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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219화 (21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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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이럴 때 쓰려고 있는 능력은 아니겠지만, 예전의 백준열이었다면 쓰러지는 강지영을 받아내지 못했을 거다.

파팟!

강지영이 쓰러지는 걸 보자마자 내 몸이 움직였고, 그녀의 몸이 바닥에서 1미터 정도 까지 넘어 갔을 때, 내 두 팔이 그녀의 몸을 안정적으로 떠 받쳤다.

비록 싸움에 쓰는 단련된 근육은 아니지만, 헬스로 단련 된 내 몸이 강지영의 가녀린 몸쯤은 간단히 떠안았다.

“이봐요. 강지영씨?”

일단 강지영의 상태부터 살폈는데 의식을 완전히 잃었다. 그때 이쪽으로 오는 차량들이 보였고, 그 차들이 강지영을 안고 서 있는 내 앞에 줄줄이 멈춰 섰다.

“대표님!”

그 중 내가 타는 차에서 문대식이 내려서 내 쪽으로 뛰어왔다. 나는 안고 있던 강지영을 문대식에게 넘기며 말했다.

“먼저 병원으로 가.”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나를 보는 문대식에게, 내가 그의 뒤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문대식이 뒤를 돌아봤는데, 우리를 보고 수상쩍었는지 남산 파라다이스에 있던 중앙지검 반부패부 쪽 사람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저들을 상대하는 동안, 문대식에게 강지영을 데리고 먼저 병원으로 가라는 얘기였다.

문대식은 살짝 우려 섞인 눈으로 나를 봤다. 그가 경호해야 할 사람은 나지, 강지영은 아니었으니까.

“내가 부른 자들이야. 문 팀장도 알잖아?”

아까 여기로 오는 차량에서 나는 중앙지검의 반부패부 소속 나재석 검사와 통화를 했다.

그리고 여기를 제보했고. 따라서 저들과 나는 한 통속이니, 문대식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

“저만 갑니다. 경호팀원들과 나머지 차량은 두고 갈 테니 그런 줄 아십시오.”

그 말 후 문대식은 내게서 넘겨받은 강지영을 안고 이미 열려 있던 차 안에 탔다.

“이봐!”

“거기 서!”

그런 그를 중앙지검 반부패부 쪽 사람들이 제지하려 나섰지만 ,그런 그들 앞을 내가 가로막아 섰다. 그 사이 문대식과 강지영을 태운 차는 출발했고.

“비켜!”

“저 차 잡아!”

하지만 중앙지검 반부패부 쪽 사람들은 집요했다. 나를 밀쳐 내면서 문대식과 강지영을 태운 차를 쫓았고, 들고 있던 무전기로 경찰에 협조 요청까지 하려 들었다.

“잠깐만....나재석 검사 좀 연결 해 봐요.”

내가 그들 검사 이름을 언급하자, 중앙지검 반부패부 쪽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근데 계속 쳐다만 봤다.

“하아....”

나는 별수 없이 핸드폰을 꺼내서 나재석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저 지금 남산 파라다이스 옆집인데, 그쪽 사람들이 저를 잡으려고 하네요. 네. 네. 잠깐만요. 여기 표택수 수사관님 있습니까?”

나재석 검사와 통화를 하다가 중앙지검 반부패부 쪽 사람들을 향해 내가 그렇게 묻자,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손을 들며 말했다.

“난데....”

“전화 좀 받아 보시죠.”

내가 핸드폰을 건네자, 그 핸드폰을 받아 전화를 받는 표택수 수사관.

“여보세요? 네? 네. 나 검사님. 네. 아아. 네. 알겠습니다.”

나재석 검사와 간략히 통화한 후 내 핸드폰을 돌려주는 표택수 수사관.

그가 내가 주는 핸드폰을 받을 때와 달리 두 손으로 공손히 내 핸드폰을 건넸다.

나는 그 핸드폰을 받아서 다시 나 검사와 통화를 했다.

“네. 네. 으음. 그래요?”

나 검사의 말에 따르면 성 상납 현장을 급습해서, 이곳이 그런 곳임을 증명할 증거는 충분히 찾아냈다고 했다. 휴지통에 콘돔이며 섹스 후 닦은 체액이 묻은 휴지들이 가득했으니까.

하지만 남산 파라다이스에 있던 13명의, 현장에서 검거한 최상류층 인사들을 기소하기에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나?

“잘 좀 찾아보세요. 그러고도 어려우면 제가 기소는 할 수 있게 증거를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게는 남산 파라다이스에서 QH엔터 홍대복 대표가 몰래 찍은 성 상납 동영상이 있었다.

그걸 염두에 둔 말이었다.

다른 자들은 몰라도 오늘 중앙지검 반부패부 쪽 사람들이 현장에서 체포한 13명, 아니 정확히는 15명이, 오늘 남산 파라다이스에서 성 접대를 받은 걸, 증명할 동영상은 얼마든지 편집해서, 중앙지검 반부패부 쪽에 제공해 줄 수 있었다.

그래야 그들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엿 좀 먹고, 정신이 번쩍 들겠지.

물론 앞서 말했지만 최상류층인 그들은 미꾸라지처럼 대한민국의 법망을 빠져 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냥은 아니다. 적어도 팔 다리 하나, 즉 그 정도의 데미지는 받아야 할 거다.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든다.

“네. 네. 그럼 연락 주세요.”

그렇게 나재석 검사와 통화를 끝내자, 표택수 수사관이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가시면 됩니다.”

“네. 수고들 하세요.”

나는 대기 중인 경호 차량 중 한 대에 올랐고 차가 출발하자, 여기 모여들었던 중앙지검 반부패부 쪽 사람들이 다들 몸을 돌려서, 남산 파라다이스 쪽으로 향했다. 나는 그 모습을 차에 탄 상태에서 뒤돌아 쳐다보다가 이내 운전석을 향해 말했다.

“문 팀장이 간 병원으로 갑시다.”

“네. 대표님.”

그 사이 경호팀원들이 문 팀장과 통화를 한 모양이었다. 내 말에 문 팀장에게 전화도 해 보지 않고 바로 대답하는 걸 보면 말이다.

* * *

백승렬 회장은 시시각각 들어오는 보고에, 점점 더 이마에 잡힌 주름의 골이 깊어졌다.

하동훈이란 놈이 감히 자기 아들을 해치려 한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화가 난 상태였는데, 알고 보니 그 놈이 서지현의 내연남이자, 백지연의 생부란 사실에 헛웃음만 실실 났다.

이미 서지현과 백지연에 대한 조치는 취해 놓았기에, 그들 모녀에 대해서 백승렬 회장은 더 이상 신경을 1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하동훈은 달랐다. 그 놈은 절대 살려 둘 수도, 살려 둬서도 안 될 놈이었다.

“처리자들 에이전시 전부에 통보 형식으로 알려. 하동훈을 잡는데 방해 되는 곳은 삼명 그룹에서 가만 두지 않는다고.”

그리곤 국내 최다 처리자들을 보유한 처리자 에이전시에 의뢰를 넣었다. 하동훈을 반드시 사로잡아 그 앞에 데려 오라고 말이다.

“지금 하동훈의 흔적은 경남 남해에서 포착 된 상태입니다. 처리자들이 그쪽으로 헬기를 타고 날아가고 있으니, 오늘 밤 안에 잡아서 서울로 돌아 올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일을 맡긴 삼명그룹 경호실장 노성식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비서실과 미전실이 백승렬 회장의 오른팔과 왼팔이라면, 경호실은 다리와 같았다.

하지만 두 팔을 잘라 내기로 한 백 회장의 입장에서, 다리도 이번 기회에 좀 더 젊고 싱싱한 놈들로 바꾸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말 지키는 게 좋을 거야.”

“네?”

백 회장은 이번 일을 처리하는 걸 보고, 노성식 경호실장을 비롯해서 경호실의 주요 인사들의 교체를 결정하기로 했다.

당연히 그 사실을 모르는 노성식 실장 입장에서는 백 회장의 말에 얼떨떨해 졌는데, 그런 그를 보고 백 회장이 말했다.

“그만 나가 봐.”

“네. 회장님.”

그렇게 경호실장을 내 보낸 뒤, 백승렬 회장은 자신의 업무를 봤다. 그러다 또 전해져 온 백준열과 연관 된 보고에 백승렬 회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경기도지사 딸내미와 준열이가 선을 봐? 이년이 이제 하다하다 마담뚜(중매쟁이) 짓까지....도저히 안 되겠어. 삼명 재단 이사장 해임 시키고, 그년 집에 연금(軟禁)시켜. 최 집사에게는 내가 따로 연락 해 둘 테니까.”

“네.”

백승렬 회장은 그런 지시를 내린 후, 바로 삼명가 본가에 전화를 걸었다.

“나야. 집사 바꿔. 최 집사? 난데. 좀 있으면 안 사람 집에 갈 거야.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못 나가게 해. 그래. 자세한 얘기는 있다 집에 가서 하도록 하지. 그래.”

삼명가 본가 최 집사와 통화 후, 백승렬 회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비서실장을 불렀다.

“찾으셨습니까?”

“서재국 전 대통령에게 전화 걸어서 통화 좀 하자고 해.”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비서실장으로부터 연락이 오고, 백승렬 회장은 회장실 자기 자리에서 서재국 전 대통령이자, 현 그의 장인과 통화를 했다.

먼저 시작은 안부 인사였다. 하지만 서재국 전 대통령과 그렇고 백승렬 회장도 서론이 긴 사람들이 아니었다. 바로 대화가 본론으로 들어가고, 이내 두 사람 다 감정이 격해졌다.

=....데 그렇게까지 해야겠나?

“저도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더는 꼴도 보기 싫으니 그녀들이 나가든, 제가 나가든 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에 제가 없으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렇군.

“어르신에 대한 예우도 여기까집니다. 이제 남남이니까요.”

=설마 이 늙은이까지 해외로 보내려는 건 아니겠지?

“얌전히 계신다면야 그럴 리 있겠습니까?”

=알았네. 더 할 말 없으면 그만 끊지?

“네. 건강 잘 챙....”

뚜뚜뚜뚜뚜뚜....

그래도 마지막 인사는 하고 끊으려했는데, 서재국 전 대통령이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 서재국 전 대통령의 행태에 백승렬 회장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쯧. 나이를 그렇게 쳐 먹어도....그놈에 성질 머리는 여전하군. 그래.”

누구보다 서재국 전 대통령을 잘 아는 백승열 회장이었다. 그가 비서실장인 오규동을 불러서 은밀히 물었다.

“평창동 처갓집에 말이야. 전에 사람 하나 심지 않았나?”

“네. 회장님 지시로 심어두었습니다.”

“얼마나 됐지?”

“10년은 넘었지 싶습니다.”

“그만 나오라고 해.”

“네?”

백승렬 회장의 말에 오규동이 그 말을 믿기 어렵다는 듯 멍하니 백승열 회장을 쳐다보았다. 그럴 것이 심어 둔 첩자보고 나오란 소리는....액면 그대로 그냥 나오라는 게 아니다. 그 첩자에게는 그곳 주인을 제거하고 나오라는 지령인 것이다.

“자네 요즘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군? 당장 나오라고 해.”

백승렬 회장이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자,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든 오규동 비서실장. 그가 황급히 대답했다.

“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나가 봐.”

자신의 딸을 해외로 내쫓겠다는 말은 곧 서재국 회장과 완전 파토가 났다는 소리다.

즉 이제는 남남이란 얘기고, 서로에 대한 실드도 더 이상 쳐 줄 필요가 없었다.

백승렬 회장은 썩어도 준치라고 서재국 전 대통령이 작정하면, 삼명그룹을 휘청거리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 그가 설치기 전에 바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애석한 일이지만, 오늘 서재국 전 대통령은 운명을 다할 예정이었다.

그러니까 명년 오늘이 서재국 대통령의 제삿날이란 얘기다.

무려 십년 넘게 평창동 처갓집에 있었던 첩자다. 그 첩자가 서재국 대통령을 제거하지 못할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첩자는 그 약을 가지고 있었다. 먹으면 아무런 증상 없이 심장 마비가 오는....그래서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밤 새 안녕’이라는 약명으로 더 잘 알려진 약이었다. 물론 이런 약이 있다는 걸아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도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 * *

서울에 있는 처리자들 에이전시 중 한 곳의 사무실. 그곳에 팩스가 시끄럽게 울리며 전문을 뱉어내고 있었다.

찌이익!

그 전문을 잘라내서 살피던, 그곳 처리자들 에이전시 대표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백 대표님 말 대로네. 진짜 그 일에 삼명그룹에 끼어들었어.”

불과 30분 전이었다. 이곳 처리자들 에이전시 대표 김훈은, 막 경남 사천 공항에 도착해서 남해로 이동하려던, 그의 에이전트 소속 처리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그들에게 남해로 갈 필요 없다고 전하며 그냥 이번 주말을 그곳에서 낚시하며 보내다가 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좋아 죽는 처리자들.

그 뒤 김훈 대표도 출장 준비를 하고 인천 공항으로 가려는 데, 삼명그룹에서 보내 온 전문을 보고, 다시 한 번 백준열 대표의 선견지명에 탄복했다.

그때였다. 그의 처리자들 에이전시의 분석 실에서 급한 연락이 왔다.

“뭔데?”

=대표님. 하동훈. 그 새끼 아무래도 변장술에 능한 놈 같습니다.

“뭐?”

변장술은 러시아와 동유럽 쪽에서 킬러 생활을 해 온, 김훈도 어느 정도 변장술은 가능했다. 하지만 변장술에 완전 능하진 못했다. 그런데 일반인인 하동훈이 변장술에 능하다니 김훈 대표로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지?”

그 물음에 처리자들 에이전시 분석 실에서 두 장의 사진을 김훈의 핸드폰에 사진 파일로 보내왔다. 확인하니 한 명은 하동훈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70대 중 후반의 노인이었다.

“이게 뭐?”

=그곳 장소는 버스 터미널 화장실이고, 들어가는 사람은 하동훈인데 저희 분석 실에 의하면, 그 뒤로 하동훈은 그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하동훈 대신 나오는 사람이 바로 그 노인입니다.

그때 또 한 장의 사진 파일이 김훈 대표의 핸드폰에 들어왔다.

김훈 대표는 바로 그 사진 파일을 열어봤더니, 분석 실에서 그 노인의 목 부분을 확대해서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얼굴과 목에 주름이 확연히 다르죠?

“그렇군.”

하동훈의 변장술이 드디어 들통이 난 순간이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하동훈이 그 새끼 무슨 알레르기 있다고 하지 않았나?”

=네. 개 알레르기 있습니다.

“그래? 이런 좋은 정보를 우리만 알고 있는 건 좀 아깝군. 근데 이걸 사려는 처리자들 에이전시가 있을 거 같단 말이지?”

김훈 대표의 말뜻을 용케 알아들은 분석실에서 바로 답을 내 놓았다.

=안 그래도 알아보니 용산 쪽 최현일 대표의 처리자들 에이전시가, 삼명그룹으로부터 이번 일을 맡았다고 합니다.

“최현일 에이전시가?”

그 말을 한 후 김훈 대표가 급격히 눈매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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