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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22화 (22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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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최현일의 에이전시가 가능한 일은, 김훈의 에이전시 역시 가능했다.

즉 최현일 측에서 남해 경찰서의 교통통제센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듯이, 김훈 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김훈의 에이전시에서는, 최현일의 에이전시와 달리 남해 조폭 조직에 연락을 취하지는 않았다.

대신 김훈이 임무 취소를 시키고 주말까지 낚시를 즐기라고 했었던, 오늘 비행기타고 먼저 김해공항에 도착했었던 그 처리자들에게, 새로 바뀐 임무를 맡겼다.

그 임무는 일단 남해로 가서 하동훈의 뒤를 쫓는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동훈이 눈치 차리지 못하게 놈을 쫓아야 한다는 것이다.

딱 한 명만 김해공항에 남고, 나머지 처리자들이 전부 그 일에 투입 되었다.

김해공항에 남은 그 한 명은, 남해로 간 처리자들과 서울의 김훈 에이전시 사이에 연결고리 역할을 하다가, 지금은 그들의 보스인 김훈을 김해공항에서 맞아서, 남해로 데려가는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김훈은 지금 최현일이 있다는 처리자들 에이전시 상황실로 전화를 걸었다.

당연히 그 번호는 분석실에서 어렵사리 알아내서 김훈에게 전해진 것으로, 비밀을 요하는 일이 많은 처리자들 에이전시의 특성 상, 수시로 바뀌었다.

그래서 최현일 에이전시에서, 특별히 관리하는 고객들이 아니면 상황실 다이렉트 전화번호는 알기 어려웠다.

그런 곳에 김훈은 바로 전화를 걸었고, 그곳 상황실에 있던 직원이 그의 전화를 받았다.

“거기 처리자들 에이전시죠?”

그곳이 정확히 어딘지 알고 걸어 온 전화다. 해서 상황실 직원도 자신들의 고객의 전화라 생각하고, 업무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렇습니다. 실례지만 어디신가요?

“아네. 제가 누군지는 아실 거 없고, 지금 거기 최현일 대표님 계시죠?”

=죄송합니다. 누구신지 밝히시지 않으시면 더 이상 통화는 어렵습니다.

“거기 지금 좆 된 거 다 알아요. 남해에서 그 인간 못 잡으면 회사 문 닫을 수도 있을 텐데. 지금 이리 한가하게 있을 때가 아니지.”

=당, 당신 누구야?

“내가 누군지가 뭐가 그리 중요하지? 중요한 건 그 놈을 잡을 수 있는, 제보가 아닐까 싶은데?”

=지, 지금 제보라고 했나?

“그래. 나는 지금 하동훈 그 새끼가 어디 있는지 알아.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놈을 어떻게 잡을 수 있는지, 그 방법도 알고 있고.”

=잠, 잠깐만 기다려라.

최현일 에이전시 상황실 직원은, 아마도 지금 김훈이 한 말을 감당할 그릇이 못 되는 거 같았다.

그래서 그 위에 누군가에게 보고를 하는 거 같았고, 그 누군가는 거기 대표인 최현일 일 공산이 컸다.

왜냐하면 지금 그 상황실에 최현일이 있다는 걸, 김훈은 자신의 회사 분석실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좀 전 내게 한 말을 다시 해 보겠나?

그렇게 2분 쯤 기다렸을까? 그 상황실 직원이 말했다.

하지만 최현일은 그가 앞서 한 말을 그대로 얘기할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그가 떠드는 말을, 최현일이 듣고 있을 테니까.

“삼명그룹에서 내일 아침까지 그 의뢰를 해결하지 못하면, 과연 어떤 일이 생길까? 최현일.”

=너, 너 설마 김훈?

“그래도 내 목소리는 알아듣네. 오랜 만이다. 최현일.”

두 에이전시는 대한민국이란 좁은 땅덩이에서 수시로 부딪쳤다.

하지만 그 두 에이전시 대표끼리 마주치거나, 지금처럼 전화상으로 대화를 나눈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둘 다 서로를 껄끄럽게 생각했으니까. 그런 두 사람이 이런 식으로 전화상으로 마주하게 될지는, 두 사람 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먼저 전화를 건 김훈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최현일로서는 그런 상황 자체가 짜증날 수밖에 없었다.

* * *

특전사에 복무 할 때부터 사사건건 부딪쳐 온 라이벌.

근데 군복을 벗기 전까지, 최현일은 단 한 번도 김훈을 상대로 이겨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민간인 신분이 되고 나서 둘은 아예 비교 대상도 되지 못했다.

신분의 차이랄까? 최현일은 그가 바라던 대로 처리자들 에이전시를 만들었고, 거기 대표가 됐다. 하지만 김훈은 그냥 밑바닥 인생이었다.

시작부터 그러니 더 이상 김훈은 자신의 라이벌이 아니었다.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데 무슨 라이벌.

그랬던 김훈이 몇 년 뒤에 처리자들 에이전시 대표가 되어 최현일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예전처럼 그의 일에 자주 태클을 걸며 도전을 해 왔다.

허나 예전처럼 최현일이 일방적으로 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최현일의 에이전시가 백화점이라면, 김훈의 에이전시는 동네 구멍가게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불과 1-2년 사이 꾸역꾸역 성장해 나간 김훈의 에이전시는, 지금은 동네 마트 정도까지 커졌다.

그래도 그렇지, 김훈이 이런 식으로 자신과 그의 에이전시를 무시할 정도로 큰 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최현일이 마음만 먹는다면, 김훈의 에이전시 정도는 찍어 내 버릴 수 있었다.

“장난치는 거면 너와 네 에이전시는 무사치 못할 거다.”

최현일은 오랜만이라는 김훈의 말에 경고부터 했다.

최현일이 기억하는 김훈은 말 재주가 뛰어났다. 그래서 녀석과 얘기하다보면, 어느 새 녀석에게 휘둘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최현일은 그런 일을 지금 이 상황에서 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김훈의 말에 엄포부터 놓고 본 것이다.

=장난? 이거 옛 전우를 좀 도울까 해서 연락했더니 안 되겠네. 내 호의가 장난 취급 받고, 거기다가 협박까지....뭐 어쩌겠어. 정승도 저하기 싫으면 그만인데. 잘 해 봐라.

뚜뚜뚜뚜뚜뚜....

그 말 후 김훈은 진짜 전화를 끊었다.

“아니. 대표님.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그러자 최현일 근처에 있던 허재훈이 버럭 화를 냈다.

그럴 것이 이번 사태를 해결할 중요하나 제보 전화가 걸려 왔는데, 그걸 최현일 대표가 한번 들어 보기도 전에 뻥하고 걷어 차 버렸으니 말이다.

“지금 당장 그쪽으로 전화해서 그 제보가 뭔지 알아내십시오.”

근데 허재훈이 너무 많이 나갔다. 아무리 그래도 이곳 대표는 최현일이었다.

그런 그에게 허재훈이 지시를 내리고 있으니 분위기가 살벌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재훈은 끝까지 최현일을 물고 늘어졌다.

“어서요!”

그런 허재훈을 보고 되레 최현일이 차분하게 말했다.

“저쪽에서 원하는 게 있으니 먼저 연락한 거다. 그러니 기다리면 저쪽에서 다시 연락이 오게 되어 있어.”

하지만 허재훈도 이제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이곳 처리자들 에이전시에 대주주가 되고 나서는, 사태를 보는 직관력이 상당히 날카로워졌다.

“그러니까 그게 언제냐고요? 내일? 아니면 모레? 그때까지 삼명그룹이 가만있겠습니까? 그렇게만 된다면야 나도 입 닥치고 기다리겠습니다.”

허재훈의 말이 하나 틀린 게 없었다. 지금은 시간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제보가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받아내서 하동훈을 잡아야 했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내일 아침이 온다면, 분노한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이 그들 에이전시를 아작 내 버릴 수 있었다.

삼명그룹에 있어서 최현일의 처리자들 에이전시가, 비록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지만 그들 협력 업체만도 못한 곳이었다.

그러니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최현일의 처리자들 에이전시는 더 이상 대한민국에 발붙이고 살지 못할 수 있었다.

그렇게 10분, 20분, 30분의 시간이 흘렀고, 그때까지 김훈은 다시 전화를 걸어오지 않았다.

그로인해 최현일과 그를 따르는 직원들의 얼굴은 점점 초조하게 변해갔고, 반대로 허재훈과 그를 따르는 직원들은 이제 어쩔 거냐며 최현일을 꼬나 봤다.

“하아. 알았다.”

결국 40분이 넘어가자, 최현일이 두 손을 들었다. 결국 한 시간을 버티지 못했다.

최현일도 시간이 자정을 넘기려 하자, 더는 밀려드는 부담감, 피로감, 불안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 * *

김훈은 최현일과 통화 후 전화를 끊고 나서 느긋하게 챙겨 간 자료를 살폈다.

원래는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살필 서류들이었다. 바로 이번에 구입할 예정이었던 첨단 장비들의 구매 목록과 예상비용, 그리고 계약 시 필요한 첨부 서류들이었다.

어느 거 하나 꼼꼼하게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서류들이었기에, 김훈은 최대한 집중해서 그 서류를 살폈다.

그렇다보니 시간은 금세 흘렀고, 그 만큼 김훈이 타고 있는 차도 경남 남해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김훈은 누구 전화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손목시계부터 봤다.

“40분이라....새끼가 조급한 건 여전하네. 한 시간도 못 기다는 걸 보니 말이야.”

김훈은 적당히 핸드폰이 울리도록 두고 보다가 그 전화를 받았다.

“뭐?”

=그 제보란 게 뭔지 말해.

“맨 입으로?”

=뭐, 뭐?

“그렇잖아? 내가 이걸 너에게 알려주면, 너희 회사는 삼명그룹에게 아주 좋은 인상을 심어주게 되겠지. 하지만 나는 뭐가 있는데? 설마 우리 사이에 공짜로 해 달라는 건 아니겠지?”

=얼마를 원해?

“그래. 진작 이렇게 나왔어야지. 제보 하나당 10억!”

=뭐라고?

“싫으면 말고. 참고로 내가 너에게 알려 줄 제보는 2가지야. 하나는 하동훈의 현 위치, 또 하나는 그 새끼를 잡을 방법. 돈 아끼려고 하나만 사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좋겠군. 뭐 서비스 차원에서 힌트 하나는 주도록 하지. 하동훈은 지금 남해에 없다.”

김훈의 말대로라면 하동훈이 최현일의 에이전시가 남해에 쳐 둔 그물을 뚫고 밖으로 나갔다는 소리였다.

즉 지금 남해를 열심히 뒤지고 있는, 최현일 에이전시 소속 처리자들이 헛짓거리를 하고 있단 거고,

또한 김훈의 제보를 사지 않으면 내일 아침까지 하동훈을 잡는 건 불가능한 일이란 게 밝혀졌다.

=....

김훈의 말에 저쪽에서 한 동안 말이 없었다. 아마 자기들 끼리 어떻게 할지 숙의 중인 모양이었다.

“후후후후....”

김훈은 비릿하게 웃으며 어차피 정해진 결과를 두고, 안 돌아가는 머리들을 열심히 굴리고 있는 저들을 대 놓고 비웃었다.

* * *

최현일은 김훈의 제안을 머릿속에 계속 곱씹었다. 하지만 허재훈은 달랐다.

“이건 무조건 받아드려야 합니다. 이번 의뢰를 내일, 아니 오늘 아침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당장 회사가 망하게 생겼는데, 여기서 뭘 더 고민한단 겁니까?”

당장 김훈의 제안을 받아드리고 하동훈을 잡으러 가도 자칫 시간이 모자랄 판에, 뭘 더 심사숙고하는지 허재훈은 당최 최현일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최현일의 입장에서, 김훈의 제안을 무턱대고 받는 건 뭔가 모양이 빠졌다. 이러면 대표로 그가 한 게 없지 않은가?

김훈으로부터 제보를 받아서, 이번 일을 해결하는 건 그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해서 최현일은 그나마 한 회사의 대표다운 일을 시도했다. 바로 협상 말이다.

“15억으로 하지.”

뚜뚜뚜뚜뚜뚜....

최현일의 그 말에 김훈은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걸 보고 허재훈이 눈이 뒤집어져서 소리쳤다.

“아니. 대표님. 대체 뭐하자는 겁니까? 아쉬운 건 우리란 말입니다.”

대표로 자기 할 일을 한 거뿐인데, 주위 눈총을 받게 된 최현일.

그가 긴 한숨과 함께 다시 김훈에게 연락을 취하게 했다. 다행스럽게 김훈은 그 전화를 받았다.

“좋아. 20억에 사도록 하지.”

=30억!

“뭐?”

=싫으면 말고. 참고로 너희가 망하면 우리야 좋지.

김훈의 그 말에 최현일이 움찔했다. 더불어 주위 시선이 좀 전 보다 더 차가워졌다.

그럴 것이 최현일이 쓸데없이 상대를 도발하는 바람에 지불해야 할 돈이, 20억에서 30억으로 늘어났으니, 직원들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들 중에는 심지어 최현일을 지지하는 직원도 섞여 있었다.

근데 이내 허재훈을 비롯한 상황실 안의 모든 직원들이, 우려 섞인 얼굴로 최현일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유는 10억이 더 늘었다고 최현일이 또 뻘짓을 할까 싶어서 말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최현일은 무조건 김훈의 제안을 수락해야 했다.

그게 아니면 금액이 더 오르거나, 제보를 받는 것이 말짱 도루묵이 되어 버릴 수 있었다.

“30억 지불하지. 그러니 그 제보나 말해.”

=지금 장난 치냐? 돈부터 넣어야지. 이거 선수끼리 왜 이래?

“계좌 불러.”

잠시 후 김훈이 부른 계좌로 30억이 입금 됐다. 그러자 김훈이 자신이 가진 정보를 최현일에게 전부 다 얘기했다.

“하아. 그러니까 하동훈이 변장을 잘한단 말이지?”

“그래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녀석을 잡지 못한 거로군.”

“젠장. 그것도 모르고....”

최현일과 같이 김훈의 얘기를 들은 상황실 직원들이 다들 기가 차 할 때였다.

최현일이 김훈과의 통화를 이번에는 이쪽에서 먼저 끊어 버리고는 직원들에게 말했다.

“뭣들 해? 빨리 현장에 이 사실을 알리고, 즉시 조치들 취하지 않고.”

“네. 대표님.”

최현일 에이전시 상황실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미 하동훈을 어떻게 잡을 지는, 김훈이 준 힌트로 충분했다. 그래서 상황실에서 현장에 직접 연락을 해서, 상세히 그들이 뭘 해야 할지 세부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 * *

남해 현장에 가 있던 최현일 에이전시 소속 박태식과 처리자들.

그들에게 자정을 넘긴 시간, 서울 본부 상황실에서 긴급한 연락이 왔다.

“뭐? 그러니까 하동훈, 그 새끼가 지금 창선의 한 민박집에 있다는 거야?”

“하아. 이 새끼 봐라. 멀리 튀어도 모자랄 판에....”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하동훈은 남해를 벗어났음에도, 멀리까지 않고 바로 남해 근처 창선에 숨어 있었다.

그런 하동훈의 배포에 놀라며, 박태식은 자기 밑에 처리자들을 이끌고 곧장 창선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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