴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왔으니 여태 살아남은 거겠지만. 이만 가지.”

“네.”

백승렬 회장은 하동훈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 사이 조금 더 앞서 움직인 노 실장이, 대동해 간 경호원 두 명에게 지시를 내려서 드러누워 있는 하동훈을 일으켜서, 백승렬 회장 앞에 무릎 꿇게 했다.

그러자 무릎 꿇은 상태에서 하동훈이 백승렬 회장을 빤히 올려다봤다.

“잘 생겼군.”

가까이서 하동훈을 내려다보며, 백승렬 회장이 제일 먼저 한 말이었다.

“하아....”

반면 하동훈이 백승렬 회장을 보고 한 말은 긴 한숨이었다. 그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그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하동훈의 인생도 여기서 쫑 나는구나.’

체념에 가까운 그의 한숨소리에 백승렬 회장의 입매가 비틀렸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내가 왜 여태 널 살려 준줄 아느냐?”

“....”

하동훈은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다. 괜한 소리 했다가 더 빨리, 더 고통스럽게 죽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보고 싶었다. 네 놈의 것을.”

“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자기 귀로 듣고 있지만 설마 백승렬 회장이, 이런 저렴한 말을 할 줄이야....

그래서 곧 죽을 처지의 하동훈도 그 말을 듣고 하도 기가차서, 그만 반응을 하고 말았다.

“저 새끼 바지 벗겨.”

백승렬 회장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자, 경호원들이 즉시 움직였고 이내 하동훈의 바지가 찢겨져 나갔다.

찌이익! 쭈욱!

그러자 달랑 팬티 차림에, 지하실 찬 공기 때문인지, 아니면 두려워서인지 모르지만 그의 다리에 닭살이 싹 돋아 있었다. 그때 무심한 듯 백승렬 회장의 말이 이어졌다.

“빤스도 벗겨.”

찌직! 후두둑!

거친 경호원의 손길에 하동훈의 하체에, 달랑 하나 걸쳐져 있던 팬티도 뜯겨져 나갔다.

그러자 드러난 하동훈의 자지. 그걸 잠시 쬐려보던 백승렬 회장이 말했다.

“....제법 실하군.”

거기까지였다. 백승렬 회장은 그 직후 몸을 돌려서 지하실을 나갔고, 그를 따라 여기 들어 온 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덩그러니 홀로 널따란 지하실에 남겨진 하동훈.

“C발....”

그는 흡사 강간을 당하고 처참하게 내버려진, 비참하고 참담한 기분이 이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이 더러운 기분을 풀어보려 계속 입에서 욕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 욕하던 입도 이내 다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우르르 들이 닥친 경호원 넷이 그의 사지를 하나씩 잡아들었다.

그렇게 간단히 그를 챙겨 든, 경호원들이 그를 데리고 간 곳은....

“맙소사!”

쉐에에에엑!

이미 시뻘겋게 예열 되어 있는 전기 가마 앞이었다. 어찌나 고열이던지 열린 가마뚜껑 안에서 휘감아 도는 화마에서 괴성이 다 났다.

저 안에 들어간다면 10분? 아니 5분도 안 돼서 하동훈의 몸은 다 타버리고 하얀 뼈만 남을 터였다.

“안, 안 돼! 하, 하지 마!”

퍽! 퍼억! 퍽! 빠악! 퍽! 퍽!

하동훈이 거칠게 몸부림 쳤지만 그럴수록 돌아오는 건 잔인한 폭력뿐이었다.

결국 맞다가 거의 기절한 하동훈의 축 늘어진 몸이 전기 가마 앞에 다다랐다. 그때 하동훈을 개패듯 팼던 경호원 중 한 명이 너무나도 섬뜩한 말을 내뱉었다.

“그래도 운 좋은 줄 알아. 원래는 네 자지를 잘라서 먼저 저기 넣어서, 네 눈으로 네 자지가 다서 재가 되는 걸 보여 주고서, 널 저 안에 던져 넣을 텐데. 바로....”

그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하동훈은 의식이 점점 더 흐릿해졌다. 그러다 결국 완전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그런 그의 몸을 경호원 둘이 들어서 뚜껑이 열린 채 화마가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가마 안으로....

그렇게 한 시간쯤 뒤 백승렬 회장 소유의 아현동 저택의, 수형이 아름다운 나무가 많기로 유명한 그곳 넓은 정원에, 흰 가루가 여기저기 뿌려졌다.

* * *

이태원의 명소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커피 맛있기로 유명한 홀리데이 커피 전문점.

그곳 점원들의 얼굴이 30분 전부터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럴 것이 오늘 폐점 시간인 밤 10시를, 벌써 30분이나 훌쩍 넘긴 상태이니 말이다.

당연히 폐점해야 하니 나가 달라고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저들은 그런 양해가 먹혀 들 사람들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저들은 조폭들이었으니까.

“또 온다.”

벌써 5명이나 와 있는 조폭들로 골치 아픈 상황에 2명의 조폭들이 더 들어왔다.

“여기 커피 두 잔 더!”

먼저 와 있던 조폭 중 하나가 외쳤고, 점원들은 서둘러 커피를 내렸다.

그렇게 새로 온 두 조폭들에게도, 커피를 내 주고 나서 5분쯤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조폭들이 자리에서 우르르 일어섰다. 동시에 커피전문점 안으로 누가 봐도 조폭 두목스러워 보이는 자가 나타났다.

그걸 보고 점원들은 오히려 속으로 좋아했다. 두목이 나타났으니 이제 저들을 데리고 여기서 꺼져 주는 일만 남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여기 라떼 한잔!”

그 두목은 바로 조폭들을 데리고 나가지 않고, 30분을 더 죽치다가 나갔다.

결과적으로 홀리데이 커피전문점의 점원들은, 청소까지 다 마치자 12시가 다 되어서야 퇴근을 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들은 그 조폭들을 싸잡아서 욕했다.

원래대로라면 경찰에 신고해야 맞았다. 하지만 그건 양아치들 얘기고, 조폭들은 경찰에 신고해 봐야 소용없었다.

경찰이 뜨면야 저들도 어째든 나가겠지. 하지만 경찰이 1년, 365일 이곳 커피전문점에서 사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조폭들은 1년, 365일 언제든 이곳에 와서 깽판을 칠 수 있었다.

그걸 알기에 제일먼저 점원의 연락을 받은 점주가, 절대 경찰에 연락하지 말라고 한 것이고. 어째든 결과적으로 손해를 본 것은 점원들이었다.

조폭들 때문에 2시간 더 일을 한 셈이지만, 점주가 그 2시간을 업무로 보고 시간외 수당을 주는 기적 같은 일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사는 거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민폐인 그 조폭들은, 홀리데이 커피전문점을 나가자 곧장, 이태원 역 방향으로 쭉 걸어갔다.

김민식까지 8명이나 되는 조폭들이 인도를 걸어가는데, 그 앞을 막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행인들은 다들 알아서 옆으로 길을 비켰고, 그건 차들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인도에서도 차가 우선이 나라가 대한민국이 아니던가? 하지만 조폭 8명이 쭉 걸어가는 인도와 신호 없는 횡단보도에서, 감히 간 크게 경적을 울리는 차는 없었다.

그렇게 20여분을 쭉 걸어서 움직인 김민식과 7명의 조폭들이, 이태원 역 앞에 나름 번화가로 볼 수 있는 곳에서, 제법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한 호프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

그곳 싹싹하니 인사성 밝은 점원도 김민식을 비롯한 8명의 조폭들의 방문에, 도로 몸이 움츠러들고 동공이 흔들렸다.

다행인지 그 호프집에 주인이 마침 그곳에 있었다. 곧장 주인이 나와서 바로 김민식에게 물었다.

“여기는 태석파 관할인데 혹시 그쪽 분들이십니까?”

“아니요. 우리는 술 마시러 온 것뿐입니다. 조용히 마시다 갈 테니 염려 마시오.”

김민식이 나름 점잖게 말했다. 하지만 주인은 여전히 그들이 못 미더운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걸 보고 김민식 밑에 성질 급한 조폭 하나가 발근해서 말했다.

“이런 C발. 우리는 술도 못 마시나?”

“어허!”

김민식은 홍대복과 접선하기로 한 이곳에서 쫓겨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좀 전 발끈한 수하를 째려봤고, 그 모습에서 김민식의 말이 믿을 만 하다고 본 주인이 말했다.

“알았어요. 마시고 가세요. 대신 조용히 있다 가셔야 합니다. 아니면 저희도 태석파에 연락할 수밖에 없어요.”

“자리나 안내하시오.”

김민식과 그 수하들은 조폭들이지만 사실 생生조폭들이라고 볼 수 없었다.

김민식 만해도 조직에서 쫓겨난 조폭이었으니까. 지금 김민식 밑에 조폭들은 사실 겉만 조폭이지, 사실은 양아치들이었다.

그런 양아치들이 진짜 조폭세계를 알 리 없었다.

즉 현재 서울에서 조폭세계에, 얼마나 큰 지각 변동이 발생했는지 알지 못했다.

“태석파? 저 주인 좀 멍청하지 않아?”

“그러게. 태석파가 어디 있어? 태천파겠지.”

그래도 서울 최대 조직인 태천파는 아는 김민식과 그 수하들이었다.

하지만 그 태천파가 공중분해 되고, 양태석이 이끄는 조직이 빠르게 태천파의 자리를 메우고 있는 중임을, 그들이 알 리 없었다.

그 조직은 정확한 조직명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업소 사장들은 그 조직의 보스, 양태석의 이름을 따서 태석파로 부르고 있었다.

* * *

태천파에 이어 바로 등장한 태석파의 태동을 두고, 서울 조폭조직들은 촉각을 곤두 세웠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었다.

붕괴된 태천파의 영역은 태석파가 빠르게 메우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욕심을 내고 움직임을 보였던, 서울의 방귀 좀 뀐다는 조직들이, 움직이자마자 바로 검경의 공격을 받아, 조직원들이 죄다 잡혀 가 버렸으니까.

그러니까 정작 검경합동수사본부에 잡혀 들어가야 할, 태천파 조직원들은 없고 엉뚱한 서울의 다른 조직 조직원들만 득실거렸던 것이다.

근데 경악스러운 것은 검경에서 그들을 태천파 조직원으로 둔갑시켜 버린 것이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런 수작질에 서울의 다른 조폭 조직들도 눈치를 차렸다. 태석파 뒤에 엄청난 거물이 있다는 걸 말이다.

서울의 전국구 조폭조직들은, 그걸 알면서 불길 속으로 뛰어들 불나방들은 아니었다.

그래서 태석파가 태천파를 대신해서, 그 자리를 장악해 나가는 걸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런 복잡하게 돌아가는 서울 조폭세계의 흐름을 조직에서 쫓겨난 김민식이나, 그 밑에 양아치 수하들이 알리도 없고 알려고 들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중요한 건 그들에게 월급 줄 사람, 즉 그들을 먹여 살려 줄 사람 곁에 들어붙어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김민식도 그의 수하들도, 지금 이 자리에 와 있었고.

“여기 3천짜리 2개랑, 안주로 피쉬 앤 칩스와 소시지와 으깬 감자 주시오.”

손님답게 김민식은 호프집에 비어 있는 한쪽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자, 그들을 따라 온 점원에게 바로 주문을 넣었다.

그 뒤 그들이 시원한 호프로 목을 축이고 있을 때였다.

빌리리리....

김민식의 핸드폰이 울렸다. 김민식은 발신제한 번호로 뜨는 그 전화를 바로 받았다.

보나마나 조심성 많은 홍대복의 전화일게 뻔 하니 말이다.

“여보세요?”

=앤 크라운이야?

호프집 이름을 바로 말하는 홍대복. 홍대복과 김민식이 한 통화만 수천 통은 될 거다.

당연히 전화상 홍대복의 목소리를 모를 김민식이 아니었다.

“네. 지금 거기서 애들이랑 호프 한 잔씩 하고 있습니다.”

=C발. 나보다 너희들이 더 팔자 좋네. 그럼 애들은 두고 너만 잠깐 거기서 나와 봐.

“네.”

대답 후 김민식은 전화를 끊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수하들에게 말했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렇게 말하고 정작 호프집 밖으로 나온 김민식. 그런 그가 가게 밖에서 다시 핸드폰을 귀에 대자 홍대복이 말했다.

=거기서 좌측을 봐. 엔젤스라는 PC방 간판 보이지?

“네. 보입니다.”

=일단 그 건물로 들어 와.

그 말 후 홍대복은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김민식이 짜증 섞인 얼굴로 말했다.

“사람 귀찮게 하네. 지가 무슨 007도 아니고....”

투덜거리며 김민식은 홍대복이 시킨 대로, 엔젤스 간판이 유독 빛나는 건물 쪽으로 움직였다.

* * *

강원도 촌구석에서 드디어 서울로 상경한 박칠석과 그 부하들.

당연히 서울 한복판에서 그들은 촌스러운 티가 났다. 하지만 그들을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은 있어도, 그들에게 감히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행인들인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도, 그들은 위험해 보였으니까. 그런데 상경한 그 시기가 나빴다.

“C발 좆도....하필 검찰, 경찰이 이때 난리람?”

“그러게 말입니다. 태천파가 훅 가 버렸던데요?”

“이제 우리는 어쩝니까?”

그래도 놈들도 조폭이랍시고 서울 소식에 문외하지는 않았다.

부하들이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함에도, 그들 보스인 박칠석은 태평했다.

왜냐하면 태천파는 날아가도 양태석이 무사하다는 건 곧, 이번 사태로 인해 그에게 미칠 영향이 거의 없다는 소리나 같았으니까.

특히 박칠석의 뒷배는 양태석이 아니었다. 양태석이 모시고 있는 분이지. 그분에게는 아직 연락을 드리지 않았다.

대충 박칠석이 뿌리를 내릴 곳이 어떤 곳인지 정도는, 그 스스로 파악해 보고 나서 그분께 연락을 드리는 게 맞다 싶어서 말이다.

좀 전 양태석과의 통화에서도 박칠석이 그렇게 말하자, 양태석이 잘한 생각이라며 그를 칭찬해 주기까지 했다.

그분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모셨던 양태석이었다. 그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해서 박칠석은 이번 주까지 이곳 이태원 역 주변을 살피고, 이곳 지리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그건 그뿐 아니라 그 부하들도 마찬가지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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