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216화 (21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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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의심 병이란 건, 상대에 대한 믿음이 없을 때 바로 툭 튀어 나오기 마련이다.

홍대복은 황치열의 능력을 인정하고, 확실히 그를 자기 측근으로 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신뢰하느냐? 그건 또 별게의 문제였다.

홍대복이 조폭 두목 생활을 하다가, 조직을 떠난 것도 다 믿었던 녀석에게 당해서였다.

그런 그가 횡치열의 뭘 믿고, 그가 하는 말을 믿는단 말인가?

또 황치열의 효용성, 혹은 가치는 홍대복의 입장에서 사실 그렇게 큰 것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홍대복에게는, 이미 김효석 본부장이라는 걸출한 인재가 있었으니까.

김효석이 홍대복의 심기를 자꾸 건드리는 건 맞았지만, 그렇다고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만약 김효석이 미친척하고, 홍대복에게 반기를 들고는 회사를 나간다면 또 모를까.

홍대복의 입장에서 황치열은 아직 이가 없을 때 쓸, 잇몸 정도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 그였기에 JYB엔터 백준열 대표의 룸빵 호스티스 발언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그가 QH엔터 대표인 이상, 이 자리에서는 무조건 황치열의 편을 들어야 했지만.

“하하하하. 백 대표님. 이쯤 하시지요. 저희 황 차장이 무안해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백준열이 틀렸다고 대 놓고 말할 수도 없었다.

어째든 그는 오늘 VIP가 부른 손님이니까. 그가 좀 전 홍대복이 내민 손을 잡았다면, 그가 오늘 여기 VIP가 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뭐 저도 별거도 아닌 거 가지고, 밑에 사람과 티격태격 거리기는 싫습니다. 자아. 그럼 이제 제 사촌 형님한테 가시죠?”

백준열은 결국 홍대복의 호의를 거절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무안한 얼굴로 황치열을 쳐다보던 두 미녀들.

그 사이 황치열은 홍대복과 몇 번의 눈빛을 주고받은 상태. 황치열이 두 미녀들에게 말했다.

“나가시게 비켜 드려.”

홍대복도 더는 백준열을 여기 붙잡아 둘 이유가 없었다.

해서 홍대복은 백준열을 데리고, 백준열이 오기를 목 빼고 기다리고 있을, 백준기에게 가기로 했다.

그래서 황치열에게 두 미녀를 치우라는 눈빛과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백준기한테 바로 백준열을 데려갈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비록 짧은 시간일 테지만, 그래도 그가 먼저 거기 가서 자기 업적을 백준기 앞에 과시해야 했다.

그래야 백준기가 오늘 홍대복이, 그를 위해서 정말이지 많은 수고를 했다는 인식을 받을 테니까.

“이런, 제가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만 깜빡했군요. 백 대표님 죄송하지만, 저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백준기 대표님께는 여기 있는 황 차장이 안내해 드릴 겁니다.”

홍대복은 바로 백준열과 손절을 하며 그 방을 나갔다. 그리고는 휑하니 백준기가 있는 방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백준기가 있는 방에 들어선 홍대복.

“아이고.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홍대복이 넉살좋게 웃으며 백준기에게 다가가자, 그런 그를 보고 제법 취한 얼굴의 백준기가 물었다.

“준열이 아직 안 왔어?”

“지금 이쪽으로 오고 계십니다.”

“새끼가. 형이 부른지가 언젠데 이제야 나타나?”

백준기가 취기에 제법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 정신이 아닐 정도로 취한 건 아니었다.

백준기의 입장에서도 백준열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데, 그걸 등한시하고 술을 퍼 마실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를 만들어 준, 홍대복의 공 역시 치하하는 걸 잊지 않았고.

“홍 사장. 오늘 일은 고마워. 내 꼭 갚을 게.”

백준기의 그 말에 홍대복의 얼굴이 만개했다. 어째든 그가 오늘 백준기 때문에 준비한 모든 것들이, 이제야 그 값어치를 하는 거 같았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그의 얼굴에 물, 아니 침을 뱉을 예정인 사람이 곧 백준기가 있는 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분 말씀 나누십시오.”

홍대복은 눈치껏 알아서 그 자리에서 빠져 나왔다.

그리곤 이곳 관리 직원 말고, 자기 조폭 수하 중 이곳 경비 책임을 맡은 녀석을 불러서 무슨 지시를 내렸다.

“....데 거기 두 여자들 데리고 가서....지 알아 봐.”

“네. 형님.”

그 조폭이 홍대복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떠나고, 홍대복은 잠시 백준기와 백준열이 있는 방을 쳐다보다, 이내 이곳 남산 파라다이스에서 그만이 쉴 수 있는 방으로 향했다.

* * *

홍대복의 지시를 받은 조폭 김민식은, 예전 홍대복이 조폭 두목으로 있었던 조직의 조폭이었다.

그러다가 홍대복이 조직에서 밀려나고 몇 년 뒤, 그 역시 조직에서 버림을 받았다.

그 뒤 양아치 짓을 하고 다니던 그를 홍대복이 나타나서 거뒀고, 지금은 홍대복의 수족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는 홍대복이 시킨 일을 하기 위해서 움직였고, 파라다이스 내부에 혹시 무슨 일이 있을 시, 대처하기 위해 대기 중인 조폭들 둘을 불렀다.

“형기, 재훈이. 너희들 이리 와.”

“네. 형님.”

“나와 할 일이 있으니까 따라 와.”

그렇게 그들을 데리고 김민식이 향한 곳은, 바로 황치열이 데려 온 두 미녀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녀들은 아직 백준열을 접대하려 준비 된 그 방에 그대로 방치 되어 있었고, 마침 황치열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저년들 데리고 지하실로 가라.”

김민식이 지시를 내리자, 그 수하 조폭들이 방으로 들어가서 두 미녀를 잡아서, 파라다이스 주택 지하로 데려갔다.

남산 파라다이스는 지하에도 유흥시설을 갖추고 있었는데, 조폭 두목답게 홍대복은 그 중에 무슨 일이 있을 시에, 사람을 감금할 수 있는 공간을 따라 마련하게 했다.

그곳은 마치 경찰서 취조실처럼 꾸며져 있었는데, 여자들은 그 방에 들어가자마자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었다.

그럴 것이 그 안에 벽이며 책상, 의자에 피가 묻어 있었으니까.

누가 봐도 피 칠갑 된 고문실로 보이는 이 방 안에서, 두 미녀가 겁을 집어 먹지 않는 게 더 이상할 노릇이었다.

김민식은 그런 그녀들을 보고 피식 웃더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너희들 뭐야?”

그 물음에 이미 멘탈이 다 나간 두 미녀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전부 다 털어놨다.

그 중에는 오늘 있었던 일도 포함 됐고.

“그러니까 너희들은 강남 그라나다 룸빵 호스티스들이란 거네?”

“네.”

“이야. 황치열이 제 무덤을 제대로 팠네.”

김민식은 황치열을 잘 아는 듯 말했다. 그리곤 여기까지 두 미녀를 데려 온 수하들에게 말했다.

“애들. 도로 거기에 데려 다 놔. 그리고 황치열이 잡아서 여기로 데려 오고.”

“네. 형님.”

두 조폭 수하들이 잔뜩 겁에 질린 두 미녀를 데리고 방을 나가고 나자, 김민식은 피 묻은 책상에 엉덩이를 걸치고는, 호주머니 속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돼지 피를 칠해 놓은 게, 효과 만점이란 말이지.”

그 말 후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 라이터로 그 담배에 불을 붙인 김민식. 그가 폐부 깊숙이 연기를 마셨다가, 도로 내 뱉은 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잘하면 오늘 여기서 진짜 사람 피를 뿌릴 수도 있겠네.”

이 사실을 홍대복이 알면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 요즘 사업하면서 성정이 많이 유순해진 홍대복이었다.

하지만 그가 잔인하기 이를 때 없는 조폭 두목이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한때 홍대복 밑에서 조폭 생활을 했었던 김민식이었다. 누구보다 그가 어떤 인간인지 잘 알았다.

김민식은 반쯤 담배를 피우다가, 담배 맛이 싱거워 진 듯 그 담배를 바닥에 내 던지더니, 그 담배를 발로 밟아 끄고는 곧장 그 방을 나섰다.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홍대복이 있는, 오직 홍대복과 그가 허락한 자만이 들어 갈 수 있는 그 방으로 움직였다.

* * *

홍대복은 남산 파라다이스라는 다세대 주택을 지을 때 따로 밀실, 즉 비밀 방을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를 주택 안의 모든 방에, 몰래 설치 된 CCTV를 살펴 볼 수 있는 통제실로 삼았다.

바로 그 통제실로 들어 간 홍대복은, 거기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파라다이스 안의 상황을 대충 살핀 뒤, 그 곳에 그를 위해 특별히 설치 된 안마 의자에 가서 앉았다.

그리곤 안마 의자를 작동 시킨 후 느긋하게 최신 안마의자의 서비스를 즐겼다.

우우우웅! 칙! 지이이잉! 척!

한번 돌아가는 데 딱 20분 걸리는 안마의자였다. 그 서비스 시간이 끝나고 그때까지 눈을 감은 채 안마를 즐겼던 홍대복이,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똑똑!

통제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접니다. 형님.”

그가 모종의 지시를 내렸던 그 조폭 김민식의 목소리였다. 김민식은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중, 홍대복이 지금 있는 밀실인 통제실의 위치를 유일하게 아는 수하였다.

“들어 와.”

김민식은 홍대복이 조폭 중에서는 그나마 믿는 수하 중 하나였다.

홍대복의 말을 듣고서 조심스럽게 통제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온 김민식.

그런 그를 보고 홍대복이 바로 물었다.

“그래. 그년들이 뭐래?”

“강남 그라나다 룸빵 호스티스들이었습니다.”

“하아. 황치열이 이 새끼 봐라.”

“애들 시켜서 지하실에 잡아 놓으라고 했는데. 어쩔까요?”

“잘했어. 일단 거기 둬. 여기 파티 끝나고 나면 그때 보자고.”

“네. 그럼 저는 이만....”

“그래. 나가 봐.”

홍대복의 공간인 이곳에는, 가급적 오래 있는 게 좋지 않다는 걸 김민식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늘 이렇게 여기 들어와도, 자기 할 말 다 하면 바로 나가는 김민식이었다.

그렇게 김민식이 나가고 나서, 홍대복은 CCTV 컴퓨터 모니터 쪽으로 향했다.

그리곤 화면이 분할되어 있는 화면에서 한 방을 클릭했다. 그러자 그 방의 화면이 컴퓨터 모니터 화면 전체를 가득 채웠고, 그 방의 모습이 좀 더 확실하게 홍대복의 눈에 보였다.

그 방에는 두 젊은 남자들이 같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중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다른 젊은 남자가 따라 일어나서는, 먼저 일어난 젊은 남자의 팔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먼저 일어난 젊은 남자가 그 손을 뿌리쳤고 방을 나가려 했고, 다급해진 다른 젊은 남자가 뛰어가서 무릎을 꿇었다.

“저런....”

그걸 보고 홍대복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 젊은 남자가 무릎 꿇은 젊은 남자에게 뭐라고 하고는, 그대로 방문 쪽으로 움직였는데, 무릎 꿇고 있던 젊은 남자가 다급히 몸을 던져 방밖으로 나가려는, 젊은 남자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쯧쯧쯧....”

그걸 보고 대차게 혀를 차던 홍대복이 말했다.

“이거, 용은 아니더라도 뱀은 될 줄 알았더니, 이거 순 지렁이였잖아?”

그러니까 지금 홍대복이 보고 있는 화면의 두 젊은 남자는, 바로 사촌지간인 백준열과 백준기였다.

둘 사이 무슨 얘기가 오고 같은지는 홍대복도 몰랐다. 왜냐하면 방 안에 도청 장치는 설치하지 않았으니까.

왜냐하면 요즘은 도청이 하도 심해서 일반인들도 도청감지기를 들고 다녔다.

그러니 홍대복이 초대한 사람들도 그 정도 기기는 가지고 다닐 공산이 컸다.

만약 그들에게 여기에 도청 장치가 있다는 게 탄로 난다면....

그걸로 홍대복은 끝장이었다. 누가 도청이나 하는 놈에게 성상납을 받겠나?

그걸 알기에 홍대복은 CCTV카메라는 내장재와 같이 완벽히 모르게 설치해도, 도청장치는 일부러 설치하지 않았던 것.

아쉽지만 그래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사내새끼가 자존심이 있지.”

홍대복은 실망한 얼굴로 모니터 화면에 무릎 꿇고 있는 백준기를 쳐다봤다.

그래도 방송사 대표가 아니던가? 그런 자가 저렇게 사촌 동생에게 무릎까지 꿇을 정도라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

“뭐 그거야 저들 일이고.”

그게 뭐지 알면 좋지만 몰라도 상관없었다.

지금 홍대복에게는 백준기가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게 중요했고, 그 장면은 잘 녹화가 되고 있었다.

“흐흐흐흐....”

이걸로 방송사 대표인 백준기의 약점 하나를 챙기게 된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홍대복이었다.

* * *

백준열의 예상대로였다.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

그가 미전실에 심어 둔 직원으로부터 직보를 받고 있었다.

“뭐? 미전실장이 누구랑 접촉 해?”

“사모님께 연락해서 준열 도련님이 연관 된 정보를 그쪽에 넘겨 준 것으로....”

“하아....제 무덤을 스스로 팠군. 미전실장과 가장 사이가 나쁜 임원이 누구지?”

“감사실장입니다.”

“불러.”

“네.”

백승렬 회장. 그는 안 그래도 정리 할 생각이었던 비서실장과 미전실장 중, 미전실장이 먼저 튀어 오르자 그부터 정리하기로 결정을 내린 듯 보였다.

왜냐하면 백승렬 회장은 정리 할 임원이 생기면, 꼭 그 정적을 활용해서 그 임원을 제거하는데 써 먹는 습관이 있었던 것.

얼마 후 감사실장이 회장실을 찾았다가, 싱글벙글 웃으며 회장실을 나왔다.

그걸 다 지켜보고 있던 비서실장 오규동은 확신했다.

“미전실장도 끝났군.”

그래도 지금까지 백승렬 회장을 위해 열심히 일한 만큼 못해도, 계열사 대표 자리는 줄 거라는 게 오규동의 생각이었다.

“뭐? 그년이 누굴 살리려고 해?”

백승렬 회장의 목소리가 회장실 밖 비서실까지 들려왔다.

그 말은 지금 백 회장이 제대로 화가 났다는 얘기. 그로 인해 삽시간에 비서실 분위기마저 살벌해졌다.

삐이이익!

=오 실장. 들어와!

그리곤 바로 백 회장의 호출이 있었다. 오규동 비서실장은 잔뜩 쫀 얼굴로 회장실 문에 노크를 한 뒤, 알아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회장 실 안에서 오규동이 재빨리 주위를 살폈더니, 백 회장이 굳은 얼굴로 응접 소파에 상석 자기 자리에 이미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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