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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김민식은 자신의 보스인 홍대복의 전화를 받고나서, 오늘 쉬는 날이었던 조폭들과 다시 연락을 취했다.
“어어. 그렇지. 홀리데이 커피 전문점 안에 들어가 있으면 돼. 딴 녀석들도 다 거기로 갈 테니까.”
김민식은 홍대복과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30분 빨리 조폭들과 약속 시간을 잡았다.
그래야 녀석들을 한데 모아서 홍대복을 보러 갈 테니 말이다. 일단 쫓기는 몸이지만 홍대복에게는 돈이 있었다.
그 돈을 쳐야 움직이는 게 김민식과 조폭들이었고. 김민식이 막 첫 번째 연락이 되는 조폭과 통화를 하고 나서, 다음 조폭에게 전화를 걸려 할 때였다.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횡치열이었다.
“뭐야? 이 새끼도 설마?”
분명 황치열을 지하실에 가두고 나온 김민식이었다. 그런 그가 형사들의 눈을 피해서 탈출에 성공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렇다면 이 새끼가 왜 자기한테 전화를 건단 말인가? 김민식은 아무래도 황치열의 전화를 받지 않는 게 좋겠다 싶었다. 그러자 횡치열도 더 길게 전화를 걸지 않고 끊었다.
띠링!
그때 문자 메시지가 왔고 확인하니 황치열이 보낸 거였다.
[할 말이 있으니 전화 좀 받지?]
하지만 황치열이 전화 받으란다고 김민식이 전화 받을 이유가 없었다. 그때 다시 황치열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감옥 가고 싶나?]
감옥이란 말에 김민식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리곤 다시 황치열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김민식은 황치열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황치열이 더 이상 문자도 전화도 하지 않았다.
해서 김민식은 나머지 여섯 명의 조폭들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들과 이태원의 홀리데이 커피 전문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곤 본인도 이태원으로 가려 할 때였다.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수아?”
바로 김민식이 그 동안 공 들여서 꼬셔 온 여배우였다.
다행이라면 그녀는 오늘 성 상납 장소인 파라다이스에 없었다는 점. 그래서 김민식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어. 수아야.”
=오빠. 지금 어디야?
“나? 지금 집.”
김민식은 거짓말을 했다. 지금 김민식은 집이 아닌 친구 가게에 숨어 있었다.
호구도 아니고 집에 갔다가, 거기 잠복해 있을 경찰에게 잡힐 순 없는 일 아닌가?
=집은 무슨, 나 얘기 들었거든. 좀 전에 황 차장과 통화했어.
“뭐?”
황치열이 자신의 애인인 민수아에게 손길을 뻗쳤다는 사실에, 김민식이 꽤나 당황해 할 때였다.
=오빠. 나 그 새끼 감옥에 쳐 넣고 싶어. 그리고 빚도 청산하고.
“그, 그게 무슨....”
=홍대복 사장. 오빠가 잡아서 경찰에 넘기면 안 될까?
“뭐?”
=그렇게 하면 황 차장이 충분히 정상 참작이 된다고 했어. 황 차장도 지금 그쪽 검사와 손을 잡은 상태고. 검사에게 협조하는 조건으로 내일 훈방 될 거래. 그렇다면 홍대복을 잡아 간 오빠도 내일 훈방 될지 모르잖아?
“수아야. 그건 좀....”
=오빠. 나 사랑하지?
“그, 그럼. 사랑하지.”
=그렇다면 내 말 들어. 만약 오빠가 홍대복이 잡아서 경찰에 넘기면....오빠 소원 들어줄게.
“그, 그게 정말이야?”
그 동안 꽤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민수아는 끝까지 홍대복에게 자신의 몸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홍대복만 경찰에 넘기면, 이제 드디어 그녀의 몸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김민식은 갈등이 깊어졌다.
자신을 구해준 거나 마찬가지인 홍대복이었다. 물론 그 동안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 못할 짓도 참 많이 한 김민식이었다.
그런 김민식의 고민을, 민수아가 바로 한방에 날려 버릴 소리를 그에게 내뱉었다.
=사실 저번 주에 홍 대표가 나를 불렀어.
“뭐?”
=어디 룸빵이라던데 숨에 잔뜩 취해서, 나보고 와서 몸빵으로 빚 갚으라고....그런데 어떻게 그래? 그래서 안 갔거든.
“하아. 그 개새끼가 진짜....”
자칫 자신의 사랑인 민수아가 홍 대표에게 몸을 더럽힐 뻔하지 않았나?
그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른 김민식. 그런 그에게 더 이상 홍 대표는 고마운 존재가 아니었다. 자기 여자를 범하려 한 개새끼지.
* * *
황치열은 김민식이 기어코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자, 별수 없이 그의 연인인 민수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수아를 설득하는 건 쉬웠다. 민수아에게 홍대복은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순 개자식이었으니까.
그런 그를 감옥에 처넣어 준다는 데 그걸 마다할 그녀가 아니었다.
거기다가 그녀가 홍대복에게 빌려 쓴 돈도 사실은 갚을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와 홍대복 사이에 작성한 계약서를 홍대복이 잃어버렸거든.
그걸 모르는 민수아는 무식하게 꾸역꾸역 홍대복의 빚을 갚아나가고 있었던 것이고.
당연히 그 사실까지 황치열이 문수아에게 알려주진 않았다.
대신 홍대복의 빚을 자신이 책임지고 없애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러자 순진한 민수아는 황치열의 말에 넘어왔고, 그녀를 움직여서 김민식을 설득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이제 전화 받네?”
=내가 뭘 하면 되는데?
갑자기 고분고분해진 김민식. 하지만 그가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민수아가 말하지 않았어? 홍대복을 잡아서 경찰에 넘겨!”
=그, 그건 좀....
우직한 김민식이라면 이런 반응을 보일 거란 것 역시 황치열의 계산 하에 있었다. 당연히 그에 대한 대책도 생각해 뒀었고.
“뭐 그게 어려우면 홍대복을 잡고만 있어. 거기로 경찰을 보낼 테니까.”
=그러지.
황치열은 그래도 조폭이랍시고 의리 찾는 김민식이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번 돈 죄다 부동산에 처넣고, 밑에 애들한테는 고작 한 달에 백만 원 쥐어주는 새끼한테 의리는 무슨....”
물론 그 얘기를 김민식에게 대 놓고 말하진 않았다. 김민식과 통화를 끝낸 뒤, 푸념 섞인 목소리로 한 번 해 본 거지.
황치열이 알기로도 그나마 조폭들의 관리자급인 김민식도, 불과 3년 전까지 월백만 원 받았으니 말 다한 거다. 그 정도로 짠 인간이 홍대복이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홍대복은 지금의 QH엔터를 인수했고, 성상납을 통해 잘 나가는 엔터 업계 사업가로 변신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은 김민식도 알았다. 그러니 민수아의 말에 홀라당 넘어간 거고.
의리보다 사랑을 선택했다는 명분이 김민식에게 생긴 것이다.
“자아. 그럼 이제 마무리를 지어 볼까나?”
황치열은 김민식과 통화를 끝내기 전, 김민식이 어디서 잔여 조폭들을 만날지 알아냈다.
즉 거기로 형사들을 보내면, 김민식이 그 조폭들을 데리고 홍대복이 있는 데를 찾아 갈 것이고, 형사들은 그런 그들 뒤를 쫓다가, 홍대식이 나타나면 그를 잡기만 하면 됐다.
“나 검사님 접니다. 성공했습니다. 네. 형사들 준비 됐죠? 네. 지금 바로 이태원 홀리데이로....”
곧 나재석 검사와 통화 한 후 황치열은, 그가 혼자 쓰고 있던 경찰서 조사실에서 밖에 대기 중인 형사를 불렀다.
“여기 돼지 국밥하고 수육 좀 시켜 주세요. 아아. 소주 한 병 추가. 맞다. 올 때 담배도 한 갑, 말보르 로다가....여기 추운데 담요 한 장도 갖다 주고....”
형사는 안 그래도 퇴근도 못하고 경찰서에 잡혀 있는 게 열불 나 죽겠는데, 자신을 무슨 머슴 부리듯 하는 황치열에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중앙지검에서 특별히 부탁을 했단다. 황치열이가 해 달라는 건 다 해주라고 말이다. 단지 조사실 안에 그가 있을 때만 말이다.
지금 황치열은 조사실 안에 있었고, 그가 하는 부탁은 형사가 무조건 다 들어 주어야했다.
“....그러지.”
형사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내는 애써 감추고, 조사실을 나가서 황치열이 요구한 것들을 들어 주기 위해서,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하고 형사 숙직실로 가서 담요도 챙겼다.
조사실의 황치열이 배부르고 춥지 않게 재우기 위해서 말이다.
* * *
벨레레레~ 벨레레레~
잘 자는 데 어디서 전화 소리가 자꾸 들려왔다. 그래서 잠에서 깨버렸다.
“하아....”
나는 비몽사몽간에 몸을 일으켜서 여전히 시끄럽게 울리고 있는....이곳 호텔 전화를 받았다.
“네.”
=백 대표님. 주무시는 데 죄송합니다.
죄송할 짓은 안 하면 될 것을, 꼭 해 놓고 사과는 뭐하러 하나 이 말이다.
내가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어지는 호텔 프런트 직원의 말이 내 정신을 단박에 번쩍 들게 만들었다.
=백 대표님. 지금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누님 되시는, 백지연님께서 일행 분과 난동을 부리고 계십니다.
“네?”
이게 무슨 잘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란 말인가?
백지연이 여기 왜 있고 일행은 또 누군데, 같이 호텔스카이라운지에서 난리를 치고 있단 건지....
=저희 보안 요원들이 막고는 있지만....힘들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대표님께서 나서주시는 것이....
이런 일은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삼명그룹 차원에서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했다.
삼명그룹의 경호팀원들이 와서 백지연을 챙겨 가든지, 아니면 비서실장인 오규동이 책임질 테니 호텔 측에서, 백지연을 제압해서 모처로 데려다 준다던지 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백지연에게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다들 좆 된 거지만.
한데 이곳 호텔 측에서 삼명그룹이 아닌, 나한테 이렇게 연락을 취했다는 것은....
나는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일단 전화를 끊었다.
“뭐야? 뻐꾸기가 벌써 둥지를 떠난 건가?”
백승렬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취할 거란 건, 나로서도 예상했던 바였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백지연을 내쳐 버릴 줄은 몰랐다.
“하아....사람 귀찮게 하네.”
일단 내가 나서면 삼명그룹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호텔 측에서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나를 깨운 거 같았다.
나는 별 수 없이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다시 주워서 입고 호텔 방을 나섰다.
그나마 스카이라운지라 가까워서 좋았다.
내가 묵고 있는 VVIP룸이 28층인데 스카이라운지는 그 위, 위층인 30층에 있었으니까.
엘리베이터를 잡아타고 30층에 올라가자, 이미 호텔 쪽 보안 요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쪽으로....”
그리곤 나를 백지연과 그 일행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루프탑 바Bar로 안내했다.
와장창창!
“호호호호....언니. 그것도 부셔.”
“이야앗!”
콰앙! 쿠쿵!
그 안에서 진짜 여자 둘이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그녀들은 바Bar 안의 의자를 집어 던지다가, 아예 바Bar테이블을 넘어서 그 뒤에 진열 된 술병들을 마구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와우!”
그로 인해 바Bar 안이 온통 술 냄새로 진동을 했다.
나는 백지연이 미쳐 날 뛰는 걸 보며 감탄하며 박수까지 쳤다.
저렇게 미친 짓을 하더라도, 이제 그녀에게 뭐라고 할 사람도 없었다.
아마 이 장면은 서지현 사모님이 보면 기절초풍 할 테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보나 마나지.”
백지연이 이 모양이면 서지현 사모님인들 무사할리 없었다.
아마도 백승렬 회장의 성정 상, 삼명가의 본가에 가둬 놨을 테지.
“그나저나 저걸....어? 저 여자는....”
그때 내 눈에 백지연 말고 다른 늘씬한 미녀가 눈에 들어왔다.
근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었다. 특히 웃을 때 특유한 매력을 마구 뿜뿜 발산해 대는 저 여자는....
“설마....고지영?”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유리의 성’에서 히로인Heroine으로, 출연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가 결혼하고 바로 은퇴해 버린 그녀.
이전 삶의 나도 참 좋아하던 여배우였다.
하지만 내 후년 전격적으로 이혼을 하면서, 결국 연예계로 복귀하게 되는 고지영이었다.
그런 그녀를 내가 지금 보게 되다니. 나는 내가 보고 있는 그녀가 그 고지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개눈깔」아이템을 사용했다.
그러자 그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란한 금빛과 은빛, 나로서도 사실상 처음 보는 황홀한 빛이었다.
시스템은 그 두 빛을 영광과 존귀를 상징하는 빛이라고 내게 전해왔다.
그러면서 그 영광과 존귀가 뜻하는 바를 내게 설명해 주었는데....
“맙소사!”
그 정보를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럴 것이 고지영은 왕비가 될 존재감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발에 편자라고, 현재 어울리지 않는 짝과 살고 있다나? 그로인해 그녀의 고귀한 존재감도 점점 더 퇴색 되어가고 있단다.
“허얼....”
근데 그녀와 어울리는 짝은 대한민국에서 딱 한명 밖에 없는 데....그게 바로 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와 고지영이 함께 하면 영광과 존귀가 함께 하는 존재, 즉 엄청 대단한 2세가 태어난다나?
‘뭐야? 지금 나보고 고지영이랑 결혼이라도 하란 거야?’
내가 속으로 발끈하자 견신 시스템이 말했다.
-누가 결혼하라고 했습니까? 2세를 보려면 고지영에게서 보면, 영광과 존귀가 함께 하는 존재를 2세로 볼 수 있다는 거지.
2세라는 시스템의 그 말에, 나도 그만 홀리고 말았다.
아마도 나도 수컷이다 보니 종족 보전의 본능에, 그만 생각이 매몰 되었던 모양이었다.
* * *
새벽 1시까지는 둘 다 안 취하고 잘 마셨다.
한데 새벽 2시를 넘어서며 고지영이 폭탄주를 직접 만들어서 마시기 시작하면서, 백지연도 덩달아서 빨리 취해 버렸다.
원래 고지영이나 백지연 모두 자기들의 술버릇을 몰랐다. 왜냐하면 둘 다 여태 꽐라가 될 때까지 마신 적도 없었고, 또 술이 워낙 쎄서 말이다.
하지만 술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은 남자에게만 해당 되는 소리는 아니었다.
고지영이나 백지연 둘 사람 다, 자기들이 이 자리에서 술 마시다가 취할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 만큼 술 마시는 거에는 두 사람 다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 자신이 먼저 무너진 것은 백지연이었고, 바로 이어서 고지영 역시 백지연과 같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백지연도 아마 자기 안에 이런 난폭한 면이 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건 고지영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백지연도, 고지영도 보이는 족족 때려 부술 때마다 그녀들의 응어리진 한, 즉 스트레스가 풀리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둘 다 그 짓을 멈출 수가 없었다. 더 때려 부술수록 치밀어 오르는 희열감은, 그녀들이 여태껏 살아오면서 느꼈던 그 어떤 쾌락보다도 강렬했다.
심지어 섹스 때 그녀들이 느꼈던 오르가슴보다도 더 짜릿할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