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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뭐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나는 그 안에 설치 된 컴퓨터와 모니터 화면을 보고 좀 놀랐다.
“여기서 다 지켜보고 있었군.”
나도 몰랐는데 남산 파라다이스 안, 구석구석 CCTV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건 외부에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홍대복이 여기 있다가 중앙지검 반부패부 검사들이 형사들을 데리고 나타나자, 그걸 보고 내 뺀 것이다.
녀석이 도망친 개구멍이 보였는데 이미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그 말은 홍대복이 이미 상당 거리 내 뺐다는 거고, 지금부터 내가 쫓아도 놈을 잡진 못한다는 얘기였다.
나는 CCTV카메라가 찍고 있는 화면이 뜬, 컴퓨터 모니터를 보다가 그 컴퓨터 앞에 앉았고, 자연스럽게 그 컴퓨터에 뭐가 있나 살펴보게 됐다.
“으음?”
근데 그 컴퓨터에 꽤 많은 데이터들이 저장 되어 있었다.
“이거 봐라?”
경황 중이라 도망치기 바빴던 홍대복. 하지만 과연 여기를 중앙지검 반부패부 쪽 사람들이 찾아 낼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봤다.
나도 냄새를 통해 찾았지 결코 육안으로 이곳을 찾아내지는 못했을 거다.
그것도 이런 곳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는.
그 만큼 여기 밀실은 잘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나는 여기 들어 올 때, 이곳 비밀 방의 장치를 원래대로 해 뒀다.
따라서 내가 다시 그쪽으로 나간다면 모를까, 여기서 저 개구멍으로 그냥 나가버린다면, 중앙지검 반부패부 쪽 사람들은 이곳이 있는지 절대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대충 저장 된 데이터 몇 개만 봤는데, 그 동안 여길 찾은 언론, 방송사, 정재계 인사들의 성상납 받을 때 장면들이 죄다 녹화 되어 있었고, 그 데이터들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잘 저장이 되어 있었다.
그런 하드디스크가 따로 박스 안에 수십 개나 됐는데, 그 동안 QH엔터의 홍대복 대표가 녹화한 성상납 할 때 장면들이, 전부 그 하드디스크에 저장 되어 있었다.
나는 그 하드디스크들을 박스 채 챙긴 뒤, 오늘 성상납 장면이 녹화 되어 저장 된, 컴퓨터를 통째 떼어냈다.
그 다음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개톤백을 꺼내서, 그 안에 그것들을 다 집어넣고는, 개톤백을 다시 인벤토리 안에 넣었다.
그 뒤 홍대복이 도망친 그 개구멍을 통해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나를 기다리고 있을 문대식에게 막 전화를 걸려는 데....
“헉헉헉....”
웬 여자 하나가 내가 있는 집과 집 사이, 그러니까 외벽 사이 공간으로 뛰어 들어왔다.
창백한 얼굴의 여자는 딱 봐도 연예인 같아 보였다.
진한 화장에 진녹색의 시스루 끈 파티 드레스 차림의 그 여자도 나와 딱 마주치자, 커다란 눈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는 게 많이 놀란 듯 보였다.
‘파티에 참석했던 여자 연예인 중 한 명인가?’
그러면서 나는 오늘 이 파티에 참석했을 가능성이 높은 강지영을 잠깐 머릿속에 떠올렸다.
‘가만....’
그런데 화장 때문에 얼굴이 좀 변해 있었지만, 눈앞의 진녹색 드레스의 여자는....
“강지영?”
나는 나도 모르게 그만 그녀 이름을 말해 버렸다.
“저, 저를 아세요?”
강지영이 안 그래도 놀라 동그랗게 뜬 눈을 더 크게 뜨며 날 보고 물었다.
* * *
강지영은 오늘 좀 몸이 좋지 않았다. 전날 술을 많이 마신 데다, 무리를 해서 몸살까지 더해진 그녀는 누가 봐도 아파 보였다.
“하아....”
거기다가 생리까지 시작하면서, 그녀 몸 상태는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래서 진통제 먹고 누워서 쉬는 데 전화가 왔다. 확인하니 그 새끼들이었다.
조폭들은 거칠긴 해도 쉴 때는 쉬게 해 준다.
하지만 이 새끼들은 그런 것도 없었다. 보기는 멀쩡하니 친절해 보이는 자들이, 더 그녀를 쥐어짜고 착취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하겠는데, 새끼들은 이미 사람까지 보냈단다.
그녀를 파티 장에 데려가기 위해서 말이다.
“아아....”
강지영은 겨우 몸을 일으켜서 화장대 앞에 앉았다. 그러자 퀭한 눈에 창백한 그녀의 얼굴이, 꼭 다 죽어 가는 사람 같아 보였다.
강지영은 그런 그녀 얼굴에 화장으로 생기를 불어 넣으려 했다. 하지만 진짜 아픈데 그게 화장으로 가려질리 없었다.
결국 하나 마나한 화장을 하고 파티 복이랍시고, 몸이 절반 이상 드러나는 미니 드레스를 걸친 그녀.
빵! 빵!
어서 나오라는 자동차 경적 소리에, 자신의 단칸방을 나서는 강지영.
“하아....하아....”
대기 중인 자동차까지 20미터도 안 되는 거린데, 그 거리를 걷는 동안 이미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강지영.
“빨리 타.”
그런 그녀를 QH엔터 직원이 무신경한 얼굴로 맞았다.
그래도 차 문이라도 열어주니 그게 어딘가? 그녀가 차에 타자 그 직원은 일부러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는 걸 피하고는, 아무 말도 없이 차만 몰았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자, 아까처럼 먼저 차에서 내려서 차문을 열어주었다.
강지영은 바로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그 만큼 몸 상태가 최악이었다.
그런 그녀를 외면하며 QH엔터 직원이 말했다.
“진통제 줘?”
“아뇨. 먹었어요.”
진통제를 많이 먹는다고 지금 그녀 상태가 나아질 건 없었다. 그걸 알기에 강지영도 QH엔터 직원의 호의를 거절한 거고.
“그래? 뭐 그럼 이제 내리지?”
“네.”
강지영은 크게 숨을 마신 뒤, 이를 악물고 아픈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그녀가 비틀거리며 남산 파라다이스 안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던 QH엔터 직원. 그가 길게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진짜 사람으로 할 짓 아니다. C발, 때려치우던가 해야지.”
벌써 이 소리를 백 번도 넘게 한 QH엔터 직원. 하지만 입 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여길 관두면 당장 그와 그의 가족이 먹고 살길이 막막했다.
그러니 이렇게 아픈 여자를, 성 상납 자리에 밀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위에 그녀가 아프고 생리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위에서 넣으라는데 그 인들 어쩌겠나?
차 안에서 담배 피우면 안 되지만, QH엔터 직원은 담배를 물고 차에 타서는 그곳을 나섰다. 그 길이 퇴근길이었는데, 어째 집에 가는 길에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 * *
그제도 왔었던 곳이었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는 아는 얼굴도 몇 명 보였고.
강지영은 일수 찍듯이 장부에 지장을 찍고 나서, 파티장 안으로 입장했다.
그리곤 이곳에 있는 여자들을 음탕한 눈으로 바라보는 남자들 사이로 들어갔다.
“지영아. 여기!”
그때 그녀와 그나마 친한 사이인 QH엔터의 여배우가 그녀를 불렀고, 그쪽으로 가자 그녀가 강지영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너 어디 아프니? 얼굴빛이 영....”
“네. 몸살에 생리까지 더 해서....”
“뭐? 그런데 여기 온 거야? 너도 참 미련한 거니 무식한거니?”
여기서 그런 소리를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서 있기도 힘들었던 강지영. 하지만 그녀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여어....”
웬 남자가 나타나서 그녀의 허리를 휘감더니, 그대로 그녀를 데리고 근처 방안으로 데리고 간 것이다.
그 남자가 누군지는 곧 알 수 있었다. 예전에 강지영을 꽤나 괴롭혔던 사회부 기자.
그가 오늘도 강지영을 발견하고는 바로 성 접대를 받으려는 모양이었다.
“에이씨....”
하지만 그녀가 생리 중임을 알게 된 순간, 그 남자는 돌변했다.
그리곤 뭐라 싸잡아 욕을 하더니, 곧바로 그 방을 나가 버렸다.
‘잘 됐다.’
강지영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이왕 드러누운 김에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렇게 강지영이 설핏 잠이 들었을 때였다.
“야아. 일어나.”
누가 그녀를 깨웠고 그녀는 다시 성상납을 하러 나서야 했다.
하지만 그녀가 생리 중이란 게, 오늘 파티에 온 손님들에게 알려졌고, 손님들이 알아서 그녀를 걸렀다.
그렇지만 사람들 중에는 특이한 사람이 꼭 있기 마련. 생리 중인 여자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서울서부지검 부부장검사인 도재욱이었다.
“음. 딱 내 스타일이야. 따라 와.”
딱 봐도 음침해 보이는 남자의 손에 이끌려 들어 간 어두운 방안.
“아악!”
그는 거칠게 강지영을 침대에 밀쳐놓고 그 위를 덮쳤다.
안 그래도 아픈 강지영은 저항 따윈 할 힘도 없었다.
그래서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 뒀더니, 그게 되레 먹혀든 거 같았다.
강지영을 거칠게 다루며 애무랍시고, 그녀 몸에 침을 발라대던 남자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더니, 그녀에게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뭐야? 무슨 마네킹도 아니고? 하다못해 신음소리라도 좀 내지?”
남자의 요구에 강지영은 신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그가 다시 그녀를 덮치면서 거칠 손길로 그녀의 옷을 순식간에 다 벗겨 냈다.
이어 그녀 다리를 벌리고는 그녀의 음부를 노골적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역시....떡볶이지.”
강지영은 그 말에 절망했다. 생리 중인 그녀를 보고 더 흥분하는 남자는, 딱 봐도 그녀를 더 끔찍하게 괴롭힐 게 뻔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우당탕탕! 쿠콰쾅!
“경, 경찰이다. 튀어!”
갑자기 방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강지영의 귀에도 분명 들렸다. 누군가 경찰이라고 외친 소리가.
“이런 씨....”
그건 강지영 위에 막 올라타려던 남자도 들은 모양이었다. 그는 하려는 삽입을 멈추고 벗어 놓은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강지영에게 버럭 소리쳤다.
“야! 빨리 옷 입어!”
그래서 강지영도 몸을 일으켜서, 겨우겨우 남자가 벗겨 놓은 옷을 챙겨 입었다.
근데 그 사이 먼저 옷을 갖춰 입은 남자가, 방문을 살짝 열고 밖의 동태를 살피더니 이내 몸을 열고, 방밖으로 나가 버리는 게 아닌가? 그녀는 내버려 두고서.
그걸 보고 강지영도 움직였고 방을 나갔는데, 집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경찰은 안에 사람을 잡으려 들었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에 강력하게 저항을 했다.
그 소란한 틈에 강지영은 눈치껏 움직였고, 마침 그녀가 들어간 방에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강지영은 자신이 여기서 잡히면, 연예인으로서의 삶이 끝장난다는 생각에, 겁도 없이 그 열린 창문 밖으로 몸을 디밀었다.
“히익!”
그런데 2층이었고, 여자인 그녀가 겁도 없이 뛰어내리기에 2층 높이는 너무 높았다.
그때 그녀 눈에 창가 옆을 쭉 타고 내려가는 가스관이 보였다.
그 가스관은 잡고 어떻게 밑으로 내려가면 될 거 같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용기가 이때 불쑥 그녀에게 생겨났다.
그녀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으로, 창가에서 겁도 없이 가스관으로 손을 내밀었고, 정말 운 좋게 그 가스관을 잡고 쭉 밑으로 내려왔는데, 그때 그녀 발이 가스관을 고정하고 있던 브라켓을 밟았다. 그 덕에 추락을 면한 강지영.
휙! 척!
그녀는 남은 1미터 높이에서 땅바닥으로 뛰어내렸고, 주위를 살핀 뒤 바로 움직였다.
그때 집 주위를 살피던 경찰이 보였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집과 집 사이의 공간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그녀는 키 크고 잘 생긴 웬 젊은 남자와 마주쳤다.
그런데 그 남자가 그녀를 알고 있었다.
* * *
설마 강지영을 이런 상황에서 만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좀 어리바리하게 굴었는데, 그때 사람 발 걸음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이쪽으로....”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강지영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너무도 힘없이 내게 끌려왔고, 나는 그런 그녀를 데리고 발걸음 소리가 나는 쪽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우리가 집과 집 사이 공간을 빠져 나와, 남산 파라다이스 옆집으로 막 넘어갔을 때, 랜턴이 비춰지며 그 안으로 형사 한 명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 형사는 대충 안만 살피고는, 아무것도 없자 그대로 뒤돌아서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휴우....응?”
그걸 확인하고 막 안도의 한숨을 내 쉬던 나는, 훅하니 나는 피 냄새에 시선을 강지영 쪽으로 돌렸다. 혹시나 그녀가 다친 게 아닌가 싶어서.
그런데....그녀의 미니 드레스 아래로 드러난 허벅지를 타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피, 피....”
내가 손짓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가리키며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숙여 그걸 확인하고 곤란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생리가 터졌네요. 미안한데 손수건 같은 거 없으세요?”
“손수건? 아아.”
내게 손수건은 없어도 정장에 수트의 꽃이라는, 헹거치프를 꽂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헹거치프가 손수건을 부르는 명칭이었다.
나는 그 헹거치프를 빼내서 바로 강지영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걸 받아 든 그녀가 날 보고 말했다.
“고마워요. 그리고 고개 좀....”
“아아. 네.”
그녀의 요구에 내가 몸을 돌려 서자, 그녀가 드레스 속으로 손을 넣는 거 같았다.
예민한 내 귀는 그녀의 그런 움직임을 다 감지해 내고 있었다.
아마 헹거치프를 급한 대로 생리대 대신으로 쓸 모양이었다. 그렇게 터진 생리에 응급조치를 취한 강지영이 나에게 말했다.
“이제 됐어요.”
그 말에 몸을 돌려서 그녀를 보니, 생리가 터져서 그런지 몰라도 창백해진 얼굴이 더 초췌해져 보였다.
‘안 되겠다.’
나는 서둘러 계속 한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으로 문대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어디십니까?
그러자 신호연결음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문대식이 바로 내 전화를 받았다.
중앙지검 반부패부 쪽 사람들이 남산 파라다이스를 들쑤시고 있는데, 나는 그 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으니 문대식이 어지간히 걱정이 된 모양이었다.
“나 지금 남산 파라다이스, 바로 옆집에 있어. 그쪽으로 차 가지고 와.”
=네. 바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그렇게 내가 막 문대식과 통화를 끝냈을 때였다.
“아아....”
갑자기 강지영이 비틀거리더니 픽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