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228화 (228/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백지연은 아직 결혼 안 한 상태지만 그렇다고 남자를 모르진 않았다.

오히려 섹스에 대해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보니, 다양한 남자들과 섹스를 즐겨 온 편이었다.

최근 삼명호텔에 일이 많아서 남자와 같이 자는 게 뜸했지만, 그 전에는 많게는 다섯 명까지 남자들을 두고 만났었다.

그렇게 봤을 때 연예인으로 성공하자마자, 바로 윤지승과 결혼해 버린 고지영에 비해서, 사실은 백지연이 남자에 대해 더 많이 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백지연이 그 동안 만나 온 꽤 많은 남자들 중 그녀를 만족시켰던 남자들이, 그녀에게 선사했던 그 짜릿한 오르가슴만큼이나, 강렬한 쾌감을 술에 취해 마구 때려 부수고 있는 지금 느끼고 있었다.

“호호호호. 언니 이것도 던져 봐. 깨지는 맛이 제법 좋아.”

“그래. 이야앗!”

와장창!

두 여자들이 술집 하나를 아작 내는 동안, 한 남자가 팔짱을 끼고 그걸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그런 남자 뒤로 이곳 백제 호텔 관계자며, 술집 직원들, 호텔 보안 요원들이 다들 어이없어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누구도 그녀들을 말리려 나서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들 앞을 팔짱을 낀 체 홀로 막아서고 있는 한 남자 때문에 말이다.

그 남자는 여기 백제 호텔의 VVIP고객이며,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의 막내아들인 백준열로, 그가 가만히 있는 이상 누구도 이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두 여자들도 지쳤을까? 더는 때려 부수지 않고 대신 ‘킥킥’거리면서 여태껏 깨부쉈던 술병을 오픈해서, 그 술을 서로 번갈아가며 마시고 있었다.

저대로 두면 또 술에 취해서 난동을 부릴 게 뻔했다.

그걸 직감한 듯 백준열이 움직였다. 그는 깨진 병의 파편을 오리조리 피하며 그녀들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고, 그런 그가 그녀들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들도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휘익!

그때였다. 백지연이 대뜸 들고 마시고 있던 술병을 백준열을 향해 집어던졌다.

정확히 백준열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술병. 그걸 보고 뒤쪽 사람들이 다들 움찔했다.

왜냐하면 백준열은 이곳 호텔의 VVIP인데 그런 그가 다치기라도 하면, 호텔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었으니까.

척!

그런데 그 병을 백준열이 한 손으로 가볍게 잡아냈다.

“허얼....”

“야구 선수 아니야?”

다들 놀랄 정도로 백준열이 날아오는 병을 잡아채는 동작은 묘기에 가까울 정도로 멋졌다. ,실제 그걸 보고 박수를 친 사람이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게 백지연을 더 자극했다. 그래서 그녀의 손에 어느 새 다른 술병이 들려 있었고, 그녀는 그 술병을 이번에는 앞 번보다 더 세게 백준열을 향해 내던졌다.

척!

한데 백준열이 그것마저도 손쉽게 잡아냈다.

“이씨....”

그걸 보고 제대로 자극 받은 백지연. 그런 그녀에게 옆에 고지영이 자신이 들고 있던 술병을 건넸다. 이럴 때 또 환상의 케미를 자랑하는 두 사람이었다.

“고마워. 언니.”

백지연은 고지영에게서 건네받은 술병을 다시 백준열을 향해 집어 던지려 했다.

그때 백준열이 한 마디 했다.

“뻐꾸기!”

그 말에 백지연이 움찔하더니 던지려고 들어 올렸던 술병을 도로 내려놨다.

* * *

이제동의 싸움 능력은 역시 쓸 만 했다. 일단 깨진 병이 온천지로 널려 있는, 술집 안으로 들어 갈 때도 감각적으로 발을 디뎠는데 거기는 안전했다.

그렇게 두 여자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는 데, 미친 뻐꾸기 년이 나한테 술병을 집어 던졌다. 나는 그걸 받아냈다. 이번 역시 이제동의 싸움 능력이 제 몫을 한 것. 근데 하나가 다가 아니었다.

또 술병이 날아왔고 그걸 받아내고 나자, 이번에는 옆에 고지영이 거들었다.

그렇게 세 번째로 백지연이 나에게 술병을 집어 던지려고 할 때 내가 말했다.

백지연이 들으면 가장 가슴을 후벼 팔 말을 말이다. 그러자 나를 향해 집어 던지려던 술병을 내리며 백지연이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리곤 바로 나를 알아 본 듯 말했다.

“백준열?”

“그래. 나야. 이게 무슨 짓이야?”

나는 그녀와 대화를 시도하며 동시에 그녀 쪽으로 움직였다. 내가 다가가는 걸 백지연은 굳이 제지하지는 않았다.

“네가 여기 어쩐 일이야?”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집 놔두고 여기서 뭐하는 거지?”

나는 그녀가 본가에 들어갈 수 없는 처지임을 눈치 차렸지만 모른 척 물었다.

그러자 백지연이 힐끗 옆에 고지영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는 언니랑, 술 한 잔 하고 있었지. 너는?”

“나? 나야 서울 특급 호텔이 다 내 집이잖아?”

“아아. 맞다. 너 호텔계의 ‘호구’지 참.”

백지연의 ‘호구’라는 말에 내 속에서 울컥 뭔가 치밀어 올랐다.

아마도 백준열이 백지연에게 특히 듣기 싫은 말이 그 ‘호구’란 소리 같았다.

백준열은 알다시피 서울의 특급 호텔들을 자기 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러면서 그곳에 돈을 펑펑 쓰고 있었다.

백지연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는데, 백준열은 그게 그의 ‘플렉스’한 삶이었다.

서지현 사모님과 백지연이 명품에 환장하듯이 말이다.

FLEX는 구부리다, 몸을 풀다는 뜻의 영어지만, 돈 자랑을 하다는 뜻으로, 주로 랩 또는 한국 음악에서 매우 자주 사용되는 말이었다.

이 당시 재력이나 귀중품 등을 과시하는 행위를 이르는 신조어로, 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뻐꾸기가 영 주제 파악을 못하는군.”

당연히 내가 백지연에게 꿀릴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삼명家 사람도 아니니까.

내 말뜻을 이해 못할 백지연이 아니었다. 비록 술에 취해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지. 너는 진짜고....나는 가짜니까. 그래. 원하는 게 뭐야?”

“내가 왜 여기 불려왔겠어?”

나의 그 말에 그녀가 내 뒤에 우르르 몰려 있는 사람들을 보고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하아....너무 취해서 실수를 한 거 같네. 알았어. 여기서 꺼져 줄게.”

그 말 후 그녀가 움직이려 했고, 그런 그녀를 내가 잽싸게 말렸다.

“잠깐! 거기는 지금 안전하지만, 거기서 나오면 네 다리가 걸레짝이 되고 말 거야.”

백지연과 고지영이 집어 던진 술병들로 인해 이미 이곳 바닥은 지뢰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지뢰밭을 만든 두 사람이 있는 곳이야, 지뢰가 없겠지만 거기서 나온다면 얘기는 달라졌다.

술에 취한 백지연은 지금 그것까지 생각할 이지(理智) 능력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백지연보다 그 옆에 여자가 문제였다.

“어어? 내 가방!”

고지영이 나와 백지연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 그녀 눈앞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소파에 자기 가방을 발견하고는, 그걸 가지고 오려고 움직인 것이다.

“젠장....”

저대로 두면 고지영은 깨진 병에 발이 찔리고 말 것이다.

파파파팟!

내 다리가 신속하게 움직였고, 비틀거리며 두어 걸음 째 발을 내딛고 있는 고지영에게로 다가갔다.

순간 그녀의 발이 마침 뾰쪽하게 서 있는 깨진 병의 파편을 막 밟으려 했고, 내 오른팔이 그녀의 허벅지를 받치며 그녀의 몸을 번쩍 들어 올렸다.

“어머!”

그러자 그녀의 상체가 자연스럽게 뒤로 누웠고, 그런 그녀 등을 내 왼팔이 떠 받쳤다.

그렇게 깨진 병의 파편을 밟을 뻔한 고지영을 번쩍 안아 든 나는, 황당한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 백지연이 있는 쪽으로 넘어갔다.

아무래도 그쪽이 안전지대였으니까.

* * *

나는 안고 있던 고지영을 내려놓을 했는데, 그녀가 내 목을 너무 꽉 끌어안고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그런 날 보고 백지연이 여전히 당혹스런 얼굴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너 내가 아는 그 백준열이 맞아?”

그녀가 아는 백준열은 철저히 자기 밖에 모르는 녀석이었겠지.

자기 몸을 제일 중시하는 녀석이, 타인을 위해 희생을 한다?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도 그 정도는 안다. 하지만 나는 그 백준열이 아니고, 내 능력이 되는 데 위험에 처한, 그것도 고지영처럼 절세미인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너어. 혹시 지영이 누나한테 관심이 있는 거야?”

술에 취했다고 필터 없이 바로 할 말 다하는 백지연. 그런 그녀 때문에 내가 어이없어 할 때였다. 갑자기 날 꽉 끌어안고 있던 고지영이 팔을 풀더니, 날 빤히 쳐다보는 게 아닌가?

“나한테 관심 있다고?”

‘이 여자는 또 왜 이래?’

이때 나는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이 술집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게 백지연 혼자가 아니란 걸 말이다.

“잘생겼네?”

여기 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쪼오옥!

“히익!”

고지영이 내 이마에 뽀뽀를 했다. 기겁한 내 눈이 커지자 그녀의 입 꼬리가 슬쩍 위로 올라갔다. 그리곤 이내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오 마이 갓!’

사라진 그녀의 입이 내 입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 상황에서 나는 몸을 틀었다.

그래야 나와 고지영이 키스하는 장면이, 술집 밖에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

술 취한 고지영은 대담했다. 키스도 그냥 키스가 아니었다.

“우웁....”

내 입 안으로 그녀의 가늘고 긴 혀가 들어왔다.

비록 뻐꾸기지만 백준열이 누나라고 부르며, 나름 친하게 지내기도 했었던 백지연이었다.

그래선지 고지영과 키스 중 내 몸에 거부 반응이 강하게 일었다.

하지만 정작 백지연은 우리가 뭘 하든 상관없는 듯, 술병 하나를 챙겨서는 오픈하고 있었다.

술을 더 마실 모양. 그러나 그건 곤란했다.

마시더라도 여기서 나가서 마셔야지 말이다. 그 말을 하려는 데 고지영이 좀체 키스를 끝내지 않았다.

별수 없이 내가 억지로 고지영의 키스를 뿌리치고, 그녀를 억지로 내려놨다. 그리곤 술병을 입으로 가져가고 있는 백지연 부터 말렸다.

“스톱!”

내 외침에 움찔하며 술병을 내리는 백지연. 나는 그녀 쪽으로 가서 그녀 손에 들린 술병부터 뺏었다. 그리곤 술집 밖을 향해 외쳤다.

“뭣들하고 있어요. 여기 치워야 나가지.”

그 말에 술집 밖의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술집 안을 치우기 시작했다.

이미 대기 중이던 청소 용역들이, 먼저 바닥의 깨진 병과 파편들부터 치우고 나자, 정리는 순식간에 이뤄졌다.

그 사이 나는 두 여자를 데리고 그 술집을 나와서, 곧장 내 방으로 데리고 갔다.

원래 백지연도 여기 방을 잡은 걸 알기에, 그쪽으로 두 여자들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문제가 생겼다.

“이거 좀 놔요.”

고지영이 갑자기 뒤에서 날 끌어안더니 놓지를 않는 거다.

별수 없이 28층에서 같이 내릴 수밖에 없었고, 토할 거 같다는 백지연 때문에 내 방으로 들어왔는데....

그때부터 두 여자들이, 한 명은 욕실에서 또 한 명은 발코니에서 뻗어 자 버렸다.

그러니까 백지연은 토하러 욕실에 들어갔다가, 거기서 잠들어 버린 거고, 고지영은 답답하다며 발코니에 나갔다가, 거기서 뻗어 버린 것.

“아이고. 두야.”

결국 그 두 여자를 나란히 내 침대에 눕혀 놓고서, 나는 다른 방으로 가서 거기서 잠을 청했다.

“그래도 지금부터 자면 얼추 4시간을 잘 수 있겠네.”

앞에 좀 잤기 때문에, 그 정도 자면 내일 하루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무리는 없을 듯 했다.

그렇게 나는 잠을 청했고, 이내 깊게 잠이 들었다.

* * *

습관이 무섭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한번 밴 습관은 잘 변하지 않는 법이다.

“으으음....”

그렇게 술을 퍼 마시고 새벽에 잠이 들었건만, 고지영은 아침 7시가 되자 잠에서 깼다.

“으윽!”

근데 제일 먼저 그녀를 반긴 건 그녀가 누워 잔 침대도, 그 옆에 남편도 아니었다.

바로 끔찍한 두통. 그 두통 때문에 한 손으로 이마를 만지던 그녀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살폈을 때, 제일 먼저 그녀 눈에 들어 온 건, 당연히 그녀 옆에 누워서 자고 있어야 할 남편이 아닌, 웬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었다.

“헉!”

놀란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자, 그녀 옆에 누워 있던 긴 머리 여자가 몸을 비틀면서 계속 잤다.

그때 머릿결 사이로 드러난 여자의 얼굴을 보고서, 고지영은 그녀가 지금 처한 현실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어제 일이 떠올랐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녀가 남편에게 외박을 허락 받았다는 점이었다.

물론 딸이 깨기 전에 집에 돌아간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그러려면 지금 챙겨서 집으로 가야했다.

그래서 고지영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일단 방을 나섰다.

“와아....”

그런 그녀가 방밖을 나가자 감탄부터 해야 했다. 그녀도 재벌가의 며느리로 살고 있지만, 이런 화려한 호텔 방은 처음이었다.

하긴 여기가 백제 호텔에서도 VVIP만 이용한다는, 하루 숙박비가 수천만 원이나 하는 곳이란 걸, 이제 가정주부인 고지영이 알 턱이 없었다.

“아아....”

그때 마침 그녀 눈에 널따란 거실 테이블 위, 그녀 가방이 놓여 있는 게 보였다.

그러니까 고지영은 저 가방을 챙겨서 여길 나가면 됐다. 하지만 그래도 백지연에게는 간다는 말은 하고 가야 예의일 거 같았다.

하지만 깊게 잠든 백지연을 깨우기도 그래서, 고지영은 쪽지를 써 놓고 가기로 했다.

해서 주위에 필기구를 찾았다. 한데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필기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 호텔 방의 여러 방 중에서 서재로 보이는 방을 발견했다.

고지영은 그쪽으로 가서 양쪽 미닫이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봐 버렸다.

침대에 대자로 뻗어 자고 있는, 잘 생기고 몸 좋은 젊은 남자를 말이다.

그런데 그 남자, 팬티 한 장 달랑 걸치고 자고 있었는데, 그 팬티 사이로 자지가 삐져나와 있었다.

“어머?”

고지영은 그 흉측한 걸 보지 않으려고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하지만 가리면 뭐하겠나?

그녀의 두 손의 손가락이 활짝 펼쳐져 있는 걸. 그리고 그 손가락 사이로 부릅뜬 고지영의 두 눈이, 백준열이 아직 발기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발기한 고지영의 남편 윤지승의 자지보다 더 큰, 그의 자지에서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